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43]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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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mylib.kll.co.kr/gen/main_0602.html?kkk=5&sss=1&sl=1&id=yehwa21&no=2355&sno=7649&n=43 

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43] - 김여화

 


 

제목  [43회] 밀가루 방천-3
등록일  2001-12-02
밀가루 방천 -3


"밀가루가 전주 있간이요? 글고 가싯으먼 자고 오시더라도 들렸다가 오시지 "
"그럴새가 어딨어? 갈래서 갔가니?"
"참, 당신은 어쩌먼 그렇게 아이구 내가 말을 말어야지"
"말 허먼 씨잘데기 없는 말일터지 머 밀가루를 팔어서 노임 주잖여? 먼자께 일 은 지가 잘못힛다고 사과 허등만. 아이 그리서 머 잘힛다고 힛지 사정을 들어 봉게 그럴 수 밖에 없겄더라구 "
"그건 글고요. 아까 맹자란년이 즈 아버지가 안옹게 저만끔 나가 본다고 허 덩만 운암옥 앞에 가더니 기냥 뛰어와서는 저그 친구네 아버지랑 똑같다고 험 서 가버릿어라우"
"친구네 아버지가 누구여?"
"아이고 몰라요. 지 친구네 아버지가 술집색시 화장품도 사다주고 그릿다고 험서나 지 친구네 엄마가 술집여자를 머리끄뎅이를 잡고 흔들었다고 허더만"
"허어 웃 새터 가 말이고만 어 알었어. 근디 맹자가 운암옥에는 멋허로가?"
"아, 적그매가 즈아버지 지달러서 같이 오라고 힛는디 안옹게 인자막시"
"참 여자덜은 거 쬐꼬만 아덜까지 그렁걸 보라고 보내야?"
"참 당신은 왜 역정은 내시유? 대처 운암옥에서는 술 안마시고 멋허간이 그야 단이다요? 아, 기냥 술만 마시먼 머시 구려? 자게네덜이 잘못헝게 구리지"
"누가 구려서 글간디 아 새끼덜을 거그가 어디라고 보내야?"
"뒷 토란이 없어야지 모다덜 뒷 토란을 내고 댕깅게 여자덜이 글지라우. 시방 그놈에 술집땜시 못살게 생긴 사람이 어디 한 둘이다요?"
"먼 소리여 또?"
"아, 여러집이 파탄나게 생깃대라우"
그랬다. 운암옥이나 전주집 임실관 등에는 젊은 색시들이 몇 씩이나 되었더니 남정네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 갖추지 아니하고 햇볕에 새까맣게 그을려 볼품없는 자기네 식구보다는 이쁜 여자 한 번 더 쳐다보는게 인지 상정이라.
그러하니 이때에 아낙들은 먹을 것 없고 집 없는 설움에 고생되는 판에 남정네 들로부터 푸대접을 받는 경우가 되니 다 그러한 것은 아니지마는 결국에는 술집여자를 꿰차 아이까지 낳는 사람이 생겨나고 첩으로 들앉아 아예 조강지처 밀어내는 경우도 허다하니 거둔댁 처럼 아무리 조신하고 얌전한 아낙이라 해도 박서방네가 애가 타는 꼴을 두고 볼 수 없는 처지라 자꾸만 진필에게서 박서방에 대한 한마디라도 얻어 들을까 하여 진필의 속을 질렀다 껐다 그리하는거라.
거둔댁이 염려하던 박서방네가 기어이 거둔 양반을 찾은 것은 머지않아 그날 밤이라.
저녁을 먹고 나가 박서방이 운암옥에서 만난이가 누구인가 물어보고 들어오던 진필이 막 마루로 올라섰을때라. 인기척에 모기장 바른 방문을 막 열고 나오던 거둔댁이 대문께를 내다보며 그네를 알아본 것이다.
"어여와 저녁은 먹고?"
진필은 들어가려다 말고 마루에 앉는다.
"예 죄송헌 말씀좀 여줄라고요."
"그려? 아까 맹자가 가서 말힛고만"
"예에 저 그리서 지가 적아버지헌티 앙앙그릿더니 시방 어르신 핑계를 대는거 여요. 그리서 지가아 기언시 어르신 핑계대지 말고 말허라고 헝게요. 글씨 죽 어도 못허겄담서나 어르신헌티 죄다 말씸 디릿다고 저렇게 억대기를 쓰네요."
"허허 그리도 사내라고 한 번 힛응게 되짚어 말은 안허겄다 그 말이고만?"
"예에? 무신 말씀이신지 지는 못알어 듣겄습니다요"
"자게 입으로다 말허기가 곤란헝게 못허겄다 그말이겄지 안그러요?"
거둔댁이 진필을 돌아보자 진필은 말없이 담배만 피우고 있다. 그러는 진필을 반듯이도 바라볼 수 없는 박서방네는 고개를 수그린채 하회를 기다리는데
"거 머시냐 자네가 참어야지 밸수 있간이? 내말 알어들어? 맹자 어매가 기냥 참어주어야지 이미 어크러진 물 인 것을 쌈을 히 봤던들 서로 속만 상헝게"
"예에? 먼 일인종 알고나 참지라우 도대체 무신 꿍꿍이 속인지를 모릉게 더 보 채지요."
"임자가 조께 설명을 히주어"
그러고는 진필은 다시 일어나 집을 나가 버린다.
"아니 저 양반은? 늦은 저녁으 또 멋허로 나가신디야"
"아지매도 아싱게라우? "
"그란히도 내 아까 맹자가 그러고 갔다고 그릿더니 거그를 아덜을 멋허로 보냈냐 고 지천을 허시더만 나갔다 외깃어."
"아, 맹자가 봉게 거 술집 여자헌티 적아버지가 돈을 막 시어주더라요."
"그려 그란히도 나보고 그러고 갔어 가덜네 아버지가 말여 머시냐"
"노름이라도 힛대요?"
"그려 그릿능개벼 그것도 아조 많이 잃었능개벼"
"아이고 시상의 어쩌꺼라우 아이고 인자 양식도 팔어먹어야 헐판에 어쩌까이 하이고"
박서방네는 아이고 대고를 찾으며 땅이 꺼지게 울고 있다. 그네는 거둔댁 앞이라 함부로 할 수도 없는지라 가겠다고 일어나는데
"어쩌겄능가 저 양반이 단단히 야단 혓능갑더만"
박서방네는 눈물을 큰 손으로 훔치며 대문을 나서다가 다시 돌아서서
"글먼 대처 얼매나 된대요"
하고 묻는다. 거둔댁은 마루를 내려가 그네의 손을 잡고는
"그렇다고 어쩌겄능가 대처 엎지러진 물인디 싹 흘러가 버릿어"
"아이고 아지매 긍게 그게 얼매나 된대요 예?"
"솔찮헝개벼 혼자 힘으로 안되게 생깃응게 그 양반헌티 말을 힛던 모양이여"
"글먼 누구같이 딱지도 주었대요?"
"글씨 내가 그건 못 물어봤네"
"아이고 아이고 내 팔자야 시상에 주인 잘 만나서 힘좀 피고 살으까 헝게 그
인간이 시상의"
박서방네는 아예 대문앞에 퍼벌리고 앉아 넉두리와 함께 울어자친다. 명자가 와서 대문에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맹자야 어여 느 엄니랑 집이 가거라 어"
명자는 저희 어미를 붙들고 일어내키려 한다. 박서방네는 계속 늘켜우느라 꼼짝을 안하고
"아이 이거바 이런다고 무신 수가 나겄능가 소양없어 어여 애 데리고 집이로 올라가 어"
거둔댁은 제어미를 따라 우는 명자와 울며 불며 밤길을 터덕거리며 가는 박서방네를 오래도록 어둠속을 응시하며 바라보고 서 있었다.
"아이고 빌어먹을놈 "
진필이 어둠속에서 들어선다.
"어디 갔다와요?"
"갔능가?"
"울고불고 난리고만요. 명자란년이 와서 같이 올라갔응게 잘가겄지요. 저녁으 밸 일이나 없어야 헐턴디요 이"
"먼 일이야 나리라고? 운암옥의 여자헌티 돈을 꾸었던 모양이더만. 그리 봤던들 다 갚지도 못허는 놈에 것을"
"돈은 어디서 나서요"
"오늘 품삯덜 주었다더만?"
"아이고 참 죽게 일 히갔고 노름헌돈 갚을라먼 눈알이 씸벅씸벅 허겄네요."
"누가 아니리야. 긍게 정신 너갱이 빠졌지"
"아, 생전 그렁것 안 헝갑더만 어찌"
"긍게 사는거이 맘대로 안된다는거 아닌가? 안허고 있어도 밸 수 없이 끼게되 는 경우가 있지"
"많이 히보신 말씸이네요. 이?"
"나사 가덜같이 그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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