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42]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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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mylib.kll.co.kr/gen/main_0602.html?kkk=5&sss=1&sl=1&id=yehwa21&no=2355&sno=7648&n=42 

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42] - 김여화

 


 

 

제목  [42회] 밀가루 방천-2
등록일  2001-12-02
밀가루 방천-2

거둔댁은 비싸다는 표현을 할 때 고개를 쳐든다.
"거뜸이 어르신은 자조 가신다고 �쌌더만요. 맨날 어르신 따러서 같지 우리같 은거이 어뜨케 가냐고 근디요?"
"그려어 내 맹자 아버지는 못�고 가게 히야겄네 이"
"그리 주시오. 이? 당초 거짓말 같이서 지가 왔잖애요 아, 거뜸이 어른이 자조 가시고 또 손님덜허고 같이 가시먼 멀라고 자게를 �고 가 겄어요? 말도 아니 지"
"그려 그건 자네 말이 맞어 잘봤어"
"아이구 내 발목만 잽히바라 가만둥가"
"그때는 늦응겨 미리 막어야지"
"긍게 지가 애터져서 아지매 헌티 왔잖애요."
"머 먼 일이야 있겄능가만 자네 말마따나 480사업이 끝나먼 안 가겄지맹"
"아이고 고놈에 480인지 머인지가 왠수구만요."
"그것이 없는사람 멕이 살리는 밀가루 방천 사업인디 왠수다니 누가 들으먼 자 네보고 욕허겄다."
박서방네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거둔댁을 바라본다. 그가 다음 말을 재촉하는 뜻임을 거둔댁이 모를리 없으니 그네는 빙글빙글 속웃음을 머금고 뜸을 들인다. 저녁을 알리는 뻐꾸기소리가 멀리 두언동 골짝에서 아련히 들려온다.
"아지매에 얼릉 말씸을 허시바요 예에?"
어린아이가 보채듯 어린양을 부린다.
"그러고 봉게 맹자가 딱 지에미를 닮었고나아 알었어 이 사람아. 그게 저그 뚝 쌓고 저수지 막는 사업이 480이 아니라 머여 미국서 그 사람덜이 밀가루를 줄 때 자기네가 만들어논 법인디 그것이 머 변호사덜 같이 민법 �조 �항 이라고 험서 그렁거 있잖이여 그렁건디 우리나라 사람덜이 기냥 그렇게 불른디야 원래 는 머 미국 잉여 농산물법 480조다 그 말이디야 알었어? "
"아이고 에루워라 글먼 미국 머라고 헌 것은 머대요?"
"미국 머라고 허다니? 으으 잉여라는 것은 남는 것을 말허잖이여 긍게 자게네 남은 밀가루 우리나라 사람덜헌티 원조 히준다 그 말여"
거둔댁은 박서방네가 돌아가는 것을 대문까지 나가 바래다 주고 저쪽 시끄럽게 윗새터 쪽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해종일 괭이질 삽질하던 사람들이라 다 지쳐보이고 또 지치는 몸을 가누기 위해 막걸리를 마셔대는 그들을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고 언제까지 계화도가 논이 다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이었다.
"참 못된 것들"
"왜그리요? 누가 머 또 잘못�대요?"
"아, 오늘 어디조께 갔더니 누가 글잖여 나보고 우리덜이나 벌어먹게 나두지 어른까지 밀가루 타 먹을라고 허냐고"
"예에? 당신이 언지 방천헌디 일 가�간이요?"
"아, 긍게 역정을 내지. 누가 봉게 내 도장을 떡허니 찍어갖고 밀가루를 타 갔더래잖여. 머 나라고 히서 방천헌디 못갈바도 아니지만 내가 가서 일허고 타 오는 놈허고 즈그덜 멋대로 도장파서 찍어대는거 허고 말이 틀리잖여. 긍 게 사람덜이 먹고 살먼헌 최진필꺼정 나와 갖고 먼일을 허겄냐고 허덜야 고연 놈 같으니"
이때에 사람들이 부족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는데 일도 못하는 진필이 방천하는데 나가 밀가루를 타 오는 것이 배가 아프다는 뜻일게다. 어려운 사람들은 오히려 못한다는 해서 진필은 그말을 듣는 순간 짚히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그들은 그렇게 해야 더 많은 밀가루를 타 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
진필이야 집에 있어도 언제 하루 방천하는 곳을 둘러본 바도 없지마는 그는 남의 일로 돌아다니기 바빴으니 누군가가 그져 관리하는자가 그랬으려니 하면 좋을 것을 귀끔맞게 그에게 한마디 했던 모양이라. 전혀 모르고 있던 진필이 발끈 화를 내고 들어오는 것도 그때문이라. 진필은 먹고 살만해서 일을 나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소행이 괘씸했기 때문이다.
"아이구 그렇게 넘으것 먹어서 잘 살종 알어도 그렇게는 안되는거여"
"참 당신은 글먼 아예 거그 일허고 밀가루 조께 타와보쇼 기냥 몰른척 허지 그 �싸요. 내가 저놈 혼내주야겄다 벼르고 있으먼 넘이 몬자 혼내갖고 나헌티 애 원 헌답디다."
"긍게 그놈이 나보고 뀌뜸이라도 허고 그리야지"
"당신이 귀뜸허먼 그리라 헐 양반이유?"
"거 박서방이요."
눈치를 살피느라 머뭇거리자 진필이 방으로 들어가다가 돌아보며
"예에 요새 �고 댕김서 술 자�소?"
"아니 왜에? 나 박서방 본지 매칠되야 먼일이여?"
"그리요?"
"그란히도 조께 오라고 기별헐라고 헌디 아덜이라도 오먼 건너오라고 히여"
"맹자 아부지가 요새 운암옥에 잘 가능 갑더만 당신은 언제 가�소?"
"머셔? 거 무신 소리여. 임자 알다시피 내 전주갔다가 사흘만에 왔는디 오늘 임실간다고 안 �능가?"
"당신 따러 갔다고 허능개비요. 긍게 안으서 이상허다고 와서 물어보잖애요."
"지랄, 인자 술 집까지 댕기고 싶디야?"
"술 집까지요? 언지 딴디도 갔었가니요?"
"아니이 아녀 술 집은 요새 가능간만"
"술집 아니고 어디 갔었가니요? 왜 나헌티는 숨키시우 맹자 적어매 몰르는 머 시 있능간만? "
"멋은 머어 앞으로 조심허라고 헐텅게 걱정말라고 혀"
"아니 당신도 이상허요 이?"
거둔댁이 눈을 흘기고 더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자
"참 별걸 다 알라고 히쌌네. 아 그 방정이 노름히갔고 솔찮히 잃었었디야"
"예에? 무신 말씸이요.? 오매에 먼 날벼락이디야?"
"몰르는척 히여 난중의 내가 머라고 좀 히야겄고만. "
"그러더락 당신은 몰르셨소?"
"내가 그놈 뒤에 따러 댕기가니 알어? 다급헝게 와서 말히서 알었지"
"시상으나 얼매나 잃었답뎌? 언청 많응게 찾어옹것 아니요?"
"그야 글지. 거, 알라고 히쌌지마 야물게 머라고 �응게"
"아, 야물게 머라고 �으먼 또 운암옥이나 그런디로 댕긴다요?"
거둔댁이 역정를 내며 방으로 따라 들어간다. 아예 조근히 앉아 물을 모양이라.
"굼벵이도 둥굴재주가 있다더니만 참"
"어여 밥이나 주어 당신이 그런디꺼정 신경�가?"
"아까 와서 푸념을 늘어농게 또 안시럽잖이요. 히 먹고 살라고 헌디 손발이 안 맞으먼 더 심이 들지라우"
"모르는척 히여 아메 맹자 오매가 알먼 기절 초풍 헐 것잉게"
"긍게 그것이 어느정도다요?"
"몰라아. 딱지도 주어버�디야"
"예 ? 게나마 그거 없애머는 어쩔라고요?"
"그 상황에 딱지만 준 것이 다행 이지 멀 그려"
"글먼 당신은 멋 허�소? 벨돈이라도 주어갖고 도로 찾어오라고 허지"
"그�으먼 좋게? 차라리 거간꾼헌티 들어갔으먼 웃돈 얹어주먼 돌려주겄지맹. 근디 늦어버�어 알어봉게 여러놈 손을 거쳐서 전주사람헌티 있어 도청으 댕 긴다냐 어쩐다냐"
"아이구 시상으 아, 진작 이실직고허지 어쩌까이"
거둔댁은 탄식을 하고 진필은 담배만 뻐끔거리고 있다. 박서방은 어쩌다 괴임에 넘어가 딱지를 담보로 노름판에 끼고 결국 딱지는 거간꾼 손을 거쳐서 다시는
내 놀치 않을 사람에게 쥐어져 있었다. 해서 진필은 그가 딱지를 갱신할 때 원주인인 박서방의 인감이 필요하므로 절대로 도장을 찍어주지 말라 단단히 일러놓은 후란다.
이때에 딱지 갱신은 해마다 하게 되는데 그것은 어떤 경로든 추적치 아니하고 다만 있어야 했으므로 더러 원매자로 부터 도장을 받아내기 위하여 웃돈을 올려 주는 경우가 있었으니 진필은 박서방이 식구몰래 넘겨버린 딱지를 찾아줄 능력이 없으므로 그런 계산을 하게 된 것이라.
사실 돈이 생겨 다시 되 찾아 오려고 하여도 그것은 어려운 일 이었다. 딱지를 사는 사람들은 계화도 간척사업에 관여한 사람들의 수중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특히 사채놀이로 딱지를 사 들이는 사람의 손에 넘어가면 웃돈을 붙여주고도 다시 찾아온 다는 것은 언감생심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딱지, 이주 예정 지정서, 처음 분배받았던 사람들은 목구멍을 포도청으로 생각하여 살기 위한 방편으로 딱지를 팔았지만 사 두는 사람들은 투기를 목적으로 남아도는 여유를 훗날의 재산증식을 위하여 사 들였기 때문이라.
"큰 아지매 나왔어요."
"그려 어여 와라. 그새 핵교 갔다오냐?"
책보를 가느다란 허리에 발깡 묶고 뛰어 들어오던 맹자가 처마밑 그늘에서 놋그릇을 닦고 있으니 거둔댁을 보자 나비가 나풀거리듯 들어와 옆에 앉는다. 그애는 거둔댁을 큰 아지매로 부르는데 제 에미에서 밀명을 받고 들른 거라. 이제 박서방네는 맹자를 시켜 박서방이 방천 일이 끝나고 어디로 가는건지 뒤를 밟을 요량인 모양이라.
"큰아지매 누구 제사 돌아온대요? 그릇 닥으싱게로요"
"왜 제사 돌아오먼 그릇 닦는다냐?"
"잿말서는 그러�잖이요."
"그려 맹자너도 인자 많이컸구나 그렁거랑 짐작 헐종 알고? 느 엄마가 여그서 놀다 오라고 허댜?"
"예에, 아버지 언지 끝나서 오시능가 보고요. 큰아지매랑 놀다 오라고 �어요."
"아이구 그려 인자 딸내미꺼정 동원 �고나"
"예? 무슨 뜻이래요. 엄마보고 물어봤더니 가먼 큰아지매가 갈쳐주신다고 허던 디요. 왜 그러는 건디요오 갈쳐주세요. "
"이이 그게 말이다. 너 아부지가 너무다 술을 많이 마싱게 그렁갑다. 이? 술취 해서 가다가 넘어질까 싶기도 허고"
"긍게 아니고요. 내 친구네 아버지도 그�는디요. 가덜네 아버지가 술집에 있는 색시한테 화장품 사라고 돈도 주고요. 옷도 사다주었대요."
명자는 갸름한 얼굴을 요리조리 제껴가면서 거둔댁한테 재미나게 말하는거라.
"그려? 누가 그�다냐?"
"웃새터 있어요. 그리갖고 가덜네 엄마가요. 술집 아줌마를 머리끄뎅이를 잡고 흔들어 버�대요. 술집아줌마 불쌍히요 이 ?"
"술집 아줌마가 불쌍허냐? 친구네 엄마는 안 불쌍허고?"
명자는 반짝이는 그 애 특유의 초롱같은 눈망울을 굴리고 긴속눈썹을 착 아래로 깔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친구네 엄마가 불쌍해요. 왜그냐면요. 내 친구네 아버지는 가네 엄마헌티는 한 번도 화장품 안 사다 주�대요."
"그려 맹자야 너그 아버지도 누구헌티 그럴깨미 너 어매가 보락도 허능거여. 그렇다고 히서 아덜은 어른덜 일에 참견허먼 안�게 가만히 너아버지가 어디로 가�는지 귀경허는 것 같이만 히여. 따러가먼 안되야 알었지 먼 말인종 알어?"
맹자는 금새 얼굴을 시무룩히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거둔댁은 맹자가 솔찮이 그런데까지 생각하는가 싶어 대견스럽다. 이 아이 명자는 그 총명함이 얼굴에 베어있어 거둔댁이 늘 이뻐 하던 아이라.
"맹자 � 학년잉가 모르겄다 ?"
"5학년이요. 인자 내 명면에는 중학교 갈 때 돼요."
"그려 중학교 가야지. 근디 너어매가 중학교 보내 준다냐?"
"보내 돌라고 히야지 머"
명자는 샐쭉 해져서 뾰로통 해진다. 명자는 옆에 담아진 기왓장 가루를 손바닥에 퍼서 장난스레 다시 그릇에 담는다.
"아서라 이? 너 그거 만지먼 손 다 깍어진다 이?"
"저도 닦을라고요. 수세미 쪼꼼만 주세요."
"아서어 너는 거그서 학교서 재미난 이얘기나 히봐라"
칠월의 불 볕을 내리던 해는 어느덧 멀리 국사봉 넘어로 기울고 있었다.산그늘이 내리고 거둔댁이 명자를 데리고 이른 저녁을 먹고나서도 방천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누구하나 끝났다고 떠들면서 염재로 올라가는 이가 없다. 그네는 이상하다 싶어 고샅을 지나 삼거리에 나가보니 이미 사람들은 해산을 해서 들어가고 없다. 상운리 술집 주변은 벌써 전기불이 켜져 있었다.
"맹자 너 저그 질가상으로 천천히 감서나 한 번 보고 오니라."
박서방네 딸년은 폴짝거리며 뛰어간다. 거둔댁이 지켜보니 이집 저집 기웃거리는데 운암옥 앞에서는 망설이는가 싶게 조금 서 있다가 안으로 들어가는게 보인다. 잠시후 명자는 헐레벌떡 달려와서 거둔댁 치마폭을 잡고 앉아버린다.
"아이 요년아 옷다 벳기지겄다. 왜그려 어?"
새가슴을 잡고 할딱거리던 명자는 슬그머니 일어나 염재쪽으로 가려는 듯
"야 맹자야 왜 그냥갈래? 아지매보고 이약을 히야지 "
"울아버지도 개네 아버지랑 똑같이요. 나 갈래요"
붙잡고 물어볼 수 도 없이 명자는 염재쪽으로 달아나 버리고 거둔댁의 생각에 명자가 즈 아버지가 운암옥에서 분명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만 짐작을 하며 들어간다. 고샅에 풀이 많아 그걸 매느라고 호미도 없이 뽑고 있느니 어두워지는 고샅으로 진필이 들어오다가
"낮에 멋 �가니가니 다저녁으 그러고 있어"
"인역 기다리고 안 있었소"
"허허 인자조께 철이 등갑다."
"저녁 안 잡수싯지라우?"
"왜 밥도 안줄라고? 인자 밀가루 한푸대라도 벌로 가야겄고만"
"아이고 제발그러쇼 이? 참 시방 어디서 오시기라우"
"왜 전주서 오지 어디서 와 "
"언지 또 전주까지 가싯소? 기수는 요"
"거그 안 갔어. 밀가루 땜시 면 서기랑 같이 나갔다 오는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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