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39]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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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ylib.kll.co.kr/gen/main_0602.html?kkk=5&sss=1&sl=1&id=yehwa21&no=2355&sno=7645&n=39 

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39] - 김여화

 

 

 


 

 

 

제목  [39회] 물차던 여름-3
등록일  2001-12-02
물차던 여름-3


"아이고 어쩐디야. 이놈에 비는 왜 이렇코롬 쏟아 붓능고 이"
"아까보다는 조께 빗줄기가 잘어졌고만 멀그려? "
"글먼 어찌야까요."
거둔댁의 얼굴은 백짓장 같더니 콧날위에 파란줄이 금새 한줄기 그려지는가 싶더니 이내 검은 빛을 띄워가고 수천댁은 마당으로 나갔다 짚시랑끝으로 들어왔다 하면서 허둥거리고 있었다.
다시 징소리가 잿말을 뒤 흔들고 있다. 버스가 들어왔는지 길게 빵빵거리는 소리가 징소리와 함께 뒤숭숭 담박에 잿말을 들끓이고 있다.
"아이고 어쩌까이 어여 집으로 갑시다. 여그 이렇게 있을 일이 아니여 이"
"우선은 질로 아랫집부터 욍기기 시작히야 헐 것여 온동네 사람이 다 같이 가 서 그리야지 벨수가 없당게"
"그러지요. 물이 당장에 차 올라 오던 안허겄지요?"
"글지라우"
대답을 하면서 수천양반은 쌈지속에서 봉초 학 담배를 꺼내 얇은 미농지에 말아 불을 붙인다. 하지만 젖은 성냥이 불이 켜질리 없다. 자꾸만 그셔대기만 하는 것을 거둔댁은 방에 들어가 성냥통을 통째로 들고 나온다.
수천 양반이 흠뻑 들이킨 담배연기가 쌔때기 처마 끝에 닿았다가 쌔때기 날갯장 하나하나를 들추이며 스며들고 있다. 마치 담배연기는 불난 것 마냥 연기가 자욱이 처마끝으로 처마끝으로 돌아들고 있다.
"빌어먹을 놈덜 아, 미리 물찬다고 피허라고 히주어야지 썩을 놈덜이"
수천댁이 여전히 처마 끝에서 들락날락 짚시랑 물을 다 받아 맞으며 도롱이를 쓴채 그러하고 거둔댁은 그런 수천댁을 바라보며 수천댁이 퍼부어대는 지천을 자기 잘못인양 들어주고 있다.
"언지 그놈덜이 피 허라고 안�간이? 우리가 기양 설마 헌것이제"
"아 긍게 물돈을 줄라먼 나가서 살게 주야지 게나마 잘금거림서 중게 그것갖고 못나강게 글안허요"
"그게 어지오늘 허는 말이간디 백마디 천마디 히야 씨알이 맥히간이? 쓰잘데기 없는말을 혀?"
"아 긍게 쪼께라도 돈 받었을 때 나가자고 안 헙뎌 내가 머라고 헙뎌?"
"아 이놈의 마누라야 누가 그러기 싫여서 안혀? 물돈 그것 조께 갖고 어디가서 멋을 혀어?"
"아이고 참 두냥반이 아조 싸우시겄네요 그만허셔라우 성님"
"아니 제수씨 조께 들어보쇼 이? 맨날 물돈 그것조께 갖고 어디로 나가자고 헌 디 이 늙그막에 어디가서 천덕꾸레기가 되겄소 이? 그리도 내 농사를 지어야제 안그러요? 암 짝에도 몰름서나 거치없이 내가 어떤놈겉이 물돈 다 술먹어버� 으먼 어쩔뻔 �겄소 이 "
"아이구 참 그�으먼 내가 가만 두간디라우?"
"가만 안두먼 어쩔텨? 쥑일텨?"
"잘허먼 두 냥반이 동네굿 한 번 뵈겄소?"
"어? 언지 동상 왔능가?"
진필이 우산을 접으면서 들어오며 받은 말이다.
그의 얼굴도 사태의 심각함을 느끼고 어떤 준비를 할량 부지런히 아랫방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 입는다.
그 즈음의 옷이라야 삼베 잠방이 아니면 임실장이나 관촌장에 나가면 헌옷가지를 구제품이라 하여 수북 수북 부어놓고 팔았으니 풀먹이고 손질해야만 입는 삼베 것 보다는 손쉽게 팔아 털털 떨어 줄에 널었다 입는 나이롱 혹은 도시 사람들이 입다가 밀릉밀릉 낡아빠진 바지나 와이셔츠 깃이나 소매깃이 다 헤어진 그런 옷이라. 진필은 사위들이 그런대로 도시에서 살아 입던 옷들을 갖다 있었으니 그래도 다행이다.
많은 잿말 사람들은 닷새장에 나가 구제품 옷을 한나절씩 앉아 고르고 골라 사오는데 그래도 더러 잘 사면 자기 몸에 딱 맞는 옷을 찾기 마련이다. 아이들의 추석빔이나 설빔 그 자체도 집에서 만든 삼베 아니면 광목 더러 뽀뿌링 떠다 주름 잡아 만들어 입히는 것이 보통이다.
조금 여유가 있다면 신식 다후다 치맛감을 떠다 만들어 입기도 하였으니 더러는 아직도 저고리 조끼에 조선옷 바지를 입는데 비해 진필은 양복을 입는 편이었다. 더러는 이른봄 노가리 고추를 갈어놓고 할 일이 없는 틈에 고사리를 끊어 말렸다가 전주장에 내다 판 그리하여 아이들의 옷가지와 일용품을 사기도 하였다.
노가리 고추를 심는 것은 이르게 심는 사람들은 이월에 아니면 삼월에 초순에 심는데 이것은 망종 무렵이면 초벌 글갱이를 하면서 속아주는데 속는다는 것은 주로 호미끝으로 조삭거려 어린 싹을 실한 것 위주로 속아내는거고 두 번째 세 번째 거듭 지심을 맬 때마다 속아 주면서 고추밭을 매는데 보리 타작무렵 미처 고추밭을 닥달을 못하면은 이때에 손을 놓쳐 고추밭을 묵히기 십상이다.
풀이 막 떡잎 올라올 때 긁어버리는 것을 잿말 사람들은 긁갱이라 하였던 거라. 산두도 이러하니 보리 타작은 자연 늦어지고 또 보리를 베어내고는 그 자리에 콩이나 팥을 심어야 했기 때문에 일손이 정신이 없을 때다.
이러할 때 비가 며칠간 쏟아지니 화전에 산두밭 고추밭들은 바라구 명아대 쇠비름 참비름잎 지서대기 시작하고 보리는 보리대로 한쪽에서 싹이나는 것이 보통이었다. 게다가 모자리를 하고 마흔날이 지나면 나락도 시집을 보내야 하는거니 한쪽에서는 모를 심고 콩 심고 고추밭은 초벌 두벌매기에 이르고 그러다가 산두밭은 손을 놓치고 영영 매 먹지 못하며는 갈아 엎어 다시 두태를 심는 것이다.
아무튼 이때에 비는 몹비로는 적당하지만 지나치게 쏟아붓고 나니 수몰선 안에 있는 논들이야 모심기를 포기 하였으니 덜하였지만 보리 타작을 하려던 사람들은
낭패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진필은 보리를 갈기를 본시 적게 하였으니 일찍이 타작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타작을 못한채로 집 근처 공터에 더러 마당에 보리다발을 쟁여놓은 상태라.
간좌촌을 비롯해서 물가상에 있는 집 부터 방천둑을 넘어 들어오는 물이 넘실 넘실 마당에 그 혓바닥을 들이대더니 물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한 거라. 잿말은 간좌촌보다는 조금 위쪽에 집들이 모여 있으니 그리답지는 않지만 그렇대서 잠자코 그냥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 되어간다. 북덩물은 이미 돔방쏘를 삼키고 물머리를 잿말쪽으로 틀고 있었느니
"성님 어서 아래끝이로 내리 갑시다."
"그려 가세"
두 사람은 자잘하게 내리는 비를 몸으로 다 받으며 고샅으로 나가고 있다. 돌마 아래는 지난해 가꾸었던 봉선화 채송화가 절로 나서 빗속에 생기가 넘치고 있다.
"거 임자도 우비 준비 히갖고 나와봐. 사람이 우선이지 귀경만 헐수는 없잖 여?"
"예에 서방님 어서 앞서 가요. 우리도 따러 갈텅게"
"성님 글먼 어서 가 봅시다요. 아이고 어쩌꼬 이?"
"긍게 애초부텀 이사를 히얀다고 헝게 모다덜 암시랑 않다고 히쌌더니 먼 난리 여 으?"
수천댁은 고샅을 나서면서도 연신 구시렁거리고 며칠째 빗물이 쓸고 내려가 뾰족히 솟은 돌뿌리를 걷어 차며 엉거주춤 그렇게 내려가고 있으니 뒤에 따라가는 거둔댁이 보기에 영락없이 귀신이 저러려니 싶은 것이 우습기도 하거니와 또한 안스럽기 이를데없다.
"성님 안 춥겄소? 나도 진저리 쳐 징만요. 남자덜 비 다 맞어서 어쩐대라우 "
빗줄기가 그새 가느다란 실비로 바뀐 것이 그래도 머리에 썼던 수건이 젖어 들어가는걸 바라보며 거둔댁은 돌아다 본다. 거둔댁은 우비를 입었다. 그것도 딸이 가져다 준 헌 우비였다.
"후딱후딱덜 욍기야 헐턴디 어쩌까 이 ?"
수천댁은 울상으로 목소리까지 처량하고 구슬픈듯 느껴지게 말하면서 종종걸음을 치고 있다.
"아이고 어쩌끄나 나는 짐도 하나도 안 챙�는디 진작부텀 시나브로 싸놀 것을 아이고 인자 다급히서 싸도 못혀 나는"
"보리가마니 부텀 욍기야혀 물 먹으먼 큰일나"
입으로는 계속해서 다급한 말을 하고 있지마는 사실 그네의 걸음은 쉬이 빠르지 않다. 본시 아장 아장 걷는 편이었으니 급하대서 성큼성큼 걸어질리 없는것이니
"성님 찬찬히 맘 잡솨요 이? 아, 나랑 같이 싸먼 되잖이요?"
"아이고 자네는 온전허간이?"
"글도 우리집은 잿말서는 중턱에 있잖이요. 성님네 집보다는 좀 높응게요 우선 아랫뜸 사람덜 부텀 욍기고 웃뜸 사람덜 욍기야지요"
"참, 동서조께바 누가 물 차서 집이 갈앉은디 저그 집 두고 넘으것 욍길라고 허겄어? 생각히바"
"긍게 성님 회 헌디서 그러자고 히야지라우 같이 힘을 합쳐야지 혼자 독불장군 같이 헌다고 되간디요"
장터에는 이장이랑 벌써 모여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고 나온 사람들은 둘씩 셋씩 서서 근심스런 얼굴들을 하고 있다.
"우선 질로 밑에 사는 김씨 아자씨네 집부텀 욍깁시다요. 우선 저쪽 웃뜸 돌성 이네 집 우에까지는 가야헝게 후딱후딱덜 욍기고 지셔라우 지가 상운암가서 천 막을 돌래가지고 오던가 먼 수를 낼라닝게요. 알으셨지라우?"
이장이 먼저 말을 꺼내면서 쓰고 있던 모자를 다시 고쳐 쓴다.
"아니 시방 돌성이네 집 우에 머시 있간디 글로가라고 허능겨?"
"아니 머시 있능게 아니라 우선 욍기자는 거지요"
"이 빗속에 어뜨케 욍기자는 것여 시방"
"아, 글먼 어쩔라요. 안욍기고 어쩔라냐고요? 김씨 아자씨 갠찮지요?"
"나야 머 당장 급헌디 어디로먼 어뗘"
"긍게 미리 물이 차게 생�다고 알리�어야 헐것아녀?"
"시방 그것 따지자고 회 허능거요? 글고 나도 몰르능 것을 어쩌란 말이여우리 집이만 피난가고 동네사람덜만 냉기놨어라우?"
"그리도 누군가는 알었을 것 아녀?"
"참 답답허네요 이? 아 설계 헌놈이나 알었겄지라우? 글고 비가 와바야 알지라 우 앙그리요? 어르신? 수천어르신이 이 양반헌티 조께 말씸좀 히 주쇼이?"
"그려 이장말이 맞능겨 설계 헌놈이나 알겄지맹 이장이 어찌 알겄능가"
"아, 우선 돌성이네 허청으다 비 안맞힐 것은 갇다 쟁이고라오"
고함소리가 힘이 들어가고 그렇듯 시비조로 계속 이장의 말을 걸고 넘어지는 사람이 생긴다.
"왜 이리 소란헌겨? 욍기라먼 욍기지 아니먼 물속으다 기냥 내비둘텨? 급허먼
급헌대로 히야지 이장헌티 시시비비 따져서 멋헐거여 시간만 자꾸 가는게지. 어여 이장은 면으로 가서 보고허고 칠성이 너랑 젊은사람덜은 돌성이네 집 우 에 가서 천막칠디 맨들어라. 시방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여"
"예에 얼릉 천막부텀 얻어와야 히요. 아이고 참"
진필의 거두절미 단호한 지시에 동네사람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하고 이장은 불이나게 자전거 패달을 밟으면서 사양리 쪽으로 올라간다. 이장은 무엇이 떨어져라 달려가는데 그렇대서 면사무소만 가면 해결이 되느냐하면 면사무소에서도 속수무책 대책회의를 하고 있었다. 댐 준공기일이 12월이었으므로 마찬가지로 면사무소에서도 이렇듯 급히 물이 차서 뒷걸음으로 나 앉을 것은 상상도 못하였던거라.
면사무소 회의도 잿말사람들의 회의와 다를바 없었던 것이라. 진필은 그걸 알고 있다. 엊그제 회의에서도 비가 온다면 물가상에는 위험 할 것이라는 의견은 나왔지만 사실 비가 이렇듯 퍼 붓기 전의 일이라 전혀 예측하지 못한 더구나 진필 그 자신마져도 설마 하는 생각에 상운암에 집을 옮겨 놓고도 여직 떠나지 못한 것은 진필도 꼭 거짓말 같이 여겼었다.
회의를 한 대도, 설계를 했대도 수몰선은 제법 높은 200미터가 잡혀 있다해도 설마 넉넉히 잡았거니 했던 때문이라. 그것은 순박하고 무지한 우리네의 통념이었다. 왜인들은 설계를 할적에 호암산 턱에 금을 긋고 댐에 필요한 구역만 설정을 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 방대한 토지를 수용했으므로 그 자체도 주민들은 믿어지지 않는거라. 진필 그도 믿지기 않아 떠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댐이 완공을 앞두고 엄청난 폭우가 상류에 쏟아지니 이 지경이 된 것이다.
"거 누구든 헐말은 있겄지만 지금 말이 필요없는겨 어여 짐덜 욍기고 후딱덜 준비혀. 글고 아주머니덜은 우선 질로 아랫집부텀 짐덜을 싸도록 허시고요."
"암 그리야지라우. 아이고 우리 서방님이 질이셔 아이고 그말씸이 맞어요. 얼릉 김씨네 집이가서 짐덜 싸더라고 이?"
수천댁이 아낙들을 손짓하며 내려가고 남정네들은 몇 사람이 괭이를 들고 맨꼭대기집 돌성이네 집 고샅으로 올라간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난 운암강 가상에는 잿말 간좌촌 지천리는 벌써 물이 번들번들 집 마당마다 물이 들어와 있었다. 6,25가 지난 몇 해 후 물난리를 격은 뒤 처음인 듯 싶을 만치 물머리는 미치광이가 날뛰듯 치마 벗어 던지듯 강쟁이쏘 앞을 돌고 돌다가는 저 혼자 부딧쳐 제새끼 잃은 짐승마냥 사나운 호랑이 포효하듯 울부짓고 그러다가는 잠잠히 유유히 도도한채 흐르다가 다시금 붉덩물이 붉은
날개를 푸덕거리듯 간좌촌 뚝방은 금새 흔적이 없고.
차츰 집집마다 꿀떡 삼키며 산 기슭을 올라가는데 그제는 서두루지도 않을뿐더러 강쟁이쏘 앞 처럼 사납게 휘이 돌지도 않는 것이 발 아래를 내려다보면 조금전 있었던 지붕이 비쳤다가 집 뒤안 감나무가지가 보였다가 그러다가 저만끔 뉘집이 물속에 들어가고 그렇듯 시나브로 물 가상만 차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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