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37]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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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ylib.kll.co.kr/gen/main_0602.html?kkk=5&sss=1&sl=1&id=yehwa21&no=2355&sno=7643&n=37 

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37] - 김여화

 

 


 

제목  [37회] 물차던 여름
등록일  2001-12-02
조회수  15회
물 차던 여름물 차던 여름


"아이고 왠놈으 비가 이렇게 퍼 붓는당가?"
"그렁게 말이요. 이? 올 여름만 지내먼 댐도 다 막어 진다능만 다 막기도 전 에 물 차겄네라우?"
"아이고 대처 큰일이네 지금 저 아래 우리 논꺼정 물이 다 차 버�능개비여?"
"예에? 성님은 시방 어디서 오시간디요?"
"하도 갱번에 물이 번들거리서 기냥 나와봤어 자네 시숙은 강쟁이쏘 앞에까 지 나가보고 온다고 나가시고"
1차로 계화도와 시흥 반원 염전쪽으로 이주시켰던 160세대 주민들은 그곳 사람들의 횡포가 심하여 하나둘 가지고 간 이주비를 몽땅 날리고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7월 초순부터 차오르기 시작한 댐은 팔월의 접어 들어 더 이상 눌러 있게 가만두지 않는 상황이 되어간다. 행여 이 해의 농사는 질 수있으려나 했던 사람들의 기대가 이미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당국에서는 영농에 필요한 비료를 이미 대 주었고 또한 여름에 수몰된다고 예고를 하지 않은 상태로 비가오자 60만평에 심었던 모가 갑자기 물속에 잠기고 어디 그 뿐인가 엊그제는 박흔이 어디가 또 장자골 어디가 물속에 들어갔다는 소문만 빗줄기 속에 섞여 들려오고 있던 참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대책없이 농사준비를 하게 만들었으니 뜻밖에 물이 차 올라 농사를 망쳤으니 예고 의무를 무시한 당국에서 당연히 보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전까지 진필네 집은 상운암에 옮겨 놓고 아직은 새 집으로 이사를 가지
않고 잿말에 뭉청거리던 거둔댁네는 아랫채 사랑으로 쓰던 곳에서 살면서 동네사람들 이사갈 때 함께 가겠다하여 그대로 눌러 있을 때다. 진필은 영농 보상비 문제로 비가 오는데도 아침 일찍 읍내로 나가고 없었다.
아직 댐은 마무리 공사가 덜 끝나고 더구나 준공기일은 12월이니 잿말의 사람들은 물론 간좌터 사람들까지도 아직 그대로 있을때다 보리를 베고 아직은 훑으기 전이거나 더러 논 들은 모를 심은 사람도 있으니 행여나 하는 사람들은 얼른 일어서지 못한 채이다.
더구나 상운암에 옮기고 있던 면사무소나 지서 우체국까지도 아직은 새 청사에서 일을 보기 전이었다. 농사지으라고 비료까지 대주었으니 그처럼 빨리 물이 차 오를지를 누가 알았겠는가 모든사람들이 설마 이번 농사는 질 수 있으려니 그것은 면사무소나 그밖에 모든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몇 달이나 남았ㅅ는데 설마... ...
참밀대 도롱이 하나를 뒤집어 쓰고 수천댁이 거둔댁을 찾아 왔는데 수천댁의 옷 차림은 가관이라. 집에서 만들어 입은 중우는 물팍까지 딸딸 걷어 올리고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비오시는 날은 추운 것이 보통이다.
보리 누름에 설 늙은이 얼어 죽는다고 하지 않던가 위에 걸친 옷은 수천양반이 입던 겨울 옷을 걸친채로 마치 정신나간 사람마냥 그 모양에 약간 잿말에서도 높은곳에 자리잡은 거둔댁네 집으로 올라온 것이다. 타작해서 보리 괵기 쌓아두었던 것이 마당에 잿물을 부어 놓은듯 보리괵기가 썩어 비에 젖어 흘러 내리고 있다.
"아이고 이 사람아 자네라도 상운암으로 얼릉 갈걸 그릿능개비여"
"차암, 성님도 넘덜 다 안가는디 우리가 그새 멋허로 간다요? 거그 가봤자 매 몰르는 사람이고 그런디 안적 사람덜 다 기냥 있잖이요?"
"아니여 아무리도 심상찮이여 벌씨 �칠잉가 이렇게 퍼붓능게?"
"성님 걱정마시기라우. 설마 금방 잿말이 물찬다고 허겄어라우?"
"아리께 아리께 우리 보리타작 헌날 말이여 내 시방 생각히 봉게 그게 그말 잉 가 싶은디 말여 누가 그�는지 생각이 안 낭만?"
"먼 말씸을 요? 기수 즈 아버지도 엊그저께 임실 갔다 와서도 암 말도 안 허던 디요?"
"아니 신문이다냐 어디다냐에 났다는디 글 읽을종 아는 사람잉맹이여"
"머라고 났다간디요?"
"댐이 다 되야갖고 큰 비만 오먼 물이 다 차버리게 생�다냐 어쩐다냐 그렇게
났디야 글고 저 아래 머시냐 장자골 아래 거 동네 이름을 잊어 번�네 거그도 물이 금방 차게 생�다고 허덩만 "
"아이고 성님도 참 그럴 것 같으먼 맨이서랑 얼릉 이사가라고 허겄지요? 물차 서 집 가라 않게 내비 두겄어라우? 시방까지 암말도 안허잖이요?"
거둔댁의 얼굴에는 수천댁이 괜한 걱정을 하는 것 같아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있었다.
"그렁게 요상 안 헝가? 근디 시방 물이 거- 업나게 찼단디야?"
"미리 알어서 나가라고 허겄지요. 원래 간좌태는 여름에 큰비만 오먼 갱번에 물이 번들번들 �잖이요? 저그 선돌까지요 "
"걱정여, 어쩌까이? 아이고 서방님은 어디 갔�능고"
"임실 들러서 전주 기수한티요"
"으 참 기수 있는집 사기로 �담서어?"
수천댁은 그새 생각난 듯 거둔댁을 바라보며 도롱이를 벗어 허청난간에 걸치면서 돌아다본다.
"예에 큰 사우가 돈 빌리간놈 다 갖고오기로 �당만요. 그리서 어쩌끄 갔능디 여직 안 옹만요."
"잘 �어 자네는 기수라도 잘 갈쳐야지 암. 그 집이 솔찮이 크담서어"
"예에 방이 여러개 된대요. 거 전주역 조께 못가서요. 철뚝 가상집인디 아메 여 인숙같이 그렁것 헌집이다고 허더만요. 그집 쥔이 가덜 이모네허고 일가가 쪼 께 �게비요. 그집은 서울로 이사를 간당만요?"
"어찌거나 잘�어 철뚝 가상이라 시끄럽기는 히도 머 언징가는 철뚝도 욍긴다 고 서방님이 그러시등만 긍게 사 노먼 난중의 기수라도 살 것 아니냐고?"
"그리요? 철뚝을 욍긴대요? 나보고는 그런소리 저런 소리 생전 허덜 안 헝게 요"
거둔댁은 정말이냐는 눈빛으로 수천댁을 바라보며 그네가 방에 들어와 앉기를 기다려 묻는 말이라.
"저본때 저녁으 외기서 그리여. 성보고 그렇게 �다고 허덩만 시방이야 머 언 지 철뚝을 욍긴다고 볼 수는 없지만 미구에 욍기기는 욍긴단다고, 전주가 커져 서 사람이 많어갖고 시내 한 복판이라 글고 전주역 근처가 더럽잖여? 그리서 난중으 그렇게 되먼 땅이라도 차지가 �게 그리야겄다고"
"성님 나보고는 돈이 작응게 거그다 맞추니라고 근다고 허더만요?"
"사우가 글더리야 긍게 기냥 얼릉 잡어두라고 아메 시청으서도 그런말이 나능
것 맹이여"
"아이고 그럼서도 또 이사는 죽어도 안간다고 저�싸요?"
"서방님? 안 가신디야. 자네 시숙이 이참에 아조 나가라고 헝게 못나간디야"
"긍게요. 나가서 어뜨케 사냐고 글잖이요. 넘덜도 다 나간디"
"나가서 히 먹고 살 것 없다고 그러시겄지맹. 인자사 기술을 배우시겄어? 근다 고 나가먼 집은 사놓았응게 살지만 글도 안적 젊으신디 여그서는 농사라도 짓 지만 나가먼 아무짓도 못허잖이여?"
"농사는 언지 자게가 지었가디요?"
"글도 뱅든 쥔이 놉 아홉 몫 헌다고 허잖이여. 사실 서방님은 열 몫도 더 허 시지머 안그렁가?"
그러면서 수천댁은 동서를 향해 밉지않게 입속웃음으로 비아냥거리듯 눈을 흘기는데 거둔댁이 무거운 수심에 가득찬 얼굴로 나즉히 하는말
"사실은요 지가 나가먼 못살 것 같히요. 당초 겁나서요. 근다고 장사도 헐종 몰르고 아는것도 없고 "
비는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아니 퍼 붓고 있다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수천댁과 거둔댁은 사람이 퍼 붓듯 마당에 콸콸 짚시랑물 내려가는 모양을 아랫채 방에 앉아 내다보고 있다.
몸채 뜯어낸 그 자리에 어수선히 널린 돌멩이들 하며 뚤방 댓돌까지 아직도 그대로인 장독들 그네는 집을 지어 방짐을 옮기면서 아직 상운리로 가져가지 못한 집안의 살림살이들을 눈으로만 둘러보며 한숨을 쉰다. 뒤꼍 밤나무 잎삭도 반들거리는 모양새로 속절없이 빗방울을 받아내고 있었다.
까중나무 잎삭 말리던 것은 곰팡이가 피어 허청 간자에 매달려 젖어들고 앞산 뒷산 풀잎 위에 폭우는 넉살좋게 번들거리며 하냥 이죽거리고 있다. 몇 잎 남지않은 보라색 오동꽃 잎파리가 비에 젖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성님 전에 이 사랑채 질 때 얼매나 고상 �어요? 지붕 쌔비로 댕기니라고 맨 날 밥 히갖고 이여 날르고"
집안팍을 눈으로 후익 둘러보며 거둔댁은 아쉬운 눈빛으로 수천댁으로부터 동정을 구하듯 바라본다.
"새 집이도 누가 있어야지 비어 놓먼 안 좋잖여?"
"예 왔다갔다 험서나 우선 밭일 좀 추어놓고서나"
"혹시 누가가서 재리라도 허까 싶응게 부지렝히 가 여그는 왔다갔다허먼 되지 머"
"성님네는 어쩌실라고 헌대요. 우선 들어갈 멋이라도 하나 맨들어야 헐턴디 난 중의 급허시먼 우리집으로 오시던지요."
"그란히도 그리야 헐랑게비여 아 이렇게 쏟아지먼 어디 견뎌 나겄어?"
"참 근다고 성님 오늘내일 어떻게 되겄어요?"
"아녀 보통일이 아녀 난리나게 생�어"
수천댁은 작은 눈을 치뜨면서 일어나 벗어두었던 옷을 다시 걸친다.
"왜요 가시게요? 있다가 저녁 히서 잡수고 가시지라우 가덜 아버지도 이따가 올랑가 몰르고 "
"차 올시간 되�능가? �시여?"
"앉어기셔요. 섹유골로다 밥 금방 헝게요."
거둔댁네 아랫채 허청앞에는 우선 정지간으로 쓸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두 사람의 끼니 끓여 먹을 것으로 냄비와 잔그릇들이 그대로 있다.
거둔댁은 정지간으로 돌아가며 저녁준비를 할냥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내심은 자꾸만 수천댁이 하는말이 여간 섬� 한게 아니다.
그렇대서 덩달아 큰 일 날 것 처럼 할 수는 없다. 아무리 나이는 어리기로 손 아래 동서라지만 거둔댁은 침착했다.
"아이고 어여 비 그치먼 장독이랑 욍기고 이 고상허지말어 집 좋게 지어놓고 이게 먼 짝이여?"
"그란히도 꼬추밭 매고나서 박서방네 오라고 히서 욍길라고요."
"나 갈텨 적아버지 간자태 갔다가 올라왔능가 모르겄다."
"글먼 조께 있다가 저녁 히 놓먼 같이 와 잡사요. 아 비옹게 기냥 여그 지시지 간다고 그러신디야 "
수천댁은 도롱이를 뒤집어쓰고 있다. 여전히 짚시랑물은 또랑물처럼 마당앞 사랑채를 돌아 수채로 들어가는데 수채가 막혀 마당이 벙벙히 물이 가두어 지고있었다. 징소리가 울린 것은 이 때다.
"아니 이게 먼 소리디야? 간자태 징소리 아녀?"
"그렁게요. 먼일 났능가?"
"징소리가 깨진 소리것봉게 틀림없이 간자태 징소리여"
두 사람은 처마 끝에 서서 징소리가 울리는 간좌촌 쪽을 바라보고 서 있다.
"아이고 큰일났어"
외마디 소리에 두 여인네가 동시에 소리나는 고샅으로 눈길을 주는데 수천양반이 쓰고 갔던 도롱이는 어디에 팽개쳐 두었는지 비에 흠씬젖어 급한 걸음으로 올라
오고 있었다.
"아니 저 냥반 바 자게가 무신 젊은 청춘인종 아능게벼 고뿔들먼 얼쩔라고?"
"아이고 고뿔이 문제잉가 어여 간자태로 내리가바 큰일났당게?"
"왜요? 또 물이 차 올라온대요?"
거둔댁도 이제는 하얗게 질려 얼굴은 흰 담배종이마냥 얄포롬해지고 눈자위는 흰자위만 남아있는 듯 넋이 나간 사람모양 같다.
"아니요 물이 올라옹게 아니고 완전히 집들이 다 잼기게 생�어라우"
"참 긍게 동서 말이 그 말이 아니요? 연대 멋허느라고 비를 다 맞고서나"
"참 사람이 떠 널리가고 집이 다 떴넌디 그게 문제여?"
"예에? 아매 또랑 가상집이나 물이 닸능간만"
"참 이런 정신없는 사람바 아 박서방네 집도 물속에 있단말여"
그렇게 말하던 수천양반의 눈은 어느새 가자미 눈처럼 흘겨지고 있었다.
"아니 그집은 솔찮히 우엔디요. 글먼 맹자는요?"
"긍게 내가 조께 강쟁쏘 꺼정 나가 볼라고 내리갔는디 그때는 밸라 대수롭덜 안 �는디 저그 마당벌은 물천이여 진작 번들번들헝게 어어쩐지 물이 옴서나 봉게 많어징가 싶더라고 아 그리서 또랑 가상집이 물이 들어가기 시작헝게 금 방 방으로 정지로 차 버리리잖여? 그리서 박서방네 쪽으로 가봉게 거그는 미리 짐을 욍기고 있는 판이여. 거그가 차먼 우리 잿말도 가만 있덜 못혀 얼릉 어뜨 케히야지"
"아이고 어쩐디야 서방님은 왜 안적 안오시능고 이"
"언지 동상 오더락 지달러 잿말도 회를 히야 헐랑개비여 내가 그리서 옴서나 이장보고 말허고 왔어라우 마침 있더만요"
"글먼 아까 징소리가 우리동네 징소리여?"
"아 우 아랫 동네서 다 쳐댔지 못들었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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