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35]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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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ylib.kll.co.kr/gen/main_0602.html?kkk=5&sss=1&sl=1&id=yehwa21&no=2355&sno=7501&n=35 

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35] - 김여화

 


 

 

 

제목  [35회] 어리동 참꽃 필적에-3
등록일  2001-11-29
어리동 참꽃 필 적에-3


"아니 참 당신은 일찍도 말씸 허시오 이? 집을 뜯을라먼 짐도 욍기야 허고 준비헐 것이 좀 많간디 인자 그런 소릴를 허시오?"
갑자기 거둔댁의 볼멘소리에 진필의 표정은 멋적어지더니 다시 부드러운 낯색으로 바꾸고 바라본다.
"낼 온다고 히도 인자 집 둘러보고 또 지와내리고 헐라먼 하루 이틀에 되간 디? 우선 방짐덜은 아랫채로 욍기먼 되지만 치울 짐이 머시 있어?"
"어디로 갈라간이 그리요?"
"소재지를 상운암이다 헌당게 글로 가야겄지"
"거그는 우리 땅은 없잖이요. 그새 넘덜이 다 자리 잡었다덩만"
"진작으 염재다가 밭자리 하나 사 둔 것 있응게 천상 글로 가야지 벨 수없지"
"염재다가라우? 언지 거그다 밭 사�소? 나보고는 한마디 허도 않더니 거 밭사 서 누구 줄라고 그�덩거 아니요?"
"사람참 갖다 대기는 조께만 어쩌구라 허먼 그야단이고만"
"그것이 누 땅이간디?"
"내가 어찌 알어라우?"
"기수 앞으로 사 두었어. 내 임자 그럴종 알고 난중으 억지소리 허껨시로. 인자 기수가 주인이 되야야지 "
"가가 여그 와서 산다간디요?"
"지가 애비가 여그있고 조상이 여그지신디 안오고 배겨?"
"가보고는 억지로 여그 살으라고 허지마시기라우 그놈은 서울로 가서 대학 댕 긴다고 �어라우 공부조께 많이 허고 잡다고 �응게 붙들어매서 난중으 원망 듣지 말고라우. 글고 그놈이라도 잘 배와서 적아버지가 못헌 일 허라고 히야 지요"
"내가 긍게 지금 오라고 허간디?"
"참 대학가서 난중의 취직허먼 멀라 여그 와서 산다요? 온다고 히도 내가 막 을랑만요."
"아, 조상덜은 어쩌시라고?"
"아, 인역이 허시지 왜 하나배끼 없는 아들 앞길 막을라고 허�싸요?"
"내가 멀 막어? 저 허고 잔대로 다 허라고 �는디"
"기수란놈 멋을 그렇게 저 허고잔대로 허라고 �었간이요? 하이고 염재먼 너무 다 안 머요?"
"인자 거그다 학교도 세운단디 머시멀어 우리사 아덜 학교갈 놈도 없는디" "얼매나 크간디라우? 이집 맹이나 되요?"
"더 되야아. 말이 800평이나 된디? 그 밭�이다 학교가 생깅게 땅이조께 들어 가고나먼 한 500평은 남겄지맹"
"참 당신은 어쩌먼 그런걸 험서나 에펜네보고는 한마디도 안허시요이?"
"말허먼 임자가 허라고 허간디? 또 여러소리나 허겄지. 인자 안 헝가? 물돈 나 오먼 보태서 전주 기수 있는집 사버리고 농사짐서나 우리 두 늙은이 또두 락 또두락 살먼 되겄지 "
"딱지는 어쩌고라우?"
"그놈에 딱지가 언지 쓰일종 알어 그까짓거 �푼 되도 안헌 것 팔 수도 없고 없는디끼 갖고 있다가 나 죽으먼 기수 주먼 되지"
"죽을라간디요?"
"참 언징가는 죽지 안 죽어? 나사 넘으 딱지 살 수도 없는 형펜이고 그렇다고 누구같이 넘 빚주고 딱지로 뺏을 수도 없는일 아녀?"
"넘으것 탐내먼 내 것이 없어지는 법이라고 안헙뎌? 맹자네는 어뜨케 헌다요?"
"거그도 넘덜 받는 딱지 받응게 우선 여그서 그럭저럭 살먼되지 먼 걱정여?"
"수천형님네는 집을 어디다 욍긴답뎌?"
"어디 나갈디도 없는디 어디다 터 새로 잡어야지 벨 수 있가디?"
"거 간자태 누구는 딱지를 겁나게 샀담서요? 그거 사놓먼 돈 번다고 �쌌대 요?"
"돈은? 무신 돈 비싸먼 삼만원 간당만, 난중으는 몰르지 얼매나 갈랑가 그거야 계화도가 논이 맹글어져야 허는 말이지 시방같으먼 쓸모없는 종이떼기밖에 더 되야? 그놈에 종이때기 밑도 못 닦어 작어서 "
"밑 닦는디 얼매나 종오때기가 많이 들어서 참내 흐흐 글먼 텃밭이랑 있겄네라
오?"
거둔댁은 피식피식 웃는다.
"아, 글먼 텃 밭 없겄능가? 500평만 히도 많이 남을턴디 머 집한채 지어봤자 4 칸 접집 이라고 히도 � 평 되도 안 헌디"
진필은 거둔댁의 텃밭 있냐는 물음에 우스워서 콧방귀를 뀌듯 그렇게 대답하다가
"왜에? 텃밭 있어야간 ?"
물어보고 참 여자들은 단순하다는 생각에 또 한 번 피식 웃는다.
"왜 웃는다요? 여자덜 속 없다 그 말 헐라고 글지라우?"
"허허 그려 그런 생각�어 임자는 학실히 내 속 들어갔다 나온 사람맹이네 이? 내 얼굴에 머라고 씨였는가 ? "
"긍게 남자덜은 자기만 잘 난종 알고 애펜네들 사람으로 안 알지라우 흥 아이 고 누가 자기네덜만 못히서 죽어 산다요?"
"으? 거 먼 말이여?"
"나도 다아 속이 있어라우 당신 기수 들여 앉히고 싶지라우? 기수 집이다 들이 앉힐라먼 아니 난중으라도 우리 늙은이 사는디로 오라고 헐라먼 텃밭이 있어 야 히라오 머 아무종도 몰르고 기냥 무조건 오라고 허먼 올 종 알어라오?"
"건 또 먼 말이디야. 텃밭이 있어야 기수가 온다고?"
"그리요. 생전 당신만 머시거나 최고지라우 아덜 맴은 언지거나 애미가 더 잘 알어라우 아시겄어요?"
무언가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거둔댁을 진필은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흐믓한 눈웃음을 보낸다.
항상 말 없이 뒷서드래만 해 주던 여자, 무엇이든 손끝이 매워 얌전스럽던 여자 어디에 저런 당참도 있었던가 새삼 뜯어보니 가히 밉지 않은 얼굴이라. 덕집도 부잣집 맏 며느리감으로 듬직한데다 어느새 곱던 얼굴에는 눈가에 잔 주름이 지고 옛날 거뜸이 살 적에 몰래 가서 울타리 넘어로 쳐다볼 때의 그 귀엽고 탐스런 볼에도 이제 보니 여직 홍조를 띄웠다.
딸 셋을 낳고 겨우 하나 얻은 아들 기수를 기어이 전주로 나가 하숙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던 거둔댁이라. 무슨 일이든 사려깊고 아랫 사람들에게도 너그럽던 여인 벌써 나이는 오십에 가찹다. 색 진하게 언제 한 번 화장품 한 번 바르지 않던 그네를 오늘 바라보니 나이가 든 대로 곱다. 남들이 다 머리를 자르고 파마라는 것으로 머리를 지지고 볶을 때도 이이는 그져 구경이나 하듯 예대로 쪽지어 낭자를 튼 채로였다.
진필은 거둔댁을 얻기위해 밤마다 거뜸이로 달려가 훔쳐보고 그러다가 갈담양반 한테 걸려 혼찌검이 난 뒤 무조건 댁의 따님은 내가 데려가야 한다고 배짱을 부리니 그 기개에 눌려 갈담양반은 중매쟁이를 보내라 하여 혼인을 하게 하였었다.
용의주도한 갈담양반은 결국 진필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또한 서로 사돈간에 체면도 세우면서 사위를 얻은 것이라. 진필은 거둔댁을 바라보며 그윽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왜라우? 왜 기냥 실실 웃고 그러신다요?"
"아니, 그때 내가 임자를 잘 데려왔지 안그려? 장인어른이 그러�지 아들이었 으먼 큰 일을 했을 것이라고"
거둔댁은 그냥 흘리며 웃어버린다.
"그리서 집은 멋으로 질라고 헌디요?"
"거그는 물 안 찰텅게 지와 올리지머. 임자는 어뜨케 지었으먼 좋겄능가?"
"내가 멋을 알어요? 글고 여그것을 뜯어다가 짓는디 머 어뜨케 헐 수가 있가디 요?"
"그렇던가? 허어"
"뚤방이나 조께 넓게 히서 채양을 달어내먼 좋겄지요."
"채양을 질게 달어내먼 집이 어두워 안돼야"
"차암 그러먼 집 터를 돋와서 높이먼 되지라우?"
"머셔? 임자가 그런 것 까지?"
"긍게 당신은 맨날 나를 사람 취급을 안 헌당게요?"
아침부터 집 뜯는 기술자가 대장쟁이 김씨와 함께 올라왔다. 그는 집을 앞뒤로 요리조리 재 보고 그러더니 사람들과 함께 우선 기와먼저 내리도록 하는데 한쪽에서만 기와를 내리게 되면 집이 쓰러질 염려가 있으니 네 추녀 귀퉁이를 돌아가며 적당한 균형을 이루어 내려야만 하는거라.
대목장이는 쌍암리로 진필과 함께 올라가니 거둔댁네 집은 넓은 마당 가득 기왓장을 내리는데 먼저 용마루를 들어 내리고 노새와 수막새 암막새 구분해서 세워두고 쌓아두고 법석이다. 거둔댁은 방에 있는 짐들을 하나씩 보따리에 싸다가 새참을 해 주다가 연일 바쁘다. 수천댁이 올라와 함께 하다가 박서방네가 와서 함께 거들다가 했지만 그네의 손이 필요한 것이 더 많으니 잠시도 편히 앉아 있을 새가 없다.
집 지을적에 하듯 장정들이 기와를 내리느라 줄을 서 있고 하루는 기와를 하루는 지붕에 올렸던 알마 흙을 털어내고 왜때기를 걷어내니 박공목 다 들어내고 연자는 연자대로 서까래는 서까래대로 도리는 도리 보는 보끼리 각기 구분하여 마당으로 내리는 일이 집 지을 때 만끔이나 복잡하니 그냥뜯어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새로 맞추어야 할 판이니 조심하여 뜯는 것이다.
본시 집을 지을적에 못을 쓰지 않고 끌과 망치로 구멍을 뚫어 꿰어 맞춘 것이니 다시 갖다가 맞추면 복원이 되는 것인데 예를들어 집을 지어 지붕을 올리기 위해 박공을 대어 연자와 서까래를 걸고 그위에 외때기를 엮으고 왜때기 위에 알마 흙을 올리는데 이때에 알마흙을 한 쪽에만 치우쳐 올리면 도리가 비끄러지면서 돌아버려 집이 쓰러지는 것이니 알마를 올릴 때에는 온동네 사람들이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라.
사람이 많아야 네 귀퉁이 추녀부터 시작해서 흙을 올릴때에 균형을 잃지 않는거라 각기 지붕에 올라가 네 귀퉁이를 맡아 알마를 얹는 것이다. 그러니 흙을 털어낼 때도 이치는 마찬가지로 실제로 새 집을 지을적에 흔히 있는 사고인 것이다.
진필의 집은 기둥을 통나무를 각지게 깍아 세웠는데 그 집을 새로 지을때에 진필은 20대로 후에 댐을 막으면 수몰될 것을 염려하여 그리 말라고 말렸지만 사람이 태어나서 죽기까지 맘에 있는 집 한 채 짓는 것도 업이라하여 강행을 하였는데 대목장이와 일꾼들이 다섯달을 그 집에서 기거를 하였으니 거둔댁 시집온 직후라하여 진필은 그 집을 지을적에 하도 힘이 들고 공들여 지은거니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상운암에 집을 뜯어 옮길 생각으로 일찌감치 염재에 밭을 사 둔 것이라.
그리하여 진필은 아들 기수가 대를 이어 그 집을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으니 기수가 들어와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여러번 들어왔던 거둔댁이 염려되어 그런 것이다.
거둔댁은 아들 기수가 터가 넓은 집에서 살면서 울안에 정원도 만들고 싶다던 말이 생각나서 진필에게 텃밭이 있느냐고 물은거라. 그런 거둔 댁의 뜻을 모르는 진필은 그네의 생각이 이상하고 이해되지 않는바라. 여러날에 걸쳐 진필의 집은 상운암으로 재목을 실어가고 거둔댁은 그곳으로 끼니를 해서 나르는 일이 계속 되었다.
상운리 소재지는 날마다 망치소리 사람들이 집을 지으며 알마 올리는 소리로 가득하다. 새로이 형성되는 소재지의 모습이다. 저 옛날 매마르고 살기 힘든곳이
새터로 웃 새터 아랫 새터라 이르고 진필은 아랫 새터에서도 조금 남쪽으로 아니 남동간으로 돌아앉은 곳, 방문을 열면 저멀리 사양리 앞 들판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라.
나중에야 그 들판도 물이 찬다 하지만 설마 사양리 앞까지 물이 찰랴다? 하는 사람들이 태반인 그때 진필은 밭을 샀다는 말을 거둔댁이나 기수에게 말하지 않더니 집을 뜯어 옮기는 날에야 밭을 사 두었다고 말하고 대목장이를 대장장이 김씨를 데리고 밭을 둘러본다.
대목장이도 밭터를 둘러보고는 흡족한 모양이다.
"어뗘? 갠찮겄능가? 터가? 좌향을 남쪽으로다 조께 틀먼 좋지 않겄능가?"
"아이고 어르신 차암 좋네요. 글지라우? 대목쟁이 눈으로다 말조께 히 보쇼 이"
"그렁게요. 참 좋고만요. 터가 좋아요. 혼�허고서나"
"지금잉게 그러지 난중의 집덜 모다지먼 아조 좋겄어요"
세 사람은 새로 짓게 될 집 터에 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주고 받는 말이라.
"어르신은 풍수도 허시능교?"
"이 ? 먼소리 풍수는 먼, 반풍수가 사람잡는다 않던가? 누가 들으먼 큰일나겄 네"
진필은 두 손을 내저으며 대목장이가 하는 말에 극구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아, 어르신이야 풍수를 보신다고 허기보담은 박식허싱게 안 그러싱가? 그런 양반덜은 대충은 다 짐작허시드만"
"아니 그리도 보실종 아능 양반이야지 아무나 이런 존자리 못잡어라오"
"그러는 당신은 풍수쟁이고만"
"이? 나아? 머얼이요"
대목장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나 몸채 앉을 자리를 이쯤 하면 어떠냐면서 저만끔 걸어간다. 진필도 고개를 끄덕이고 대목장이는 옆에 있던 먹줄을 갖다주며 튕겨보라는 듯 내민다.
"우선 막대기 � 개 있어야 허겄는디요"
"으 그거 내가 어디가서 주서옴세"
진필은 몸채를 앉히고 앞으로 학교를 짓는다는 쪽으로 되도록 피하라 이르고 몸채 앉힐 자리를 표시 하고 있는 두 사람을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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