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연구소 카페에 올려진 감동적인 무운 김명환 선생댁 진도견 이야기
오랜만에 늦은 시절 인사도 드릴겸 토수 무운 김명환 선생님이 열정을 가지고 꾸리고 계신 구들연구소 카페를 방문했습니다. 독립운동가이자 주시경 선생의 맥을 잊는 한글학자이자 김두봉 선생의 자제분인 무운 선생님은 그분의 가족사에서 엿보이듯 아슬아슬하고 고달픈 남한땅에서의 삶을 슬기롭게 이어오신 분입니다. 지금은 강원도 양양과 속초사이의 강현땅에서 한국의 고유 구들문화의 맥을 잊고 전승하는 일을 묵묵하게 하고 계십니다.
그분의 구들 카페에 2년전 분양했던 진도견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사연을 올려 놓으셨습니다. 이해관심에 따라 쉽게 등을 돌리는 우리 인간사에서는 접하기 힘든 진한 감동이 느껴지기에 이곳에 퍼왔습니다. 그리고 시간되시면 아토피치료에도 큰 도움이 되는 전통 구들만들기도 이땅의 마지막 토수 무운 선생께 한번 배워보시길 바랍니다. 아래는 무운 선생의 글입니다.
잃어버린 진돗개가 2년만에 돌아와서...마음이 아픔니다.
사진/ 눈도 멀고 귀도 처지고 낭심은 얼어 퉁퉁붓고 목에는 핏자국이...그러나 묶여 있지않아 목들미는 털이 깨끗합니다. 한 때 전라도에 살 때 진돗개를 엄청 좋아 했고 많이도 길렀었습니다.
전라도를 떠나 강원도에 요양차 귀농하면서 아끼던 물건이고 짐승이든 간에 모두 버리고 심지어는 가까운 인연들도 멀리 하게 되었습니다. 귀농하면서 짓돗개 두마리를 가져와서 번식도 시켜보았지만 색갈과 폼새와 품성좋은 것은 모두 멀리 떠나 보내고 지금은 좋지않는 몇 마리만 기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기준에 의해서 진돗개가 좋고 나쁘고 가격을 매기고 하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다 부질없는 짓이다 하고 이제는 같이 오래 지내던 멋 없는 진돗개 몇 마리만 기르고 있습니다.
옛 글인 십현담에 보면 청자청(淸自淸) 탁자탁(濁自濁)이란 글귀가 생각나는군요. 맑은 것도 저절로...탁한 것도 저절로... 라란 뜻으로 이해합니다.
그리고 또 생각나는 것은 "하늘은 난초와 잡초를 함께 내거늘 어찌하여 안간은 잡초는 뽑고 난초는 기르는가..." 이런 등등의 글을 접하면서 진돗개도 정리하고 풍란과 석곡이며 값 비싼 동양란들도 정리하고 이제 몇 포기만 습관적으로 기르고 있습니다.
왜 이런 변명의 서론의 글이 긴지 저도 나이가 든 모양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의 집에서 떠난 진돗개가 2년만에 돌아 왔습니다.
얼마나 찿아 해매였는지 한쪽 눈도 멀고 한쪽 귀도 상해 처져있고 목덜미는 찟어져서 핏자국이 있고 낭심은 얼어 부풀고..... 개를 천성적으로 싫어하는 옆지기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측은 해 하고 "우리가 기르자" 그러합니다.
이 개는 그래도 대통령상을 받은 저 유명한 전북 죽청견사의 '비돌이'의 후손입니다.
저의 집에서 7개월 정도 길렀는데 저의 집에서 그리 멀지않는 곳에 사는 친한 친구가 하도 탐을 내서 저렴하게 돈을 받고 주었는데 바로 잊어 버렸답니다.
그리고 잡혀간 집에서 2년만에 도망을 쳐서 이리저리 돌아 다니다가 잘 먹지도 못해 야이고 상처 투성인채로 저의 집을 찿은 겁니다. 몇일 두다보니 집 앞에서 잠만 잡니다.
묶어놓지 않아도 집을 나가지 않고 반갑다고 꼬리는 치는데 별 반응이 없는 것을 보니 마치 '자패증이 깊은 아이와 같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죽을 때 까지 길러 보겠습니다. 제집이라고 찿아 왔는데 멋 없고 품성이 좋지않는 진돗개라고 수군거려도 어떠 합니까? 제 집 찿아 2년 만에 죽을 고비를 넘기며 찿아 왔는데 구박하면 인간이 아니지요.
無耘(토수)sowooz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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