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1. Dr. Sam Lee/14_외국이야기

열리는 스위스 비밀 계좌

忍齋 黃薔 李相遠 2009. 3. 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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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리는 스위스 비밀 계좌

 

1982년 이탈리아 경찰이 로마에서 비밀 예금을 유치하던 스위스 은행원 2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돈을 맡긴 예금주들이 탈세 의도가 있다고 보고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두 사람을 신문했다. 한명은 예금주 정보를 밝혀 석방됐지만 한명은 끝내 입을 다물어 구속됐다. 스위스 당국은 고객 비밀을 알린 은행원에게 6000만원가량의 벌금을 물렸다. 구속된 은행원에겐 영웅 대접을 하며 거액의 위자료를 줬다.

▶ 스위스는 17세기부터 비밀 보장을 내세우며 외국인 예금을 유치하다 1934년 '비밀주의'를 은행법에 명문화했다. 스위스 은행에 돈을 예치한 유대인 명단을 달라는 나치 정권 요구를 거부하기 위해서였다. 계좌 비밀을 누설하면 최고 6개월 금고형이나 5만스위스프랑 벌금형에 처한다. 탈세 증거가 없는 한 스위스 사법당국도 계좌 추적을 못한다. 스위스엔 은행이 350개가 넘지만 간판조차 붙이지 않고 행원이 100명에 불과한 곳도 많다. 이렇게 세계에서 끌어 모은 돈이 2조8000억달러로 금융업 비중이 전체 GDP의 12%에 이른다.

▶ 비밀 계좌를 열려면 예금액이 적어도 10만스위스프랑(약 1억2500만원)이 돼야 한다. 이름 대신 숫자나 문자로도 계좌를 만든다. 그럴 경우 본인이 직접 신원을 증명하고 번호계좌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예금주 정보는 같은 은행 안에서도 담당 직원과 바로 위 책임자만 안다. 예금을 찾으려면 본인이나 법적 대리인이 6주 전에 신청해야 한다.

▶ 스위스 금융경쟁력의 상징인 비밀 금고엔 '검은 돈의 은닉처'라는 오명도 따라붙었다. 미국 정부는 스위스 최대 은행 UBS가 미국 부자들의 돈을 빼돌리는 데 협조했다며 5만여 고객 정보를 내놓으라 압박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스위스 정부가 그제 탈세에 연루된 고객 정보 제공에 협력하기 위해 비밀주의 은행 법규를 OECD 기준으로 맞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고객 비밀주의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해 앞으로 어떻게 법을 개정할지 관심거리다.

▶ 전 세계에 정치인이나 관료, 기업이 탈세를 위해 스위스 비밀 금고나 버뮤다, 리히텐슈타인 같은 조세피난처 35곳에 숨긴 돈이 10조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북한 김정일도 스위스 비밀 계좌에 돈을 감춰뒀다는 얘기가 나돈다. 스위스 은행의 금고 문이 세계를 향해 열리는 날 각국에 엄청난 풍파를 몰고 올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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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동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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