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1. Dr. Sam Lee/14_외국이야기

[스크랩] 몽골기행, 하늘`땅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4)

忍齋 黃薔 李相遠 2010. 7. 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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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

 

 밤하늘의 별은 한국보다야 많겠지만 두드러지게 많아 보이진 않았다.

 아마도 보름달이 너무 밝은 이유도 있고, 별이 가장 많은 은하수가 하늘 남쪽에 치우쳐 보여서였던 때문인 것 같다.

 한국에서는 북쪽에 보이는 북두칠성이 몽골에서는 하늘 중심에 가까운 곳에서 보인다.

 그보다는 석양과 일출이 훨씬 아름다웠다.

 보랏빛으로 물드는 일출을 보라!   

 

 

 

  아침 식사를 대충 마치고 유목민이 잡아놓은 양고기를 먹으러 갔다.

  몽골 전통 양고기 요리는 [허르왁] [허럭]이라고 하는데,

  집안의 가장 나이 많은 어른이 먼저 잡을 양을 지적한다. (병들거나 늙은 양)

  사람들이 이리뛰고 저리뛰어 겨우 양을 잡아오면 양의 목 아래 심장에 가까운 부분을 칼로 확 그어버린다.

  그리고 그 부분에 손을 집어넣어 동맥을 잡아당겨서 불과 수십초만에 양을 고통없이 죽게 한다.

  양의 내장은 꺼내어서 따로 삶고, 양고기는 토막내어

  홈통에 미리 달군 자갈을 넣고 그 위에 고기를 놓고, 다시 그 위에 자갈, 고기 이런 식으로 쌓아 두면 고기가 익는다.

   익은 고기는 얼핏보면 삶은 고기와 비슷하고, 씹는 감촉도 삶은 고기 같다.

   흔히 양고기는 노린내가 난다고 하는데, 허르왁으로 조리한 양고기는 전혀 냄새가 나지 않는다.

   

   양고기를 손에 들고 맛있게 뜯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젯밤에 소똥을 주으러 다녔던 손을 씻은 일이 없군)

   한국에서는 모든 종류의 고기(소, 돼지, 닭, 생선 등)를 전혀 먹지 않던 배이사도 용기를 내어 양고기 조각을 2, 3개나 먹더군. 

   

    

  양고기와 보드카! 완전 환상적인 궁합!  

  양고기만 맛이 좋은 것이 아니라 내장은 더욱 맛이 좋다.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내장(간, 염통, 신장, 신경줄, 기타 명칭을 모르는 것들)은 처음 먹어봤다.  

  위 사진에서 맨 오른쪽에 앉은 주인이 내온 녹색 보온병에 든 것은 몽골인들이 물처럼 마시는 [수태차]다.

 

   식사를 하고나니 주인장의 미혼 아들들이 말 2마리를 가져 왔다.

   키는 작아보이지만 인내력이 강하고 잘 달리는 몽골의 대표 말이다.

  

 

   출발하기 전에 버스에 타고 있던 방사장이 몸이 좋지 않다면서

   (버스는 가로 1.5m 세로 1m 가량의 창문 부위가 떨어져 나간 상태라서 바람 씽씽, 먼지 씽씽 돌입) 

   델리카로 옮겨타러 갔다가 소박을 맞고 돌아왔다.     

   여기에서 작은 갈등이 점차 싹트기 시작한다. (주요 갈등의 시발)  

      

   유목민이 사는 게르는 둥근 모양으로서 출입문은 정남향으로 내며,

   북쪽은 주인의 자리, 동쪽은 여자, 서쪽은 남자의 자리다. 

   한 가운데에 두 개의 기둥(바간)을 세워 게르의 무게 중심을 잡고, 그 바로 위에 토노라는 천창이 있다.

   바간 사이에는 화로를 놓고, 토노를 통하여 연기는 외부로 배출된다.  

   

 

 

    버스가 출발한 지 얼마 안되어 운전석쪽 앞바퀴가 펑크(2차 사고) 났다.

    마침 쟈키가 델리카에 있어서 우리는 20여분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다른 차가 뒤에 섰다.

    그 차에서 쟈키를 빌려서 앞바퀴를 교체하였다. 

    뒤따라 온 차에는 미국인 부부가 전세계 180여개국을 여행 중이라고 하였다.(아이고 부러워라)

 

    얼마쯤 가다보니 교체한 타이어가 다시 펑크(3차 사고)가 났다.

    사고가 나도 연락할 방법도 없고 델리카는 사라지고 없으니 또 미국인 부부가 탄 차량 같은 차량을 기다려야 하나?  

    사막에는 풀 외에 키가 10cm 남짓한 아주 작은 나무만 있는데, 요것들이 말라 죽으면 까시같이 되어서

    연신 길아닌 길을 다니는 버스 바퀴를 뚫는 것 같다.

    버스에 탄 사람들이 약 2 - 3km를 걸어 가보니 작지 않은 마을이 나왔다.

    (델리카는 그제서야 버스를 구원하러 거꾸로 길을 되짚어 갔다. ㅜㅜ)

     

    마을에서 게르에 들어가 빵도 얻어 먹고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자꾸만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거다.

    가보니 원주민 남자 1명이 잔뜩 화난 표정으로 우리 일행을 뙤약볕에서 꼼짝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배이사가 담배를 권하여 조금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우리가 못마땅한 모양이다.

    가이드는 버스 고치는 곳에 있으니 왜 화났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배이사가 손짓 발짓으로 저 앞 길에서 타이어 펑크가 나서 여기까지 걸어왔다고 하자 대략 아는 눈치다. 

    우린 그렇게 체포당해 있다가 버스가 오자 서둘러 떠났다.

 

     가이드 설명으로는 그 마을은 금광 지역이고, 작년인가 마을에 있던 공장이 폭발하여 민심이 흉흉한 것 같다고 한다.

     지나다 보니 지하 수십미터 깊이에 커다란 인공호수가 보이는데, 바로 금광 개발의 상처다.

     물이 귀한 몽골에서 이렇게 지하수가 한 곳에 몰리게 하고 금을 캐는데 그 물을 쓴다면

      결국 유목민들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몽골은 세계 10대 자원 부국이라고 하여 많은 나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단다.

 

     사막에서는 폐허도 아름답다. 

 

   몽골 사람들은 라마교도가 많아서 도시(학교, 병원, 관공서가 있는 약 100여호 내외의 마을)마다

   라마교 사원을 찾아볼 수 있다.       

    

   

 

   버스가 얼마쯤 가다가 이번엔 기름이 다 떨어졌다(4차 사고)

   델리카가 먼저 가서 기름통에 기름을 담아와서 그 기름으로 겨우 주유소까지 가서 기름을 채울 수 있었다.

   그 전 도시에서 버스가 기름을 넣으려 하였지만 주유기가 고장나서 넣지 못했던 것이 결국 화를 부른 것이다.

 

   오늘 300km를 간다고 했는데, 하도 사고가 잦아서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제는 별 사고 없이도 240km를 겨우 왔는데...

   버스에서 아침에 가져온 양고기, 아침에 끓였던 누룽지 등으로 저녁 6시경 간이 저녁 식사를 했는데, 나는 빠졌다.

   아침에 먹은 양고기로 속이 워낙 든든하고 뭐 곧 저녁을 먹을 수 있을 테니깐.... 완전 오산이었지만.

   사막이라서 그런지 고기나 누룽지나 저녁까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밤이 되니 길이 영 보이질 않는다.

   밤 10시가 다 되어서 목적지에 거의 다 왔다고들 하는 순간 델리카가 사라졌다.

   버스가 불빛을 확인하고 겨우 찾아가보니 델리카는 모래에 빠져 있었다.

   "혼자 잘난 척 하더니 고소하구만"하는 느낌도 잠시 버스마저 모래에 빠졌다.(5차 사고)

    남자들이 전부 달려들어서 버스를 들고 밀고 하여 무려 2시간 넘어 낑낑대서 겨우 버스를 빼냈다.

    버스가 하도 빠져나오지 못하자 버스 기사는 자신의 침낭과 옷가지를 버스 바퀴에 대더군.

    모래를 넣은 마대자루 1개가 큰 도움이 되었는데, 사막 여행시에는 마대자루 3, 4개는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어....그런데, 버스가 모래밭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우리를 버려두고 불빛도 잘 안보이는 곳까지 가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화가 나서 저마다 한 마디 했다.  "구해주니 도망가?"

    한참 후에 버스 기사가 되돌아와서 우리 일행을 지나 델리카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우리는 그제서야 버스가 있는 곳으로 가서 그곳에서 비박을 하기로 하였다. 남자들이 텐트를 치는 동안 

    나는 나뭇가지를 주워다가 모닥불이라도 피워 사람들의 피곤하고도 상심한 마음을 달래려고 했다.  

    보드카 몇 잔 마시다가 그대로 잤다.

    새벽녁에 비가 잠시 뿌렸다는데, 그것도 모르고 침낭 안에서 그대로 잤다.   

      

    이 날이 몽골 여행에서 가장 힘든 날? 아니다....  

출처 : 복사26회
글쓴이 : 김동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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