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1. Dr. Sam Lee/14_외국이야기

[스크랩] 몽골기행, 하늘`땅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7)

忍齋 黃薔 李相遠 2010. 7. 18.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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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30.]

 

 박종훈 대장님은 어제(홍그린엘스)가 몽골 여행의 하일라이트라고 하셨지만

 저는 오늘이 몽골 여행의 하일라이트라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버스기사를 보니, 손가락 4개를 펴 보이면서 기분 좋아합니다.

 어제 푹 쉬면서 버스 타이어 4개를 수리하였다는군요.

 사실 버스 고장이 잦다보니 모두들 조마조마한 심정입니다.

 이래서야 무사히 울란바토르까지 갈 수 있으려나?

 버스가 관광객의 편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이 버스의 안녕을 염려하는 희대의 여행입니다.

 

 울란바토르에서 남쪽으로 삼일을 내려오고(욜링암까지) 하루는 서쪽으로 향하고(홍그린엘스까지)

 이제 다시 울란바토르를 향하여 북쪽으로 향하는 일정입니다.

 하루에 많이 와야 300km를 왔을 뿐인데, 오늘은 아르바이헤르까지 무려 450km를 가야 한다고 합니다.

 허니, 우리들의 편의보다는 버스의 안녕을 기원할 수밖에요..

 

 부지런한 바타르가 2일전에 날아가버린 창문 부위에 스카치테이프를 가로, 세로로 붙여

 바람은 들어오지 않습니다만 버스 내부가 너무 더워서 위의 천창 3개를 다 열어야 합니다.

 그런데, 버스가 덜컹거리며 천창이 자꾸만 내려오니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서 그 사이에 빈 생수병을 끼워두니

 천창이 잘 닫히지 않더군요. 몽골 여행에는 생활의 지혜도 필요합니다 ㅜㅜ

   

  델리카와 버스 승객 사이에 긴장이 알듯 모를 듯한 긴장이 지속되자,

  델리카에 타고 있던 선용클럽 회원 두 분이 버스로 옮겨타면서 버스 승객 두 사람이 델리카로 옮겨가야 하는데...

  서로 델리카에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심지어 귀양, 유배란 표현까지 써가면서 서로 안가려고 하여 최연장자 두 분을 델리카로 모셨습니다.

  (델리카에 당첨된 두 분과 버스에 남은 사람들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까요?)  

 

  박종훈 대장이 며칠째 마유주(아일락) 노래를 불렀는데, 오늘은 드디어 마유주 마실 기회를 잡았습니다.

  마유주는 말젖을 발효시킨 것으로 25도 이상이어야 발효가 되고(날씨는 적당),

  새끼말이 여럿 있는 곳 근처의 게르에 가야 맛을 볼 수 있는데, 오늘에야 드디어 그런 게르를 찾았습니다.

  마유주는 시큼한 맛이 나는 약 3도 가량의 저알콜음료로서 우리의 막걸리와 비슷합니다.

  2만원 어치를 사니 모두 마시고도 버스에 실어올 정도로 양은 많았습니다.

  아일락을 마신 사람들은 한결같이 설사를 하였는데, 좍좍 배설하고 나면 쾌감이 그만입니다.

  (아일락 마실 때에는 설사할 자리를 미리 봐둘 것!)

  한 번 아일락을 마셔서 몸속에 유산균이 자리 잡으면 그 다음부터는 아일락을 마셔도 설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방문하였던 게르 옆에 부천YMCA 로고를 붙혔습니다.

     게르를 방문하려면 미리 아이들을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천Y와 일행은 공, 팽이, 크레파스와 연습장, 신발, 옷가지 등 금액은 작지만 참으로 많은 선물을 준비하였는데,

     다 인기가 좋았지만 단연 최고 인기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습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폴라로이드 사진을 주면 너무들 좋아하더군요.

     

      오늘도 델리카가 앞장을 섰는데, 출발 전에 미리 목적지(홉도?에서 점심)를 정해주고,

      버스가 보이지 않으면 기다려달라(수리도구가 버스에 다 없으니)는 약속도 했습니다.

      도중에 산맥을 넘었는데, 산이 높지는 않지만 길이 험하여 다들 버스가 무사히 넘어갈까 걱정이었습니다만

      무사히 넘어 다시 초원지대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러나 델리카는 오늘도 용감하게 앞서가더니 또 길을 잃게 하였습니다.

 

      

                                                 

 

                                                    Graphic by 박종훈

                                     (위에는 산맥을 넘어간 길이고, 아래는 빨간 예정루트를 벗어나 노란 길로 해멨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로봇태권브이는 이틀 푹 쉬었음에도 오늘 다시 고장씨리즈를 시작합니다.

      첫번째 펑크는 간단히 해결하였습니다.  (델리카가 옆에 있었죠) 

      

 

         고장나면! 우리는 자동입니다.

         다들 버스에서 내려서 버스 그늘 옆에 돗자리를 펴고 앉습니다.

         뭐 어차피 기다리다보면 해결되잖아요...

         

         도중에 경험한 일...

         게르 몇 채가 있는 곳에 도착하여 사진을 찍고 쉬면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있는데,

         순식간에 말을 타고 10대 젊은이가 그 곳으로 오더니,

         곧 오토바이를 탄 20대 젊은이가 아이들을 태우고 또 오는 겁니다.

         우리는 준비한 선물이 거덜날까봐 제빨리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목민들은 시력이 6.5가 넘는다는데 정말인 모양입니다.

          

         잘 가다가.... 2-30분만에 또 버스가 펑크가 났습니다.

         이번엔 뒷바퀴인데, 버스기사가 바퀴를 빼는 것 까지는 쉽게 했습니다.

         (나무토막을 안쪽 뒷바퀴 앞에 두고 차를 조금 전진하여 바퀴를 나무에 올린 후 바깥쪽 바퀴를 빼는

           방식으로 델리카에만 있는 자키가 필요 없습니다. 지화자~~)

          그런데, 그런데..... 고쳐 왔다고 자랑하던 바퀴 튜브에 바람이 없습니다.

          

          앞서간 델리카에의 연락? 물론 불가능합니다.

          마냥 기다릴 수밖에....   이렇게 1시간이 넘어 갔습니다.

          버스 밑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도 없는 한 낮에

          우리는 서서히 컴프레셔를 가지고 있는 델리카를 원망하기 시작했습니다.

          "잘난 척 혼자 앞서가더니 맨날 길이나 잃고... 같이 가야 한다고 그렇게 말해도 듣지 않고"

          그리고, 원망은 곧 우리 서로를 향했습니다.

          "델리카 탄 사람한테 왜 돈을 주냔 말야. 게들한테 그냥 약속한 마을까지 가라고 신호한 것 아냐"

          (현지 총괄대장인 총장이 델리카에 기름이 부족하다고 하여 탑승자에게 몽골 돈을 조금 주었습니다)

                            

          

 

                                       Photo by 윤명렬 - 독수리춤 -

                                      (델리카 기사가 일행과 몽골씨름에서 승리하고 독수리춤을 추는 모습입니다.

                                       패자는 독수리에게 잡혀온 토깽이 새끼 포즈를 하라고 시키더군요)

               

                 우리가 어쩔 줄 몰라하면서 그래도 델리카가 다시 오리라는 일말의 기대를 할 즈음에

                 20대 젊은이 두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델리카가 사라진 쪽에서 나타났습니다.

                 앞의 도시는 한 40분 가면 된다는군요.

                

                 마침 오토바이에 자전거용 손 펌프가 실려있었습니다.

                 남자들이 모두 손잡이가 부러진 펌프를 쥐고 50회 - 100회씩 타이어바퀴에 바람을 넣었습니다.

                 그렇게 20-30분간 계속 교대로 바람을 넣다보니 타이어가 조금은 단단해지더군요.

       

                 버스는 다시 출발하여 바람이 빠질새라 조심조심 도시에 도착하였습니다.

                 마을에 도착해보니, 델리카 일행은.. 이럴수가... 마을 큰 건물이 드리운 그늘에서 쉬고 있더군요.

                 버스에 탔던 사람들 중 몇 몇이 델리카 일행에게 항의하여 서로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버스) "차가 고장 났는데, 왜 구하러 오지 않습니까? 뙤약볕에서 우리는 미아가 될 뻔 했습니다"

                 (델리카) "버스가 안 보여서 한 참을 기다렸는데, 안 오잖아요. 마침 주유경고등이 들어와서 우린

                              이 마을에 들어오기 전에 기름이 떨어지면 미아가 되는 것 아닌가 해서 마을에 들어온 거에요"

                 (버스) "마을에 와서 기름을 넣었으면 다시 버스를 구하러 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델리카) "가다가 길이 어긋나면 어떻게 해결합니까? 이 마을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으니

                              여기서 기다리는게 현명하겠다 판단한 겁니다"

                 (버스) "이 마을에서 만나기로만 약속했습니까? 너무 멀어지면 서로 기다려서 같이 가기로 한 약속은

                             왜 안지켰습니까?"

                 

                  감정이 격앙되는 와중에 몽골에서 처음보는 차가운 맥주 1 패트가 배달되었습니다.

                  작은 패트병 1개밖에 안되는 것을 서로 조금씩 마시다보니 10여명이 넘게 마셨는데도 여전히 남더군요.

                  서로를 배려하여 정말 목만 축인 겁니다.

                        

                   총장과 박명애 부장이 나서서 분위기를 가라앉혔습니다.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어요. 델리카기사는 말도 안 통하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만 말해주세요"

                   그 후로도 서로에 대한 불만이 잠시 오가고 나서 제가 말을 꺼냈습니다. 

                   "델리카 기사는 길을 안다며 앞장을 서서, 3일이나 딴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수리도구를 다 갖춘 좋은 차가

                    앞서 가다가 버스를 놓치는 일은 다시는 안됩니다. 앞으로 델리카가 버스를 추월하면 델리카 기사를 해고합시다"

                    버스 승객 누군가가 "해고하면 지가 알아서 기름사서 울란바토르까지 가라고 하세요" 하더군요. ㅎㅎ 

                    델리카 기사도 알아들었습니다.

                    델리카와 버스를 가리키면서 델리카가 버스를 앞서가는 손짓을 하더니 이어서 손으로 자기 목을 쓱 긋고 씩 웄습니다.

    

                     곧 좋은 길에 접어들어 오늘의 목적지인 아르바이헤르 근처에까지 도착하였습니다.

                     오늘 여정은 정말 험난하였습니다.

                     도시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쉬어가기로 한 풀밭의 허브향이 코를 찌르더군요.

                     허브 냄새가 너무 기막히게 좋아서 거기서 야영하기로 하였습니다.

 

                     델리카 기사는 자신을 해고하겠다는 승객들의 말에 서운함직도 하지만

                     종일 운전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변장로와 함께 양을 잡아 허르왁을 하러 갔습니다.

                     우리는 소똥, 말똥을 주워다가 남은 누룽지와 라면을 끓여 먹고 잠들었습니다.

                     풀이 많아서 그런지 낮에 태양의 복사열이 충분치 못하고, 바람을 막기 어려운 곳이라서

                      밤새 추위 때문에 자다깨다를 반복했습니다.

 

                      델리카 기사가 새벽 2시에 허르왁을 만들어 왔는데, 모두 잠자고 있어서 실망하였다고 합니다.      

                      (점수따려다가 실패해서?)                    

                      아무튼 두 차량 승객 사이에 며칠간 흐르던 긴장이 폭발하고 나니 서로 조금씩 더 친해진 것 같습니다.                                 

       

출처 : 복사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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