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발바리는 어디로 갔을까

忍齋 黃薔 李相遠 2010. 7. 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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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리는 어디로 갔을까

                                                                         

 도대체가! 김평남 씨는 마뜩찮은 듯 짧게 내뱉었다. 그의 얼굴은 잘 구어 진 빵처럼 진갈색으로 그을려 있고, 입가에는 침이 하얗게 말라붙어있었다. 그는 미간을 구긴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디에도 물병은 보이지 않았다. 가게까지 가려면 한참을 가야했다. 하지만 이 땡볕을 머리에 인 채 가고 싶지는 않았다. 이제 그만 기세가 한풀 꺾일 때도 됐는데, 어떻게 된 게 햇빛은 열흘째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그 작열하는 볕에 배추나 상추 같은 작물은 물론 대가 무른 한해살이 꽃들까지 밑동부터 물크러져가고 있었다.

 

 하물며 사람이야. 김평남 씨는 짜증스러웠다. 바캉스는 무슨 놈의 바캉스. 그저 맞바람 치게 앞뒤 베란다 문 열어놓고 선풍기 바람 쐬며 한잠 늘어지게 자거나, 아니면 에어컨 씽씽 나오는 회사 사무실에 앉아 얼렁뚱땅 시간을 보내는 게  최고 피서법인 것을. 언제부터 우리가 바캉스를 다녔다고, 여름만 되면 바캉스, 바캉스 떠들어대는지. 마누라만 봐도 그렇다. 안 가면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인상 우그러뜨린 채 몇날 며칠을 말도 안 하고 김평남 씨를 괴롭혀댔다.

 

아내가 갖다 대는 이유는 다양했다. 안 가면 아파트 팔자 편한 여편네들로부터 왕따를 당한다고 했고, 딸아이 역시, 텔레비전에 나오는 래프팅을 즐기는 아이들을 보고 저거 타자고 얼굴만 마주치면 졸라댔던 것이다. 김평남 씨가 보기에는 급한 물살을 타고 내려오는 고무보트가 위험해 보여 한사코 딸아이의 응석에 도리질을 했다. 하지만 끝내 아내와 딸아이의 고집을 꺾지 못하였다.

 

 그리고 오늘이었다. 딸아이와 아내는 이 염천에도 뭐가 좋은지 연신 발발거리며 돌아다녔고, 지금은 래프팅을 한답시고 강가로 내려가 있었다. 웬 놈의 래프팅 비용은 또 그리 비싼지. 일인당 이만 칠천 원. 눈이 튀어나올만한데도 불구하고, 아내는 히히덕거리며 쉽게 지갑을 열었다. 평소의 아내는 그렇지 않았다. 콩나물 오백 원 어치도 벌벌 떨었고, 김평남 씨가 피는 담배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불평했었다. 어쨌든 아내와 딸아이의 소지품을 놓아두고 가게까지 갈 수 없었다.

 

언제쯤이나 올 지 그것도 알 수 없었다. 래프팅 업체 사람말로는 한 두어 시간 걸린다고 했으니 그때까지는 꼼짝없이 물건 지키는 강아지 신세였다. 그나저나 개새끼까지 속을 썩였다. 어디로 갔는지, 발바리는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았다. 발바리는 김평남 씨가 지켜야 할 소지품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다른 물건과는 달리 발이 달린 동물인지라 발바리는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았다.

 

어디 용변을 보러 갔겠거니 생각했지만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하지만 그 또한 소지품들을 두고 찾으러 갈 수도 없었다. 에이, 쯧. 김평남 씨는 손을 깍지 끼어 머리 뒤에 받치고 벌렁 누웠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주변에는 김평남 씨네 가족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백사장에 텐트를 쳐놓고 룰루랄라 놀고 있었다.

 

김평남 씨처럼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 직장에서 단체로 온 사람들, 이유도 많고, 구성원들도 다양했다. 이곳 레저업체의 수익은 꽤 짭짤해보였다. 백사장에 줄줄이 쳐놓은 텐트임대료만도 상당할 터였다. 어찌됐든 그들 가운데 일부는 천막아래서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시거나 화투장을 돌리고 있었고, 또 어떤 이들은 이 땡볕에 임대한 자전거를 타고 강변 주변을 달렸다. 어쨌거나 김평남 씨는 지금부터 잠을 잘 것이다.

 

 그러고 밤이 되었다. 딸아이는 발바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대성통곡을 했다. 주변 텐트에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수없이 사과를 해야만 했고, 아내와 김평남 씨는 그런 아이를 달래느라 진땀을 흘려댔다. 정말 발바리는 어디로 간 것인가. 아내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김평남 씨를 쳐다보며 사람이 칠칠치 못하게 물건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고 불평했다.

 

별게 다 속을 썩인다고 김평남 씨 역시 짜증이 났다. 딸아이는 울음을 그칠 기미가 안 보였다. 집에 가면 발바리보다 더 예쁜 강아지를 사주겠다고 어르고 달래보았지만 막무가내였다. 하긴 그간 정이 들었으니 그럴만도 하겠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딸아이는 외동이었고, 발바리는 그런 딸아이에게 동생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밤하늘에 딸아이의 징징거림이 별처럼 흩날렸다. 주변에서 기타소리에 합창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어디선가는 까르륵 웃는 발칙한 연인들의 소리도 들려왔다.

 

 김평남 씨는 소주 한잔 입에 털어 넣고, 친구들끼리 놀러왔다는 삼십대 초반의 남자가 나눠먹자고 가져온 고기 한 점 안주삼아 입가심했다. 그때였다. 문득 입안에 씹히는 고기 맛이 이상했다. 기름기 없이 담백하고 야들야들한 살점. 갈색 빛이 나던 살점. 그건 분명 붉은 색의 돼지고기나 소고기도 아니었고, 흰 살을 띄던 닭고기도 아니었다.

 

김평남 씨는 아내 앞에서 입에 문 고기를 뱉어낼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씹어 삼킬 수도 없었다. 으헝으헝! 그때까지도 딸아이의 울음은 계속되고 있었다. 김평남 씨의 입안에서도 켕켕, 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러게, 내가 바캉스고 뭐고 집에서 편히 쉬자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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