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더불어 사는 사회

忍齋 黃薔 李相遠 2010. 7. 19. 11:11
반응형

VADOSE DOT NET

 

더불어 사는 사회

 

 우리에게 ‘우리’라는 말이 있다. 영어의 ‘we’라는 말과 의미가 상통하겠지만 그래도 조금 다른 구석이 있다. 영어에서의 ‘we’는 ‘I’의 복수형으로 쓰이는 게 일반적이지만 ‘우리’라는 말은 나를 포함한 여러 명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를 에둘러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다. 우리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은 ‘나’라고 하는 개인보다는, 언제나 ‘우리’라는 공동체 중심이었다. ‘나’위에 ‘우리’가 먼저 있었다. 결혼을 통해 집안의 세력을 확장시키고, 한 집에 몇 세대가 함께 거주하며, 마을에서는 계나, 두레 등을 통해 마을 전체의 안녕과 이익을 추구해 왔다.

 

물론 서양에서도 정략적 결혼을 통해 정치적 안정을 꾀한 사례는 많다. 하지만 공동체 의식은 우리가 더 강하다. 우리나라. 우리 집. 우리 학교. ‘우리’라는 말이 내 나라, 내 집, 내 학교라는 말보다 더 친근하고 익숙하다. 게다가 이 말은 언제 들어도 정겹고 남다른 소속감을 가지게 만든다.

 

헌데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우리’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면 그악스럽게 자신만의 이익을 좇아 공의를 저버리는 일을 자주 볼 수 있다. 그저 ‘우리’라는 말은 자신의 이익에 걸림돌이 되는 거추장스러운 단어고, 관습이며, 개념일 뿐이다.

 

자신의 이익이 곧 사회의 이익을 대변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떠한 꼼수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회의 이익이야 어찌됐든 자신이 우선 살고 봐야한다는 위험한 사고가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물론 ‘나’와 또 다른 ‘나’가 연대해 집단을 이루고 힘을 과시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 이익추구를 위해 잠시 힘을 결집시킨, 단발성 공동체일 뿐이다. 그것은 더 큰 ‘우리’를 저버리는 행위이다. 이러한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몇 년 씩 국가의 중대정책이 표류하거나 사업비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면서 국민의 세 부담이 늘어나기도 한다.

 

다들, 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자신의 이익에 반한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집단 이기주의 또한 우리 사회의 큰 병폐가 아닐 수 없다. 월드컵 당시 보여준 한 목소리는 개개인의 이익이 국가의 이익과 일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근 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을 앞두고 헤게모니 싸움이 치열하다. 오래전부터 치열한 눈치보기가 있어왔지만 최근 송재구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2기 조성위가 구성되면서 이같은 눈치보기가 수면으로 불거져 나온 것이다.

 

물론 자신의 비전이나 복안이 광주의 미래를 위해 더 나으리라는 충정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이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심히 우려스럽다. 발전을 위해서는 응당 비판도 뒤따라야 하고,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내야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비판을 위한 비판. 다른 사람의 의견은 무시한 채 자신의 주장만 앞세우는 고집. 그 주장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무리수. 상대편 흠집내기에 열을 내고 있는 작금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떨떠름하게 만든다. 며칠 전 송재구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2기 운영 방침과 조직개편에 대한 의견을 밝힌데 반발해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가 나돌면서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또 한 번의 상처를 입었다.

 

이 성명서에 서명자로 거론된 사람은 자신의 이름이 도용되었다고 밝혔다. 이 성명서가 누구에게 나왔는지 그 출처도 모호하다. 이 성명서로 인해 갈등의 골만 깊어졌고, 몇몇 문화계 인사들이 진위여부에 상관없이 큰 상처를 입었다. 본격적인 사업 시행을 앞두고 사업의 극대화를 위해 모든 이의 중지를 모아야 할 때, 사분오열은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이는 집단 이기주의에도 배치되는 일이다. 문화중심도시 사업은 개인의 영달을 위한 사업이 아니며, 몇몇 단체를 위한 사업은 더더욱 아니다. 이는 광주의 운명이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디 광주뿐일까. 광주가, 대한민국이, 말 그대로 아시아의 문화 중심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함께 그 최고점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비단 문화중심도시조성 사업만이 아니다. 만사가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잡음이 이는 것은 성숙한 자세가 아닐 것이다. ‘나’, 보다는 ‘우리’라는 생각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VADOSE DOT NET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