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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광장> 잊고 있었던 제7광구 / 문화일보 [2011-09-29]

忍齋 黃薔 李相遠 2011. 10. 17.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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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던 제7광구


 

 

은미희/소설가


얼마 전에 개봉한 한 편의 영화가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바로 ‘7광구’인데, 어떤 내용일지 개봉하기 전부터 사뭇 기대가 컸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다시피 영화는 석유 탐사와 관련한 이야기였다. 석유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은 탐사대원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지만 기대했던 석유는 나오지 않고 대신 괴물을 만나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흥행이야 어쨌든 7광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금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그래도 이 영화가 갖는 의미는 꽤 크다.


영화의 배경이 된 제7광구는 우리에게 한때 희망이었다. 우리도 산유국이라는 자부심에 들뜨게 했고, 금방이라도 잘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과분하게 호기도 부렸었다. 정말, 곧 그렇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듯 박정희 대통령이 7광구에서 나온 기름을 맛보는 사진이 큼지막하게 신문에 실렸을 때, 그 장면을 본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거나 환호성을 내질렀다. 한편에서는 발 빠르게 정난이라는 가수가 ‘제7광구’란 노래를 들고 나와 그런 기대와 희망에 불을 지폈다.


한데 그 뜨겁기만 하던 7광구에 대한 열기는 조용히 사라졌다. 그리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잊어졌다. 어떻게 된 일인지 누구 한 사람 궁금해하지도 않았고, 왜 개발을 멈췄느냐고 따져 묻지도 않았다. 으레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 땅에 석유는 무슨 석유, 그런 심정으로 체념하고 넘어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노래는 이웃 나라를 자극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고, 산유국의 꿈도 그렇게 물거품이 돼 버렸다.


우리가 그토록 짝사랑해 마지않던 산유국에 대한 기대와, 그 지나간 꿈을 되돌려준 것이 바로 ‘7광구’란 영화였다. 어쩌면 영화 속 괴물은 개발하다 중단해 버린 우리 자신인지도 모르겠다. 한데 중단하게 된 내용을 가만 들여다보니 참 아쉬운 대목이 많다. 바로 이웃 나라가 반대를 해서 그렇다는 것인데, 여기에 함정이 있는 것 같다. 7광구가 개발되던 당시만 해도 일본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공동 개발하자며 러브콜을 보내왔었다. 그 러브콜에 우리는 공동 개발을 한다는 조건에 동의하며 화답했고, 야심차게 산유국의 꿈을 위해 한 발 내디뎠다. 그런데 석유맛을 본 뒤로 일본은 슬그머니 태도가 돌변했다. 갖가지 이유를 들어 개발을 방해했고, 우리가 개발하는 것도 반대했다. 왜 그랬을까. 왜 처음에는 개발에 그토록 열의를 보이다가 나중에 슬그머니 개발을 방해했을까.


그 7광구에 어마어마한 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그 보물을 우리와 나누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거나 문제가 심상치 않다. 자칫하다간 그 자원의 보고인 7광구를 이대로 일본에 빼앗길지 모른다는 걱정도 든다. 그러니까 대륙붕을 두고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유엔은 이처럼 대륙붕으로 인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1999년 한 가지 제안을 했다. 2009년까지 대륙붕 분쟁국가에 대륙붕이 자국의 영토임을 증명할 수 있는 지질조사 자료들을 ‘유엔 대륙붕 한계위원회’에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이 요구에 일본은 13번째로 7광구가 포함된 대륙붕 일대의 지질탐사 자료들을 제출했지만 한국은 마감시한을 넘기도록 제출하지 않았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우리 땅이라고 주장할 근거를 우리 스스로가 저버렸으니 이제 누구를 탓하고 원망할까.


얼마 전 강원도에 갈 일이 있었다. 짙푸른 동해를 보자마자 탄성 대신 씁쓸한 생각부터 들었다. 저 바다가 ‘일본해’라니, 명치끝이 불을 맞은 듯 아렸다. 절대 잃어서는 안 될 동해였고, 이름이었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자꾸만 잊어버린다는 사실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잊어버리고, 버리지 말아야 할 것도 버려버리는 민족이 우리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큰 이슈들에 우리는 우리를 놓치고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 채 소리만 요란하게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동북공정, 독도, 이어도, 대륙붕, 동해…우리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그게 선조와 후손들에게 우리가 떳떳할 수 있는 모습이며 길이다. 이제부터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그것들을 지켜내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Samuel Sangwon Lee | Create Your Ba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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