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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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광장> 배려 / 문화일보 [2011-07-28]

忍齋 黃薔 李相遠 2011. 8. 6.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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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희/소설가

 

휴가철이다. 사방군데서 어렵다, 힘들다, 팍팍하다는 소리가 들려오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길을 나서보면 대한민국이 참 잘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열심히 일하고 며칠 짬을 내 가보고 싶었던 곳도 가고,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는 것이 잘사는 삶의 바로미터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캉스라는 말은 먼 나라의 이야기였고 사치일 뿐이었다. 한데 언제부턴가 우리도 휴가계획을 세우고, 남들보다 좀 더 색다르고 유쾌하게 보내기 위해 이것저것 정보를 모으고 준비하는 모양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게다가 정기적으로 주어지는 여름휴가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휴일이면 유명관광지를 찾는 사람이 많다.

 

봄이면 꽃놀이, 여름이면 피서, 가을이면 단풍놀이, 겨울이면 스키를 타러 가는 사람들로 휴일에는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지 않던가. 좀 유명하다 싶은 곳이면 어김없이 행락객들로 붐빈다. 가족단위 나들이객은 물론이고 노인회·상인회·등산회·동호회라는 소속 단체의 이름을 내건 관광버스들이 주차장마다 도열하듯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정말 하루하루 힘들게 일을 하며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휴가나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 사실도 안다. 그러나 많은 직장인이 휴가를 얻고, 그렇게 싫든 좋든 떠나고 있으니, 이제 휴가나 바캉스는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어쨌거나 그간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연을 찾고 사람들과 보다 더 돈독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좋다. 좋은 일이다. 일터에서 기계처럼 일만 하다 주어진 삶을 소비하며 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열심히 일한 뒤에 갖는 휴식은 꿀처럼 달콤하다. 일도 휴식이 뒤따라야 능률이 오르는 법. 보다 더 창의적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하다.

 

한데 가만 보면 우리는 제대로 된 휴식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하긴 그동안 숨 가쁘게 살아왔던 터라 어떻게 잘 쉬는 지혜를 터득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그렇게 휴식을 통해 자기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그런 여유는 아직 부족하기만 하다. 그저 남들이 가니까 가야 하고,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동조심리가 더 많은 것 같다.

 

게다가 휴가라는 것을 그저 일탈의 시간으로 여기고, 집과 직장으로부터 벗어난 그 공간을 해방의 공간으로 여기는 사람들 때문에 모처럼 얻은 소중한 휴식을 망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 휴가지의 다중이용시설에라도 갈라치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누군가 아무렇지 않게 내버린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화장실은 지저분하기 그지없으며 세면대는 무얼 씻었는지 불결하기 짝이 없다. 그저 자신의 용무만 마치면 됐다는 듯 뒷사람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말 그대로 공중도덕이 부족하다는 말인데, 이는 참 부끄러운 일이지 않은가.

 

환경이 깨끗하고 위생상태가 좋은 시설들을 보노라면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풀리고 마음이 따듯해지는 것을 경험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곳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나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걱정부터 앞선다. 요즘 아이들은 도무지 정리를 할 줄 모른다. 오로지 공부만 강요받다 보니 치우는 일은 자신의 몫이 아닌 체한다. 제 먹은 자리도 치우지 않고 제 씻은 자리도 어질러 놓은 채 그냥 둔다. 나무라면 간섭이라고 싫어한다. 그러니 어찌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어쩌면 최고의 휴가와 휴식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히 쉬는 것일 테다. 과중한 업무로부터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고 잃었던 기운과 의욕을 충전하면서 그렇게 한가하고 여유롭게 보내는 것이 진정한 휴식일 것이다. 아니면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함으로써 자신감을 회복하고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는 것 또한 휴가가 갖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니 잘 보내야 되지 않겠는가. 자신의 휴식이 소중하면 타인의 휴식도 소중한 법. 그러니 자신이 들고 난 자리는 돌아보고 치우는, 타인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성숙한 문화는 항상 내 손 끝과 내 행동 속에서 이뤄지고 다져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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