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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광장> 信念과 고집 / 문화일보 [2011-12-15]

忍齋 黃薔 李相遠 2011. 12. 1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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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광장> 信念과 고집 / 문화일보 [2011-12-15] 





은미희/소설가



신념(信念)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신념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이상적인 인물로 생각하고 또 그렇게 살기를 바란다. 특히 한 집단의 리더인 경우 도덕적 윤리관과 함께 이 신념을 요구한다. 영국 금언에서는 신념은 산도 움직인다 했다. 정말 신념만 있으면 못할 게 없다. 다만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 하는 것일 뿐. 우리 주변에는 나을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불치병이 나은 사람도 있고, 역경을 이겨낸 사람도 있다. 또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신념이 남다르다.



그렇다면 산도 움직이고, 불치병도 낫게 하고, 역경도 물리치고, 성공으로 이끄는 신념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풀이로는 어떤 대상이나 생각, 혹은 사물의 진실성과 가치에 대해 소신껏 믿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그런 신념이 있는가? 가만 생각해 보면 나에게 있는 것은 신념이 아니라 고집이다. 어떠한 철학이나 미래 예측 없이 미련할 정도로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리는 것이, 신념이 아니라 고집인 것이다.



흔히 신념과 고집을 혼동하지만, 엄연히 신념과 고집은 다르다. 맹목적으로 주변 사람의 의견과 조언을 고려치 않고 자기 생각만 고수하고 받아들이기를 강요하는 것을 우리는 똥고집이라고 하지 않던가. 쓸모없는 고집을 폄하해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그 신념이, 산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지닌 만큼, 잘못된 신념이라면 폐해는 클 수밖에 없다. 지혜와 현명한 판단에 바탕하지 않은 신념은 참으로 위험한 것이다. 이렇게 신념이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데, 고집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종종 주변에서 자신은 고집 때문에 망했다는 말을 듣는다.



얼마 전 한 친구를 만났다. 그런데 늘 밝은 표정이던 그 친구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도무지 말도 없고, 표정 또한 심드렁해선 모든 걸 귀찮아했다. 그런 친구에게 왜 그러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많이 살았다면 많이 살았고, 아직 덜 살았다면 덜 산 내가, 그래도 그간의 경험으로 비춰보건대,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도 형편과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순간과 맞닥뜨리는 순간이 있다. 그런 탓에 타인의 실수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두고 함부로 입에 올리거나 질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쩌면 친구도 그에 해당하는 경우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나는 그 친구에게 다시 물었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그 친구는 처음에는 아니라고 회피하더니 한참 만에 머뭇거리며 입을 뗐다. 사연인즉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져 아무래도 자신이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그 친구는 그동안 남편의 사업이 어렵다는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 친구의 남편이 하는 사업은 잘 됐었고, 그 친구는 집에서 살림만 하며 세상을 곱게만 살아왔던 터였다.



한데 그 친구 남편의 사업도 이 불황을 피해 갈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니, 그 친구 말로는 오래 전부터 힘들었다고 했다. 그냥 모든 것을 접고 허리끈 졸라매고 살자고 남편을 설득했지만 남편은 오히려 그런 친구를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몰아붙이며 자신의 신념대로 사업을 확장했던 모양이다. 친구는 확신에 찬 남편의 태도에 슬그머니 물러섰고, 남편은 어려울 때마다 더 공격적으로 공장을 키워왔던 모양이었다. 그 탓에 형님네는 물론, 친정 식구들까지 어렵게 된 모양이었다. 사정이 참으로 딱했다.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일했으니, 그 또한 아름답다 이야기할 수 있을까. 친구 남편 역시 신념이 아니라 고집이었던 것이다.



어디 그 친구네뿐일까. 가만 돌아보면 잘못된 신념 때문에 어려움에 직면한 경우가 많다. 가장 어리석은 신념은 자신의 지식과 믿음만을 맹신하며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자신의 지식과 믿음이 옳다고 믿는 만큼 다른 사람의 생각과 경험도 깊이 경청하며 삶에 반영해 살아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울진대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게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잘못된 신념 때문에 얼마나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그걸 어떻게 바로잡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Samuel Sangwon Lee | Create Your Ba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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