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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는 화폐가 두 종류

忍齋 黃薔 李相遠 2013. 2. 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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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는 화폐가 두 종류

노석조 ⓒ중동전문블로그 '뉴스카라반'


이란 중남부 도시 쉬라즈의 한 시장에서 한 아주머니가 물건을 사고 돈을 건네고 있다. 2012 8월12일 

ⓒ노석조


이란 사람들은 돈을 셀 때 ‘리얄’과 ‘토만’이라는 두 종류의 단위를 쓴다. 이란에서 물건을 사려고 가격을 물으면 어떨 때는 "1000토만이요"라고 그러고 어떨 때는 "10000리얄이라고 말한다". 똑같은 지폐를 두고 부르는 방법이 2가지로 나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이란의 화폐단위는 '리얄'인데, 리얄의 가치가 너무 떨어지자 '0'을 하나 떼 '토만'이라는 비공식적으로 새 단위가 생긴 것이다. 10000리얄=1000토만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제 모두 나라의 경제가 악화되고 외화벌이가 안돼 생긴 현상이다.

 

2012년 8월10일 테헤란 공항에 도착해 비자 신청건으로 환전을 하다 깜짝 놀랬다. 2012년 8월 최신판 론니플래닛에는 미화 1달러가 1만1000리얄로 나왔으나 실제론 2만1000리얄이었다. 리얄의 가치가 무려 2배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덕분에 예상 여비가 50% 줄었는데 참고 차 밝히자면 8일간 호텔에서 투숙하며 삼시 세끼 다 챙겨 먹고, 5개 도시 돌면서 영어구사 가능 여행가이드를 고용하며 여행하는데 400불밖에 쓰지 않았다. 여기엔 비자비 30달러도 포함돼 있다. 이후  2013년 들어서는 이란 화폐가치가 더 떨어져 1달러에 약 4만리얄 수준이 됐다.

 

예상치 못한 환전율에 적잖게 당황스러웠지만 공항에서 테헤란 시내로 가는 택시를 타서 돈을 지불하는 등 현장에서 돈을 쓰다보니 이것저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지폐는 하나지만 부르는 단위가 두 가지인 점이 특이했다. 터키의 경우는 화폐개혁을 시행해서 지폐의 종류가 아예 두 가지로 나오는 구권과 신권의 공존이 이어지는 상태였다.

 

이란은 터키와 달리 화폐 개혁을 시행하지 않았다. 물가가 오르고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에 빠졌지만, 작년에 사전 조사를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정부의 정책과는 무관하게(아마도) 비공식적으로 자체 화폐개혁을 이행 중이었다.

 

 자신들끼리 '토만'이라는 말을 만들어 사용했다. 테헤란에서 쉬라즈로 향하는 버스를 타려고 터미널에 가서 과일을 사먹으려고 했는데 가격표에 1000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1000리얄 지폐를 냈더니 이건 '토만'이라며 1만 리얄을 내야 한다며 지적받은 적도 있었다. 이런 차이로 인해 일부 여행객은 사정을 모르고 1만리얄(약500원)짜리 생과일주스를 1만토만(5000원)에 사먹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10만 리얄권 지폐.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이란 시장에서 이 돈은 1만 토만이라 불린다. 지폐 인물은 1979년 이란 팔레비 왕조의 부패와 세속성을 규탄하며 이른바 이슬람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호메이니.


이러한 현상은 앞서 언급했듯 돈의 가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리얄의 가치는 9월15일을 기준으로 3일만에 18%나 가치가 떨어지며 바닥을 쳤다. 이란 언론보도에 따르면 얼마 전엔 2만6000리얄까지 떨어졌었다고 한다. 청년실업률 28.6%, 공식 소비자물가상승률 23.9%인 점까지 생각하면 이란 경제가 얼마나 비정상적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일주일이 지난 17일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테헤란 공항에 다시 도착하는 길 택시 운전기사는 말했다. “이란에는 기름 많아요. 사람도 많고 땅도 커요. 시장도 많아요. 그런데 국민은 가난해요. 정부가 뭘 하는지 모르겠어요.”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제재로 인해 이란의 경제가 얼마나 피해를 보고 있는지, 만약 제재를 안 당했다하더라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었을지 알 수 없지만 결론적으로 이란 국민들은 녹록치 않은 삶으로 인해 정부에 불만이 쌓여있는 듯 보였다.

 

싸게 여행했다고 여행 마지막날 흐뭇한 미소를 짓던 나는 택시비에 지폐 한 장을 더 얹혀 건넸다.

 

한국에 돌아와 몇 주가 지난 뒤 신문에는 ‘이란이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수입품을 줄이고 내수시장을 강화하며 원유수출의존도를 낮추는 등 1~2년 안으로 새 경제체제를 만들겠다는 발표를 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1~2년 뒤 다시 이란여행을 갔을 때 1달러를 얼마로 환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돌새 노석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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