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1. Dr. Sam Lee/15_80년5월18일

< '선동(煽動)'과 '의도'에 대하여/김희수 박사 >

忍齋 黃薔 李相遠 2014. 4. 2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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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박사님의 글을 읽고 제가 어떤 글에 사용한 "선동"이란 단어사용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반성하였습니다. 저 새누리당 권은희 구캐으원도 반성을 했으면 좋으련만. 언어학 박사로서 단어 사용의 전문가적인 깨우침을 주신 김희수 박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페친 김희수(희수 )박사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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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동(煽動)'과 '의도'에 대하여 >

세월호 학생들 구조를 '못' 한 게 아니라 '안' 하는 듯 보이는 정부를 비판하노라면, "선동하지 말라"든가 "무슨 의도냐?"라는 '검열'에 시달리게되는 요즘이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어디서부터 뭐라고 말해야할지 잠시 아득해진다. '선동'이나 '의도'라는 단어자체는 분명 가치중립적인 것인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내가 하는 언행이 매우 부정적인 것이라는 가치판단과 나름의 확신에서 저 표현을 사용하는 것임이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우선, '선동'부터 살펴보자. Daum 사전에서는 '선동(煽動)'을 '남을 부추겨 어떤 일이나 행동에 나서도록 함'이라 설명하고있지만, 유권자에 대한 투표 독려나 학생에 대한 학업매진 격려의 경우에는 그 누구도 '선동'이라 표현하지 않는다. 즉, 사전에서 어찌 정의하든 무관하게, 이 단어는 현실에서 '내 마음에 안 드는 일을 누군가가 남에게 권유함'의 의미로 사용되고있는 것이다. 판단이야 자유이지만, 문제는, 이렇듯 주관적인 가치판단의 결과를, 마치 매우 객관적이고 그래서 합당한 것인 양 가장하여 다른 이들을 구속하고 복종시키려 한다는 데에 있다. 

'의도' 역시 마찬가지. 정말 솔직히, 이 세상에 '의도'가 없는 행위가 몇 가지나 존재할까? 생명유지를 위한 1차적 활동들과, 역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나오는 반사행위 같은 것들을 제외하면, 인간이 하는 나머지 모든 언행들에는 반드시 의도가 자리한다. 본인이 그것을 의식하든 못 하든. 

그러니, "내 마음에 들면 순수하고 아니면 불순하다"고 주장할 과대망상 환자가 아니라면, 중요한 건 오로지, 근거의 정확성과 근거-주장 사이의 논리적 필연성 두 가지 뿐이다. 사람들의 감정적 반응이 어떨지, 그 정치적 결과가 어찌 될지는 별개의 문제이고 말이다. 사람마다 갖고있는 정보도 의견도 다를 수 밖에 없고 그러한 다름을 토론과 설득으로 조정하자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인데, '설득'까지 무조건 '선동'이라 부르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운영원리를 부정하고 타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 아닌지. (듣기 싫다는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동일한 게시물을 여기저기 도배하는 행위를 옹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장관의 공금횡령에 대한 폭로가 분노라는 감정의 촉발로 귀결되었다 해서 횡령을 고발하는 행위 자체가 부당하다 볼 수는 없다. 대통령이 된 후 철저한 반공주의자 노릇을 했던 박정희가 사실 한 때는 남로당 당원이었었고, 또 그 이전에는 독립군 잡아죽이는 일본군에 혈서까지 써서 자원했었다는 사실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박정희와 그 추종세력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정치적 결과를 가져왔다고 해서, 박정희의 경력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 행위가 무가치해지는 것도 아니다. 설사 그 동기가 개인적 원한이었다 해도, 공직자의 정체에 대한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한다. 

과거 어떤 이들은 예수에게도 또 마틴 루터 킹에게도 '선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몰아붙였었다. 그러나 현재는 이 분들이 역사상 가장 존경 받는 인물들이다. '옳은 소리'를 하다가 핍박 받고 목숨까지 잃은 예수를 삶에서 실천하는 기독교인은, 슬프게도 극히 드문 현실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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