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한반도에도 그랜드캐년이 있다니
"상규, 너 명태 많이 먹지? 옛날 조선시대 때 함경북도 명천군에 사는 '태'씨 성의 남자가 바다에서 어떤 물고기를 많이 잡았어. 그 생선 맛이 무척 좋았는데, 명천에 사는 '태'라는 사람이 잡았다고 해서 '명태(明太)'가 된 거야. you understand?(이해했어?)"
북한 함경북도 칠보산에서 해칠보산을 바라본 모습. ⓒ로저 셰퍼드
북한 함경북도 칠보산의 모습. ⓒ로저 셰퍼드
"굳이 어디가 최고이며, 그 다음은 어디..이런 식으로 자꾸 서열을 매기지마. 너희들은 왜 등수 매기는 걸 좋아하지? 뉴질랜드도 매력적이고, 한국도 좋아. 어디든 마찬가지야. 다만 나는, 네가 사는 한반도 곳곳이 품고 있는 이야기가 흥미롭고 재밌을 뿐이야."
"정치적인 문제로 한반도는 남북으로 갈라졌지만, 그 세월은 고작 70년에 불과하잖아. 북한과 남한은 수천 년 같은 역사를 갖고 있고. 생김새, 언어, 문화, 기질 등이 거의 똑같아. 내가 남북을 오가며 확인한 건 바로 그런 점이야. 남한 마을마다 전설과 이야기가 있듯이, 북한도 똑같다고. 나는 남한 사람이 잘 모르는 북한의 마을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어.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북한 함경북도 칠보산의 모습. ⓒ로저 셰퍼드
북한 함경북도 칠보산의 운무. ⓒ로저 셰퍼드
"칠보산은 한반도의 명산 중 하나라고. 백두대간 구간이 아니라도 빼놓을 순 없지. 칠보산에서 다시 한 번 진하게 확인한 게 있어. 북한 사람, 남한 사람하고 정말 비슷해!"
"한국인들은 산에 가면 왜 그렇게 술을 마시지?(웃음) 산 정상에 오르면 한 잔, 산에서 내려오면 파전에 또 한 잔! 처음엔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이젠 아주 마음에 들어. 산에서 즐기는 술, 정말 맛있더라고. 나는 오랫동안 그 맛을 모르고 살았어! 칠보산에서도 북한 사람들과 술을 많이 마셨는데, 정말 즐거웠다고.(웃음)"
"칠보산 풍경을 보고 깜짝 놀랐어. 그동안 내가 봤던 한반도의 산과 많이 달랐거든. 미국 그랜드캐년을 작게 축소한 듯했어. 비와 바람에 깎인 토양, 붉은빛을 띠는 희귀한 모양의 바위, 울창한 숲과 운무..정말 신비로운 산이야. 북한에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하고 싶어하는데,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산이야. 다만, 개발하더라도 환경을 잘 보존하면 좋겠어."
북한 함경북도 칠보산의 모습. ⓒ로저 셰퍼드
"남한사람은 갈 수 없는 북한 땅 칠보산은 현재 중국인 관광객이 먼저 발을 내딛었다. 사실 칠보산은 그 명성에 비해 뒤늦게 관광단지로 개발되었다. 1980년대 후반 해외 이산가족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되었지만, 본격적인 관광지 개발은 1996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후 1997~1999년까지 도로 등 기반시설을 건설한 후, 칠보산은 2000년부터 정식으로 관광객을 받기 시작했고,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코스도 개발되었다.
북한 함경북도 칠보산의 모습. ⓒ로저 셰퍼드
북한 함경북도 칠보산의 모습. ⓒ로저 셰퍼드
로저가 다녀온 2012년 이후 칠보산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칠보산으로 떠나는 관광기차가 있다고 한다. 또 유럽 등 세계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칠보산을 관광한다. 생김새가 같고, 같은 언어를 쓰며, 가장 가까이 사는 남한 사람들만 그곳에 갈 수 없다.
북한 함경북도 칠보산에 있는 폭포. ⓒ로저 셰퍼드
로저는 자신과 백두대간 탐험을 함께 하는 운전기사 한명수, 조선-뉴질랜드친선협회 관계자인 황승철에게 바다에 가자고 제안했다.
"우리 심심한데, 해수욕이나 할까?"
"뉴질랜드 바다도 추워. 설마 여기 바다가 거기만큼 하겠어?"
"손님도 없는데, 바다로 같이 놀러 갑시다!"
시원해지라고 바다에 담가놓은 맥주. ⓒ로저 셰퍼드
"오 마이 갓! 동태 될 뻔했어! 7월인데도 어떻게 물이 그렇게 차가울 수 있지? 심장이 그대로 멎는 줄 알았다니까."
해칠보산 바닷가에서 북한 주민들과 어울린 로저 셰퍼드. 두 여성은 로저가 머문 호텔의 직원이다. 왼쪽 남자는 조선-뉴질랜드친선협회의 황승철, 오른쪽은 운전기사 한명수. ⓒ로저 셰퍼드
북한 함경북도에서 칠보산에서 바라본 해칠보산의 모습. ⓒ로저 셰퍼드
"남한 사람들은 보통 북한 여자하면 한복이나 군복 입은 모습이 쉽게 떠오르지? 내가 이야기했잖아. 여기 사람들도 너희들과 똑같다고. 북한 여자들도 수영복 입고, 남자들과 당당하게 잘 어울려 놀아. 적어도 내가 북한에서 봤을 땐 그랬다고."
바다에서 한참을 놀고 돌아갔을 때에도 호텔에 손님은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로저는 계속 함께 놀자고 제안했다. 그날, 늦은 밤까지 호텔에서는 음주가무가 이어졌다. 로저 일행과 직원들은 식당에 노래방 기계까지 들여놓고 오래도록 놀았다. 로저도 어설프게나마 북한 가요를 불렀다. 어떤 가사였는지 다 기억나지 않지만 독수리에 관한 노래였다고 한다.
북한 함경북도 칠보산의 모습. ⓒ로저 셰퍼드
"역시 한반도 사람들은 음주가무에 강해! 북한 사람들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들 여흥을 잘 즐기더라고. 남한 사람들처럼 술 마시는 걸 좋아해. 술 마시면 목소리 커지고, 재밌는 농담 잘 하고, 남편이나 아내 혹은 아이들 자랑하고..그것뿐인 줄 알아?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면서 해장국부터 찾는 것도 똑같더라고. (웃음)"
우리는 언제쯤
그곳에 갈 수 있을까?
북한 함경북도 해칠보산을 배경을 사진을 찍은 로저 일행. 왼쪽부터 황승철, 북한 산림청 직원, 로저 셰퍼드, 황철영. ⓒ로저 셰퍼드
[출처: http://m.newsfund.media.daum.net/episode/852 ]
'2. Humanities > 26_北韓과中國' 카테고리의 다른 글
3화. 남북이 모두 감탄한 사진, 이겁니다 - 백두에서 지리까지, 나는 걸었다 (0) | 2015.06.11 |
---|---|
4화. 개마고원에서 노상방뇨하다 본 명장면 - 백두에서 지리까지, 나는 걸었다 (0) | 2015.06.11 |
중의학 공부한 '한국인 중의사' 중국 진료허가 - 중국 위생계획생육위원회 ‘68호 문건’ 후속조치…이성환·오화정 씨 부부 진료활동 허가 (0) | 2015.05.03 |
2013년 현재 중국인들의 300대 성씨(姓氏) (0) | 2015.04.14 |
정황에 대처하여 임무수행을 잘한 것으로 전사영예훈장 2급을 받은 인민군 기통수! (0) | 2015.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