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남북이 모두 감탄한 사진, 이겁니다
북한 쪽에서 본 백두산 천지 ⓒ로저 셰퍼드
"이봐, 그거 알아? 나 8·15 광복절에 간다, 평양에! 초청장 왔다, 북한에서."
"로저, Do you know '뻥'? 뻥 치지마. I'm very busy!(나 지금 바빠!)"
그는 약올리듯 다시 "하하하!"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더니 바로 문자메시지로 사진 한 장을 보냈다. 북한에서 온 초청장이었다.
친애하는 선생. 조선-뉴질랜드친선협회는 이미 선생과 초보적인 협의를 진행한데 따라 조국해방 일흔돌이 되는 8월에 평양에서 '백두대산줄기사진전시회'를 의의있게 조직하여, 백두산에서 뻗어내려 제주도 한라산까지 하나의 지맥으로 이어진 아름다운 조선의 산천풍경을 보여줌으로써 조선민족의 단일성과 통일염원을 널리 알리는 데 특색있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보면서 선생을 8월 15일을 계기로 5~7일간 초청하는 영광을 지닙니다."
북한 양강도 백두고원 ⓒ로저 셰퍼드
올해는 일제에게 해방된 지 70년이 되는 해다. 한반도는 해방 3년 만에 남과 북으로 갈라졌다. 양쪽의 사람들은 자유롭게 서로의 땅을 오가지 못한다. 양쪽의 사람들은 이방인이 찍은 사진을 통해 남과 북의 산이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는 처지가 됐다.
로저 셰퍼드는 지리산 아래인 전남 구례군에 산다. 그의 거실에서는 지리산이 보인다. 지리산은 백두대간의 끝이고, 이 산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념갈등의 처절한 끝을 봤다. 북한에서 온 초청장을 받은 로저 셰퍼드는 지리산을 하염없이 보면서 끝이 안 보이는 고민을 시작했다.
'평양에서 어떤 사진을 전시하지?'
'몇 장의 사진을 어떻게 평양으로 운반하지?'
'사진 인화와 운반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지?
북한 함경남도 부전군에 있는 일명 '돌강' ⓒ로저 셰퍼드
"상규, 나 돈 필요해!"
"평양 체류비는 북한에서 부담하겠대. 남한에서 사진을 인화해 북한으로 운반하는 게 문제야."
"누가 당신한테 달래? 이봐, '다음' 뉴스펀딩으로 어떻게 안 될까? 남한 독자들의 힘으로 백두대간 모습을 북한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잖아. 어때?"
북한 천내군 울림폭포 ⓒ로저 셰퍼드
"북한 사람들에게 남한의 산을 보여주는 좋은 자리잖아. 그들은 남한의 산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남한 사람들처럼 등산을 하지도 않고. 남북의 산은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잘 인화해서 액자로 만들어 가져가야지. 내게도 아주 뜻깊은 일이야!"
로저는 판문점을 관리하는 유엔군 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쪽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문을 구했다. 그가 좋은 아이디어를 줬다.
북한 쪽에서 본 백두산 천지 ⓒ로저 셰퍼드
중국을 거치지 않고 육로로 사진을 옮긴다! 로저의 흥분이 시작됐다. 하지만 그야말로 산 너머 산이다. 무려 네 개의 고개를 넘어야 한다.
1단계 : 남한 정부의 통일부가 허락해야 한다.
2단계 : 판문점을 관리하는 유엔군 사령부 군사정전 위원회도 승인해야 한다.
3단계 : 사진을 개성으로 옮겨 줄 개성공단 기업가를 찾아야 한다.
4단계 : 개성에서 사진을 받아가는 걸 북한 정부도 동의해야 한다.
북한 평안남도 백산 ⓒ로저 셰퍼드
A기업가를 생각해낸 로저는 명함을 찾기 시작했다. 평소 명함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자신을 자책하면서 말이다. 며칠 만에 어렵게 그의 명함을 찾았다. 로저는 지난 22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A기업가를 만났다.
"액자에 담은 사진 70장을 평양으로 보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비용도 많이 들고."
백두고원 ⓒ로저 셰퍼드
로저는 지금까지 여섯 차례 북한을 방문해 백두대간을 탐험했다. 남쪽의 산은 그보다 훨씬 많이 다녔다. 사진가이기도 한 로저는 사진집 '코리아 백두대간 남과 북의 산들'을 펴냈다.
2013년 9월, 로저는 이 사진집을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각각 선물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북한의 공무원을 통해 전달했고,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우편으로 보냈다. 양쪽에게서 모두 "한반도의 산을 아름답게 기록해줘서 고맙다"는 취지의 답변이 왔다.
백두대간 ⓒ로저 셰퍼드
"이번 일도 잘 될 것 같아. 북한 정부에 지금 상황을 설명하면, 사진을 개성에서 평양으로 옮겨 줄 거야. 2, 3, 4단계를 내 힘으로 넘으면, 남한의 통일부도 긍정적인 답변을 주지 않겠어?"
"여력이 되면 독도 사진도 찍어서 평양으로 가져가고 싶어. 북한 주민도 독도를 보고싶어하지 않겠어? 북한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보고 '남북의 산은 다르지 않구나' '남쪽의 산과 자연도 참 아름답구나'하고 느끼면 좋겠어. 그들이 내게 그렇게 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그렇게 되면, 나 울지도 몰라!"
"로저, 당신 말을 들으니 내가 울 것 같아!"
백두산 백두고원 ⓒ로저 셰퍼드
백두산 ⓒ로저 셰퍼드
세포고원 ⓒ로저 셰퍼드
솔령 운흥군 양강도 ⓒ로저 셰퍼드
장군봉 2750m 양강도 ⓒ로저 셰퍼드
천산대봉 덕성군 함경남도 ⓒ로저 셰퍼드
고대산 1766m 부전군 함경남도 ⓒ로저 셰퍼드
철옹산 1093m 맹산군 평안남도 ⓒ로저 셰퍼드
[출처: http://m.newsfund.media.daum.net/episode/7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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