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4_해월의딸용담할미

해월의 딸 용담할미 - 작가의 말

忍齋 黃薔 李相遠 2015. 8. 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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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방미인 고은광순 선생님은 소설가로 우리 앞에 등장했습니다. 읽어보니 흥미진진 합니다. 어쩌면 토지나 혼불에 버금가는 대하소설이 되는건 아닌지 은근히 기대도 됩니다. 하여 고은광순 선생님의 허락을 얻어 그분의 소설을 연재합니다. 활자화된 책으로 나올때 까지 이곳에서나마 갈증을 풀어보기 바랍니다. [퍼와 편집한 이 주]





작가의 말

- 상남자상여자가 거기 있었다


20세기 중반 넷째 딸로 태어나 살면서 

가정과 사회에 만연한 여성 차별의 심각성에 분노했다


1999년부터 2005년 호주제가 폐지될 때까지 

한국의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과 열심히 싸웠다


엄청난 남성들의 저항에 부딪히면서 

차별을 당연시하는 한국남성들의 '찌질함'이 

일제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제 강점 후 많은 국민이 성씨와 족보를 조작하는 등 

남성 중심의 '양반 흉내 놀이'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 일을 치르는 동안 내게, 한국/조선의 남자들은 

오로지 계몽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던 중 동학을 알게 되고, 동학농민혁명을 만나게 되었다. 


일제 강점이라는 큰 산 너머에는 

수백만의 입도자가 있었고 수십만의 혁명군이 움직였다는 동학의 물결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들은 한반도 역사 속에서 가장 진화한 철학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양반과 상놈여자와 남자부자와 가난한 자어른과 아이 

등으로 나뉘는 모든 차별을 거부했다

그들은 자기 안에 귀한 하늘이 있는 것처럼 

다른 존재들 안에도 귀한 하늘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으로 함께 나누는 공동체를 꿈꾸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던 

그들이야말로 이 지상에서의 유토피아를 준비하던 사람들이었다


상남자상여자들이 거기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일은

2012년 귀촌을 결정하고 자리 잡은 청산이 

바로 1894년 동학농민혁명 총기포를 결정한 본부가 있었던 곳이었다


운명적으로 내 손에 들어온 도종환의 <정순철 평전>을 통해 

해월의 딸 최윤과 그녀의 아들을 만났다


그들이 만들어간 역사가 나를 또 다시 전율케 했다

하늘은 나에게 또 다시 귀한 숙제를 주셨다


박맹수교수님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열여섯 명의 여성들이 모여 

14권의 다큐소설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이 널리 읽혀지면 하늘은 우리에게 또 다시 귀한 숙제를 주실 것이다

개벽세상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줄 숙제를..

 

동학농민혁명 121주년 되는 해, 2015년

청산에서, 고은광순

 

 

<작품 줄거리>

 

 

청산편은 해월의 딸 최윤이 여섯 살 되던 1883년부터 사망하는 1956년까지 이어진다.

 

평화롭게 살던 어린 시절은 잠깐.

끊임없이 도망을 다녀야 하는 아버지(해월)를 따라

수없이 이사를 다니면서 동학하는 사람들 틈에서

생명에 대한 사랑을 키우며 만물 안에 깃든 하늘을 깨달아 간다.

 

 

1893년 보은취회를 목격하고

아버지가 애써 일구는 동학의 엄청난 조직과 그 힘에 감동한다.

 

그러나 이듬해 1894년 청산의 옥에 갇혔다가

옥졸 정주현에게 억지로 시집을 갔는데

남편이 신의를 버리자 아홉 살 먹은 아들(순철)과 청산을 떠나

서울로 올라와 외삼촌뻘인 손병희 집에 기거하게 된다.

 

아들 순철은 일본유학 후 방정환과 실과 바늘 같은 사이가 되어

순철은 수많은 동요를 작곡하면서 어린이 운동에 매진한다.

 

최윤은 강대국 틈바귀에서 신음하는 한반도의 정치 상황을 목격하며

산 속에서 수행에 매진하다가 79세로 눈을 감는다.

 

격동의 근현대사를 한 편의 소설 속에 담았다.

단편적인 사건들을 소설로 엮는다는 것은 낱개로 굴러다니는 구슬을 꿰어

목걸이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전문가들조차도 몰랐던 사실들이 비로소 조금이나마 그 윤곽을 드러내었다.

바로 그것이 다큐소설의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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