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0. 韓山李氏/01_韓山 李氏

목은집 문고 제1권 맨처음 글---- "기기"

忍齋 黃薔 李相遠 2015. 11. 20.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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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이가네 카페 (http://cafe.daum.net/genius2family/)에 학촌 이일구 할아버지께서 2012년 1월 11일 올리신 글입니다.


牧隱 文藁 卷之 一 記棋
先正於他藝。一不留意。獨於棋。粗得其妙。而當世之能者或見推焉。然家不留其具也。 予始孤。自都下還。鬱邑廢業。旣練。整書秩。因得棋子視之。其一海介。質白文黃。其一石。而玉潤且黑。磨礱精巧。團團如星。可謂儒有席上珍矣。然其子僅二百。以波淘石充之始足。一日。孫君見訪曰。此吾得之釋戒弘者。令先大夫綵侍之日。吾兒起所進者也。因取而枚數之曰。始者三百六十裕如也。今存者何其若是之少乎。余觀其意。似不能不慨然於其懷。予乃紬繹 而思之。雖蕞爾小物。亦必有數存乎其間。君子不可不知也。泝流而求之。自弘而上。成之者 誰歟。傳之者又誰歟。自弘而孫。自孫而李。其亡失者已半之半。不知過此以往。傳之何人乎。漸以散逸而頓失於何人之手乎。抑不知吾儒者用之乎。或爲膏梁豪俠之所戲謔者乎。慨念古今。細思物理。能不潸然乎。圓動方靜之機。羸形猛勢之論。不暇及也。謹記之曰。白子百四十。 黑子百單九。因書二通。一以與孫君。使知其棋之所寓。一以自藏。志其棋之所自來。且冀其無或失墜云。
목은 문고 권지 일 기기 바둑에 대한 일을 기록 함

선정[(先正 )-돌아가신 부친]께서는 다른 기예에 대해서는 하나도 뜻을 두지 아니 하셨다. 그런데 유독 바둑에 대해서만은 묘한경지를 대략 터득하셨으므로, 당대의 고수들도 더러 양보를 하곤 하였다. 하지만 집안에는 바둑과 관련된 도구가 남아 있지 않았다. 내가 처음에 부친상을 당하여 도성에서 돌아와서는 수심에 잠긴 채 아무 일도 하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연제[(練祭)--소상(小祥)]를 마치고 나서 서책을 정리 하던 중에 바둑돌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하나는 하얀 바탕에 노란 줄무늬가 진 조개껍질로 되어 있었으며, 하나는 옥처럼 윤기가 나면서 새까만 색깔을 띤 돌로 되어 있었다. 이 바둑돌들은 정교하게 갈고 다듬어져서 마치 별처럼 동글동글하게 빛나고 있으니, 그야말로 유자(儒者)가 지닐 석상(席上)의 진귀한 보배라고 할 만하였다. 하지만 그 바둑알이 겨우 200개 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파도에 씻긴 돌들을 주워 모은 뒤에야 원래의 숫자를 채워 넣을 수가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 손군(孫君)의 방문을 받았는데, 그가 나에게 말하기를, “이것은 내가 계홍(戒弘)이라는 승려에게서 받은 것인데, 영공(令公)의 선대부(先大夫)께서 어버이를 모시고 계시던 날에 우리아이 기(起)가 바친 것입니다.” 하였다. 그러고는 바둑돌을 손에 쥐고서 하나하나 세어 보고는 말 하기를, “처음에는 360개가 되고도 남았는데, 지금 남아 있는 것이 어째서 이처럼 줄어들었단 말입니까.” 하였는데, 내가 그의 뜻을 관찰해 보노라니 마음속으로 자기도 모르게 슬픈 감정이 드는 것처럼 느껴졌다.이에 내가 이 일을 계기로 해서 다시 생각해 보건대, 이처럼 보잘것 없는 작은 물건이라도 반드시 그 사이에 명수(命數)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니, 군자가 이점을 알아 두지 않으면 안 되리라고 여겨졌다. 그리고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서 찾아본다면, 계홍 이전에 이 바둑돌을 만든 자는 누구이며, 전해 준 자는 또 누구라고 할 것인가. 계홍 으로부터 손씨(孫氏)에게 전해지고, 다시 손씨 에서 이씨 (李氏)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벌써 반의반이나 분실되고 말았다. 그러니 앞으로 누구에게 계속 전해지다가 급기야는 점차로 흩어져서 누구의 손에 의해 완전히 없어지고 말 것인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유자(儒者)가 쓰게 될지, 아니면 부귀한 자나 호협(豪俠)한 자들의 노리갯감으로 전락하게 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고금의 슬픈 상념에 젖으면서 한 물건의 운명을 자세히 생각해 보노라면, 어찌 또 눈물이 흘러나오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원동방정 (圓動方靜)의 기틀이라든가 이형맹세(羸形猛勢)의 이론 같은 것에 대해서는 언급 할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였다. 이에 삼가 백돌은 140개요 흑돌은 109개가 현재 남아 있다고 기록해 두면서 글 두 통을 쓰게 되었으니, 하나는 손군 에게 주어 그 바둑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사람들이 알게 하기 위함이요, 또 하나는 내 집에 보관하여 그 바둑돌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기억케 함으로써 혹시라도 잘못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 하겠다.
[주D-001]유자(孺子)가 …… 보배 : 《예기(禮記)》 유행(儒行)의 “유자는 석상의 진귀한 보배처럼 자신의 덕을 갈고 닦으면서 임금이 불러 주기를 기다린다. [儒有席上之珍以待聘]”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주D-002]원동방정(圓動方靜) : 모난 바둑판 위에 둥근 바둑돌을 놓아 온갖 변화를 일으킨다는 말이다. 당(唐)나라 장열(張說)이 현종(玄宗) 앞에서 이필(李泌)을 시험하기 위해 ‘방원동정(方圓動靜)’을 설명하면서, “모난 것은 바둑판과 같고 둥근 것은 바둑돌과 같으며, 움직임은 바둑돌이 살아 있는 것과 같고 고요함은 바둑돌이 죽어 있는 것과 같다.[方若棋局 圓若棋子 動若棋生 精若棋死]”고 하자, 이필이 그 즉시 “모난 것은 의(義)를 행함과 같고 둥근 것은 지(智)를 쓰는 것과 같으며, 움직임은 인재를 초빙하는 것과 같고 고요함은 뜻을 얻음과 같다.”라고 대답하여 기동(奇童)이라는 칭찬을받았던 고사가 전한다.《新唐書 卷139李泌列傳》

[주D-003]이형맹세(羸形猛勢) : 형세를 허약하게 보이도록 하여 상대방을 유인했다가 맹렬한 기세를 떨치며 격파한다는 뜻으로, 이른바 ‘위기십결(圍棋十訣)’처럼 바둑을 둘 때의 자세나 기술을 가리키는 말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이상현 (역) ┃ 2001
이 글이 목은집 문고 20권중 제1권 제일 맨앞에 있는 글이며 목은 선조님이 아버지 가정공이 1351년 1월 1일 서세하시어 중국의 북경에서 돌아오셔서 상중에 계셨는데 소상을 지낸1352년에 지으신 글로 유자의 덕과 ㅁ(네모)와 ㅇ(원)인 바둑판과 바둑알로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시고 만물의 명수(命數)의 이치를 말씀하신 글이라 생각되며 우리 일가들은 물론 국가의 큰 보물인 목은집 문고 1권 처음문장을 알고 있으면 좋을듯하여 무진장 더움을 무릅쓰고 목은 집에서 원문과 번역문을 옮겨 왔습니다. 오랜만에 보니 글이 너무 없어 허전한 마음이 듭니다. 학촌(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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