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3_생각해볼글

[그런 일 - 안도현 산문집]

忍齋 黃薔 李相遠 2019. 3. 1.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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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중에서)"로 유명한 시인 안도현을 나는 개인적으로 전혀 모른다. 하지만 안도현과 나에겐 공통점이 있다. 우선 나이가 같다. 60갑자중에 팔자가 가장 더럽다는 신축생이다. 지축이 가장 기울었을 때 태어나서 그렇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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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라도 사람도 아닌데 전라도와 인연을 맺고 전라도의 천형을 스스로 뒤집어썼다. 난 서울 출신으로 전라도 대학으로 진학을 했다. 안도현은 경상도 출신으로 전라도 대학으로 진학을 했다. 둘 다 고졸보다 못한 전라도 대학 출신이 되었다. 난 5.18로 한국 민주화에 기여했고 안도현은 전교조 해직교사로 한국 민주화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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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하수와 토질의 오염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안도현은 창작시 '국화꽃 그늘과 쥐수염붓'등을 중심으로 서정의 갱신과 창작 실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둘 다 한국에서 지잡대를 나와도 박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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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을 뒤집어쓰고 깡소주를 벌컥벌컥 마셨던 기억도 비슷하다. 자장면이 표준어 일 때 어린 시절 짜장면의 추억을 상실할까 봐 짜장면이라 고집한 것도 비슷하다. 지금은 짜장면도 표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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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흠이라도 잡힐까 봐 꽁꽁 숨기고 감추는 살아온 삶을 난 블로그와 허접한 매체에 마구 까발리고 있고 안도현은 2016년 발행한 산문집 '그런 일'에서 다 까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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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점이 있다면 난 한국을 등지고 유학을 핑계로 미국으로 나왔고 안도현은 예민한 영혼이 살아내기에 절대 만만치 않았던 한국 사회 속에 시인으로서 단단하게 버티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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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에서 출발하여 안동, 대구, 경기도 여주, 전라도 전주로 이어지는 안도현의 삶과 문학 소년에서 전교조 해직교사로, 전업 문인으로, 대학에서 시를 가르치는 교수로 변화된 안도현 문학을 만들고 키운 요소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고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한 시인, 안도현의 생애를 소상히 접하고 싶다면 '그런 일'을 읽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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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절대로 쉽게 오지 않는다. 그날은 깨지고 박살나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다음에 온다. 그날은 참고 기다리면서 엉덩이가 짓물러진 다음에 온다. 그날은 그날을 고대하는 마음과 마음들이 뒤섞이고 걸러지고 나눠지고 침전되고 정리된 이후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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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도현 산문집 '그런 일' 2016년 삼인발행, 3부 시를 읽는 일(143쪽) 시작 노트 37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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