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0. 韓山李氏/08_黃薔(李相遠)

[독후감: 파도가 밀려와 달이 되는 곳 - 윤정현 산문집 (2020년 4월 27일 초판, 헥사곤 발행, 15,000원)]

忍齋 黃薔 李相遠 2020. 11. 10.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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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전 광주방송 윤사현 국장님은 내 고등학교 선배님이고, 전 광주시 윤장현 시장님은 선거운동도 해 드렸을 정도의 친한 지인이다. 아마도 해남 윤선도의 후손들일 게다. 또 2013년경 내 각시와 한국 일주를 한 적이 있다. 그때 해남 강진 고흥도 방문했었다. 특히 갯벌에 펼쳐지는 일몰의 장관도 두 눈에 간직하고 왔다. 영랑의 생가에도 얼쩡거려 보았다. 물론 대폿집에서 대폿잔도 기울여보았다. 내 페북 일정을 보고 미황사에서부터 따라붙은 강진 사람이 윤땡땡이 자신을 남영동 대공분실 지하실에서 고문받았다고 빈대를 붙었는데…. 아쉽게도 남영동 대공분실에는 고문하는 지하실이 없고 뱅글뱅글 돌아 계단으로 올라가는 5층 고문실이 있다. 내 각시와 처형 처제가 혹하여 빈대 붙는 사기를 잘치다…. 고문받았다는 뻥으로 나와 동지 의식으로 연대감 조성하려다가 그분의 사기가 들통이 나버렸다. 그래서 강진의 추억은 나에게 각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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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가슴에 냉수 한 사발 찌끄려 정신을 번득 나게 글을 쓰는 이가 있었다. 강진의 윤정현 선생이다. 2014년 그분이 올렸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올린 글과 농군 아비의 발뒤꿈치를 보면서 그분의 글에 댓글을 달면서 첫 인연을 맺었다. 그러다 언제인가부터 페이스북 친구를 끊었는지 그분의 글이 보이지 않았다. 5천 명의 페이스북 친구들이 내 글이 재미있거나 정보 가치가 있을 것 같으면 몰렸다가 '살인마 전두환이를 한 손엔 짱돌과 한 손엔 몽둥이로 때려죽이자'고 하면 확 사라지는지라 불편한 내 글에 밀려갔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내가 신분을 가리고 페북을 하는 처지가 되었는데 그분이 요즘 올리고 있는 지운 선생의 서화중 '만모동지(毛同志)' 서화를 보고 페친신청을 하셨다. 그리고 날 기억하고 페이스북 메시지도 보내셨다. 이어서 지운 선생의 서화에 해설을 달아 재능기부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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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체부가 요란하게 날 찾았다. 보통 우편물은 우체통에 놓아두고 가는데 '국제특송'은 본인에게 배달하고 서명을 받아야 한단다. 내가 받지 못해 다시 돌아간 우편물도 더러 있었다. 내가 마당 구석 재택근무 사무실로 쓰고 있는 창고에 얼쩡거리고 있어서 우체부가 두 번째 방문하고 우체국에서 찾아가라는 쪽지를 남길 판에 날 발견하고 날 부른 거였다. 바로 윤정현 선생이 보낸 그분의 수필집이다. 문고판보다 조금 커서 한 손에 능히 들어온다. 내지 245페이지에 4부 각 17꼭지로 후기까지 68꼭지의 사연이 담겼다. 각부 머리와 꼭지 말미에는 흑백으로 명발당 강진 전경 작가의 이모저모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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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머리나 머리글 없이 1부(고향에 돌아와서)는 2009년 봄 '시골집으로 이사 갑니다' 꼭지부터 시작한다. 고향 명발당에 기거하면서 이루어지는 소소한 작가의 삶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2부 '파도가 밀려와 달이 되는 곳'은 수필집의 제목으로 정했을 정도로 강진의 의미 있는 곳을 잔잔하게 다루고 있다. 3부 '바람도 울고 넘는 고개'는 작가의 강진 정착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1박으로 근처 보길도도 다녀오고 이형권 시인의 이 수필집이 '작가의 영애 희원의 혼례마당에 헌사가 되길 기원'하는 뒤표지 내지에는 그 보길도의 흑자갈 바닷가 사진도 펼쳐진다. 4부 '흔적'에서는 2001년 여름 '해인사 노스님의 누룽지 공양'에서 시작하여 이제 강진을 중심으로 작가는 삶의 흔적에 대한 기억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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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작가가 직접 자신의 서명과 낙관을 넣어 멀리 지구 반대편까지 '국제특송'으로 보내준 '파도가 밀려와 달이 되는 곳 - 윤정현 산문집 (2020년 4월 27일 초판, 헥사곤 발행, 15,000원)'을 작가의 각 꼭지에 아롱진 사연을 따라 순식간에 일독하고 이 감상을 남긴다. 오랜 세월 준비했을 이 수필집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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