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0. 韓山李氏/_091 지운서화

[군현필지(群賢畢至) - 중국공산당 창당 이야기]

忍齋 黃薔 李相遠 2020. 12. 2.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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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운(芝雲) 김철수(金綴洙, 1893~1986) 선생 '군현필지(群賢畢至)' 작품

 

군현필지(群賢畢至)

 

동진(東晋)의 영화(永和) 9년(353) 3월 3일 삼짇날 왕희지(王羲之), 사안(謝安 320~385), 손작(孫綽 314~371) 등 소흥(紹興)의 명사 41명은 특별한 하루를 만들기로 모의했다. 좌장인 왕희지는 41명의 모임을 ‘군현필지(群賢畢至), 소장함집(少長咸集)’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현명하다는 사람들이 모두 도착하니, 나이를 초월한 모임이 되었다'는 감개무량한 표현이다. 입구의 땅바닥에 거대한 서각으로 군현필지(群賢畢至)를 새겨 그 특별한 모임을 기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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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7월 2일 상해에서는 중국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회를 개최하고 북경대학 교수 실암 진독수(陳獨秀, 1879~1942)를 총서기로 선출하며 중국공산당을 창당하였다. 이 중국공산당이 창당하기까지는 지운 선생의 자금지원과 자문 그리고 지도가 있었다. 1916년 일본 동경에서는 조선 유학생 10명, 대만 유학생 10명, 그리고 중국 유학생 20명이 지운 선생이 발기한 '신아동맹단'에 참여하며 사회주의 결사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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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각각 자신들의 조국으로 돌아가 1920년 가을 조선에서는 사회혁명당을 창당했고 중국에서는 중국국민당과 연계한 대동단을 결성했다. 러시아 한인사회당으로 레닌과 1917년 러시아혁명에 참여한 인사들이 국제당 볼셰비키에 참여하면서 동양권의 형제당 확산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신식교육이 전무했던 러시아 한인사회당 이동휘 당수는 사회주의 이론에 정통한 지운 선생의 사회혁명당 인사들을 1920년 상해로 초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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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이론에 정통한 지운 선생의 사회혁명당과 이동휘 선생의 러시아 한인사회당이 1921년 상해 고려공산당을 합병 창당하면서 코민테른의 공산혁명 자금과 동양권의 코민테른 국제당의 지위를 획득했다. 적지 않은 자금을 운용하며 1920년대의 상해는 동양권의 사회주의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 대동단을 조직했던 중국의 신아동맹단 단원들은 지운 선생을 찾아가 중국공산당 창당을 위한 도움을 청했다. 지운 선생은 당시 무정부주의자였던 북경대 교수 진독수를 만나 사회주의 이론과 공산주의의 필요성을 설명하여 진독수를 사회주의자로 개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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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자로 다시 태어난 진독수와 진독수를 따르던 사람들은 지운 선생의 신아동맹단 동지들인 대동단원들과 하나가 되어 1921년 7월 2일 성대하게 중국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회를 개최하며 중국공산당의 시작을 알렸다. 지금도 상해 임시정부 자리와 지근거리에 제1차 전국대표회 개최장소가 보존되어 있어 중국의 젊은이들이 찾아와 그날을 기념하는 명소로 남아있다. 나는 지난해 상해를 거쳐 한국을 다녀오는 길에 임시정부청사와 중국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회 개최장소를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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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운 선생은 일본 공산당의 창당도 지원하여 1921년 일본 공산당의 곤도 에이조(近藤榮藏), 중국공산당 황개민(黃介民), 고려공산당 이동휘가 상해에서 모여 동아공산연맹을 결성하여 동양 3국이 협력하여 사회주의 혁명을 달성하자고 결의한다. 하지만 백범 김구의 방해로 일본 공산당은 일제에 일망타진되어 전멸하고 말아 동아공산연맹은 무산되고 만다. 백범 김구는 지속해서 코민테른 자금을 임시정부에 내놓으라 협박하며 지운 선생을 친일파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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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운 선생이 상해에서 백범 김구가 김립 선생을 백주 대낮 길거리에서 사살하고 은행 통장과 인감을 강탈해 가며 코민테른 군자금 강탈하려 했지만 지킬 수 있었던 데는 일본에서 함께 신아동맹단을 결성했던 대동단 인사들이 상하이 은행권의 간부들로 있어서 코민테른 군자금을 무사히 지켜낼 수 있었다. 김구 선생이나 이동휘 선생은 한학은 좀 했지만, 신학문은 전혀 접하질 못해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인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동휘 선생은 지운 선생을 믿었고 김구 선생은 이동휘 선생을 비롯한 지운 선생과 사회주의 혁명가들을 견제하며 임시정부의 패권 장악에 더 몰입했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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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운 선생은 상해에서 사회주의 운동가들이 모여 고려공산당을 창당하고 또 중국공산당을 창당하던 그때의 그 모습을 왕희지, 사안, 손작 등 소흥(紹興)의 명사 41명이 특별한 모임을 만들기로 모의했던 바로 그 군현필지(群賢畢至)의 모습을 떠올리셨던 것 같다. 중국대륙을 평정하고 미국에 맞서는 중국공산당의 시작에 조선 혁명가 지운 김철수가 있었다는데 역사는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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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임시정부
중국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회 개최장소를 견학하는 중국의 젊은이들
중국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회 개최장소를 견학하는 중국의 젊은이들
이 장소는 1961년 3월 4일 사적지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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