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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4A_VGDy8hiQ?si=dLssrA9lYHINZp2l
1장 ‘어린 새’는 중3학년 소년인 동호의 이야기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합니다. 구청 대치 직전까지의 동호가 화자로 알 수 없는 제3자가 동호를 '너'라고 칭하면서 따라다니듯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동호네 집에서 함께 살며 같은 중학교에 다니는 단짝 정대와 함께 민주화운동을 하던 어느날 정대가 총을 맞아 쓰러집니다. 정대, 정미 남매는 동호의 집에 세 들어 살고 있습니다. 총에 맞은 정대를 보고 달아 날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 동호는 친구를 돕고 싶었지만 가면 자신도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도망갑니다. 그 일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늘어지게 낮잠을 잔 뒤 마당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을 겁니다. 양심의 가책, 죄책감에 시달리던 동호는 정대의 시신을 찾기 위해 도청에 가 상무관에서 시신수습을 돕습니다. 며칠 뒤 군대가 들이닥칠 것을 알면서도 도망치지 않고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시위에 참여한 어린학생들과 유가족들의 절절한 마음이 나타납니다.
“오늘 적십자병원에서 오는 죽은 사람들은 모두 몇이나 될까. 네가 아침에 물었을 때 진수 형은 짧게 대답했다. 한 서른명 될 거다. 저 무거운 노래의 후렴이 다시 까마득한 탑처럼 쌓아올려졌다가 쓸려내려오는 동안, 서른개의 관들이 차례로 트럭에서 내려질 것이다. 아침에 네가 형들과 함께 상무관에서 분수대 앞까지 날라놓은 스물여덟개의 관들 옆에 나란히 놓일 것이다.” 8p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조심스럽게 네가 물었을 때, 은숙 누나는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며 대답했다.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거잖아, 권력을 잡으려고. 너도 봤을 거 아냐. 한낮에 사람들을 때리고 찌르고, 그래도 안되니까 총을 쐈잖아. 그렇게 하라고 그들이 명령한 거야. 그 사람들을 어떻게 나라라고 부를 수 있어.” 17p
소년들은 잘 몰랐습니다. 왜 군인들이 사람들을 때리고 죽이는지. 그저 정미 누나가 없어져서, 누나를 찾으러 거리로 나와 있었을 뿐입니다. 어른들이 데모하는데 근처는 가지도 말라고, 간밤에도 역에서 총을 쏴서 사람이 죽었다고 했지만, 자신들이 죽게 될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그런데 정대가 죽었습니다. 갑자기 울린 총소리에 놀라 거리가 아수라장이 되었을 때. 동호는 정신없이 도망가다 정대 손을 놓쳤습니다. 총알이 정대의 옆구리를 내려쳤고, 정대는 헝겁 인형처럼 고꾸라졌습니다. 그런 친구를 뒤로하고 동호는 도망쳤습니다. 겁에 질려서 저격수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이 어디일까 만을 생각하며 집으로 갔습니다. 집에 도착해 불 꺼진 정대 방을 보자, 소년 동호는 그제야 총에 맞아 죽은 친구 정대를 떠올립니다. 동호는 복받쳐 올라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합니다.
“지금 정미 누나가 갑자기 대문을 열고 들어온다면 달려나가 무릎을 꿇을 텐데. 같이 도청 앞으로 가서 정대를 찾자고 할 텐데. 그러고도 네가 친구냐. 그러고도 네가 사람이야. 정미 누나가 때리는 대로 얻어맞을 텐데. 얻어맞으면서 용서를 빌 텐데.” 36p
정대가 죽던 날. 어린 소년 동호의 영혼은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소년은 친구를 찾으러, 시신들이 모여 있는 도청으로 갑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그곳에 남아 잔일을 돕게 됐었습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처럼 친구나 가족을 찾으러 온 사람들에게, 덮어둔 천을 열어 죽은 몸을 보여주고, 신원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시체 냄새가 가득한 도청에서, 오열하는 유족들을 보며 동호는 다짐합니다.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까지도.”45p
소년 동호가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정대를 구하지 못해 죄책감에 시달리는 장면은 너무 안쓰럽습니다. 동호는 나중에 총에 맞은 사람이 정대가 아니라 엄마였어도, 아빠였어도, 소중한 사람이었어도 자신은 용기를 내지 못했을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말이 이해가 됩니다. 죄책감에 시달리며 정대를 찾아헤메는 동호의 모습이 무척 안스러웠습니다.
2장 ‘검은 숨’은 정대의 시점으로 정대가 죽고나서 죽은 정대의 혼이 화자가 되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정대는 눈을 뜨니 피를 많이 흘려 습자지 같이 얇고 투명해진 자신의 죽어 있는 얼굴 모습을 발견합니다. 혼이 된 자신의 영혼을 통해 부패해가는 수많은 몸들 사이에서 자신의 시체를 봅니다. 아는 사람의 시신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니 무서웠지만, 정대는 어디로도 갈 수 없었습니다. 눈을 감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기를 죽인 사람의 꿈에 나타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악몽 속에서 피 흐르는 자신의 눈을 봤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혼이란 그저 썩어가는 자신의 몸뚱아리 주변을 맴돌 수 밖에 없는 힘없는 존재라는 걸 정대는 깨닫습니다. 키가 자라고 싶었던, 팔굽혀펴기를 마흔 번 연달아 하고 싶었던, 언젠간 여자를 안아보고 싶었던, 중학교 3학년 꼬마 정대의 삶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누나와 동호가 죽었음을 감지하고 속상해합니다. 며칠뒤 정대는 군인들이 자신과 함께 죽은 다른 사람들의 시체를 쌓아놓고 불을 질러 태워버립니다. 정대는 자신의 시체가 불타는 모습을 혼이 되어 직접 바라본겁니다. 정대는 자신의 시체가 타버리자 자유로워 졌음을 깨닫고 하늘 위로 자유롭게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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