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만두 빚는 여자' 펴낸 은미희씨

忍齋 黃薔 李相遠 2006. 9. 5.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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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빚는 여자' 펴낸 은미희씨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쓸쓸하다. 너무나 쓸쓸해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다. 부끄러운 내 의식의 검불들이 세상에 나올 때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 미라가 될 만큼 피 울음을 울고 싶다."('작가의 말' 중에서)

장편소설 '비둘기집 사람들'(2001년), '바람의 노래'(2005년) 등을 발표했던 소설가 은미희씨가 '피울음을 터뜨리고 싶을 만큼 쓸쓸한' 인생의 그림자에 대한 모습을 투영시킨 소설집을 출간했다. 그의 첫 소설집이다.

표제작 '만두 빚는 여자' 등 모두 열 편의 작품이 실려있는 이 책에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인물상과 그들의 가슴 저변에 자리잡고 있는 깊고 깊은 고독이 진하게 서려있다.

아파트 단지 어귀에서 치매 걸린 노모를 모시고 만두가게를 하며 살아가는 미례는 외로운 중년 여자다. 어느날 인근 공사장에서 거푸집을 짓는 목수와 '눈이 맞아' 임신까지 했지만, 남자는 치매 걸린 노모를 핑계로 자꾸 달아나기만 한다.

남자를 위해 만두 대신 구수한 곰탕까지 끊여내며 남자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보고 싶지만, 남자는 "야비한 웃음을 실실 흘리며 임신한 여자의 아랫배를 흉물스럽게" 쳐다볼 뿐이다.

미례는 때로 어머니가 빨리 죽기를 간절히 바란다. 어머니가 부들거리는 손가락을 형광등으로 가져갈 때면 '제발 더, 조금만 더'하며 마침내 그 손가락이 지지직거리는 형광등에 도달하기를 기도한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남자는 간다는 말도 없이 떠나버렸고, 뱃속의 아기는 미례의 가슴 속에서 고기와 함께 만두소로 버무려졌다.

친구 아버지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도리어 친구 아버지의 부유함을 욕하던 20대 청년들이 결국 돈밖에 모르는 아저씨로 변해가는 현실('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홀어머니를 모시는 문제를 놓고 아내와 신경전을 벌어야하는 부부의 갈등('갈대는 갈 데가 없다')…. 삶이라는 이름의 캄캄한 절벽 앞에 막막하게 서있는 힘없는 얼굴들이 현실을 오려붙인 콜라주처럼 펼쳐진다.

"세상 사는 일도 만두 빚는 일과 같다. 무리없이 세상일을 싸잡아서 제 안으로 끌어안는 것, 조심하지 않고 조금만 힘을 줘도 여기저기 만두피가 찢어지고 내용물이 쏟아져서 먹음직스럽게 빚어지지 않듯 세상일도 그렇다."('만두 빚는 여자' 중에서)
첫 소설집을 낸 소감에 대해 작가는 "첫 경험은 설렘과 두려움으로 인해 그 황홀함의 깊이가 더해 간다는데, 첫 창작집을 묶는 지금, 나는 기쁘다거나 설레지 않다.…다만 무서워 숨고 싶을 따름"이라며 말했다.

조만간 광주에서 서울 목동으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작가는 "앞으로는 인생의 밝은 부분을 그린 소설도 써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룸. 350쪽. 9천500원.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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