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51]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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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mylib.kll.co.kr/gen/main_0602.html?kkk=5&sss=1&sl=1&id=yehwa21&no=2355&sno=7659&n=51 

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51] - 김여화

 


제목  [51회] 운암강 가는 길-6
등록일  2001-12-02
운암강 가는 길- 6

"예 그러먼요."
"허허 오늘이 그 시를 읊을 날로 딱 안 좋냐?"
강정날 둠벙쏘 위 양요정 누각에 초여름 햇살이 묵방산 꼭대기를 내려와 앉아 해찰하고 있다. 잔잔한 수면위에 진필과 기수, 그들이 서 있고 저만끔 양요정 누각의 햇살이 반짝 빛난다.
허리를 동강 잘린 국사봉이 그들을 굽어보고 있다. 기수도 엊그제 신문에 실린 국사봉이라는 시를 읖조려 본다. 기수는 그 시인이 일가 형님이 된다는 것에 절로 자긍심을 높이며 싯귀를 뇌어본다.

국사봉 바위에 걸려
구름이 녹아 내린다.

거느린 오봉산 중턱
막동이 사랑채 굴에서
흘러온 낙수물이
옥정호에 모여
양요정 휘돌아 들면
풍류가 시구를 타고
선유길을 나선다.

외얏날 디딤돌로 선
입석바위
바지가랑이 걷어 들고
국사봉을 건너다 보면
젖혀진 고개위로
조각된 절벽이 둘러서서
만경들 적실 물

겁없이 채워간다.

가난을 유산으로 받아
나눌게 없는
빈손을
한 맺힌 파문에 씻어가며
운암 사람들이
살아간다.
진필은 엔진의 속력을 높여 빠르게 물살을 가른다. 월맹이 나루로 선수를 돌리고 말 없이 강바람을 헤친다. 작은 동력선은 금새 선거리 시루바위 앞에 이르고 다시 돌아내려와 용당굴을 돌아 모지굴에 닿는다.
"아이고 가깐디만 가지 어디꺼정 가�가니 늦으시우"
"예 아지매 저그 월맹이 나루로 히서 시루바우 꺼정 갔다 왔어요."
"거그꺼정? 아이고 만수댁이 닭 삶어놓고 지달린다 어여가 먹자"
"아니 밥 먹은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요?"
"오빠 밥 따로 국 따로 라는거 몰라요? 배 불러도 술 배 따로 있다고 허잖이요"
"이-그려 맞다 어여가자 닭이 놓아 멕이서 아조 맛 좋다. 술이나 한잔하자"
식구들이 둘러앉은 마루 끝에는 신문 한장이 아무렇게나 펼쳐진 채로이다. 이미 지난 신문이겠지만 큰 활자가 기수의 눈에 확 들어온다. 머리띠를 두른 사람들의 얼굴이 확대되어 있었다.
"핫 이슈!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 주민 저지 농성" 아직도 잿말 운암은 수몰지구였다.

그녀는 원고지를 덮었다. 가슴이 벅차 올라 터질것만 같았고 어지러웠다. 읽어내리며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린 눈물로 인해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책상위에 엎드린채 곰곰히 더듬어 본다. 지영이가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좀더 사실적이게 해달라고 해야 할까? 한꺼번에 밀려오는 잿말에 대한 기억들이 마치 여름날 맞바람속에 소나기가 묻어오듯 시원함을 느꼈고 가을 비바람에 쓸려 어디론지 굴러가는 나뭇잎 같다. 혼란스러웠다.
"안나수녀님? 안나수녀님"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느낌에 눈을 뜬다. 아직은 이른 봄 햇살이 어느새 창가에 미소짓고 있는 아침이다.
"어머 내가 잠이 들었었구나"
"네, 새벽녘까지 불이 켜져 있었어요. 제가 들어와 불을 끄고 그거 덮어드렸어요."
그러고 보니 안나 수녀의 어께에는 담요가 얹혀져 있었다.
"천천히 보시지 않고 너무 무리를 하신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그래 머리가 좀 띵-한 것 같구나"
"차 드세요. 식전이라 좀 그렇긴 하지만 정신이 맑아질 것 같아서 모과차 가져왔어요."
"고맙다"
"저 수녀님 이야기 어떻세요? 느낌이... 사실 소설이라는 게 허구잖아요? 사람들이 재미있고 흥미를 느껴야만 한다는데 제가 워낙 부족해서요."
"그래 작가는 말을 잘 지어내야 된다고 하더라. 우리지영이 대단하구나. 나는 글을 쓴다는걸 겁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맘은 있지만 못한게지"
지영은 차를 한모금 마시고 난 안나수녀를 빤히 바라본다. 밤새 원고지를 읽은 때문에 아니 엎드려 날샌 흔적과 부어있는 얼굴은 밤새 울었다는 것쯤은 짐작이 된다. 지영이 짐작컨데 안나수녀의 나이 마흔 중반쯤일까? 눈가에 잔주름만 아니라면 아직은 30대로 보일만끔 젊음이 팽팽하다.
죽음을 딛고 일어서 걸어온 그녀의 삶이 결코 녹녹하게 보이진 않는다. 그건 지영, 그녀 자신도 죽음에서 일어나 벌써 세 해를 살아오며 느낀 감정이다. 한번도 안나의 나이를 물어보거나 궁금해 한 적도 없었다. 문득 찻잔을 털어붓듯 마져 찻물을 마신 안나,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한마디
"지영아 사실은 네가 말한 것 보다도 거기 그렇게 쓴 것 보다 열배 스므배, 이제 돌이켜보니 그분을 사랑했다. 그리고 잿말을 사랑한다. 아직도 그리워 한다는걸 말했으면 좋겠다. 너무너무 보고싶어"
"네-에?"
"그래 사실 나도 수녀이기전에 여자인걸? 이제는 그곳에 가고싶다."
옥정호 이름그대로 맑고 아름다운 그 곳 그곳에 가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진다. 더구나 언젠가 모처럼 전화를 해 왔던 어린시절 옛 친구의 말이 귓가에 쟁쟁하다.
"야! 인선아 내가 운암강 가상에다 말여 땅을 많이 사 두었다. 외안날 근처에다 그림같은 요양원을 하나 짓고 너에게 맡기마. 그리고 운암강 가상에 앞으로는 이른봄에 꽃이 피는 산수유 나무를 많이 심는다더라. 물빛이 어울어져 곱게 비치겠지? 여름에는 물빛 처럼 녹음이 어울어지고 가을에는 단풍처럼 산수유 열매가 붉게 강가에 비치겠지? 그 사업을 지금 진행 중에 있다. 머지 않아서 봄 꽃 산수유가 노랗게 운암강에 물 들면 너를 부르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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