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50]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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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mylib.kll.co.kr/gen/main_0602.html?kkk=5&sss=1&sl=1&id=yehwa21&no=2355&sno=7658&n=50 

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50] - 김여화

 


 

제목  [50회] 운암강 가는 길-5
등록일  2001-12-02
운암강 가는 길-5


명자는 그 말을 하면서는 귓속말처럼 가만가만 말하고 있었다. 기수는 알 수 없는 긴 한숨을 내 뱉고는
물 밑 고샅, 그래 꿈속에서라도 가보고 싶은 곳이다. 자 이거 받아라"
"오빠 나는 몇 년전에 가믐으로 강물이 밭었잖어? 그때 잿말이랑 간자태랑 가 봤어 흐레가 덮여서 고샅 같은거는 없고 그냥 눈 가늠만 했지 저기쯤이 우리 집 일턴디 허고"
"그래 그해가 언제였지 94년이던가? 물밭은 운암대교 근처가 티부이 화면에 비치더라 갑자기 여길 무척 오고 싶더라고 근데 뭐하느라 못왔는지 몰라 그때와서 사진이랑 찍어 둘걸 다 희망사항이었지"
기수는 일어나며 발아래 피어있던 술패랭이꽃 한 가지를 꺾어 명자를 준다.
"아이고 이뻐라 오빠 얼릉가 아지매랑 기다리시겄네"
그녀는 먼저 큰 길로 나간다.
"멀어서 못 올라 가겄쟈?"
진필은 기수가 올라가다가 도로 내려온 것을 생각하고 하는 말이라.
"타세요. 가시게요."
기수는 가파른 길에 자동차를 힘껏 속력을 내어 올라간다. 국사봉 자락 어리동 제각이 있는 아래로 나 있는 도로는 적당히 달리기 좋은 조건이었다. 그는 잿말이라는 표지석을 옆으로 바라보며 국사봉 쪽으로 오르고 있다.
예전 외조부 갈담 양반을 면례 할적에 일꾼들이 강당골 아래서 떼를 떠서 지고 올라가느라 고생했다던 그곳을 오늘은 자동차로 눈깜작 할 새에 올라간다. 그는 책이살이에서 차를 세우며
"어머니 여기 구경한번 허실래요? 자주 와 보셨죠? "
하고 묻는다.
"그려 여그는 언지 와도 좋더라. 차나 갖고 와야 올라오지 기냥오먼 오고싶어도 못와. 여그가 좀 머냐?"
"내리세요. 저그 외안날을 보먼 완전히 다도해에 온 기분이 나거덩요."
"맞아, 동생말이. 여긴 다도해 같애"
"아이고 국사봉 꼭대기 올라가 바라 얼매나 존지"
"오매 언지 올라가 보�어요?"
명자가 놀라 반색을 하며 거둔댁의 팔을 붙들고 어리광을 부리듯 하니 거둔댁은 신명이 나는 모양이다.
"그려 여러번 가 봤다. 너는 일허니라고 못가봤쟈?"
"예에 난 한 번도 못올라 가봤어요. 아이고 섭히라아"
"나랑 언지 한 번 같이 올라 가 보자 "
"참말이지라우."
"그리요. 참말이고만요."
기수가 따라서 흉내를 내고 둘이는 정말 친 남매간처럼 파안대소 하고 있다. 진필은 진필대로 기분이 무척 좋다.
모처럼 기수가 함께온 덕분이고 기수가 저렇듯 즐거워 하는 모습은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까닭이다. 그들은 용당굴을 돌아 모지굴로 돌아간다. 용당굴 내마터 쪽은 도로를 넓혀 버스가 들어가기도 한다 하였다. 오봉산 다섯 봉우리를 끼고 돌아 모지굴 앞에 이르러 도로 가상에서 사람들을 내리고 차를 안전하게 세운다.
"오빠 다른 사람들은 차를 이 아래로 가지고 간대요"
"응 그러기는 허더라만 아니 나는 싫다. 죽기 싫여"
"아니 여기로 차를 가지고 내려간단 말이야?"
기수는 급경사로 되어 좁게나마 시멘트 포장이 되어있는 아래를 내려다 보며 기가 질린 듯 한 물음이다.
"응 이집 애들도 차를 끌고 내려가고 올라오고 헌대"
"이 그려 글긴 허더라만 아범아 기냥 걸어 내리가자"
거둔댁은 앞서 내려간다. 손에는 짐을 들고서 진필도 차에서 낚시도구가 든 베낭을 내려 짊어지고 있다.
"짐 주세요. 내가 들고 가께요."
명자는 뛰어 내려가며 거둔댁을 부르고 기수도 베낭을 챙긴다.
"아, 길이 어뜨케나 험 헌디 만수랑 그집 정현이는 맨날 차를 가지고 댕기더라. 내 그러지 말래도 안들어야. 한 번 삐끗허먼 큰일나지"
"그러게요. 너무 험하네요. 전 자신 없어요. 아버지 이런길은"
"자신있어도 내가 마다고 헌다. 차 타고 앉어 있으먼 올라갈때는 그리도 갠 찮은디 내리갈때는 꼭 쳐 박히먼 죽지 싶응게"
"아이구 이 속에서 사느라고 정말 고생허시네요"
"그리도 내리만 가먼 대궐같은 집도 있고 뒷산이다가 과실 나무도 모다 심고 재미지게 산다. 낚시꾼들 밥도 히주고 닭도 �어주고 매운탕도 끓이주고 다행이 거 안식구가 음식솜씨가 먹을만 허더라 "
"그걸로 먹고 살기 어려울텐데요? 애들 학비도 대야헐거고 어떻게 음식점 업을 할 생각을 하셨던가 봐요? "
진필은 주름깊게 패인 얼굴의 미소의 웃음을 흘리면서
"헝, 그게 긍게 에초에 부텀 장사를 헐라고 헌게아니라 외딴집서 살다봉게 낚시꾼들이 와서 이거조께 끓이주쇼 허먼 끓이주고 수고비라고 얼매 주꺼라우 허먼 첨에야 먼 수고비다요? 그�다가 기냥 조께만 알어서 주기라우 허먼 주먼 받고 �번 그럼서나 고추장값 품삯 계산히 봉게 너무다 조께 주는 사람이 있는가 허먼 더러는 나수 주고 가기도 허고, 그러다가 센바우터 누구는 매운탕 한냄비 얼매 받는다더라 소문이 낭게 우리도 그럼 같이 받자 또 세월이 강게 대충 뫼야서 닭한마리 백숙 히주고 얼마씩 그렇게 된거지. 암암." 고개를 주억거리며 진필이 설명을 한다.
"그리다 낚시꾼들 배로 데리다 주고 데려오고 첨에는 농사짓는 것보담 더 쉽더라 이말여. 삯도 받고 힘 덜 들이고 밥이나 안굶고 사는거지 별수 있냐?"
"아니 이렇게 험헌데 어떻게 차를 가지고 갔을까요? 아버지 "
"긍게 묘허지 아주 묘기를 부리는게여"
중간쯤 내려가니 나무그늘에 거둔댁과 명자가 앉아있다.
"오빠 이런데 다녀봤어요?"
"아니 오늘 첨이야 이런곳으로 차를 가지고 내려간다는 말도 첨 듣고"
"내려가봐요. 마당에 차가 많을걸?"
"으 맞어 올 때 마독 마당에 차는 여러대 있더라"
"기가 막힌 곳이네요. 이런 골짜기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오빠 긍게 모지굴이라고 안 허요"
"아버지 왜 모지굴이라고 했을까요?"
"으흐 왜 모지굴이라고 했냐고? 글씨"
"어떤 땅이라 그말인가요? 아니먼 무슨 음모가 있을것만 같은?"
"허어 그건 잘 모르겄고 옛날에는 저 아래 모지굴 앞 동네가 무떡 컸다. 아메 백여가호는 살었을걸?"
"저도 생각나요. 큰 또랑이 동네 가운데로 있고 여기는 산아래 동네가 오보래기 있었어요."
"맞어야. 여그 들판이 참 좋았니라"
거둔댁도 옛 일을 생각하는 듯 눈을 지그시 감고 앉아 한마디 한다.
"어여 내리가 여그 계속 앉어 있을라간이?"
"왜 근디 이집은 딴디로 안가고 여그 기양 산 거래요?"
명자가 궁금한 듯 앞서 내려가며 돌아다 본다.
"첨에는 동네가 물이 찬게 뒤로 물러 앉은거여. 난중의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염소키운다고 "
"만수아저씨네 집 하나 밖에 없잖이요"
"두어집이 같이 있다가 이사를 가 버�지"
모지굴 아래로 내려 갈수록 근방은 훤한 것이 넓어지고 길가 근처에는 자두 나무가 토실한 열매를 맺고 서 있는데 나무마다 무어 새장같는 것이 달려있다. 묵혀 있는 집이 나오고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넓고 조용한 곳 한 쪽 산 중턱에 조립식 집이 한채가 있다.
사람소리에 개가 컹컹 짓는다. 그 바람에 내다보는 사람들 이 깊은 산골 까지 놀러온 듯 한 사람들이 몇 있고 기수일행은 만수네 일가의 반김을 맞이한다. 은행나무가 집 앞에 우뚝 서서 해묵어 보이는데 집 앞에는 화단도 만들어 놓고 철쭉같은 나무도 사다 심어 꽃을 피웠다. 마당끝 물가에는 낚시객들이 텐트를 쳤는가 하면 낚시객들을 태워다 주는 배가 밧줄에 묶여있다.
"이 꿀척진 곳에꺼정 저런 박스를 갖다 논거바라"
거둔댁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니 컨테이너 박스였다.
"와 완전히 별천지네요. 아버지"
"그려 내 머라고 허댜? 넌 처음이지"
"예에 말만 들었지요."
"지도 첨인데요"
명자가 웃는다.
"아이고 어여들 와요. 진작부텀 아덜 �고 오신다고 히 쌌더만 외�네요? 여그 조용히라우. 매칠 쉬먼 아조 좋지라우 "
거둔댁은 집으로 짐을 갖고 들어가고 기수는 물가로 간다.
"야아 오늘은 좀 늦었응게 낵기줄 내릴라먼 요 앞으서나 허고 인자 내일 아적으 저 앞으로 가자 이?"
"아이고 그리야히요. 금방 해 넘어강게요. 내일 지가 거뜸이로 뫼시다 디리께 요."
"예 알었어요. 여기 앞에 있을께요."
기수는 물가 양지쪽으로 돌아 자리를 잡는다.
그는 낚싯대를 챙기는 대신 마냥 그곳에 앉아있고 싶었다. 운암에도 이런 홈태기 이런 별천지가 있었던가 오늘 새로이 알게된 강의 내력들을 생각하자니 옛날이 몹시 저미어 오며 그립다.
"저 건네가 거뜸이니라."
"예 그러네요. 옛날에는 저만끔 한가운데 냇갈이 있었는데요?"
"그려 이 앞이 겁나게 넓은디였지 동네도 양쪽에 있어갔고 크고 여그 사람덜은 거진 다 나갔어 배 타고 나가볼래? "
"내일 태워다 준다고 허시잖아요?"
"나도 운전 잘헌다. 기계식 이거든 집이다 베낭 갖다놓고 오니라"
기수는 다시 올라가 집에 베낭을 놓고 내려온다.
"동생도 배 탈랑가? 우리 아버지가 태워주신대 "
"글먼 좋지요. 근디 아저씨가 어뜨케?"
"왜? 그 양반 운전 잘 허셔 걱정마라. 첨엔 나도 그�다."
거둔댁이 웃으며 명자를 바라본다.
기수와 명자는 진필이 운전하는 배에 오른다. 작은 모터보트 같은 것으로 흔히 경운기로 썼던 엔진을 달아 만든 것이다. 능숙한 솜씨로 키를 잡은 진필과 경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기수와 명자는 그져 놀란빛 그대로이다.
"아저씨 언제 그렇게 기술을 배우셨대요?"
"내 너그덜 한 번 태와 줄라고 배와 두었다. 잘 �쟈?"
"전 아버지 맨날 낚시만 하시는줄 알었는데 언제 이렇게 기술자가 되셨어요?"
"내 시간나먼 와서 낚시를 �는디 아, 저 만수가 술을 좋아히서 댈로 오라고 허먼 후딱 가야는디 못가는겨 그리서 같이 타고서나 배왔지. 사람이 없으먼 대신 내가 가기도 허고 머슴을 살었지"
"아저씨는 머슴이다 무신 말씀이에요?"
"아, 그리서 시간도 보내고 기술도 배우고 안 좋냐?"
"잘하셨어요. 아버지 허시고 싶은대로 허세요. 그래야 건강하시니까요."
"야, 인자 저그 아래다가 망향의 동산도 세운단다. 글고 저아래 대교 옆에 다가는 환경 교육관도 세우고 글고 나라산 저쪽으로는 순환도로를 내고"
"맞어요 오빠, 그런말 있더만요. 글먼 인자 참말로 좋아지겄어요."
"그럼 그럼 허허허"
진필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담배를 문다.
배를 운전하는 솜씨는 오랜날 익혀온 달인으로 보인다. 기수는 아버지 진필이 잿말의 그리움을 외로움을 이렇듯 낚시와 배를 운전하는 것으로 달랜다는 것을 그제야 안 것이라. 진필은 저렇듯 동력선이 없을 때에는 노를 저어 배를 띄웠노라며 운암강 거뜸이 한가운데 물 위에서서 허공에 담배연기를 뿜어댄다. 그 연기는 묵방산과 나라산 꼭대기 까지 몽글거리며 올라가고 있다.
그 웃음속에는 텅빈 물 밑과 같이 아버지의 외로움이 가라앉아 이제는 삭고 물 이끼가 되어버린 잿말과 같이 그렇게 잠겨 있다.
물빛 풀빛이 어울어진 운암강 수면에 진필은 담담한 물빛으로 기수는 밀려오는 회한에 진필에 대한 죄책감으로 풀빛이 되어 부자는 그렇게 강 수면을 더트고 있다.
"아저씨 지가 시 한수 지어 읊어보까요?"
"시? 그려 좋쟈 한 번 읊어보거라."
"강벽조유백이요 산청화욕연이라. 금춘간우과하니 하일시귀년인가"
(江碧鳥愈白이요 山淸花慾然이라. 今春看又過하니 何日時歸年인가)
"참 존말이구나. 한시는 해석을 잘히야혀 어디 해석을 히바라"
"뭐냐먼요. 푸른 강물에 새는 더욱 희고 산은 푸르고 꽃은 만발하니 올해도 봄은 오고 가는데 나는 어느날 어느때나 고향에 돌아갈거나 하는 거래요."
"에이 그거 이태백의 시 아니냐?"
"아니 이태백이먼 중국의 유명헌 사람아니냐?"
"예에 맞아요. 오빠느은? 이백의 시면 어뗘요? 지금 이 자리에 적당한 시라 그 말이지 "
명자가 샐쭉 기수를 향해 눈을 흘기자
"그려 맞다. 그시가 시방 질로 딱 들어맞는다. 맞어 촌이서 살어도 그런 맴이 있으먼 좋지 안그냐? 글먼 내가 화답으로 한수 읊어보랴? 나는 한시가 아니라 요새 시를 읊을란다 "

오원천이 운암으로 흘러와
운암천이 마중나간 자리에
구름이 맴돌고
바람 휘어 감기는
강정날 기암절벽

풍류객 발길이 머무는
도토리나무 머리에 이고
바위틈 비집어
정자하나 앉아있다.

둠벙소 깊이 재려
잉어가 뛰어오를 때
국사봉자락
물 밑에 그려넣고
시상 찾아모이는
구름잡는 선비들.

술잔에 그득한
강바람을 마셔가며
취기오른 세상을
넉넉하게 타이른다.
"어떠냐? 양요정이라는 신디 신문에 실린 것을 내가 오리서 벽에 붙여놓고 외얏다."
"시를 지으신 분이 양요정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아버지?"
"그려 첨에 나도 참 궁금히서 알어봤더니 우리 일가더라 아주 가까운 "
"예? 누구신데요?"
"넘이 진 시먼 어떠냐? 이건 꼭 내 맘 같은디 맹자야 안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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