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45]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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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mylib.kll.co.kr/gen/main_0602.html?kkk=5&sss=1&sl=1&id=yehwa21&no=2355&sno=7651&n=45 

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45] - 김여화
 

 


 

제목  [45회] 불고개를 넘는사람들-2
등록일  2001-12-02
불고개를 넘는 사람들-2


"가야지 거 우리 쌀조께 줄 수 있지? 두어말 낫이나 가지야 헐턴디"
"어르신이 쌀 내신다고 허싯능간만요."
"모다덜 한가지씩 맡으는디 어뜨케 히여"
"잘 허싯어요. 누가 머라요? 넘덜 다 조께씩 멋이던지 맡을턴디 우리라고 기 냥 있으먼 안되겄지요. 옛날 같으먼 참 그까짓 쌀 두어말 그릿는디 "
말 하다말고 거둔댁은 피실 웃는다. 진필을 바라보기 조금 민망해서였다.
"팔어먹응게 별 수없지 어쩌 그리도 내가 질 나슨펜인디 이?"
"예에 아지매네도 농사가 없응게 그러지요."
"글고 이불 같은 것은 없으까 헌놈 조께 안존놈 말이여"
"이불은 다른 사람보고 허라고 허시지요?"
박서방네가 거둔댁의 눈치를 보며 말하자
"내 그란히도 이불 널음서나 봉게 못 쓸 거이 하나 있어라우 그거 보내지 요."
"알었어 낼저녁으 칠성이가 오먼 주어보내야"
이튿날 사람들은 입에서 입으로 가만 가만 옮겨 불고개를 넘기로 한다. 횃불을 만드는 사람 관솔불을 챙기는 사람 쌀을 짊어지고 보릿쌀을 짊어지고이불 보퉁이를 챙긴 사람들이 해가 넘어가 어둑그림자가 소리없이 국사봉을 두르고 그 어둔 그림자 속으로 불빛이 하나 둘 가만가만 까치발을 듣는 듯 굿판에 숨죽이며 사윗대는 몸짓과 같이 나붓나붓 춤추듯 길을 나서고 있다. 불고개를 넘기 위한 것이다.
매번 군청 직원들의 만류로 또는 쉰재를 넘다가 되돌아오던 그네들은 도청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이라. 주변은 점점 칠흙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 시간이라.
"인자가서 시간을 맞출 수 있을까 모르겄네요."
"아이고 걱정말어 충분히여"
차를 타면 누군가의 귀에 들어가 발각이 되고 신고를 하고 그러하니 이들은 소리내지 않고 횃불이 크게 관솔불은 작게 그 불빛을 따라 캄캄한 밤에 산길을 넘고 있는 것이라.
그네들이 살아나갈 길은 이제 그 길 밖에 없었던 거라. 재를 넘고 구이 소재지를 따라 이들이 옮기는 길은 결연한 각오가 되어있었다. 이들은 닷새를 계획으로 도청앞에서 끼니를 끓이며 시위를 벌일 예정인거라. 누구도 이들의 행보를 눈치채지 못한 것이 천만 다행이라. 아무리 여름이기로 깊은 밤에 소리내지 않게 시내로 들어가는 이들을 데모하는 사람으로 여기지 않음이었고 그 누구도 이들 운암 사람들의 한스런 이런 행동을 이해하려는 이도 없었다.
그들은 새로 이사온다는 형무소를 자리를 지나자 관솔불을 끄고 횃불을 끄고 시내로 들어가고 있었다. 전주시가지는 어둠속에서 가로등마다 날 것들이 찾아들어 붉은빛을 희롱하고 있다.
시내에 이미 나가있던 사람들은 도청 앞에서 만나기로 하였으니 이들이 전동 희디흰 불빛이 훤히 비추이는 남문을 돌아 도청앞에 당도하자 이미 삼삼오오 사람들은 필방골목 명산약국 남부배차장 근처의 골목마다 숨어있다가 한꺼번에 도청앞에 모여드니 자그마치 그 인원이 7,8백명에 이르고 운암이 고향인 사람들 또는 일가들까지 모두 나서는 이들은 도청앞에서 횃불을 밝히고 더러
는 지고온 가마니을 뜯어 깔고 앉고 밤바람으로 추운 사람들은 장작을 불을붙여 이곳은 대낮같이 밝혔다. 가로등조차 함께하니 금새 도청앞은 수런거리고 이 모양에 놀란 경비들은 교환전화를 돌려 어딘가에 알리느라 분주해 있었다.
이때에 동진 도수로 공사가 완공되어 생명의 젓줄이니 기적의 수문에서 콸콸 물이 쏟아진다 하여 축제다 뭐다 들뜬 평야부 사람들의 이야기가 신문마다 대서특필 하였으니 바로 그 축제 있은지 얼마 되지 않은때라.
설움을 깡그리 잊게 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운암 사람들은 물바다가되어 그들의 집을 잃고 그나마 생각지도 않았던 운암소재지 까지 물에 잠겨버리니 이들은 비장한 슬픔속에 이렇듯 도청앞에 모인거라.
도청은 뒤집어 졌다 하였다.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경비는 경비대로 경찰국에서는 이들이 무슨짓을 할는지 모른다하여 초 비상경계에 들어가고 삽과 괭이 쇠스랑 연장을 하나씩 들고 서 있는 이들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리고 누구도 감히 앞에서 이들을 마주보지도 못하고 멀리서 구경만 할 뿐이었다.
이들은 새벽에 도청에 당도하여 이미 쌀죽을 끓여 나누어 먹고 날이 새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라. 대표자를 나오라 하였지만 그들은 서로 대표자라 하였고 앞장서기 보다는 함께하는 연합 행동이었다.
"여러분 도지사께서 나오십니다."
누군가 아마도 도청의 관계공무원 이었으리라.
도지사는 아침 일찍 이러한 소식을 받고 후문으로 즉시 출근 이들의 동태를 살펴 이들의 요구사항을 전해 들었다. 그러나 당장에 도지사가 어떻게 해결책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도지사는 이들을 일일이 붙잡고 설득 최대한 뜻을 전하여 추가 보상과 중단된 간척지공사를 하루 빨리 마무리 이들에게 농지 경장 지정서를 발급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이들은 연장을 든 만끔 억세지 못하여 임실 출신이었던 도지사의 설득에 더 이상 고집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너무나 순진하고 너무나 힘없는 나약한 산골 민초들이었다. 마치 아침나절에 뽑아낸 지심(풀) 돌아서면 시들어 죽어있듯 가련한 풀잎이었다. 도청에서는 여러대의 버스를 동원 각 부락마다 주민들을 분산 시켜 태우고 운암으로 돌아온다.
"아이고 먼 버스가 저렇게 늘나래비로 온대요."
"어디어디, 아이고 시상의 저런 어저끄 밤에 간사람덜 아니가맹?"
"아니 시상으 닷새 동안 헌다더니 왜 그새 왔디야?"
집에서 소식을 기다리던 아낙들의 놀람이라.
그들은 횃불을 잡고 소리없이 불고개를 넘었건만 돌아올때는 여러대의 버스에는 가지고 간 장작 이불 등을 그대로 짊어지고 돌아온다. 이들의 외침은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 살기위해 몸부림치던 한낱 힘없는 투쟁일뿐으로 가슴속에 한을 묻으며 물머리가 휘돌아버린 그 대지 위에 다시 서 있었던거라. 아무리 대단한 각오로 불고개를 넘어 보았던들 밟히면 문드러지는 민초일 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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