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32]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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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ylib.kll.co.kr/gen/main_0602.html?kkk=5&sss=1&sl=1&id=yehwa21&no=2355&sno=7493&n=32 

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32] - 김여화

 

 


 

제목  [32회] 마지막 설-4
등록일  2001-11-29
마지막 설-4

"어찌거나 올해는 모다덜 귀경가자고 안 히싸요?"
"간다먼 내가 자네 시숙보고 이암딜이고"
당산제는 보통의 동네마다 지내는게 예사인데 신덕 수천리의 당산제는 유달리 엄격하고 정성을 드리는 것이 당산제 지낼적에 여인네들은 가서 불목에 정성들여 소원을 빌면 한해가 무사 태평한다 하였다.

수천리의 당산제는 괘등재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지내거든 정월 초 사흘날에 미리 모여 산제를 모실 제주와 그 유사를 정하고 제주로 정함을 받으면 제주는 몸가짐을 정히하고 집에는 임산부가 없어야 하며 질병이 없이 건강하여야 하고 상주가 아니라야 제주의 자격이 있는데 집안에 키우는 소나 돼지 염소등 분만할 동물이 없어야 하느니 복과 덕을 갖춘 제주를 선별하는 거라.

따라서 이와 같은 일이 제주에게 생기게 되면 그해의 당산제는 없었던 것으로 파 하는거라. 당산제를 지내는 날은 좋은날을 택하여 제일을 공포하고 정월 보름이 지나기 전에 지내는 것이 상례다.
당산제는 도지봉 괘등 호롱재 아래 연수동 기슭으로 제주가 횃불을 들고 산에 올라 산신께 드리는 밥을 지어 제물을 올리고 4배 절을 하는데 이때에 제주는 제를 지내기 전에 화목나무를 마련하여 불을 놓고 공물로 소지종이를 다발로 올려 소제를 올리니 이 불목을 태울적에 가족의 무탈을 빌며 소지종이를 올리고 비는 것이다.

동네사람들은 동네 가운데 정자나무 근처에 불목을 태우며 한켠에서는 굿을 치고 다른 한편은 공물을 올리며 식구들의 무탈을 비는 것이다.
거둔댁과 수천댁은 해마다 이곳 신성암에 정월이면 불공을 드리는데 거둔댁 마음이 심란하여 공 들이러 갈 생각도 아니하고 며칠 집에 있었더니 수천댁이 온 것이다.

도지봉 신성암은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깨어난다는 암자로 월추암의 령기가 가득하고 울울창창 우거진 숲가에 약수가 유명한데 본시 약수는 서수동출 (西水東出), 서쪽의 산에서 해 돋이를 바라보며 솟는 물을 진짜 약수라 하였는바 신성암의 약수가 그러하니 예전에는 아이들의 가려움에 이 약수를 길어다 씻기기도 하였다 하니 말그대로 약수라.

옛 운수지리 어른들의 구전에 의하면 임실 어드멘가에는 이렇듯 서수동출 약수가 있어 그 물 맛이 참 약수라 일컬었지만 그곳이 과연 이곳 신성암의 약수인지는 알 수 없어도 보통의 약수는 서수동출을 제일로 친 것이다.

해서 전주의 좁은목 약수도 일테면 서수동출이요. 꼭이 이곳 신성암만이 아니라 운암강의 최 상류 사자산 즉 만덕산 줄기 사하리 백제의 고찰 신흥사 윗쪽의 물탕 약수도 분명 서수동출이라.
해서 임실 운수봉 홈태기 죽림암의 샘물도 약수요. 성가리 왜가리가 살고 있는 상성 쉰재로 거멍굴 현곡리 넘어가는 길목의 홈태기 옹달샘도 약수라. 옛 사람들이 이름짓기를 서수동출 솟아나는 물을 모두 일컬어 약수라 했을 터이다.

새벽녘 은은히 들려오는 풍경소리는 신성암 있는 골짜기를 더욱 아름답고 신비스럽게 하는지라. 거둔댁은 기왕에 늦었으니 보름에나 올라가랴 마음먹고 나자짐 하게 있었던 것이다.
"성님 글먼 당산제는 언지 헌다고 헙뎌?"
"낼모레 초이렛날 이당만?"
"예에 글먼 잘되�네요. 아적으 일찌감치 신성암에 갔다가 내리와서 보먼요. 공 물도 준비를 히얄턴디? 정초라 장도 안 슬턴디?"
"걱정마 내가 혹시 몰러 섣달에 다 사 노았어 아, �권이여"
"참 성님은 작년에도 그러�다가 못가고 소지종오만 다 넘 주었슴서나?"
"아이고 그것도 공 아닝가? 넘덜 급헐 때 쓰게 주는 것도 말여"
"그리요 아지매 긍게 수천아지매네가 두 양위분이 건강허시고 안 좋아요?"
"꿈보다 해몽이 좋네"

새해 정초에는 아이들의 놀이로는 쥐불놀이로 연날리기로 정신이 없는데
섣달부터 말하기를 올해는 마지막 설이니 보름날 망우리 놓는 것도 크게 한 번 해 보자하여 사람들은 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천아지매 요번 보름날은 굿판 한번 크게 벌린다고 허더만요 이?"
"언지는 안 �간이?"
박서방네가 생각이 난 듯 보름날 저녁 굿판 이야기를 꺼내자 수천댁이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아, 저그 웃뜸 장구쟁이 말여요."
"신기남이 말 허능고만 요 성님"
"예에 요번에 냇갈 공터다가 망우리를 질른단디 잿말 지천리 사양리 모다 뫼야 서 크게 굿판을 헌대요. 그리서 청년들이 달집 진다고 솔깽이 비로 다 산에 갔 당게요."
"예 � 십 짐 히야된다고 허더만요. 우리 아도 지게지고 아적으 나갔어라우"
"달집 태움서 저고리 동정 뜯어 태우먼 액운을 씻어간단디 지는 한 번도 못히봤네요?"
"아, 신기남이 장구치는 굿 본다고 거그 팔링게 그려"
"금사 제미지겄지 아이고 거그는 장구만 잡으먼 신들린 것 모양닝게"
거둔댁이 거들며 속웃음을 보인다.

"아, 저그 오매가 당골 아닝가? 적오매가 가 어리서 참 고상많이�지. 가 그거 말릴라고 어뜨케 맨날 때리고 혔는디 지가 헐라고 헝게 필경에는 말리덜 못� 지 이"
"애리서부텀 거 맨날 대회나냐 머다냐 나가서 상 받어 왔잖이요.?"
"아, 첨부터 그�가니? 하도 애리서 아무것이나 장고인종 알고 두드리고 그렁 게 첨에는 복 달어난다고 다딤독으다 놓고 때�디야"
"아이고 저그매가 차암 독살시러 썼능간만요 이? 아이고 쑤악히라 "
동네 아낙이 쑤악허다고 테머리를 흔들자 거둔댁은 조용히 설명을 한다.

"그게 아니고 당신 생각에 아, 아들이 공부 잘 히갔고 잘 되라고 헌디 공부는 안허고 그렁게 그�겄지 더구나 자게는 당골 아닝가? 그러니 나 하나만 천허 먼되�지 아들까지 천헌 직업 갖을깨미 그렁거여"
"그려, 그건 우리 동서 말이 맞어. 지금잉게 글지 옛날이는 그런사람덜 사람으 로 알었간이? 아, 긍게 말이 있잖여? 당골애미라고? "
수천댁이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거둔댁은 박서방네 눈치를 살핀다. 행여 그네가 섭한 눈치가 보일까 해서인가?
"아무튼요 걸판진 굿 볼 것 같히요. 아이고 전이 한 번 봉게 어찌나 신명이 난지 저절로 어깨가 들썩거린당게요. "

신기남, 운암이 낳은 기인이다. 그는 사양리에서 살았으니 그가 어릴때 그 어미는 당골에미였다. 그러나 잿말 사람들 아이 키울적에 누구든 그의 손이 한 번쯤은 아이들의 머리를 쓸었고 한 번쯤은 그네를 불러다가 비선은 했을 허나 그는 아들 기남이 장고를 배우는 것을 원치 아니하였다. 자신과 같이 천하게 되지 말라는 어미의 사랑이었다. 기남은 자유당시절에 전국농악 경연대회에 나가서 그때에 이승만 대통령으로 부터 개인 특기상을 받고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음이라.

그가 어린시절 부터 천부적인 자질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장고 열채를 잡고 두드리 듯 연습하니 그 어머니는 기남을 혼줄을 내야겠다는 생
각으로 다듬이 돌 위에 손가락을 놓게하여 방망이로 때리고 무섭게 말렸지만 타고난 운명은 어찌 할 수 없었던지 그리 말리지 못한거라.

그렇듯 맞고도 하루 지나면 다시 손가락 장단을 치는 아들을 바라보며 걱정을 하던차에 남원의 장고 명인 김홍집이 운암에 와서 장고를 잡고 농악놀이를 하였더니 이때에 많은 사람들은 그의 솜씨에 혀를 내두르고 감탄을 하는거라. 기남의 어미는 김홍집을 집으로 초대하여 기남을 제자로 받아 줄 것을 청하였더니 기남이 열 아홉 되던해 스승은 작고하고 기남의 기술은 오히려 높은 경지에 이르렀던 거라.

기남은 18세 약관 이전부터 화중선을 따라 일본과 만주 봉천까지 그 이름이 알려져서 세상 사람들의 갈채를 받았더니 이제 입석리가 마지막 설을 쇠고 물에 잠기기 전 한 번 더 고향에서 그 기량을 보여준다는 것이라. 서커스단이 잿말 장터에서 날이면 날마다 굿을 보였지만 기남의 장고소리만 못하니 그가 놀이패에 나섰다하면 근동에 사람들은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그의 기량은 좌 우를 가릴 것 없이 능수 능란하게 풀어지는데 그의 특기는 엇붙임과 소삼대상으로 나라 안팍에서 그를 따를자가 없다 하였다. 다슬림으로 장고소리를 고르기 위한 처음 짧은 가락으로 시작할 때 부터 그는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느니 이이의 기량은 구적놀이 덩더쿵 소삼대상과 잉어가리 세잔소시 기생이 춤을 추는 칼춤의 한 방법으로 노래를 부를때도 거기에 맞는 가락을 장고로 맞추는 것이라.

본시 장고나 북은 그 가지도 여러가지로 무당고는 오동나무나 박달나무로 만들어 가볍고 제례고는 소나무 피나무로 만드는데 절에서 쓰는 법고는 암소 가죽으로 만들어 은은한 소리를 내게 만드는 것이 상례라 했다.

기남이 쓰는 장고는 개가죽을 대서 만드는데 오른쪽은 암개 가죽 왼쪽은 수캐 가죽을 대는 것으로 장구통은 원통으로 홍송과 오동나무 버드나무로 만들어야 한다는데 홍송이란 무거워 탈이고 버드나무는 구름만 끼어도 장고소리가 눅눅해져서 제 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암개 가죽은 연삽한 소리를 내고 숫개 가죽은 웅성웅성하여 삽삽함과 웅성거림을 조화를 이루게 두드려야 하는 것을 이이는 두드리는데 있어 달인의 경지에 이른 것이라.
장고의 팽팽함을 조이고 늘이는 줄은 참모시를 여섯겹으로 꼬아 만들어야 쓰며 궁그리 채 또한 회양목이나 대 뿌리 도리깨 나무인 물푸레 나무가 제격이고 열채를 만들적에는 일곱치 정도의 대나무로 만드니 이 모든 것이 흐트러짐없이 조화를 이루어야 신비로운 장고 소리가 나는거라. 하여 이이는 궁그리채나 열채를 만들어도 남에게 시키지 않고 본인이 직접 만들기를 그는 장고를 치기 위하여 태어난 사람이라.

거둔댁과 수천댁 동네 아낙들은 해종일 신기남의 장고 이야기로 을사년의 정초를 시작한다. 강변에서 아이들이 낮 부터 불잉그락을 채운 깡통을 돌리느라 거둔댁네 마당에서 바라보니 불깡통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강정날 쪽으로는 연이 떠 올랐다.

가오리연 방패연 이지만 그것은 아이들이 제 스스로 만들어 띄우는 것으로 저 옛날이야 송액 영복이라 써서 일년의 액을 띄워보내고 복을 맞는다 했지만 이때에 잿말에서는 어른들의 연 싸움같은 풍습은 사라지고 아이들이 겨우 저희들끼리 사금파리 찧어 풀 먹여 연 실에 형식적으로 묻혀 연 싸움하는 정도라.
"그나지나 올해는 꼭 안 잊어버리고 가수(嫁樹) 히야 헐턴디 어쩔랑가 모르겄 네 이"
"성님은 어디 가수 헐 것 있었가니라우? 울안에 것은 물 찰란지 모른디 헐 필 요도 없고요."
"아참 그 가수가 멋 허는 거대요? 우리 시오매도 보름날 가수히라 가수히라 그 ��더만요."
수천댁이 얼른 받아 가수를 설명하니

"그건 대추 나무나 감나무 밤 나무 은행나무 열매 맺는 것은 다 해당되야. 뻗 어나온 가지 사이다가 돌멩이 하나 끼여 놓먼 되능거여 그러먼 과실 나무가 시 집갔다히서 많이 연디야"
"거뜸이 아지매 수천아지매 말씸이 참말로 맞어요.? "
"아이고 오사내 내가 갈치중게 못 믿겄다 그말여?"
수천댁이 샐쭉하게 눈을 흘기고 거둔댁은 그냥 말없이 웃기만한다.
"아지매 자세허게 설명을 히 주시야지 그렇게는 나도 허겄네요?"
"머셔 어른이 갈쳐주먼 알었으먼 예 허먼 되지. 이눔의 애펜네가"
"성님말이 맞어 암, 나무를 가지 사이다가 돌멩이를 끼우는거여. 근디 가수라는 말이 시집보낼 가 자를 쓰고 나무수자를 써서 가수 그런거여 "

"거 바라 안 똑같냐? 저놈으 에펜네가 꼬옥 어른이 말허먼 안듣고 "
수천댁은 아낙에게 가자미 눈이 되게 흘기고 있다.
"그나지나 가수 안히도 올해는 과실 나무도 전부 욍기야겄네 이?"
"어디로 욍길디나 있어요? 집도 안지었는디?"
"거시기 아랫뜸 멋이더라 가덜네거 누구지? 지난달에 전주로 나갔다가 다시 들온다는"
"예에 칠성이네 작은아버지 말 헝고만요."
"이 거그가 어�다고?"
"도로와서 저그 강쟁이날 넘어다가 움막이라도 짖는당만요.?"
"왜 이사간지가 얼매나 되야서?"
"아이고 연탄냄새나서 못산대라오. 어디 일 헐 디도 없고 누가 아무나 시켜 주야 말이지라우"
"아이고 지랄 그리도 지왕에 나갔으먼 자리잡을 생각이나 히야지 방정 떨고 왔 다갔다허먼 되간? 안그렁가 동서"

"긍게 그게 문제랑게요. 머 기술이 있기를 혀 젊기를 혀 어이서 써준다는 디가 쉽게 있겄어요?"
"여직 농사진거 가지고 가서 파먹고 놀았대라우"
"아, 글먼 여그 사람덜은 먼 일 �간이?"
"아이고 도시서는 하루라도 놀고 있는 사람이 없다더만 놀먼 굶어죽는대요. 우선 먹기는 꼬감이 좋다고 농사진놈 떨어지먼 어뜨게 사냐고 겁나서 못 살겄 당만요"
"그러게 큰일 아닌가? 그렇다고 인자 새로 집도 지어야 헌디"
"긍게 기냥 움막하나 진당만요."
"아이고 지랄 어쩌끄나"
아낙들의 혀 끄시는 소리가 울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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