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30]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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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ylib.kll.co.kr/gen/main_0602.html?kkk=5&sss=1&sl=1&id=yehwa21&no=2355&sno=4470&n=30 

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30] - 김여화


 

 

제목  [30회] 마지막 설-2
등록일  2001-10-15
조회수  14회
마지막 설-2


"놀랬냐?"
"으 언지왔어 오빠?"
"낮 차로"
"오빠는 언제 가 ?"
"왜에?"
"저어 오빠한테 의논할게 있어 이따가 내가 집으로 가께 "
"그려? 우리집이 ?"
기수가 반문하는 동안 인선은 휙 기수 앞을 지나가버리고 있다.
"아, 야속것 같으니 인선아 가엾은 것 "

마음속으로 외쳐부르며 아쉬운 눈으로 멍하니 그녀가 지나간 골목을 바라보고 있다. 인선은 잽싸게 걸어가고 있다. 다행이 한가닥 미소를 떠올려본다. 날아갈 것만 같다. 인선이 집으로 온다? 그런데 무슨 의논할 일? 기수는 무슨말을 하려는지 짐작 가는데가 없다. 무슨일 일까? 기수는 느린 걸음으로 돌아와 아랫방으로 가서 희미한 불빛아래 낮은 앉은뱅이 책상앞에 앉아 턱을 괴고 생각한다.

"저어 거뜸이 아지매 저 왔어요?"
기수가 그 소리에 깜짝놀라 아랫방문을 빠꼼히 열고 보니 인선이다. 그녀의 손에는 무언가 들려 있다.
"아니 인선이 아니냐? 인자왔냐? 어여 오니라 춘디"
방문을 열고 거둔댁은 손짓을 한다.
"야야 기수야 인선이 왔다 이?"

기수는 내다보지 않는다. 인선이 어머니께 인사를 마쳤으면 건너가 보라고 할 테니까 말이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그려 인선이도 인자 이뻐졌구나?"
"이거요. 주인댁에서 전해드리라고 히서요"
"아니 이게 뭐냐아? 멀라고 이런걸 다 보내�다냐?"
"편지도 들어있다고 허신는디요."

거둔댁은 인선이 가지고 온 보자기를 풀고 편지를 꺼낸다.
"당신이 조까 읽어보실라요?"
"음 이리주어바"
인선은 진필이 편지를 읽는 동안 다소곳 앉아있다. 거둔댁은 인선이 먹을 것을 웃방으로 건너가 양은 쟁반에 담아 내오고 그녀앞에 내민다.
"이거 먹어바라. 저녁이나 먹었냐?"
"예에"

기수는 아랫방에서 기다리며 큰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로 무언가 짐작해 보려고 하지만 넓은 마당을 건넌 큰 방에서는 더 이상 거둔댁의 말도 진필의 말도 그렇대서 인선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세 사람의 그림자만 창호문에 어리고 어머니 거둔댁이 붙여 바른 마른화초만이 불빛에 유난히 선명하다. 그림자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것이 아마도 인선이리라. 기수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막 일어나 문을 열 때

"그려 알었다. 니가 마음 고상이 크겄구나 그런종도 모를고 "
진필의 말이 들리고
"인선아 이거 먹을 것 가지고 아랫방으로 내리가바라 기수랑 같이가서 먹어"
"예에-"
인선이 일어나 쟁반을 들고 나오자 어머니 거둔댁은 마루를 내려가는 인선을 안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수가 생각하기에 어머니가 왜 저러신지 짐작은 가지않고 인선이 아랫방으로 들어오길를 기다려 문을 닫고

"누가 편지를 주었다고?"
다짜고짜 주저 앉히며 묻는다.
"오빠 앉어 오랜 만이지?"
인선은 보조개를 지으며 활짝 웃는다. 참으로 오랬만의 그녀의 환한 웃음을 보는 것 같아서 문득 웃는 모습에서 기수는 한 번 품에 안아보고 싶다는 충동적인 생각을 하면서 뚫어지게 그녀를 바라보다가 아랫목으로 비켜 앉는다.
"그래 오랜만이다."
"기수오빤 날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
"으으 그냥 니가 하도 이뻐서"

이제 여고 2학년 처녀티가 베어있는 인선은 금새 목덜미로 부터 발그레 물이드는 것을 놓치지 않고 훔쳐보면서 다시
"아까 무슨 편지냐구"
"으으 그거 내 그거 상의 헐라고 오빠한테, 오빤 이해 할 것 같아서"
"무슨 얘긴디?"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마 나 무서워"
"응 그려 니가 뭐라고 할는지 내가 겁나서 그런다. 왜 아버지랑 편지를 보셨는 갑더만 아무 말씀을 안허시냐?"
"오빠 수녀들을 어떻게 생각해? 수녀 말이야"
"뭐? 수녀? 너 그럼 수녀 될려고 허냐?"

인선은 깜작놀라 바라보는 기수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안돼 니가 왜 수녀가 되냐? 그건 절대 안돼"
"왜-에? 왜 절대 안되는거야?"
"으 어허 아니야"
"왜- 에 안되는건데"
"그 그것은 말여 아무나 하는 것 아니다. 수녀 되능게 쉬웅게 아니라더라"
"알아 그래도 할 수 없어 그 길 밖에는"
"뭐야? 그 길 밖에 없다고? 무슨 소리야"
"오빠 조용히 해 아저씨랑 알어들으시겄네"
"아니 구체적으로 말해바 그- 그러니까 왜 니가 수녀가 되어야하는지"
"기수오빠네 그 사돈네집 말여 곧 부라질로 이민가"
"이민가먼 가는거지 니가 왜 수녀가 되냐?"
"오빠 나는 부라질 가기 싫거든 그렇다고 해서 여기 잿말와서 살기도 싫어 이제 학교도 그만두어야 할 것 같고"
"그래서 그래서 수녀원에 가겠다는거냐? 너 정신이 나갔구나 "
"아니 나 정신 말짱해 난 우리 부모님만 생각하면 죽고 싶거등? 그래서 여기와 서 엄마랑 사는 것도 싫어 물론 동생들도 있지만 그애들이 내 인생 살어주는 것도 아니고 나 진작부터 생각했어"
"안돼 나는 어쩌라고?"
"으으 오빠가 어쩌다니?"

"아- 아니여 그래 더 깊이 생각해보자 응 수녀원을 안가고 다른 방법을 찾어보 면 안될까?"
"너네 엄마도 아시냐? 너 수녀된다는 거"
인선은 대답대신 고개를 젖는다. 그녀의 눈가에 이슬이 맺힌 것을 기수는 보았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고통스러움이 잠시 흐르고
"야 인선아 다시 생각해봐. 편지는 우리 어매도 보셨냐?"
고개만을 끄덕인다. 기수가 벌떡 일어나자
"왜 오빠 어디 갈려고? "
"편지 내가 가서 볼라고"
"냅둬 오빠, 아저씨 아주머니 보시라고 헌거야 왜 오빠가 그 편질봐?"
"그렇구나 그래 내가 어떻게 해 줄 수도 없으면서"

기수는 인선이 돌아가고 난 뒤에도 안절부절 견딜 수가 없다. 이럴수가 그렇게 가슴저리게 그리워만 했던 인선이 수녀가 된다?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기수는 끝내 건너간다.
"아버지 아까 인선이가 가져온 편지요."
"어 그려 편지가 어쩐다고?"
"너그 누네 그 사돈댁이 부라질잉가로 이민간단다."
"근디 왜 인선이는요."
"그건 말이다 이. 기수야 우리가 나설 일이 아닌 것 같다."

진필은 기수가 왜 그러는지 짐작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을 끊고 나선다.
"그려 너그 아버지 말씀이 맞다. 것도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거여"
"긍게 그 편지 저 주어보세요."
"편지는 멋-허게 바! 쓸디 없이 니가 어쩔라고?"
거둔댁은 편지를 기수에게 건네주고 나가라는 시늉을 한다. 기수는 편지를 들고 마룽을 뛰어내려와 아랫방으로 들어간다.
"자가 왜 저렇게 조용허다요? 이"
"기냥두어 지가 어쩌겄다는거여"
"이건 내 생각인디 인선이가 기왕에 공부를 허다 만 것잉게 우리가 학교를 보 내주먼 안될랑가요?"

"아 편지에 못봤어? 다른 사람헌티 소개 히 준다고 히도 부득불 수녀원으로 간 다고 헌다잖이여?"
"어린 것이 오죽�으먼 그런 생각을 허겄어라우? 아는 참 착헌디 얼굴도 이쁘 고 아이고 즈 부보 잘못만낭게 죄지 애린 것이 어뜨케 평생 수녀로 산다요 하 이고 "

기수는 밤새워 이불을 뒤집어 쓴채 눈물로 베게를 적시었다. 그렇듯 애뜻하게 그리워하던 소녀 인선은 설을 쇠면 수녀원으로 들어가게 되어있다는 편지였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 후원자를 연결해 준다고 해도 기어이 수녀가 되겠노라 했다는 인선, 기수는 인선이 안스러워 그믐밤을 뜬눈으로 새웠다.

잠못 이루어 부석거리는 기수의 얼굴 같은건 상관없이, 헝클어진, 얼기고 설킨 기수의 심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 을사년의 새 해, 새 날, 새 아침은 그렇게 밝았다.

간밤에 기수의 표정을 살피느라 거둔댁은 조심스러웠다. 본시 기수놈이 말수가 적어 혹 인선이 때문에 공부를 안하겠다 떼를 쓸까바 그것도 걱정되고 보아하니 기수놈의 엊저녁의 행동으로 보아 그애를 맘에 두고 있는 것 같아 진필에게 이암을 들여봤지만 이미 결정이 되어있는 그애의 마음을 돌린다는 것도 쉽지는 않으리란 생각 때문이라. 거둔댁은 인선이 그 아버지와 어머니의 비밀스런 일을 알고 있는 것으로 여긴다. 만일 그렇다면 그애는 마음을 돌리지 않을거라는 것도 짐작하는바라.

지금은 잊혀진 일이지마는 오래전에 인선의 어미는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는 소문이 있었고 그 소문 때문에 인선의 아버지 박씨가 목을 매단, 그래서 그 아이는 일찍이 아버지를 잃어야 하는 이미 그 사건은 모든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 버렸건만 오늘 인선의 우수어린 눈빛을 보면서 거둔댁은 틀림없이 인선이 제 부모의 일로 수녀가 될 결심을 한 것으로 짐작한다. 그런걸 알고 있는 거둔댁으로서는 기수의 태도가 무척이나 염려되는거라.

거둔댁도 역시 그믐밤 내내 고심하기를, 만일 기수가 그 아이를 좋아하여 결혼이라도 하겠다 했을 때 에미로서 어떻게 말을 해야하나 그런것까지도 생각했던 거둔댁이라. 어쩌면 차라리 인선이 가는 길을 막지 않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은 공부도 잘하고 이쁜 것이 갑자기 수녀가 된다하니 안스러운 마음이 반반이라. 그네는 아무런 내색도 없이 차례지낼 음식을 챙기고 있다. 허나 마음은 새 날 새 아침부터 짚 수세미 같다.

"그새 다 �는가?"
"예에 성님 어서오세요. 성님은 그새 지양뫼시고 오신갑네?"
"새복에 뫼�어. 원래 자네 시숙이 안그러싱가?"
본시 거둔댁네는 종가는 아니었으나 형편이 조금 넉넉함을 들어 집안사람들은 모두 자기의 부모제사를 모시고 나서는 곧바로 진필의 집으로 올라왔다. 진필이 선영을 모시므로 이곳으로 차례를 지내러 오는 것이라. 수천양반도 실은 작은집 사촌 형이되지만 기수는 당숙이라고 부르지 않고 큰아버지로 부르는 것인데 당숙이라면 멀게 느껴지고 아버지라면 더욱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에 집안의 우애를 더 돈독함이라 일컬어 기수를 비롯한 그 누이들도 그렇게 불렀다.

이 칸 장방 큰 방 뒷편 북쪽문에 젯상을 준비하고 성조상과 젯상을 모셨는데 맨 앞줄에는 대추 밤과 배 먹홍시를 붉은 빛의 대추는 동쪽으로 배와 밤 친 것은 서쪽으로 자리하니 이는 조율이시 홍동백서를 따르고 둘째줄에는 왼편에는 포을 오른편에는 식혜를 진설하고 좌포우혜 생동숙서를 지킴이다. 명태나 백문어 마른대구포는 좌측에 젓갈류는 오른쪽에 놓으며 삶아 익힌 나물은 숙주, 무채 익힌 나물은 고사리, 취나물은 서쪽에 생나물은 오른쪽에 진설하였다.

셋째 줄에는 탕과 찌개를 놓아 어동육서 두동서미로 쇠고기 돼지고기는 서쪽에 소, 돼지, 닭, 생선의 순서로 놓아 조기와 병어 전어까지 준비하였다.
이는 마지막 쇠는 설날 차례를 위해 묘사때와 같이 각별히 조상님께 갖은 음식을 고루 갖추고 잿말을 떠나기를 고하는 진필의 챙김과 거둔댁의 배려이다.

조기나 병어 생선의 배는 신위쪽을 향하고 머리가 동쪽으로 꼬리가 서쪽으로 진설하였으니 어느것 하나 소홀함이 없는 진설이라. 넷째줄에 여러 가지의 종류의 적과 전 회 떡도 인절미와 시루떡 흰떡 쑥떡까지 겸하여 놓으니 육회종유는 좌측에 생선회는 우측에 건좌습우라함은 마른 것은 좌측에 젖은 것은 오른쪽에 진설함을 말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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