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31]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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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ylib.kll.co.kr/gen/main_0602.html?kkk=5&sss=1&sl=1&id=yehwa21&no=2355&sno=7487&n=31 

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31] - 김여화

 

 


 

제목  [31회] 마지막 설-3
등록일  2001-11-29
마지막 설-3

지방을 세운 바로 앞 다섯째 줄에는 밥 국 술잔 숟가락을 놓아 우반좌갱 접동잔서 진필은 해마다 그러하였건만 새잽이로 기수가 보는 앞에서 일일이 진설법을 훈육선생이 하듯 가르치는 것이다. 이때에 수천 양반이나 그 아들들도 일제히 함께하는데 전통제례 잿말의 예법을 고집하는 진필을 아무도 말리지 못하느니 차례의 순서도 엄격하게 지켜 하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하느니 거둔댁은 이제 습관이 잘되어 차례 지낼적에도 그리하는거라.

영엉신- 수천양반이 집사가 되자 진필과 기수를 비롯한 참사자들이 자세를 바로하고 방문을 열고 늘어선다. 강신을 이르자 진필은 향로앞에 꿇어앉아 향을 올리고 집사는 제주 진필에게 빈잔을 건네주어 술을 따르니 진필이 두손으로 잔을들고 향불 위로 세 번 돌린다음 모사그릇에 조금씩 세 번 술을 비우고 빈잔을 집사에게 주고 집사는 잔을받아 원래대로 놓고 제주인 진필이 두 번 절한다.

참신으로 참사자 모두 두 번씩 절하고 초헌례로 제주가 신위 앞으로 나아가 분향하고 다시 술잔을 올려 향로위에 세 번 돌려 모사그릇에 따르고 빈잔은 다시 집사가 제자리에 놓고 젓가락을 제물위에 올리는거라. 이때에 수저는 꽂지 아니하고 제주가 절하니 초헌이 끝나면 참사자는 모두 꿇어 앉고 진필은 축을 읽는데 축문 읽기가 끝나고 기수를 비롯한 수천양반등 모두가 절을 두 번 하고있다

아헌으로 기수가 나아가 술잔에 술이 가득한 채로 올린다음 기수가 두 번 절하니 올해의 마지막 종헌은 민수가 나선다. 민수는 기수와 마찬가지로 수천양반이 잿상에서 술잔을 들어 퇴주잔에 붓고 술을 따르어서 세 번 향위에 돌리라고 지시하고 술은 가득 따르지 아니하니 술잔을 집사는 건네받아 신위 앞에 올리고 민수는 일어나 두 번 절하니 종헌이 끝나는거라.

첨작으로 며느리들 까지 꿇어 앉아 술을 세 번에 걸쳐서 따르고 술잔을 채우며는 물러나 나와 네 번 절하여 잿말에서의 마지막 차례임을 고하 였다.
삽시정저로 거둔댁은 밥그릇 뚜껑을 열고 숫가락을 안쪽으로 잡고 약간 지방쪽으로 사선처럼 엇비슷하게 꽂고 젓가락을 내려서 세 번 고른뒤에 제물에 옮겨 놓으니 삽시정저가 끝나거든 제주와 참시자 모두가 절을하고 합문에는 참사자가 밖으로 나가야하나 방문을 열어둔 채 모두 엎드려 부복하였다.

계문하여 제주가 헛기침을 세 번 하니 이는 어른의 식사중이므로 함부로 행동하지 않기 위함이니 부복하였다가 일어나 국을 내리고 숭늉을 올려 헌다를 마친다음 저를 고른다. 숭늉그릇에 놓였던 수저를 제자리에 놓고 메그릇의 뚜껑을 닫는데 이를 철시 복반이라 하는거라. 이때는 참사자들은 모두 묵례를 한다음에 고개를 드는거니 고인의 영혼을 전송하는 사신으로 모든 참사자가 절을 두 번씩 올리고 축문과 지방을 사르는 거라.

성조상을 먼저 물려 차례가 끝난뒤에 그제야 음복으로 아침을 먹는거라 이렇듯 진필의 차례 지내는 것도 간략하게 지내는 남보다는 더 예법을 지키니 거둔댁의 생각에 기수의 처가 될 아이는 꾀 까다로운 시아버지에 선영을 많이 모시니 걱정이 아니될리 없다.

비록 거둔댁은 예법을 지키고 순종하고 살지마는 자꾸만 간소화 간략한 제사를 지낸다는 남의집 이야기를 들을적마다 아무리 제사자랑 말랬다고 며느리 얻기가 여간 걱정이 많은 것이다.
헌데 기수가 어제밤 인선이 일로 해서 아침에 차례를 지내는 동안 한 번도 낯 꽃을 펴지 않는 것이 그네를 불안하게 하여 거둔댁은 국그릇을 들어 따순 것으로 바꾸어 주어보지만 기수는 손도 대지 아니하고 그져 조기만 깔작거리고 일어난다.

"아니 기수 그만 먹을텨?"
"예에 큰어머니 많이 먹었어요"
"이이 그리여 과일 먹어라 이?"
"아뇨 됐어요."
기수는 수천댁의 말대꾸도 건성으로 하고는 나가버린다.
"아니 동서 자가 어찌 아적의 기분이 안조은 것 맹이네?"
"지가 머시 기분이 안조아라우"
진필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민수도 밥을 먹다말고 기수를 바라본다.

차례상을 물리자 마자 기수가 들어와 세배를 드리겠다하니 상을 물리고 쌈지에서 봉초를 꺼내던 수천양반이 놀란 얼굴이 되어서는
"아니 기수야 인자 밥 먹었는디 그새 세배냐?"
"아뇨 큰 아버지 이따가 재 넘어서 나갈라고요. 세배 받으세요. 큰어머니도 세 배 받으세요"
"그려? 그렇담 받어야지 저런"
"예 건강하세요. 인자 이 집에서 세배드리는 것이 마지막이네요"
"긍게 그렇구나야. 오늘 핵교 안갈턴디 낼 가지 그냐아"
기수는 부득불 급하다고 우겨 거둔댁까지 정지간에서 억지로 모셔와 세배를 하고 나선다.
"왜 그새 갈라고 그러냐?"
진필은 가타부타 말하지 아니하고
"가더래도 이따가 낼아적으 차로 가거라 머시 급혀! 초 하룻날 어디가서 놀디 도 없을 턴디"

다시 거둔댁이 말을 하여도 기수는 대답하지 않고 나가 버린다.
"아이고 저놈이 인자 이 집이서 지가 있으먼 매칠이나 있는다고 찬찬히 가랑게 저 야단잉가 몰라"
"가서 머 헐일이 있능간만? 어저끄는 낼 아적 차로 간다고 히놓고는 저러네? 자 자가 아무리도 이상허당게?"
"갈란놈은 가야지라오. 지가 여그 오래있다고 머 필요있간이?"
"참 당신은 이상허요 이? 초 하룻날 부텀"
거둔댁은 군담을 하면서 나가버리고 진필은 혀를 끌끌 차고 있다.
"큰아버지 저 가께요. 담에 일요일날 오께요."
방문을 열어보는 수천양반을 향해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는 기수는 뒤도 안돌아보고 사립을 나가버린다. 정지간에서 바라보던 거둔댁은 한숨을 늘이쉬고 수천댁은 이상타는 눈으로 거둔댁을 바라본다.
"자 참말로 이상허네 이? 서방님이 머라고 지천 허�능간만?"
"밸일 아니라우"
"엔간허먼 난중으 야단치시지 그러�디야 참내. 저놈자식 먹을 것도 하나도 안 갖고가서 어쩌까이?"
"난중으 갖다 주지요. 머"
"아이고 지랄 저놈자식 저러고 가먼 적으매는 어쩌라고 아이고"
수천댁은 기수가 나간 고샅으로 달려나간다.

기수는 수천댁이 달려가 무어라고 말을 하였는지 낯 빛을 풀고 다시 집으로 들어와 아랫방으로 들어간다.
"성님이 머라고 허�간이 저놈이 도로 왔대요?"
"내가 머라고 �간이 지가 알어서 기냥 왔능간만. 기냥 갈랑게 조께 미안�덩 게 비지 머. 저도 속 있는디 안 미안 허겄어? 맥없이 머라고 히쌌지마 이?"

초하룻날 부터 거둔댁은 맘이 편치 못했다. 그렇대서 누구보고 하소연 할 수도 없는 그런일을 두고 며칠을 끙끙 앓다가 다시 진필에게 넌즈시 운을 떼보기로 한다.
"거시기 적아버지 기수 말여라우 갠찬허까요?"
"글먼 갠찬치 어쩌? 나이가 �이라고"
"지금 한창 그럴때 아니요? 조께 가보고 왔으먼 헌디"
"가서 머라고 헐라간디?"
"가가 인선이 땜시 아무리도 먼 일 낼 것 같이서요"
"그렇다고 멋을 어떻게 허라는거여?"
구문을 뒤적이던 진필이 버럭 고함을 지른다.
"왜 소리는 지르시오 이? 수녀원에 가는 것 만이라도 말려보먼 "
"가도 인자 나이 배기여. 지 신세 지가 알어서 결정헌 것을 누가 말려?"
"참 당신은 어쩌먼 그렇게 매몰차요 이? 아 우리 기수가 걱정�개 글안 허요?"
"아, 긍게 기수가 가허고 연애 헌다고 헌 것도 아니고 멋을 어떻게 어디서 부 텀 말을 헌다는거여?"
"기수보고 물어봐야지요. 맘을 돌리게 말이요."
"내버려 두어 무신놈의 맘을 돌리고 말고혀! 언지 주었다가니? "

거둔댁은 마음이 조여 견딜 수가 없다. 자꾸만 어깨를 축 늘이고 차부로 나가던 기수가 눈에 밟혀 아무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사위들이 다녀가고 전주 집을 사는 문제로 진필과 사위가 상의를 하는데도 거둔댁은 모른척 하였다. 초 사흘이 지나고 고샅 제(祭) 지낸다고 쌀을 걷으러 다니는데도 나가지 아니하고 두문불출 집에만 있었다.
"어찌 거뜸이 아지매가 요새 아프싱가 통 뵈이지를 안히요? 이"
박서방네가 와서 찾아서야 겨우 일어나 앉았다. 수천댁과 동네 아낙들 여럿이 함께였다.
"어서들 와 성님도요. 어찌 이렇게 조다 뫼야서 오신디야"
"왜 어디 참말로 아프대여?"
"아프기는요 심란시러서 기냥 누워 있었고만요."
"왜 기수땜시 그려?"
"아이고 기수도령이 왜요?"
"아니 초하룻날 아무것도 안먹고 기냥 가버링게 그렁간만"
거둔댁은 아무 대답도 없다. 동네 아낙의 말이

"아래뜸 인선이요. 가는 요번에 가먼 오기가 심들거라고 험서나 초 하룻날 지 양 모시는 것만 보고 기냥 갔당만요. 거그 가 �고 있는 집이 타국으로 간다덩 가 어찐다덩가 그리서 인선이도 따러가는 모냥이던디요? 저그매 말로는"

거둔댁은 인선이 어떤길로 가는가를 알고 있으면서도 아마도 제 어미에게는 그렇듯 타국으로 따라간다고 말 헌 것으로 여기고 더 이상 묻지도 않고 일어나 웃방으로 가서 먹을 것 들을 마른 바가지에 담아 내온다. 바가지에는 콩까줄 백산이며 지양뫼시고 남은 밤 대추등이 담어져 있고 따로 적반도 가지고 온다.
"아이고 멋을 이렇코롬 많이 내오신다요"
"먹고 갖다 아덜 주어 우리는 누가 먹었어야지 성님도 조께 싸 디리꺼라우?"
"머얼? 우리도 안적 적이랑 남었어 자네 시숙은 그렁것 안자시잖여"
"어서 맛바 나도 입도 안대고 그놈이 바쁘다고 기냥 가서 싸주도 못허고"
"참 자네 수천리 당산제 지낸디 귀경 안 갈라능가? 거그도 그러고 낼모레 초이 렛날 절이도 가얄턴디 이?"
"거뜸이 아지매 같이 가시먼 안 조까요? 지도 시방 거그 가시자고 헐라고 수천 아지매 따러 왔고만요. 글고 보내주신 쌀로 설 잘 쇠�고만요."
"잘�네 아덜 아버지는 설쇠러 안 왔덩간만 이?"
"아이고 무신 낯짝으로다 오겄어요. 시상의 처자식도 자식이지만 적으 오매도 오늘 내일 허는판에 풋딱진 놈의 농사 진 것 조차 싹 훑어갖고 기어나갔는디 멋허로 와요. 가서 혼�허게 살어야지요."
"아이고 말도 우작 시럽게도 허네, 그리도 아덜 아부진디 어쩌겄는가? 기냥 오 먼 암말도 말어 모르쇠 히여 앙앙 그리지 말고"
"아지매 사람같으먼 그�겄어라우. 오매가 바로 가서 세배도 디리라고 그러신 디 지가 초산날이라도 피여서 올라고 인자왔고만요. "
"오다봉게 고샅이서 죄다 만나징고만요.
"세배는 무신놈에 세밴가? 내가 얼매나 늙었다고? 할매는 조께 어떠시고?"
"쌀 뽀독뽀독 �어서 흰죽 끼리드링게 꼬숩다고 허심서 조고 한 마리 다 잡수 더랑게요."
"잘�네 잘�어 아이고 우리 동서는 복 받을 것여 암, 할만씨가 늘마독 앉어서 자네 땜시 일어나야 겄다고 허신다네 마룽이라도 훔쳐주고 싶디야 오시서"
"참 성님 당산제 한번 귀경가자고 험서도 해년에 못가고 말었는디 가꺼라우?"
"본동댁 할만씨가 그렇게 고맙다고 허시더라네. 쌩 병이 났는디 참 자네는 그 런디꺼정 신경쓰니라고 이? 그려 그것도 공잉게 이?"
"글먼요. 우리 아 새끼덜이 때때옷이랑 입고 걍 어찌케 좋아헌지"
"어참 초 하룻날 세배 왔덩만 참 이쁘고 영특허게 생�어 이?"
"예에- 근다고 그 인간은 시상으 지금 어디서 죽었는지 살었는지 "
"아이고 데졌으먼 좋겄다고 욕헐때는 언지고 인자 돈 벌어 오먼 어쩔챔이여?"
거둔댁은 밉지않게 눈을 흘겨 준다.
"아이고 아지매 돈 벌 위인이먼 집구석 양식까지 다 퍼 갖고 나갔겄어요?"
"그건 그려 그 웬수놈의 물돈 땜시 으흐."

거둔댁은 한숨을 내리쉰다. 물 돈 한푼 나온 것을 주막집 간들어진 예펜네 하나 꿰차고 나가버린 동네사람 이야기라. 홧병으로 노모가 식음을 전폐하고 누웠다는데 아이들과 시안내내 굶기를 밥 먹듯 한다하여 사람을 시켜 쌀 두말과 조기 두어마리 보냈더니 그 아낙이 설쇠고 건너와 그렇듯 하소연 하는 것을 거둔댁은 어르는 듯 달래는 듯 하는 것이다.

이네들은 거둔댁이 조금씩 설 쇠라고 무어라도 건네주니 한꺼번에 인사가자고 입을 맞추었던 모양이라. 거둔댁은 박서방네와 수천동서를 시켜 그들이 설 쇠는데 필요한 것들을 미리 알아보라 하여 두 사람을 시켰더니 함께 만나 찾아온거라. 항시 없다고 해서 업수이 여기지 않고 동기간 같이 챙겨주는 거둔댁은 놉을 얻을때도 서로 올려고 했고 그네를 따르고 존경하는 것이라.
"자네가 간다먼 나사 좋지"
"가먼 저녁으 늦을 거인디 어뜨케 와라우?"
"그리서 자네가 가먼 적아버지 보고 이암 디리서 가자고 허랄고 글제이"
"시숙 어른헌티 꺼정요?"
"왜 미안허먼 자고와도 되지머. 자게도 처갓집이 간디 그렇게 실타고 허겄어?"
"그리요 아지매 글고 그런디 가서 공딜이먼 더 좋대라우"
"그거사 당산제는 이녁 동네 조라고 허능 거인디 넘의 동네사람 조라고 허간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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