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26]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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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26] - 김여화

 

 


 

제목  [26회] 면례-5
등록일  2001-10-15
면례-5


"그리야지요. 말은 내년 시안에 물이 찬다고 허더만요. 글먼 강당골이다 사당 도 지으실라고요?"
"그리야 허겄지. 제각이 어리동에 있응게 그쪽으로 허덩가 아이고 그건 나보담 어른덜이 있으싱게"
"여그 구름들이 저 외안날 산이 다 잼긴다먼서요? 글먼 아조 저 마당벌이랑 구 성물 앞에는 바다 같으겄고만요. 뾔쪽바우도 글먼 안 보이겄네요? "

"입석대 말여? 그럴터지. 자네는 바다 가 봤간디?"
"예에 전이 임실가서 여수 한 번 귀경 갔었잖이요. 동네서요"
"나보다 났네야. 그리여 그때 나도 갈라다가 기수란놈 하숙집 일 생기서 전주 갔었지?"

진필과 김씨가 주고 받는 이야기에 칠성이는 잠자코 듣고만 있다.
"참 칠성이도 댐배 한 대 피여라?"
"아녀라우 �찮히요"
"야 이놈아 어르신이 피라고 허싱게 필라먼 피여 다른 양반덜 같으먼 어림도 없다."
"아자씨는 어르신이 아무리 피라고 허�어도 어뜨케 지가 감히 피겄어요. 참을 랑만요. 난중으 피께요"
"아이고 그놈 두었다가 씨 히야 겄고만요."
"그려 칠성이만 같어도 사람이 참 되�지"
"가끔 한 번씩 초랭이 방정만 안 떨먼요."

"사람이 한가지 숭이 없으먼 부처라고? 머신가 하나가 부족헌게 사람이라 일르 지 안그런가?"
"예에 존 말씸이시지요."
"어여 또 올라가자"

진필과 김씨 칠성이가 갈담양반 즉 진필의 장인 장모의 유골을 면례하여 갈공절 넘어 천광을 파 놓은 곳에 까지는 가파른 산을 한참을 더 올라가니 일꾼들이 천광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다.
"맨리는 잘 끝나고?"
"예에 수천어른 거뜸이 어르신이 기분이 좋으싱것맹이요."
"그려? 글먼 나도 존네야. 본래 그 사장 어른이 참 군자�네 그렁게 사우 잘둬 이렇게 시상 바람이랑 안 쐬시능가?"

진필은 그져 헤-에 웃고만 있다. 수천양반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본시 갈담양반이 군자이시라 유골이 면리하기에 딱 알맞은 거라는 뜻인 것을 그가 모르는바는 아니라.

사실 유골의 상태는 몇 년 더 있다가도 아니 작년에 했다 하더라도 알맞지 않았을 적당한 시기 막 환골의 상태에서 벗어나는 초입이라 해가 묵을수록 뼈가 삭게 마련이니 지금의 시기는 약간은 자주빛을 띤 것도 같고 아니면 노란빛이 나는 듯 한 최상의 시기에 이르러 면례를 한다는 것은 고인으로 하여금 적기요. 면리를 해 내는 일꾼들로서도 뼈를 만지기 좋은 상태로 뼈가 하얀 것은 삭기 시작하는 단계를 말함으로 이때는 잘못하면 유골을 부러뜨리거나 부스러질 수도 있음을 말함이라

"어여 편히 눕게 허시야지?"
수천양반이 재촉이시므로 진필은 칠성이 내려놓은 유골을 천광옆으로 모시고 자신이 직접 천광 안으로 내려간다.
"왜 김세완이 안 허고 동상이 헐 라는가?"
대장장이 김씨가 진필 대신 먼저 대답한다.
"예에 당연히 그러시야지요. 지가 옆으서 치다봄서 같이 허시먼 좋걸 같히요"
"지가 잘은 못허지만 지손으로 뉘여 드리야지요"
"아먼요. 당연히 그러시야지요."

일꾼들은 저만끔 구경하는 사람 멀리 돌아앉아 칠성이 같이 담배를 피는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 여러 가지라.
"어이 박서방 자네는 내리가서 제물 쳉긴것 지고 오소 이?"
수천 양반은 박서방을 내려 보내고 함께 천광을 중심으로 둘러 앉는다. 천광아래 묘 혈은 자로 잰 듯이 깊게 파이고 하관 자리는 좁다랗게 가로 한자쯤 세로 여섯자 정도 되어 보였다.

천광은 의외로 속땅이 좋아 고생을 덜 한 듯한 것은 천광안의 흙이 말해주고 있었다.
진필은 모래 몇 삽을 하관 할 혈에 살짝이 뿌리고 그위에 소지종이를 펼쳐놓고 아까 싸맸던 반대로 이번에는 머리부터 위쪽 한 가운데 정좌 시키고 양팔을 좌우 구분하여 어께 뼈를 옆에 혈 가상으로 편히 뉘이고 좌우 갈비뼈 열 두벌을 차례로 내려 정닥한 간격을 맞추고 잇대어 끈에 꿰었던 척추뼈를 조르르르 다시 뉜다.

대장장이 김씨는 아까와는 반대로 유골을 하나씩 들어 천광안에 있는 진필에게 건네주고 수천양반을 비롯하여 동네에서 올라온 나이드신 어른들까지 빙 둘러서서 구경으로 천광안을 내려다보고 있다. 갈비뼈 척추뼈를 놓은 뒤에는 엉덩이 뼈을 바르게 놓고 그 사이에 움뼈를 끼워 앉히고 먼저 갈담 양반의 유골이 혈에 제자리를 잡고 안장이 되자 둘러서 있던 사람들은
"아이고 욕봤네 사우가 욕봤어 암 이게 큰 일이여, 이게 자석이랑게"
동네 어른들의 말씀이시라. 진필도 사실은 마음이 흡족하여 김씨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인자 모래를 뿌리야지라우"

진필이 모래를 뿌리는데 그 손은 마치 시루에 떡가루를 안치는 여인의 손끝이라 조금은 떨리는 듯 조심스러운 모양이 얼굴 표정마져도 그러하다. 처음 한 두께 모래가 뿌려지자 김씨가 일어나 푸대에 있은 모래를 수북히 부어주며 두손으로 가지런히 밀어보라는 손짓을 한다.

모래를 뿌려 메꾸어진 혈에는 덮개로 천개석을 덮고 갈담양반을 안장한 천광은 일꾼들이 흙으로 채우기 시작하는데 옆에서는 진필과 김씨와 수천양반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모를 안장시키기 위해 옆의 천광으로 내려 들어간다.

진필이 장모님을 안장하는 동안 일꾼들은 천광, 광중을 흙으로 채운뒤 봉영 작업을 하고 있는데 본시 봉영을 하기전 광중에 흙을 다 채우면 평토가 되었다하여 평토제를 지냈으나 초상이 아니므로 곧 평토제 없이 성분을 하고 있는 것이라.

봉영은 어른들이 나서서 어디까지 흙을 쌓을 것인지 미리 둘레를 표시하고 봉분의 크기를 정하는거라 작대기를 꽂아 좌향이 틀어지지 않도록하여 흙이 쌓일때 마다 조금씩 뽑아 올려 흙을 다지느라 올라가 밟고 달구질을 잘하여야 봉분이 허물어짐을 막는 것이다.

이렇듯 성분을 하는 시간은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였는데 이들은 산 한귀퉁이 자갈을 걷어내고 좋은 흙을 골라 바작으로 져나르고 있었다. 아침부터 떼를 뜨기로 맡은 일꾼들는 그 때 까지 국사봉 저 아래 강당골까지 내려가 떼를 떠 놓고 그것을 져 나르는데 그 또한 대 역사라. 여남은의 장정들이 바작에 떼를 짊어지고 산을 오르는데 닭기똥 같은 땀을 뚝뚝 흘리고 장정들도 수고가 이만저만이라. 그들은 성분을 하면서 제각기 노래를 부르는데 앞둑 베루는 뒷둑을 싸고 어이싸오

뒷둑 베루는 앞둑을 싸고 어이싸오
휘휘 둘러서 삼들을 싸세 어이 싸오
임실 원님은 해우쌈 싸고 어이싸오
남원 원님은 천엽쌈 싸고 어이싸오

장수 원님은 곤달로 싸고 어이싸오
진안 원님은 상추쌈 싸고 어이싸오
순창 원님은 이불쌈 싸고 어이싸오
이집 지붕은 노적쌈 싸고 어이싸오
우리 일꾼은 풍년쌈 사고 어이싸오
바짝 바짝 우겨들 싸소 어이싸오
외영 가닥을 이겨를 주소 어이 싸오
장구지 달팽이 다 잡아들이라 어이 싸오 에이 - 우-우

"아이고 야 그놈으 노래를 왜 봉분짐서들 허냐?"
"아, 노래야 지절로 흥이나먼 불르는 것이지라우. 머 맷동쌈서 불르는 노래가 따로 있다요?"
동네 어른의 말씀에 누군가 말대꾸로 툭 한마디 던지니
"어른헌티 누가 그러냐? 기냥 암 말도 안허먼 둘째나 갈턴디"
수천양반이 말을 자른다.

일꾼들의 노래소리는 갈공절 날맹이를 에워싸고 한 쪽 갈담양반 봉분이 거의 올려졌을 때에야 장모 김씨의 안장이 끝났다. 다시 처음과 같이 모래를 뿌리고 성분을 하는동안 진필은 한켠에 나 앉아 담배를 문다.
"아이고 욕봤네 언지 히본 사람 맹이로 잘헝고만 이? "
"지가 욕보기는요 김세완이 욕봤지요. "
"아니라우 지야 머 기냥 옆에서 귀경만 �는디요 머"
"아녀 자네도 욕보고 우리 거뜸이 동상도 욕봤어 인자 성분허먼 되겄고만"
"근디 왜 점심이 안온다요? 일꾼덜 배 고프겄고만 지금 때가 제웠어요"
"이 조께 제우기는 �어도 아까참에 샛거리 먹었잖여 동상은 안 먹었능간만?"
"아니요 술 한잔은 �고만요."
"아까 지덜은 여그와서 또 막걸리 한잔씩 �는디 어르신은 안 자�고만요"

"인내바 시장헝게 막걸리라도 한사발 히여"
"아니요 밥을 먹어야지 또 술 먹으먼 안되지라우"
그때에 갈공절 아래쯤에서 박서방이 내지르는 고함소리가 들린다.
"야아 칠성아 여그 조께 받으로 와 바라 이 ?"
"어이 칠성아 얼릉 가서 밥 받어와라"
수천양반이 고함을 재차 지르자 칠성이 달려 내려간다.
"아이고 지게를 지고 내리가던가 히야지 맨손으로 가서 어쩔라고 저놈이"
"냅두쇼오. 알어서 갖고 오겄지라우"
진필이 수천양반을 말린다. 그는 똑같이 일하는 사람 제 맡은 몫이 있거늘 쳐 불러대는 박서방이 못마땅 한거라. 허나 사실은 거둔댁 수천댁 박서방네까지 총동원 하여서 일꾼들의 점심과 평토제 지낼 제물을 지고 올라오는 것이라.

막걸리 한 통개 동이에 국 한동이 물 한 동이 여럿이라지만 모두가 한 고개씩 이고 올라오는 아낙들의 이마에서도 팥죽같은 땀이 연신 흘러내리는데 가파른 산을 올라오기도 힘겨운 것을 사람이 먹는 것이 좀 무거운가 떼를 떠 올라오는 일꾼만도 여남은 명에 천광 파던 사람들 허며 동네서 구경온 노인들까지 삼십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갈공절 넘어를 오르내리며 흰둥져 있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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