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25]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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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ylib.kll.co.kr/gen/main_0602.html?kkk=5&sss=1&sl=1&id=yehwa21&no=2355&sno=4465&n=25 

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25] - 김여화

 

 


제목  [25회] 면례-4
등록일  2001-10-15
조회수  15회
면례-4


내가 중생을 보니 시람은 되었으니 마음과 행실이 어리석고 미련하여 부모의 큰 은혜와 공덕은 생각하지 못하고 공경하지 아니하며 은혜를 져버리고 인자한 마음이 없어 효도하지 아니하며 의리가 없니라.

어머니가 아기를 갖은 열 달동안 일어나고 앉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여 무거운 짐을 진 것 같고 음식이 잘 내리지 아니하여 오래 병을 앓은 사람 같으며 만삭이되어 순산할 때에는 한량없는 고통을 받으면서도 잠깐동안 좋고 나쁜 것이 아기에게 해가될까 염려하여 땅이라도 잡은 것 같이 피가 흘러 자리를 적시느니라.

이러한 고생은 겪으면서 아기를 낳고는 쓴 것을 삼키고 단 것은 뱉아서 아기를 먹이며 업어 기르고 부정한 똥오줌은 받아내면서 부정한 것을 빨래하되 귀찮은 것은 모르되 더운 것은 참고 추운것도 참으면서 고생되는 것은 싫어하지 않으며 마른데는 아기를 뉘이고 젖은데서는 어머니가 자며 삼년동안 어머니의 흰 피젖을 먹여서 어린아이가 자라나면 학문과 예절을 가르치며 벼슬도 시키고 직업도 구하여 주면 수고로 애써 기르는 일이 끝나더라도 은정이 끊이었다고 말하지 아니하느니라.

아들딸 병이 들면 부모도 병이 나고 자식의 병이 나아야 부모의 병도 비로소 낳으리라 이렇게 갖은 애를 써서 기르면서 어른 되기를 희망하였건만 자식이 성장 한 뒤에는 그러한 은공도 모르고 오히려 불효하고 불경하며 부모와 말 할 적에는 눈을 흘기고 눈동자를 굴리면서 능휼히 여기며 형제간에 욕설하고 싸우면 친척들을 할키고 예의가 없이 부모를 따르지 않으며 부모가 이르는말에 순종하지 않으며 형제간에 말 할 때에는 일부러 어긋장치며 나가거나 들어올때는 어른에게 알리지 아니하고 말과 행동이 버릇없고 멋대로 이를 행하느니라.

부모로는 훈계하고 책망하고 어른들은 그른 것을 일러 줄 것이어늘 철 없다 용서하고 형들이 덮어주기만 하여서 버릇없고 점점 자라면서 순종하지 아니하고 잘못된 일도 항복하지 아니하며 나쁜사람을 사귀어 습관은 천성이 되어서 드디어 허망한 일을 꾀하기 시작하며

혹 남의 꾀임에 빠져 타향으로 돌아다니면서 부모를 멀리 여의고 홀로 장사를 한다거나 군대를 따라 다니며 엄벙 덤벙 세월을 허송하다가 결혼을 하게되면 살림에 부달려 본집에 오래도록 돌아오지 아니 하다가
혹 남의 모략에 빠져드는 죄를 범하기도 하고 그로 말미암아 큰벌을 받고 옥중에 구금이 되어 모진 병환에 걸리어 무수한 곤경을 당하거나 혹 액난을 만나죽고 배고픔을 면할길이 없게 될 적에 돌보아주는 사람은 없고 여러사람의 천대를 받고 눈치거리에 나 앉아 필경에 죽게 되더라도 보호할 사람이 없고 죽은 송장까지도 땅속에 묻히지 못하고 붓고 썩어 볕에도 바람속에 굴리면 해골이 낭자하여 타향의 모래밭이나 풀밭에 뒹굴게 되면 부모 친척들과는 영원히 만나지 못하느니라.

대장장이 김씨가 부모은중경을 독송하는 그 시각 갈공절 넘어 국사봉 자락에서는 개토축을 읽고 있다.
(改土祝) 維歲次 癸卯 동짓달 癸巳 朔 初열흘 壬辰 午時
幼學   全州 崔鎭弼 敢昭告于
土地神今爲 全州 李氏 明和 配孺人 京州金氏
營建合 于 神基保于
備無後艱 謹以 淸酌脯醯 祗薦于神尙 饗
풀이하면 계묘년 동짓달 초 열흘날 오시에 어린 자손 전주최진필이 지금 엎드려 토지신께 고합니다. 전주이씨 명화 그 부인 경주김씨를 이곳에 집을 지어 모십니다. 술과 포와 식혜를 준비하여 감히 올리오니 바라건대 거두어 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뜻으로 진필이 면례를 위하여 버들골로 갔으니 수천양반이 대신 천광일을 하기 앞서 개토축을 하는 것이다.

갈담 양반과 그 부인 김씨의 면례가 되어가니 떨어진 밥 밥구리에 고이 모셔 칠성이가 짊어지고 버들골을 떠나온다. 김씨는 칠성이보다 조금 앞장서 걸어 마당벌 큰 또랑을 건너는데
"감담어른요? 여그 시방 잿말쪽으로다 가실라고 강쟁이쏘 건너라우? 인자 잿말동네 지내서 강달골 우에쪽 갈공절 넘어로 뫼실텅게요? 거그서 난중에 마당벌 구름들이 물차먼 내리다 보심서 누워계시쇼 이?"

진필은 아무 말 없이 뒤를 따라가며 저 높고 높은 국사봉을 바라본다.
국사봉은 노령산맥의 줄기로 오봉산 다섯 봉우리와 이어져 이들 봉우리가 구름들 위에 책이살이라는 가파른 바위 낭벽을 이루고 섰는데 그 높이가 500여 미터라 아무리 이 잿말에 산다 하여도 그리 쉽게 국사봉 바우 날맹이에는 올라가지 못하는데 그것은 국사봉 올라가는 길이 따로 나 있는바도 아니고 본시 국사봉 가상에는 절벽으로 이 낭벽 양지쪽에는 바위손이 무리를 이루고 바위에 실날같은 뿌리를 내려 그 생명력을 유지하는데 그 또한 기이한 일이라.

보통은 바우손 이라 하나 본시는 부처손으로 항시 푸른 여러해 살이라. 각종 출혈증이나 대하증 천식 신장염 간염을 다스리는 한약초로도 쓰이건만 그 높은 꼭대기 바위에 붙은 이 바위손이라는 식물은 본시 물을 좋아해서 항시 물기가 지적거리는 곳에 사는 것을 이곳 국사봉 날맹이 바위손을 보면 물이 나는것도 아니요.

그렇대서 날마다 비가 오는 것도 아닌데 항시 그 푸르름을 유지하는 것은 바로 낭벽아래 운암강 줄기의 물 때문이라. 운암강, 이 국사봉 주변에는 하루에도 여러차례 운무가 짙게 드리우고 아침이면 물 가운데서 피어오르는 안개가 그 장관을 이루는데 안개는 바위손 성장에 좋은 조건이라.

이 안개로 하여 바위손이 수분을 유지하고 또한 바위가 습기를 지니고 있어 항시 바위손으로 푸른 것이다.

본시 산세로 말할 것 같으면 바위와 암벽이 많은 산에 정기가 강하여 이곳에서 나오는 정기가 영험하다 하였다. 하여 전하는 말은 풍수학에서나 도가들이 설악산, 월출산, 가야산, 북한산등 이러한 뾰족뾰족한 산세로 인하여 기도가 잘 된다 하였다. 더러 운암에 인물들은 이 국사봉의 정기 탓이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 이러한 기가 센 산에서 수행하는 사람들은 능히 그 기를 받을 수 있어야만 한다했다. 산에서 뿜는 그 정기를 받아내지 못하는 자는 몇 십년을 수행하여도 이루지 못한다 하였느니 국사봉은 바위와 낭벽이 많아 꼭대기까지 오르는 이가 별로 없었다.

이곳에는 나무를 하러 간다거나 고사리를 끊으러 가는이도 별로 없는데 나무를 하러 가더라도 본래 산에는 더덕이나 마, 칡이 있어야 나무를 할 때 시장기 돌면 캐 먹으며 재미로 해를 보내거늘 산은 높되 이러한 재미거리가 없으니 나무는 거의 건지산 버들골 쪽으로 가서 더러 큰 베루까지 작은 베루까지 나무하러 가는이도 있기는 하였다.

대개는 잿말앞에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 가을이면 붉디붉은 핏빛 단풍이 내장산 단풍 부럽지 않은 간좌터 뒷산을 넘어 가는데 병풍산 날맹이만 가도 싸잽이 쌔떼기 등을 할 수 있었느니 나무하러 멀리 못가는 사람들은 뒷산 호암산 소나무밭 가리나무가 제격이라.
호암산 양지쪽은 호암산 넘어 국사봉 끝자락 어리동 강당골에서 나뭇짐을 지고 늘늘히 늘어서 령재를 넘어오고는 하였다.

진필과 김씨 칠성이는 잿말 앞 또랑을 건너 강당골로 들어선다.
이곳에서 부터는 산이 매우 가파라서 나뭇길 소롯길로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다가
"저 어르신 집이서 제물 챙겨 올라갈라먼 지가 뫼시고 올라갈랑게 들리셔서 오시먼 어쩌까요?"
"개토제 제물은 안으서 알어서 사람 보낼 것여. 부지렝히 가야 오시에 맞추겄네 기냥 올라가야여"
"예에"
"아자씨 심등게 올라가심서 노래 불르시기라우"
"산에 올라감서 노래까지 어뜨케 불러?"

진필이 칠성이를 나무래자 김씨는 큰 소리로 웃는다.
"그려 그려 이놈아 노래가 아니라 긍게 너도 이놈아 너그 부모 살어 지실 때 효도히여 이놈아. 효도 가 멋인종이나 알어 말 잘 들으먼 효도여"
"그려 그건 김세완 말이 맞다. 부모를 중히 여기면 그게 바로 효도거니"
"너그매가 너를 키울적에 서말 서되의 피를 흘리시고 여덟섬 너말의 피젖을 멕있다고 안허대?"
갈공절에서 내려다보는 구름들 냇가와 갱변 그리고 간좌터 잿말을 바라보며 저렇듯 오보래기 않은 저 큰 마을이 물속으로 잠긴다 생각하니 기가 막히고 믿기지 않을 일이라. 진필이 하도 한심스런 얼굴로 앉아 신탄진을 꺼내 라이타를 키다가 김씨가 쌈지에서 봉초를 꺼내는걸 보자 얼른 담배를 건네준다.

"아니요 어른피시기라우?"
"아니여 아까 비이-싼놈 금관 댐배 다 사왔는디 내 잊어번지고 자네를 안 주었네 칠성이도 글고"
"아니여요. 아까 맹자네 아부지가 다 나놔 디�는디라우?"
"그려 ? 근디 왜 김세완은 안 주었능가?"
"긍게요. 왜 안 받으�대요?"
"글먼 니가 좀 챙기서 받어 갖고 와야지 기냥 오냐? 의리 없는놈 같으니라구"
"저놈이 저런당게요? 넘헌티 저럴때는 즈그 부모헌티는 어쩌겄어요?"
"아자씨느-은? 나는 갈공절로 가라고 헌종알고 글로 갈라다가 내리왔잖이요. 다 받으신종 알었제라우"

"그려 이따가 다시 가서 주먼 되지 어여 그거 넣고 피여"
"아녀요. 갠찮히요. 난중의 받으먼 되지요."
"그거 놓고 기냥 피여 어여? 새로 나온 댐배라고 연허다고 안 허던가"
"아이고 이거 머시냐 박하댐배고만요. 이? 우리나라에서 첨으로 맹글었담서요?"
"아자씨 글먼 비싸겄네요?"

칠성이가 두 눈을 흡뜨고 물어온다.
"그려 옛날 돈으로 허먼 야 300환이 넘는다. 인자 화폐개혁으로 작어졌지만 말 여 하따 기가 맥히고만요 어르신?"
"그려 박하 냄새 좋아허는 사람은 좋고 안 좋아 허는 사람은 파고다가 더 좋 지"
"그리도 어르신 박하 냄새 싫어허는 사람 있간이요?"

칠성이는 김씨가 내뿜는 담배 연기를 손바닥으로 부쳐 맡아본다. 이때는 화폐개혁으로 환은 원으로 절하되어 100환이 10원이 되고 50환은 5원으로 되었으니 금관이나 파고다 담배 한갑은 250환에서 40원으로 300환짜리 파고다 한갑은 70원이 되었다.

담배 금관은 국보 87호로 지정된 금관총 금관에서 따온 이름으로 신라 유물이다. 금관은 실제 내관 외관에 모두 금판을 오려서 금사와 금박으로 결착시킨 또 관의 날개 부문과 외관 표면은 정원형의 작은 금판을 무수히 꿰 달아 임금이 이를 쓰고 작은 움직임에도 반짝일 수 있도록 했고 아랫쪽 가장자리 양쪽 끝에는 비취곡옥이 달린 수범이 한줄씩 늘어져 있어 그 정교함이 극치를 이룬다 하였다.

이때의 전매청은 전주 진북동에 있었으나 신탄진에도 연초 공장이 들어서며 신탄진이라는 담배가 나오기도 하였다. 진필은 오늘 면례를 위해서 전주까지 나가 최고급 담배 파고다와 금관박하를 사 왔던 것이라. 잿말 사람들이라서 못 피울 것은 아니지만 값이 비싸니 쉽게 사서 피울 수 없었다.

거게의 사람들은 농사 지었던 엽연초를 팔고 몰래 조금씩 남겨 숨겨 두었다가 이를 생으로 썰어서 말아 피우거나 닷새장날 파는 봉초나 썰어파는 담배를 됫박으로 사다 피우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진필은 저만큼 동네를 본다. 잿말과 간좌터 도마터 하적동 건지산 앞과 그 사이 골짜기에 있는 동네는 물론 그가 앉아있는 갈공절 턱 밑 구성물까지 물이 찬다던 말이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꿈같은 이야기다.

아무리 용수리 배소앞에서 이곳 잿말 호암산 중트리까지 자로 잰 듯 측량을 하였다지만 강진 용수리 배소라면 아래도 한참 아래라. 말은 200미터 라지만 그 잣대를 어디서 부터 잿다고 해야 할 것인가 설령 일본놈들이 아무리 측량기술이 발달 했다하지만 사실 잿말 강변 이라면 몰라도 령재 바로 아래까지 깃대를 꼽아 놓은걸로 봐서는 믿을 수 없는 일이라.

"어르신 참말로 물이라우 잿말, 저어그 돌성이네 집꺼정 찰까라우? 어르신 생각에는 어쩡교? "
"그러게나 말여 저 사람들이 애초 일본놈덜이 측량히 논 것으로다 그대로 헌다는디 일본놈덜이 측량기술이 일찍부터 발달히 갖고 아, 철뚝 농것봐. 임실서 저그 슬치넘어 남관까지 쫙 내리오는 철뚝선 봐 기가 맥히게 산 지슬강으로 살짝 산 헐고 맨덜어 놨잖여 긍게 안 믿을수도 없고 참 우리같은 놈은 멀 알겄능가 이?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야 헐 판인디 아무것도 몰릉게 떡도 어 떤놈이 질로 맛난종도 몰르고 기냥 손에 쥐어중게 허천나게 먹어치우는 꼴여 지금 우리 잿말 사람덜이 말여"

"그러먼 저그 정남사우도 욍기시야 헐턴디요 이?"
"이이- 그리서 종친덜 간에 위패만 강당골로다 뫼시기로 �다네 인자 내가 시작 �응게 모다덜 물찬단디는 후딱덜 허라고 히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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