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24]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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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ylib.kll.co.kr/gen/main_0602.html?kkk=5&sss=1&sl=1&id=yehwa21&no=2355&sno=4464&n=24 

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24] - 김여화

 

 


 

제목  [24회] 면례-3
등록일  2001-10-15
면례-3


이때의 망치소리가 저승까지 들린다 하였으니 그 권속들의 슬픔이 통곡을 하게 되고 입관이 끝난 관은 나무토막이나 저릅대를 깔고 잘 안치하여 붉은 홍장을 덮고 병풍으로 가려두는 바라.

진필은 빙장어른 갈담양반과 처모님의 입관하는 것을 지켜본 바 있으니 면리를 해야하는 그 순간 참으로 허퉁하다. 겨우 그 작은 육신 모진 숨 잇지 못하고 딸꼭 끝 맺을적에 참담했던 그때의 모습이 다시 생각나고 살은 고스란히 흙가루가 되어 뼈만 남은 관을 들여다 보면서 그 자신이 죽어 이렇듯 훗날 면리를 한다면 이러려니 훗날 기수가 자신의 이런 뼈를 만지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벌써 그런 생각들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회호리 바람일 듯 가슴을 에이듯 후벼파듯 찌릿한 회한이 밀려 왔다가 사라진다.

"아 인생의 무상함이여. 이 절퉁헌 심사여"
진필은 깊은 한숨을 들이 마셨다가 천길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듯 내뱉는다.
"야 이놈아 너는 어여 저쪽 기수 외할머니 파묘 히야지 멋을 치다보고만 있냐? 부지렝히 히야 갈공절 가서 시간 맞추어야 "
"알었어요. 아저씨는 내가 조까 해찰 허는꼴을 못보셔라우?"
"서나서나 히도 늦던 안겄다."
"거바요. 아저씨는 나만 맨날 혼내는 재미로 사신대요?"

먼저 오른쪽 발가락 뼈부터 옴소로이 두손으로 싸 진필이 펼친 창호지위에 놓는다.
"오른쪽 입니다요."
발목뼈 부터 무릎 대퇴골까지 함께 싸서 진필은 오른쪽 대퇴 라고 적는다.
"왼쪽 입니다요."
왼쪽도 역시 대퇴골까지 함께 싸매고 삼베가 썩어 티끌같이 흩어진다. 김씨는 숨을 죽이고 유골을 수습하고 있다. 준비한 대꼬챙이는 사용할 필요도 없는 것이 진필의 얼굴도 김씨의 얼굴도 만면에 희색이 피어나니

"어르신은 차암 효자셔라우?"
"효자라 그런가 나 아니먼 누가 있어?"
김씨가 갈비뼈 열두 쌍을 수습하고 척추뼈 스물네개를 삼끈에 뀌어 건네주면서 하는 말이라.
"참 사람이요. 두어자 된다는 그 창시 그 좁은 것을 못채워서 이렇게 심들어요 이? 죽으먼 똑같이 요로코롬 빼만 남고 거진다 빼도 비슷허잖애요 이?"

"그러게나 말여 얼매나 오래꺼정 살겄다고 이사가야허고 멋히야허고"
"글도 기냥 물속으서 소리없이 죽을 수 는 없잖애요?"
"아매 이렇게 욍겨모시는 사람도 있으시지만 자손없는 묘는 물속으 기냥 묻혀 지겄지요?"
"아마 그런묘가 한 둘이 아닐거여 많을겨"
"지 하나시 산소옆의 지가 해마다 벌초허는 묘 말여요. 가덜은 서울어딘가 산 단디 한 번을 안와요. 그런묘는 인자 물속에 잼기게 되는거지라우?"

"가덜은 애초에 여그서 났음시롱 조상을 내뻔져 이?"
"그렁게 말여요. 근다고 지가 욍기 디릴수도 없고라우"
"아이고 그게 어디 쉰 일인가"
"아저씨 여그도 다 팠는디요?"
"알었어 이놈아 지달러 인자 다 수습 히간다. 관뚜껑이랑 베껴봐아 글고 그 할 매 유골허고 여그 하나시 유골허고 비교히서 잘 바라 어쩐가 "

"유골이먼 다 같겄지라우 멋이 어쩌요?"
"말은 여자의 유골은 검게 보인다고 허지맹 보통 불가에서 그런말을 허지"
"아먼요오 부처님 말씸에 여자 유골이 검은 이유를 써놨는디 어르신 그거 들어 보�능교?"
"아니 나는 절에를 안가지 않는가? 불교 경전에 부모 은중경이라는게 있다고 허덩만"
"대장간 아자씨가 한 번 말씸 허시보세요"
"나도 잘 외던 못히야 어리서 지가 절밥을 먹었잖이요?"
"어 그랬었지 그때 자네 선친이 끼니 갈망을 못허실 때 였지. 그때는 자네 선친 만 그렁게 아니라 다 숭년들어서 그�어"
"그때요 이. 지금 기수 외하나시가 지를 절로 데리다 주시고 지 아부지헌티 서숙 두 말을 주�대라우. 그리갔고 열 식구가 안 굶어 죽었다고 아부지가 기 러 �지요. 지도 살리주고요. "

"음 그�었고만. 이 어른이 참 후덕허�지"
"어르신 지는 초상나서 염 허로 가먼 거머시냐 그걸 속으로 외야보고 허는디 요. 그걸 속으로 씨부렁 대고 나먼 맹인이 넘이 아니고 다 내 부모같어라우"
"그렁게 자네가 사람덜헌티 대우 받능거 아닝가? 저그 부모겉이 헝게 말여 "
"아이고 대우는요."
"하따 아자씨 후딱 조께 그거 외야보시랑게요?"
"그려 이놈아 숨 넘어가겄다 아"
"전이요 저 아자씨가 논 맴서나 그 노래를 허�는디 어찌케나 걍 가슴이 찡긋헌 지 지는 걍 눈물이 다 나더랑게요?"

"그려? 글먼 내 대신 장인 장모님 헌티 그거 한 번 외야 디리게"
"글안히도요. 지가 여그를 공연히 따러옹게 아니고만요. 지손으로다 두 어른 욍 겨모시고 아덜들 대신 헐라고 왔고만요. 거 기수 큰 외삼춘이 지랑 핵교 같이 댕�는디요."
"그려 이 어여 한 번 히보아"

대장장이 김씨가 갈담양반 유골을 수습하며 구슬픈 목소리로 간절히 외우는 노래라는 것은 노래라기 보다는 불가에서 말하는 불경으로 부모은중경을 이름이라. 김씨가 어릴적에 사자산 골짜기 신흥사에 의탁 할 적에 그는 신흥사의 땔 나무 머슴으로 있었으니 날마다 산에가서 나무를 하거나 절에 있는 시간에는 듣는 것이 불경이라.

허나 그는 다른 경전을 외우고 터득한게 아니라 그져 밥 빌어먹는 식충이에 불과 하였는데 절에 묵던 보살 한 분이 매일 하루 두 번 세 번씩 이 부모은중경을 구슬프게 가녀린 목소리로 외우는데 그는 이 보살을 그져 어머니인양 따르며 어린마음에 가졌던 부모에 대한 원망을 부모은중경을 배움으로 원망을 털칠 수 있다 하였다.

그는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만은 지극하고 또한 사람들에게도 곧잘 일러주며 계도하는 것을 즐겨 하였던거라. 이이가 부모 은중경을 노래할 적에는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더러 여자들은 한숨을 쉬며 훌쩍이는 이도 있는데 칠성이도 곧잘 이이의 노래를 들어 알고 있었던 모양이라.

그가 절에서 자라나며 배운 것이라고 아니 그가 기억 한다는 것은 그 보살 할머니와 이이가 외우는 은중경이 전부라. 이이는 갈담양반의 유골을 면례를 하면서 부모은중경을 외우기 시작하는데

부처님이 어느 때에 그를 따르는 삼만팔천의 사람들과 보살들과 함께 계시었다 제자들을 거느리고 남쪽으로 가시다가 해골 한 무더기를 만났는디 부처님은 해골더미를 향하여 이마를 땅에 대고 정중히 예배를 하시었다. 이를 보고 아난존자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사람들의 큰 스승이시고 사생의 아버지시온데 여러사람들
이 공경하는 터이온데 어찌하여 해골더미에 경배 하시나이까?
이에 부처님이 대답하시기를 아난이여 네가 비록 나의 큰 제자로서 출가한지 오래지만 사리를 널리 알지 못하는구나. 이 해골은 전생에 내 조부도 되었을 것이고 부모도 되었을 것인즉 내가 지금 예배하는 것이라. 아난아 이 해골을 가지고 두 몫으로 나누어 보라 남자는 뼈가 희고 무거우며 여자라면 검고 가벼울 것이니라.

세존이시여 남자와 여자가 살아있을 때에는 그 의복과 생긴 모양으로 능히 구별 할 수 있지만 죽은 뒤에는 백골이거늘 저더러 어떻게 분별하라 하시나이까? 부처님이 이르시니 만일 남자라면 세상에 있을 적에 절에 가서 경 읽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예배도 하고 염불도 하였을 것이므로 뼈가 희고 무거울 것이요 여자라면 아기를 낳을적마다 서말서되의 피를 흘리고 여덟 섬 너말의 젖을 먹여야하므로 뼈가 검고 가벼우니라.

아난이 이말을 듣자 가슴을 오리는 듯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면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해야만 어머니의 은혜를 갚사오리까. 아난아 자세히 들어라 내가 이제 너를 위하여 어머니가 아기를 갖어 열달 동안에 겪어야하는 지독한 고통을 말 하리라. 잘 세기어 듣고 자세히 들어라.

어머니가 아기벤지 첫 달에는 풀 끝에 이는 이슬방울이 아침에 있다가도 한낮이되면 없어지듯이 새벽에는 피가 모였다가 흩어져 버리는 거라.
둘째 달에는 잘 끓는 우유죽이 한방울 떨어진 것 같으니라.
셋째 달에는 엉기어진 피와 같고
넷째 달에는 점점 사람의 모양을 이루느니라.
다섯째 달에는 오포가 생기나니 다섯 부분이 열리는데 머리가 한 부분이요. 두 팔이 세 부분 두 무릎이 다섯 부분이니라.
여섯째 달에는 어머니 뱃속에서 여섯 정기가 열리니 눈이 한 정기요. 귀가 두 정기, 코가 세 정기, 입이 네 정기, 혀가 다섯, 뜻이 여섯 정기라.

그리고 일곱째 달에는 어머니 뱃속에서 삼백육십 마디와 팔만사천 털구멍이 생기고
여덟째 달에는 아홉구멍이 자라는데 두 눈과 양귀와 두 코 입 항문과 뇨도이나라.
아홉째 달에는 아기가 어머니 뱃속에서 먹기를 시작하는데 복숭아 오얏 마늘이나 오곡은 먹지 않느니라. 어머니의 생장은 아래로 숙장은 위로 향하여 한더미 산이 있는데 이 산 이름은 세 가지니 한 이름은 수미산이요. 두 이름은 업산 한
이름은 혈산이라. 이 산 한 번 무너지면 한 줄기 피로 화하여 아기의 입으로 흘러 들어가니라.

어머니가 아기벤지 열 달 째에는 아기를 낳게 되는데 아기가 만일 효순하면 두손을 모으고 합장하고 나오면서 어머니를 괴롭히지 아니할 것이나 만일 오역의 자식이면 다리로 어머니의 태를 깨뜨리거나 두 발을 버티기도 하여 골반뼈를 다치게 하여 어머니로 하여금 천개의 칼로 찌르는 듯 만개의 창으로 가슴을 쑤시는 듯 하게 하느니라.

이러한 고통을 격으면서 아기를 낳은 뒤에는 또 열가지 은혜가 있느니라. 여러겁 내려오는 인연이 지중하여 금생의 어머니의 태중에 들어서 달수가 차 갈수록 오장이 생기었고 일곱달 잡아들면 육구멍을 이루었네.

이 몸이 무겁기는 태산도 가벼웁고 바람결 험난하니 비단옷 생각없고 입어도 곱지않고 머리맡 경대에는 티끌만 가득하네. 태안에 아기베어 열달 순산이 언제련가 손꼽아 기다리니 나날이 기운없어 중병든 사람같고 어제도 오늘날도 정신이 혼미하다.

두려웁고 겁난마음 이루다 기억하랴 눈물만 시름없이 옷깃을 적시도다. 슬픔을 머금은채 친척에 하소연하니 아마도 이번에는 죽을까 겁이나오
어머니가 날 낳으실 때 오장을 육부까지 �기고 에이는 듯 정신이 혼미하고 몸마져 무거워지니 흘린 피 너무 많아 그 모습 창백하다. 아기가 충실하단 좋은말 들을적에 반갑고 기쁜마음 비길데 없었건만 기쁨이 진정되면 슬픔만 다시나며 아프고 괴로우니 온몸에 사무친다.

부모의 깊은 은혜 바다로 비유하리 귀엽게 사랑하신 한땐들 어길건가 단 것은 모두 뱉아 아기를 먹이시고 쓴 것만 삼키면서 얼굴도 찡기지 않는 사랑이 깊으시니 은공에 높으심이 슬픔의 몇 곱일세 어머님 일편단심 아기배 불리나니 사흘을 굶으신들 어찌다 마다하랴. 이내몸 젖은자리 백번도 싫다하랴.

뉘는 곳은 어느때나 마른데 누이시고 두 젖을 번갈아서 아기에 불리시고 찬바람 쏘일세라 소매로 가리우네 아기를 돌보느라 잠간인들 편히자랴. 둥둥실 둥개둥개 끌안아 아기만 편하다면 무언들 마다하랴. 어머니 고된들 어떠하리.
어머님 크신 은혜 땅에나 견주리까 아버님 보은공덕 하늘에 비기리까 높고 큰 부모은덕 천지와 같사오니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 뜻 다를소냐 눈과 코 없더라도 밉잖거든 손과 발 못 쓴대도 싫은맘이 있으리.
배 갈라 낳은자식 병신이든 귀여워 온종일 사랑해도 내 정성 그지없네 지난날 이내 얼굴 꽃보다 어여뻐라 옥같이 아름답고 솜같이 보드라운 양미간 그린눈섭
버들잎 부끄럽고 두 뺨에 도홍빛은 연꽃도 수줍었네 은혜가 깊을수록 내 얼굴 야위었고 기저귀 빠느라 손발이 거칠었네.
아들딸 기르느라 고생을 말도마라 꽃 얼굴 주름살이 잡히었네 죽어서 영 이별도 있을 수 없거니와 살아서 생이별은 내마음 끓노매라 아들이 집을떠나 타향에 가게되면 부모의 슬픈마음 무엇을 따라가며 이 마음 밤낮으로 자식을 생각하고 흐르는 두 눈물이 천줄기 만줄기라.
원숭이 새끼사랑 창자를 끌다더니 부모의 자식걱정 그보다 더 하리까. 어버이 크신 은혜 바다에 비길건가 산보다 높으시니 어떻게 갚사오리 자식의 갖은고생 대신키 소원이요. 아들이 괴로우면 부모맘 편치않아 아들딸 기를때나 먼 곳에 간다하면 밤이면 추울세라 낮이면 주릴세라 아이들 잠간동안에 괴로움 받더라도 부모님 근심 걱정 하루가 삼추로다.

아버지 어머님의 그 은혜 어떻드냐 자식을 생각는맘 잠인들 쉬오리까. 스거나 앉았거나 마음이 따라가고 멀거나 가깝거나 애정은 다름 없네. 늙으신 부모 나이 백살이 되어서도 여든된 아들딸을 행여나 걱정하여 부모의 깊은 은혜 언제나 끊길건가 이 목숨 다 한 뒤에 잊을 일 없을런지 부처님은 또 아난에게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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