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23]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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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ylib.kll.co.kr/gen/main_0602.html?kkk=5&sss=1&sl=1&id=yehwa21&no=2355&sno=4463&n=23 

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23] - 김여화

 


 

 

제목  [23회] 면례-2
등록일  2001-10-15
면례-2


난리에 생사람을 죽이고 것도 모자라 작두에 머리를 자르는 것도 보아왔던 진필이 아니던가. 처남들만도 그랬다. 그 젊으나 젊은 장년이었건만 그들의 총칼에는 너무도 약한 미물이었느니 적들의 손에 끌려가 한꺼번에 총살을 당하고 개죽음 당하던 모습 게나마 시신들도 가져가지 못하도록 불침번을 서면서 주민들의 접근을 막던 놈들이다.

여러날이 지난 뒤에사 놈들이 퇴각하느라 사라진 뒤에야 가보니 죽은 사람들의 몸은 이미 부패되기 시작하고 제대로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형태에 식구들이 가서 찾는다는 것은 그들이 입고 있던 옷과 구두 아니면 도민증 같은 것 때문이었다. 하기사 그런 시신들을 거두어 묻어 주던 진필이다.

그의 나이 쉰이 넘었으나 그제까지 본인이 손수 파묘를 해서 유골을 만지며 이장을 하는 것은 처음인지라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는 것이라. 사실 효자는 부모 사후에 한 번 세상 바람을 쐬어드려 선산 제 자리 선대조상 아래에 영원히 안장하는 것이 효자라 하였다.

갈담 양반은 아들이 모두 일찍이 죽었으므로 사위인 진필이 아들이 된 것이니 특히 아들이라 함은 이승에서 숨 떨어지는 순간을 임종이라 이르니 임종을 지켜본 자식만이 자식이라 일컬었다. 하여 자식이라해서 다 자식이 아니라는 뜻이니 본시 진필은 그의 조부님은 물론 부모님과 장인 장모까지 임종을 지켜본 장본인이라. 그가 곧 아들인 것이다. 이제 그는 장인과 장모의 면례까지 하므로서 효자가 되는 것이라.

진필은 한 번도 파묘와 면례를 직접 해 본바는 없으나 대장장이 김씨가 와서 함께 하기로 하였으매 그리 걱정은 되지 아니하였다. 그는 책을 뒤적여 개묘축을 쓰고 개토축을 밤새워 먹을 갈아 써 내렸다. 안에서는 산에서 쓰일 것들을 챙기고 거둔댁은 산 일 할 적에 일꾼들 먹일 음식을 준비하는 듯 박서방네와 함께 씨끌짝 정지에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계묘년 동짓달 초 열흘 아침 하늘이 맑아 청담 그대로이다. 저 아랫집 뒷곁 감나무에 하나 매달린 홍시를 까치가 날아와 앉아 즐거이 입맛을 다시고 있다.

일찍 일어난 거둔댁은 먼저 버들골로 가지고 갈 산신제물 삼실과 포를 챙겨 일꾼들 입주 한 잔과 함께 작은 광주리에 챙겨놓고 또 하나 갈공절로 올라가 천광을 파고 산역을 해야하는 사람들 것 따로 산신제물을 챙겨 마루에 늘어 놓는다. 아침을 먹기도 전에 수천댁과 박서방이 당도하고 일꾼들이 바작을 사립짝 밖에 세우고 들어온다.

진필은 수천양반에게 지관과 함께 올라가 먼저 갈공절로 가도록 말하고 자신은 대장쟁이 김씨가 오면 곧 따라 올라간다고 했다. 맡을 일을 지시한다.
"어르신기냥 지가 몬자 천광 팔디로 뫼시고 가꺼라우? 멀라 어르신이 거그꺼정 올라가�다가 내리와서 버들골로 가셔라우. 심 드실턴디요."
"아이 동상 박서방 말이 맞어 멀라 그 높은디를 올라갔다 내리갔다혀 갈쳐 줬 으먼 되�지"
"긍게요. 저본날 지가 뫼시고 올라가서 치표를 히 놨응게 지관어른이 좌향만 잡어 주시먼 된당게요?"

"박서방이 수천 형님 모시고 갈공절 거그 몬자 내 짚어놨던 자리 찾을 수 있겄 지? 지관 어른이랑 뫼시고 가게. 마루에 산신제물 챙기고 입주거리랑"
"예 지가 알어서 허겄습니다. 걱정마세라우"
"김씨는 나랑 버들골로 가세. 누구 하나만 더 따러가먼 헐턴디 칠성이가 나 따 러 갈라능가 "
"아 칠성아 어여 어른 따러서 이거 짊어지고 가거라 이?"
박서방이 작은 광주리를 칠성이의 바작에 얹어주면서 하는 말이라.

대장쟁이 김씨는 선대부터 잿말의 장터 모퉁이에 화로를 챙겨놓고 낫과 호미 괭이 쇠스랑 쟁기 보습 삼 등을 만들어 오던 이라.

잿말사람들의 조상 면례나 혹은 상을 당하였을적에 염습은 물론 천광일까지 번드르르 해 내는, 비록 대장쟁이라는 천한 모양새였으나 사람들은 그가 아니면 염을 못하는 것으로 알았고 또한 상여를 움직일 때마다 요령잡이로 그가 요령을 흔들며 구슬픈 소리를 할라치면 상을 당한 고사자는 물론이요.

상여꾼들과 바라보는 이들의 간장을 끊는 듯 돌아가신 망자 되살아나 이승의 마지막 당부를 하는 듯 남기고 떠나는 죽은자의 망혼을 구구절절 표현하여 돌려세우니 이이의 기억력은 하도 좋아 누구의 몇 대 조부의 기일까지 묘소가 어느 산 어느 골짜기 어드메에 있는가를 뀌고 좌향까지 기억하고 있으니 거게 아낙들이 더러 조상님 기일을 까먹고 오락가락 할 적에 흔히들 대장쟁이 김씨 데려다 물어보랴? 하고 농지꺼리를 하는 정도라.

더러 선친의 염습을 할 적에도 어떤이는 자손들이 직접 염을 하는 것을 그러기로 김씨는 염습을 할 적에는 옆에서 지켜보며 차례대로 순서를 말하고 경황중에 자손들은 잃어버린 것을 챙기고 수의를 입힐 적에도 그리하는 거라. 그가 옆에 있으므로 자손들은 든든하고 망인을 위한 옷과 함께 매장할 망인의 이승에서 쓰던 그 무엇과 제사 모실적에 필요한 제물을 빠짐없이 챙기고 감사하는거라. 그러나 김씨는 절대로 가족들로 부터 무리한 품삯을 받거나 그가 하는일에 대한 그 어떤 보상도 일체 사양하는고로 모두가 그를 허투로 대하지는 못하였다.

그가 화덕앞에 앉아 낫을 만들적에는 정성과 혼을 다 하는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연장은 비록 호미 하나 일지라도 다시 베리고 때리고 하여 누구나 붙들고
땅을 팔 적에는 가벼웁되 땅탐이 있어야 하느니 덮어놓고 호미낯이나 괭이 낯이 두껍대서 땅탐을 하는게 아니라 그렇듯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놓아도 그걸 사러오는 아낙들이나 농사꾼들은 맨땅에 괭이를 찍어보고 내리쳐보고 땅탐있는 연장을 고르려 함이라.

이렇듯 호미하나 쇠스랑 하나도 만드는 이는 최선을 다 하며 또한 연장을 사온 사람들은 연장을 처음 길 들일때는 예를 들어 낫이라면 숫돌에 여러번 안팍으로 갈되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자잘한 싸잽이 나무부터 베면서 길을 들이는바라. 처음부터 굵은 나무를 베면서 잘못 꺽어내리면 낫이 이 빠지기 십상이다. 조심하고 조심하기를 게을리 하지않고.
괭이 역시 나무뿌리 캐는 것은 삼가고 가급적이면 허분대는 땅을 파면서 연장을 길 들이는 것이다.

잿말의 연장들은 김제 정읍 들녘의 것과는 다른 것이 모든 연장의 낯이 도톰하고 좁은 것이 특징이라. 본시 들녘은 밭에 돌멩이가 없으니 연장의 낯이 넓고 얇아도 능히 흙을 파 헤치기가 쉬우나 산중 운암에는 돌이 많고 산전을 파야 하므로 연장도 그에 맞도록 조금 도톰하게 만들어 나무뿌리나 박힌 돌멩이를 잡아당길 때 힘이 받쳐 주도록 만드는 것이다.

대장쟁이 김씨는 논 두어 다랭이와 밭 몇 뙈기를 일구면서도 장날이면 운암장은 물론 신평장 관촌장까지 다니는데 장마다 화덕을 갖춘 그의 대장간이 있기 때문이다.

진필은 김씨와 칠성이와 함께 마당벌 앞 큰 냇갈을 건너서 버들골로 가고 수천양반은 박서방과 함께 지관어른과 일꾼들을 손짓하며 잿말 영재 넘어 갈공절로 올라가고 있다.

마당에서 웅성거리던 일꾼들이 모두 뒷 동산으로 올라가고 거둔댁은 점심준비와 개토제 지낼 제물을 안팍으로 오가며 준비를 한다.

버들골 갈담양반 산소앞은 동짓달 아침나절 찬 바람은 있으나 햇살이 퍼져 따뜻해졌다. 진필은 묘소 앞에 이르러 큰 기침을 서너번 하고나서 산신제물을 묘소 윗 쪽에 챙겨놓는 대장쟁이 김씨 옆으로 가서 먼저 큰 절을 올린다. 대장쟁이도 따라 절을 올린다.
"지도 절히야 헝가요?"
"니놈 알어서 히여 이놈아"
김씨의 말에 진필은 웃으면서 묘소 앞으로 내려와 축문 쓴 것을 펼친다.
(改廟祝) 維歲次 韻 癸卯 동짓달 癸巳 朔 初열흘 壬辰 巳時
顯考學生府君 全州李氏 明和 孺人京州金氏 葬于宅貴
歲月自舊 太白不靈 今葬改葬
保祐尊影 不震不痙 謹以淸酌 庶羞恭神 壻全州崔氏 鎭弼 尙 饗
유세차 계묘년 동짓달 초열흘 임진날 사시에 현고학생 전주이씨 명화 그리고 부인 경주김씨 묘전에 고합니다. 세월이 흐르매 유골과 넋이 불편하실까하여 오늘 개장 면례를 하고져 하오니 엎드려 바라건데 높으신 신영께서는 노하거나 놀라지 마십시요. 감히 글로써 엄숙하게 올린다는 사위의 개묘축이라.

"아저씨 지는 축 읽으시먼 먼 말씸인종 못알어 듣겄어요. "
"허허 고놈. 유세차는 알어듣겄쟈?"
"예에 유세차는 알어요?"
"글먼 유세차가 멋을 말허는거냐 한 번 읖어바라"
진필이 말하자 칠성이는 머리를 긁적인다.
"야 이놈아 거뜸이 어른이 읖어보라고 안 허시냐아 ?"
"멋을 알어야지 읖으지라우"
"긍게 이놈아 어른덜이 독축을 허시먼 가만이나 있어야지"
"독축이 멋이다요?"

"예끼 이놈아 축읽은 거는 알어도 독축은 모른다 그말이냐? 인자사 그걸 다 배 울라고 허냐? 차라리 어서 봉분에 흙 걷어 내거라"
진필은 두사람의 대화를 바라보며 웃는다. 권련하나를 물고 가지고 간 창호지를 내어놓고 닿아진 광주리 하나를 옆에 준비하고 기다린다. 장인 장모가 임종을 하였을적에도 진필이 상주가 되었었다.

이제 파묘를 해서 다시 장인의 유골을 수습하여 옮기는 것은 이분들에 대한 사위된 도리요. 수장될 곳에 묘소가 있으니 서둘러 파묘를 하는 것이라. 그는 이곳 버들골은 냇가에 묘소가 있지만 그의 조상님의 묘소는 잿말 동네 뒷산에 있고 망덕거리 근처에 있어 물이 차지 않을 것으로 여겨 지금도 고집을 부리고 있는 중이다.

봉분 가장자리의 흙을 파 헤치고 맨땅과 비슷한 정도 천광에 다다르자 김씨는 칠성이를 제쳐두고 더욱 조심스럽게 흙을 긁어낸다. 진필은 김씨가 하는대로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꽤나 파 들어가자 득득 긁혀지는 괭이의 촉감과 그 소리로하여 관이 닿는 것을 확인하자 김씨는 진필을 올려다본다.

"음 가만히 흙을 손으로 쓸어내보게"
김씨가 손바닥으로 쓸어 내리는 흙고물이 쏟아질 때 진필은 가슴이 쿵쿵거리고
있다.

아직은 그대로 삭지 아니한 관, 그위에 덮었던 영정은 불그스레 삭아있었다. 음산함을 느낀다. 동짓달의 햇살은 바로 진필과 김씨의 등허리에 쏟아내리고 있다. 그런대도 진필의 시야는 안개가 낀 듯 야릇함을 느끼게 한다. 아니 안개라기보다 해가 뉘엿뉘엿 갈공절 날맹이에 걸린 듯 산그림자가 내리는 듯 했다.

"어르신이 직접 허실라요? 지가 기냥 수습허겄습니다요. 어르신은 지가 수습히 드리먼 창호지에 싸서 글씨를 쓰시고 담아 모시지요."
"그려 그렇게 허게 고맙네."
"아이고 고맙기는요. 이 어른덜은 지가 모시야 헙니다."
김씨는 관뚜껑을 열면서 고개를 돌린다. 열어젖힌 관 뚜껑은 칠성이가 옆으로 던져놓는다.
"으흠... ..."

진필이 한숨을 몰아쉬자 김씨가 돌아보며 미소를 흘린다. 유골의 상태가 아주좋다는 뜻이다. 진필도 말없이 입을 무겁게 닫고 미소를 받는다. 칠성이가 옆에서 들여다보듯 내려다보고 있다.

사람이 숨이 다하면 먼저 머리를 솜으로 괴이고 팔과 다리를 반듯이 하게하고 솜으로 귀와 코를 막고 방바닥에는 두꺼운 판자를 놓아 괴이거나 해서 방바닥에 닿지 않게 뉘이고 이것을 칠성판이라 하여 송판에 북두칠성과 같이 구멍을 뚫은 것인데 칠성판이 없어도 대충은 판자를 이용하였다.

요강을 죽은사람의 발 끝에 놓기도 하는것은 뱅이로 그리하니 이때에 장례 문화는 거의 삼일장으로 해서 죽은 사람에 대하여는 맹인이라고 부르고 일가나 자손이 맹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랴하면 기다렸다가 이틀째 되는 날에 염습을 하는데 이 염 하는 방법도 각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거게는 비슷하여 맹인의 옷으로는 명주나 무명베를 사용한 속속곳과 속바지 바지, 두루마기까지 제대로 갖추고 손톱을 끊어 담는 주머니 얼굴을 싸맬 멱목 버선까지 준비하여 염습을 하는데 쌀을 담근 물에 깨끗한 솜으로 얼굴부터 닦아내고 옷을 입힐적에는 모든 준비된 것을 껴서 단번에 입히는 것이 보통이다.

옷을 입혔으되 옷고름은 한을 맺는다하여 매지 않으며 옷깃은 오른쪽이 위로 오도록 하고 맹인의 옷은 모시옷은 쓰지 않은데 이는 후손들의 머리카락이 모시같이 희어진다 하여 모시를 쓰지 않고 입관을 하는 것이라.
염습이 끝나면 바로 입관을 하는데 관 속의 공간은 한지나 삼베같은 것으로 채우고 시신이 흔들리지 않게 하는데 공간이 많을때는 맹인이 입던 옷을 골라 넣을
적에 모시 옷은 서로 조심하여 가리게 되고 염습때 깍아 놓은 맹인의 손톱과 발톱을 담은 주머니도 관속에 넣고 상주들이 보는 앞에서 나무못을 은정이라하여 뚜껑에 박는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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