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17]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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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ylib.kll.co.kr/gen/main_0602.html?kkk=5&sss=1&sl=1&id=yehwa21&no=2355&sno=4454&n=17 

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17] - 김여화

 

 


 

제목  [17회] 맵씨,솜씨,맘씨는-3
등록일  2001-10-15
맵씨,솜씨,맘씨는-3


그리하여 잔칫날에 쓰일 음식을 장만하는 것도 마른 것 부터 말하자면 유과 백
산은 물론 참깨 시금자깨를 조청에 버무려 굳히고 알맞게 잘라 강정을 만들고 콩까줄과 수수강정 서숙강정 더러는 율무강정도 농사지어 만들었으니 이 모두 과년한 딸을 둔 집에서는 해마다 언제 질연이 터져 혼인말이 오고갈지 모르는일, 년년에 준비를 하였고 미처 준비를 못하였을 적에는 이웃간에 서로 바꿈질로 필요한 것을 얻어내는 것이 상례라.

밥술이라도 먹을 정도의 형편이 되는 집에서는 비록 일가가 아닐지라도 그네가 쌀이 없으면 서숙을 받고 바꾸어 주고 수수도 몇 되 주어서 혼인에 필요한 음식재료들은 아낙네들 스스로 구하고 소리없이 부조를하여 원만하게 대사를 치르게 하는 것이 잿말사람들의 도타운 정이다.

구성물 앞 마당벌에는 오래전 부터 들판이 좋았는데 강변 가상에는 서숙들을 많이 갈아서 서숙 농사 짓는이가 많았으니 고구마나 서숙은 이네들의 양식이 되었고 진필의 집과 같이 논이 많은 집에서는 쌀을 장리로 바꾸어 주는 것이 흔하였다.

비록 진필만 그리 한 것이 아니라 뉘집이든 쌀 한가마 가져다 먹으면 가실에는 한 가마니 반으로 갚아야 했고 논 한 다랑이 없는 집은 당연히 쌀이 부족하여 서숙이나 수수를 갖다주고 바꾸어서 귀한 손 올 때 마다 서숙밥 가운데 따로 쌀을 소복히 부어 밥을 짓는데 이마져 흔한 것은 아니었다.

화전 일군 밭에 산두를 갈아서 찹쌀을 얻었으니 일손이 부족한 거둔댁네는 밭보다는 논에서 나는 쌀이 더 흔하여 그네는 양념으로 쓰는 찹쌀이나 서숙, 수수, 참깨같은 것은 동네 아낙들이 가져오면 쌀로 대신 바꾸어 주었던 것이다.

"참 자네 산두 잘 되얏담서"
"예에 산두 훑응게 다섯가마니는 못되고 거지반 될 정도였고만요."
"잘되얏네. 떡 쌀도 좋아야지. 찹쌀 구헐라먼 심들잖은가?"
"긍게요. 다행이 산두가 아조 잘 되야갔고 많이 났어라우. 그놈 두어 가마니 찧 먼 충분허겄지요."
"암 충분허고 말고. 그리도 제일 몬야 훑어서 잘되얏고만"
"그나지나 거뜸이 아지매도 언지 날 받어야지요? 나락 훑으게요."
"그리야지 자네가 바쁘니 알아보라고도 못 허겄고 내가 낼 나가서 알어바야지. 아이고 넘덜은 나락 훑으는 기계도 산다고 허덩만 이"

"그것이 솔찮히 비싸담서요? 호롱기다냐 머시다냐 근다더만요. 사람이 발판을 발로 밟음서나 홀태같이 나락을 쫙 피여서 잡고만 있으먼 된당만요. 시상으 밸놈의 기계가 다 있어라우?"
"그렁게 말여. 비싸기도 허지만 내년에 물 찬단디 논도 다 없어지는디 기계사서 나락 훑으자고 헐 수도 없잖여"
"그러기는 허네요 이? 아이고 인자 잿말 떠나서 살자허먼 그 고생이 불을보듯 뻔헌디 어쩌끄라우"
"누가 아니래여. 내 손발로 농사지어 딸자식 여우살이 시키는 것도 인자 마지 막 되겄네"

"긍게 어찌야까 몰라라오. 맹자 적아버지는 죽어도 잿말은 안나간다고 허는디. 넘덜은 미리미리 살디 알어보고 댕기는갑더만"
"긍게 내 허는소리 아닌가. 다른 살 방도는 구헐 생각을 안허고 아이고 저양반 은 날마다 위원회다 머다 날마독 임실만 나가신디 머 뾔쪽헌 수가 있겄능가"

"아지매 근디요. 거 딱진가 머신가 준단디 참말로 그거 가지먼 계화도 가서 논 준다요? 나 같은 것은 도무지 속는 것 같이서요. 그게 머 아덜 장난도 아니고 참내 "

"준다고 안 헝가 우리도 기냥 그거 받어갖고 부안으로 가야헐 모냥이여 이사허 는디 이십만원 좀 넘는 갑더만"
"아이고 글도 아지매네는 전주다가 집 살 돈 뫼얏다고 허시등만요. 우리같이 논도 없으먼 물 돈도 못받는 담서나요 "

"물 돈? 보상금을 물 돈이라고 헌디야?"
"예에 모다덜 그러더만요. 저그 구성물 할매말 조께 들어 바요. 얼매나 우숭가"
"구성물 누구? 머라고 힛간간디?"
"아 거 남해덕 말여요. 거 왜 여수 반란 났을 때 언니 찾으로 돌아댕기가 가 여그 눌러 살었잖이요."

"어 어 그려 그려 남해덕은 말을 참 맛나게 허지 이?"
"있는놈덜은 물 돈도 더 많이 받는디 없는 놈은 게나마도 없응게 모다 돔방소 에 머리박고 죽어야 헌다고요"
"꺼꾸로 매달려 살어도 개똥밭이 굴러도 이승이 낫다지 안던가 죽기는 왜 죽어 귀헌 목숨을... "

"잿말서는 아지매네 허고 또 누구라고 허더라? 집 사놨다고 소문났어라우"
"집 살 돈잉가 지우 기수 하숙 시키기가 멋히서 셋방하나 살라고 허는게지 농 사진놈 모다 사우덜 대 주었잖이여 "
"예에. 글먼 밥은 누가 히주라고요."
"우선은 저 혼자 있어야지 별수 있간이 내가 가끔 왔다갔다 허고 즈 누더러 들
여다보라고 시키야지 그놈 자식이 진작부텀 뚝 넘어다 하숙시킨다고 챙피허다고 쌓잖여 "

"예에. 우리놈 같은 것은 뚝넘어도 못시킨디 귀헌 되렌님이야 그말씸 허고도 남지요오. 지는 아지매가 몬자 이사 가시께미 걱정되얏지요"
"왜에 나 없어서 머 못허간이"
"왜요. 그리도 거뜸이 아짐이 지시야 동네가 든든허지라우 지같은 것은 눈구녁 이 있기를 혀, 멋혀 누가 글먼 근갑다 허는 거지라우"
"밸소리 다허는고만. 긍게 전이부텀 언문 배우랑게 왜 안나와? 어여 오징 어다리 껍데기 벗긴 것 도마에 놓고 �독같다 자근자근 뚜두리기나 히여"

"예, 그때는 야학당 가는게 기냥 싫어갖고요. 가갸거겨 배울랑게 심란시러서 그러지라우지라우. 지는 시키는 것은 잘헌디 혼자 히볼라먼 엄두가 안나서요"
"생전 시키는 일만 헐라능가 인자라도 안 늦응게 아떨 헌티라도 글 배우도록 히여. 혼자 이럭저럭 살림 잘 험서나 그릿싸. 머시거나 자신을 갖고 해보먼 다 허능거여. 세살먹은 손지헌티도 배워야 헌다고 안 허덩가"
"낼 저녁으는 가랑 �고 와서 아지매 오징어 외리는거 배우라고 히야겄어요"

"그리도 좋지 전에 한 번 가르쳐주긴 힛는디 이? 내일 저녁으는 고 셋째년 고것이 고와 나는 가가 이쁘더만 ?"
"고것은 아지매가 저만 이쁘다고 힛�는다고 어찌케나 즈 성덜보고 자랑허능가 손 재주가 있겄다고 허싯담서요?"
"가가 크먼 얌전시럽게 머시거나 잘 헐거여. 말귀를 잘 알어 듣더랑게?"
"글안히도 오늘 저녁으 같이 올라다가 새신랑이 좀 보자고 왔능게비요. 맹자 고것도 따러 올라고 히서 혼내키놓고 왔어라우 "

"낼 저녁으는 고것 �고고와. 가랑 이약이약허먼 시간가는 종도 몰른디. 아이고 차암 좋을 때다. 날 받어 놓고 새 신랑이 찾어오고 옛날 같으먼 어디 그런일 이 있겄능가 이?"

"아이고 지도 넘 보까 무서서 얼릉 들어갔다가 가라고 힛고만요."
"머시 무서 참 요새 같이 존시상에 넘덜은 대낮이도 둘이 손잡고 할래할래 돌 아 댕긴다등만"

"아이고 남사스러라. 어뜨케 얼굴들고 댕길라고 그러까요. 시상으흐"
"아이고 난리때 구성물 영자 안 있어요? 가 애인이 빨치산이다고 난중으 사람덜이 저그 간자촌 뒷 보루대 가서 죽있대잖이요."
"그릿다는말은 나도 들었어 지금이 난리때 간이? 그런소리를 혀"
"아니요. 긍게 그때 가도 그놈허고 연애헌다고 소문만 안 났어도 목숨은 살었 을턴디 소문이 무섭잖이요."

"소문이 머시 무서 자네 딸은 시집갈 날 받어놨는디 머시 무서? 밸소리 다 허 네 쓰잘데기 없는 소리 그만혀, 그리 못해 본 우리가 병신이지 안그려 전주만 가도 극장앞에만 가먼 눈뜨고는 못 보아준다대 희희낙낙 젊은 것들이 허고 댕 기는꼴이"

"긍게 시상이 어뜨케 될라고 그렁가 몰르겄어요. 아지매는 거 극장인가 먼가 헌디 가 뵈깃어라우? "
"아니, 사우가 가자고 헌디 돈 아까서 안갔네 그 냥반만 갔지. 아이고 인자 존 시상 된디야"

거둔댁과 박서방네는 수몰보상으로 준다는 딱지 이야기에 젊은이들 연애 허는이야기로 저녁내내 오징어 다리를 만지고 있다. 껍질이 쉬이 벗겨지지 않은 고역으로 손톱끝이 아프고 깨끗이 벗겨지지 않으면 만들어 놓아도 때깔이 곱지않다. 껍질을 벗겨 도마에 놓고 반반하게 두두려서 일곱 번씩 가위집을 내어 깃털을 만들고 또 긴다리 두 개는 촘촘이 가위질을 해서 야물게 둘러 대고챙이로 꽂아 고정시키니 마치 울가에 피어난 한무더기 서리국화 처럼 작고 앙증맞은 것이 예쁘다. 그리고는 한가닥씩 끝에는 오징어 머리를 껍질벗겨 꽃을 오려 매다니 마치 꽃이 피어 있는 화초와 같음이라 목판 하나 채우려면 제법 여러마리를 오려야 하므로 밤이 이울도록 오징어를 오리다가 박서방네가 불쑥 꺼낸 이야기다.

아무리 웃고 떠들다가도 내명년 댐이 준공되면 이제 그네의 논들은 물에 잠긴다 생각하니 어이없고 아까운 마음이야 어찌 말로 다 하랴. 이제 두해 농사만 짓고 나면 아니 두 번째 농사는 다 짓기도 전에 물이 찰거라는 소문이 진작부터인데 진필은 도시로 나갈 궁리는 않고 오히려 더 버티려고 작정을 한듯하니 바라보는 거둔댁은 답답하기만 한데 만약에 물차면 하고 운을 떼었다가는 진필의 성정 급하여 불벼락이 날테니 함께앉아 시름을 나누며 이야기 조차 할 수 없다. 그저 동네 아낙들 이야기를 들음들음 들었을뿐 그리고 가끔씩 진필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건성을 짐작 할뿐이라.

여느때 진필이 군청에 나가 들고온 서류들을 사랑채에서 방이라도 훔치다가 들추어보면 대강 돌아가는 판세를 짐작하곤 할 뿐이다. 그네는 어둠이 자꾸만 문틈으로 기오들어 온다는 것을 느끼며 한숨을 쉰다. 진작부터 그네의 고증조 산소를 옮겨야만 한다고 들어왔고 진필은 이를 거부한다는걸 알면서도 넌즈시 물어볼 수도 없다.

이번에 짓는 댐이 준공이 될 경우 홍수 수위선 밖에 놀리는 땅이 자그만치 2백80만평이 넘는다 하거늘 물 좋은 전답 다 물속에 잠긴다 하니 기가 찰 뿐이다.
"아지매, 그 돈도 금방 안 준담서요? 누가 근디이 십년에 나누어서 준다덩가 머 그러드만요 "

"그러는개벼. 그놈의 개화돈가 어딘가는 안적도 바다로 그대로 있디야"
"거그도 저그 머시냐 곰소같이 소금 맨드는디랑 있대요?"
"하-아. 염전이사 있겄지. 내내야 개화도가 바다를 막어서 맨든디 아닌가"

"아지매도 소금 맹근디 귀경허싯대요?"
"자네나 나나 매 한가지제 기냥 귀동냥으로 듣기만 했지 머"
"아이고 어뜨케 바닷물이 소금으로 맹글어징가 참 요상히요 이?"
"말은 함수라고 물을 가두어서 벌막이라는디가 있는디 거그서 소금이 어린다고 허덩만. 어떤사람은 벌막으다 불을 때능거라고 헌디 내가 보덜 안 힛응게 몰르고 벌막으다 불때서 맹그는 것은 전오염이라고 헌다냐 머라더냐"

"전오염은 또 머대요. 천일염이라고 힛쌌더만요."
"긍게 전오염은 본래 우리 조상때부터 맹글던 방법이겄지맹. 천일염은 인자 새 로 개발히서 맹그는거고. 내 생각이제 내가 보덜 안히서"
"지도 불땐다는 말은 들은 것 맹이요. 고창 어디는 만둘리가 있담서요?"
"그려 만들리라고 그게 먼말잉고허먼 벌막 굴뚝을 갈치는 거리야. 굴뚝이 수 개가 있대서 그런다댜 어쩐다냐"
"예? 누가 가보싯대요? 그런디를요? "

"아 거 곰소로 젖거리 사로덜 안 가덩가? 전에 그 양반이 한 번 댕기 외깃잖이 여. 그때 왜 맹자 적아버지가 임실꺼정 마중 안 갔는가?"
"예어 � 해 되얏지요?"
"그때 외기서 그릿쌌잖여. 바다물이 싸악 나갔다가 들어오고 근다고"
"긍게 출렁출렁 허겄지요? 저 아래 작은댐 맹기로요"
"그렇대여. 요번에 이사히야 헐 집이 2천 8백 집이다냐 안 그러든가?"
"아이-고 긍게 전주 같은디 일가라도 있는 사람네는 갠찮겄지만 우리같은 아무 것도 없는 위인덜은 긍게 어쩌야 헐랑가 몰러요"

"나가서 머시라도 히 먹고 살어야지. 지게질히서 연탄 배달이라도 허던가 아니 먼 불재 넘어 댕김서 나무 장시라도 허던가"
"아이고 아지매 나무장시도 아무나 못 허능갑더만요. 자리도 있어야 헌대라오"

"배운 것이 지게질잉게 전주역전에 가서 짐이라도 져다주고 품 팔어야지 별 수 있어"
"긍게요. 우덜같이 글도 몰르는 사람은 게나마 말 한자리도 지대로 못헌대잖이 요. 아래께 누가 갈담 사람이당가 어디라고 허등만, 용수리 댐 막는디를 구경같 다가 혼줄이나서 왔다고 안히요. 글씨 일허는 사람덜 말고는 딜이보내주도 않 더라요. 험상궂게 생긴 군인이당가 머셔 경비당가가 못들어가게 헌디 난중으 봉게 옆구리다가 총이랑 차고는 눈을 부릅떠서 걍 무서서 똥이 빠져라고 도망 왔대잖이요."

"그렁게 거글 이 바쁜때 멋허로 귀경갔당가 이? 양반덜이 근디 거그 일허는 사 람덜이 머 국토설단이다냐 머시다냐 그런디 머셔 말허자먼 죄짖고 감옥사는 사람덜 있잖여? 사형헐 사람덜을 안죽이는 대신 그런디 일시킨다는 말도 있다 덩만 몰르지 우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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