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15]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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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ylib.kll.co.kr/gen/main_0602.html?kkk=5&sss=1&sl=1&id=yehwa21&no=2355&sno=3922&n=15 

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15] - 김여화

 

 

 


 

제목  [15회] 맵씨 솜씨 맘씨는
등록일  2001-10-02
멥씨 솜씨 맘씨는


그날 지영은 처음으로 숟가락을 들었다. 깨어나서 닷새 째 되는 날이었다. 기어이 죽겠다고 식음을 전폐하고 있던 지영, 요양원 위 쪽의 저수지에서 건져낸 지영의 몰골은 차마 못 볼 지경 이었다. 마침 그날은 요양원 노인들의 정기 검진날이었기에 즉시 응급조치를 함으로 살려냈던 것이다. 지영의 자살이유를 알기 때문에 안나는 지영을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여러날 안나수녀님의 지극한 정성 때문에 더 이상 죽겠다고 고집만 부릴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영은 털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지영아 네가 만일 꼭 죽어야만 했다면 뭐하러 네 신분증까지 가지고 었었지? 물론 이렇게 살아날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을줄 안다. 그렇지만 니가 혹 아무것도 발가벗고 죽었다고해도 결국 너의 신분은 밝혀질텐데 더구나 이미 너의 집 일은 신문이나 테레비젼에 보도되어서 세상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너는 죽으라는 운명이 아니야 날 만나라는 운명이지. 봐라 내가 하는 이야기 남의 이야기가 아니니까 나를 보아라 너처럼 어린시절의 내 이야기가 네가 살고싶은 이유가 된다면 내 무엇이 부럽겠니? 난 사실 너보다 더 어릴 때 였으니까, 고향을 떠난 것이 우린 찢어지게 가난했다. 물돈 이라고 수몰되면서 처음 나온 보상금은 어머니가 모두 다 써 버렸다고 사람들이 그랬다. 그리고 나는 국민학교에 다닐때였고
어느날이었지 앞 냇가에 놀러 나갔다가 동네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들었다. 어머니가 누구와 그짓거리를 하는걸 보았다느니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았다느니, 난 처음에 그짓거리라는걸 몰랐지 무얼 뜻하는지 왠지 아버지와 어머니는 날마다 싸우지 않는 날이 없었다. 궁금하기만 했어 싸우는 이유에 대해서 나는 알수 없었지 내가 들어가면 조용 해지고 싸움을 그치곤 하셨으니까.
나는 졸업하면 남의집에 가라는 어머니나 아버지의 말을 싫다고 했었다. 왜냐면 중학교에 가고 싶었거든 기어이 중학교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어. 졸업 때까지는 상당히 남아있는데 나는 늘 그런 말을 들으며 자랐다. 아니 졸업이 다 뭐냐고 했지만 그나마 내가 싫다고 했고 국민학교도 못가르칠려면 왜 낳아 길렀냐고 나는 대들곤 했다. 난 공부를 많이해서 소설가가 되려고 했지. 아주 유명한 소설가말이야.
여름날이었던가? 삼베 잠방이를 입을 때였으니 아버지는 어딜가셨는지 기억이 없다. 학교엘 갔다가 서예 준비물을 잊고가서 다시 집에 가질러 왔을 때였어 아무도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아니 당연히 어머니는 이웃집 밭 메러 가셨어야 했지 그런데 고무신이 있는거야.
그말을 하다가 안나수녀님은 눈시울을 적시며 코를 훌쩍이었다.
나 역시 어렸지만 들은 소문을 잊지 않고 이상하게 생각은 했지 그래서 가만가만 까치걸음으로 뒷문쪽으로 갔다. 창호지문을 침을 발라 안을 들여다 보는데도 안에서는 나를 눈치채지 못했겠지 지영이도 어린애가 아니니까 내가 본 대로 말하마. 입에 담기도 부끄럽다만 그때의 나는 방안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가 어머니가 무얼하는지도 꼭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거야. 사람들이 그 짓거리라는 말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우리 옆집에 살던 그 아저씨는 삼베 잠방이를 그대로 풀어헤치고 어머니의 배위에 앉아서 풍만한 어머니의 젓가슴을 주무르고 어머니는 좋은지 웃고 있더라. 나는 그짓거리라는게 바로 저런 거였구나 처음 알았다. 세상에 태어나서 겨우 열세살 먹은 계집애가 그짓이라는 걸 그렇게 알았다."
안나수녀는 그말을 하면서도 지영을 바라보지 않으셨다. 남의 이야기처럼 먼 곳에 눈을 박고 멍한 눈빛으로 입술만 달삭거리고 있었다.
"인간의 본능이고 사랑하는 사이라면 아름다웠을 인간의 교접 행위가 그날 이후로 악몽이었고 지옥이었다고 기억한다. 그 후로도 곧잘 어머닌 옆집 아저씨와 그짓거리를 하면서 즐거워했지. 아버지가 없는 밤에는 아예 두 사람은 집을 나가서 새벽녘에 들어오곤 했어. 그 집은 우리보다는 잘 살아서 입술연지를 사다 주는것도 보았고, 난 어머니가 입술을 바르고 나오면 그 아저씰 죽이고 싶었다. 그리고 아버지도 알고 있는 그 사실을 내가 본대로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던 끝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지 지금 생각하면 나도 참 바보였다. 왜 한번쯤 어머니를 말려 볼 것을 그럼 아버진 목을 매지 않았을까 싶은데 다 지난 얘기다. 나는 아버지의 자살을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고 해야겠지
그래도 난 이렇게 커서 어른이 되었구나. 남의 집에 가서 중학교를 다니고 그 중학교를 다니게 해주신 분이 있었지. 거뜸이 아지매는 얌전하기로 소문났고 참 현모양처였어. 그 시절에 한글과 한문을 해득하고 교양있는 분은 흔치 않았다. 난 내 어머니보다 그분의 대한 기억이 더 많이 남아있다. 내 어머니도 그랬으면 싶었으니까
그댁에는 외아들이 있었어, 내가 성심학교에 다닐 때 그 오빠도 전주에서 학교를 다녔으니까. 상처받은 날, 아니 내게 처음으로 그리움을 알게 해 준 오빠였어 한번쯤 오빠가 날 안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었으니까. 그렇대서 난 오빠를 훗날 결혼상대로 붙잡을 수 는 더더욱 없었지 왜냐하면 우리 아버지의 죽음이 어머니의 잘못된 행실 때문이라는걸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데 부정한 어머니를 둔 내가 감히 어떻게 나는 그댁에 있어서는 언감생심 가까이 할 수 없는 귀한 댁이었다. 내겐 이길 밖에 없었지.
내가 널 첨 알았을 때 네가 신문에 났던 집 딸이라는걸 알았을 때 나는 원장님께 간청했다 너를 내가 돌보겠다고, 누구든 격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말하지 못한다. 아마 너와 내가 만나게 된 것은 어쩌면 주님의 뜻이겠지 해서 날 이길로 인도 해 주신분, 아니 세상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이성에 눈 뜨게 해 주었던 오빠 아니 그분의 어머니를 잊을 수가 없다. 참 좋은 분이셨으니까 나중에 내가 수녀원에 간다고 하니까 사람을 시켜서 전갈을 보내셨더라. 어쨌거나 학교나 마치고 들어가라고 결국 난 성심학교를 그분의 뜻으로 졸업을 했지.
다른 선택도 있지 않느냐고 말리셨지만 나는 이 길을 택하였다. 아무도, 기수오빠도 그 아버지께서도 아지매가 내 학비를 내어주었다는 사실은 모를거야. 너는 살아야해 나처럼 부모가 없대서 꼭 죽어야 한다는 것 또 한번 죄를 짓는거란다. 나래서 죽고싶었던 생각이 없었겠어? 나를 낳은 어머니는 그랬어도 오빠네 어머니는 날 낳은 어머니보다 더 잘해주셨지. 난 그분을 그리운 마음으로 훗날 뵙기를 기다린다. 어서 먹고 살아야 한다. 부끄러운 꼴을 당했지만 어쩌겠어? 사실은 니 부모나 내 어머니나 사람인걸 성이라는 것이 좋은데 쓰면 아름답고 자식을 낳아 인간의 본뜻이 자연스러운데 우리 부모들은 삐뚜루 알고 즐겼기 때문에 결과가 그런거란다.
나 역시 너에게 이런 과거를 말한다는건 쉽지 않았지. 암 이런 경험을 하는것도 아마 천주님의 뜻이었다고 믿고 싶다. 내게 이렇게 가엾은 노인들을 돌보게 하는 행운을 주심으로써 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삭이게 해 주신게지 안그래?
그러고 쓸쓸히 미소를 보였다. 지영은 안나수녀님의 놀라운 어린시절의 상처를 보면서 더 이상 죽겠다고 고집을 부리지 못하였다. 안나수녀는 그분이라 어머니보다 더 고맙게 여기는 그분을 기억하는 모습이 셈세하고 간절한 그리움이 베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가을해는 잡을 수 없이 잠깐인가 싶게 짧아서 국사봉자락 산 그림자는 더 빨리 자신의 그림자를 만들어 옹기종기 모여앉은 잿말을 덮어버리고 만다. 오후 시간이 늦지 않아도 구성물아래 개울가는 칙칙한 어둠에 갇히고 만다.
"거뜸이 아지매 계셔라오"
"이 박서방네구만 어서와 저녁은 먹었능가"
"아먼요. 금방 귀명치고 오는 길이고만요"
"어여 올라와"
거둔댁은 늦은 저녁상을 붙잡고 있다가 박서방네를 맞는다.
그네가 들어오자 어둠이 함께 쫓아 들어왔다가 방문을 닫으니 금새 소멸되어 방안이 밝아진다.
"아이고 아지매 왜 저녁 진지가 이리 늦었다요? 아자씨도 지�고만요"
"이이 이 양반이 인자 외�고만 "
먼저 숟가락을 놓았던 진필은 옆으로 돌아앉아 담배를 피우다가 한쪽으로 나 앉는다.
"아이고매 아자씨 그냥 지시기라오"
어쩔줄 몰라하며 그네는 웃목에 쪼그리고 앉는다.
"펜히앉어 곧 나가실텅게 오늘 임실장의 갔었담서"
"예 지난장 운암장으는 대추랑 오징어가 물종게 없어서요. 그나지나 나락 훑으니라고 고단허실턴디 미안히서 어쩐대라우"
"저녁마다 조께씩 허먼 되지 멀그리여"
"아이고 임실장의 한 번 갔다오먼 녹초가 된당게요? 월맹이꺼정 걸어갈때는 갠
찮은디 굽은재 넘어 갈 생각을 허먼 왜 그렇게 심등가 몰라요."
"거그 사람덜은 모다 나락 훑었겄지?"
"안적 논에 나락가리 많이 있더만요. 안적 늦던 안허잖이요."
진필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뒤로 아랫채 사랑으로 나간다.
"가지고 온거 우선 어디 내놔바"
"예 안적 진지도 덜 잡잡�;능간만요"
"다 먹었어"
"지가 가서 얼릉 귀명치고 오께요."
"아니 냅둬 이 사람아 밥그릇 두 개 내가 못히서"
"아이고 아지매도 못히서 글간이요"
거둔댁은 상을 웃목으로 밀어놓고 오징어를 묶었던 긴다리를 풀고 머리따로 다리따로 떼어서 나누어 놓는다.
"가서 바가치다가 물조께 떠와바"
거둔댁은 박서방네가 떠 들여온 물에 오징어를 적셔놓고 대나무 무늬가 인두화 처럼 그려지고 겉에 거울이 달린 위에는 두 짝의 문이 아래는 경첩을 구석마다 붙이고 화각장마냥 화려한, 하나 그 빛깔이 사치스럽지 않고 은은한 장롱속에서 삼베 보자기를 꺼내어 물에 적시어 오징어를 둘둘 감아 놓는다.
"그나지나 날마다 바쁘겄네 이?"
"산자는 저본날 맨들어서 말려갖고 잘 두었는디 낼 모레새 일궈야 헐랑게비 요."
"그려? 잘되�네 튀밥이랑 튀어다 놓았고?"
"오늘 낮이 나락조께 튀었는디 어찌 잘안되얏능가 깨깟허덜 안히요"
"어뜨케 힛간이 모래다 히서 솥이다 안힛간이?"
"그렇게 허긴 힛지요. 근디 전이 아지매네 것처럼 배꽃같이 안된 것 같히요."
"어지간허먼 되지 갠찮을거여"
"대추랑 조께 접어서 썰지 그릿능가"
"그렁건 히놨고만요. 질로 이것 오리기가 심들잖이요"
"불려서 오리먼 �게 한 사나흘 밤 오리먼 쓰겄지맹"
"다릉것은 멋을 히야허까요 아지매?"
"닭 삶아 지단 부쳐갖고 석이버섯이랑 올려 장식허먼 되고, 구절판 만들고
육포말리고 대추고임 맨들먼 �게 걱정 허덜말어"
"아이고 지는 기냥 잊어버리 갖고 못살어요. 이따가 갈때 조께적어 주시기라우.
우리그냥반 헌티 장뵈기 히 오라고 허게요"


본시 폐백이란 시댁어른께 처음으로 올리는 예로 먼저 시부모님, 시할아버지, 할머니께 인사드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친정에서 만들어 보낸 음식을 올리는 것이 상례라. 보통 폐백음식은 닭과 육포나 편포 밤 대추 괴임을 올리는 것인데 그 폐백음식을 정성들여 예쁘고 잘 만들어야 사돈댁에 대한 예의요. 또한 두고두고 상놈이란 소리를 듣지 않음이니 음식에 정성이 없고 시시하고 대충하여 보내면은 시집살이의 첫 번째 관문이라.
집안 됨됨이와 사람들의 예절을 가늠하는 척도로 생각해 왔으니 있는집은 있는 집대로 없는집은 없는 집대로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라.
박서방네도 곧잘 거둔댁네 딸들 여울 때 날마다 거들고 잔심부름을 해 주었건만 본래 여자가 어려서 부터 친정어머니의 솜씨를 대 물림하는 법이니 어려서 보아오고 친정부모로 부터 제대로 교육을 받은 사람이나 폐백음식을 따르르르 만들어 내는 것이니 박서방네는 그네의 말처럼 입하나 덜기 위하여 어려서 시집왔다는데 박서방이 본시 행랑아범으로 자라고 살아왔으니 아무리 보아왔어도 그것은 흉내 정도일뿐 본인의 딸을 출가시키려니 엄두가 나지 않은 것이라.
예전에야 반상의 구별이 엄격하여 박서방네가 거둔댁한테는 솔찮이 조심하였지만 거둔댁 역시 그네와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
더구나 흘러가는 물길도 막아 댐인가 뭔가를 막는 시절, 달나라를 간다네 어쩐다네 그런다는 시방에 와서 반상을 따져 내외할 거둔댁도 아닌지라 또 거둔댁은 본시 품성이 온후하여 옛부터 아랫사람 일꾼 부리는데도 너그럽다 소문나 있어 누구나 손위 맏동서에게 하듯 대하는 처지다. 모른다 하는 이는 그가 누가 되었건 타이르고 잘 일러주어 계도 시키곤 하는 것이라.
거둔댁은 일찌기 문자를 익혔을뿐 아니라 친정어머니로 부터 야물게 배우고 또 배웠대서 다 잘하기도 하거니와 본시 손끝이 매워 무엇이든 때깔나게 잘 만들고 나중에 그릇에 담어놓아도 그네의 손끝은 맵짜하게 빛이 나기를 거둔댁네 딸 셋은 물론 동네 뉘집 딸이든 그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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