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16]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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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ylib.kll.co.kr/gen/main_0602.html?kkk=5&sss=1&sl=1&id=yehwa21&no=2355&sno=4453&n=16 

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16] - 김여화

 

 

 


 

제목  [16회] 맵씨,솜씨,맘씨는-2
등록일  2001-10-15
맵씨 솜씨 맘씨는-2


같은 모양으로 밤을 깍아도 거둔댁 손에 들어가면 더욱 예쁘게 다듬어지고 아낙네들이 똑같이 앉아 오징어를 오린다해도 거둔댁이 오린 꽃이 다르고 동네 아낙들 오린 것은 표나게 미우니 그것은 그네의 손 끝에 베인 솜씨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일 이었다.
계란 지단 하나를 붙여도 같은 철냄비 같은 불 잉그락이어도 그네의 손끝에서
는 더 얇고 면이 골라 사람들을 감탄시키는 것이다. 이러하니 거둔댁이 폐백음식을 만드는 모양을 옆에서 바라보면 그 얼굴에는 정성을 기원하고 엄숙하게 시부모에게 절을 올리는 신부의 얼굴이라 그것도 하나의 예술이요. 장인이라. 장인이라해서 꼭이 질그릇을 굽고 대패와 끌로 맞춤집을 짓는 대목장이만 장인이라 하겠는가? 음식을 먹기좋게 보기도 좋게 만들어 남의 눈에 화려한 꽃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것도 장인이라.
특히나 폐백은 절을 올릴때도 법도가 중요하니 수모라 하여 초례청 신부의 수발은 거의 거둔댁이 맡아 그네의 음전한 솜씨와 손끝은 잿말, 간좌촌 구성물 입석 삼촌은 물론 거뜸이 모시울 까지 소문이 났느니 그네의 폐백음식 만드는 것을 찾아보고 그네의 폐백예절을 들어보면 이러하다.
그네의 말을 들어보면 밤 대추를 괴이는 것도 다 이유가 있고 음식 놓을 자리부터도 시아버지 앞과 시어머니 앞에 구별해서 놓아야 하는법 절은 시부모님 부터 올리고 그 다음 할아버지 할머니순이요. 육포나 닭, 편포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시어머니 앞자리에 놓고 밤 대추는 시아버지 앞에 술과 함께 놓아 시부모가 절을 받고 밤 대추를 신부의 치마폭에 던져주는 이유를 밤 뿌리처럼 한가닥으로 변함없이 굳게 살라는 뜻이며 주렁주렁 열리는 대추처럼 자손도 재산도 많이 두라하여 던져주는 것이라. 이것은 시부모로서 새로이 들어오는 식구를 맞는 축복의 뜻이요. 축하의 의미라.
밤 대추괴임은 밤은 굵고 수리먹지 않은걸로 골라 껍질을 벗겨 하룻밤 이나 이틀밤 물에 담그었다가 속 비늘을 벗기는데 이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 작은 칼로 깍아낸 뒤 그 모양새 밤 표면을 곱게 만들기는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밤은 또 깍아두면 빛깔이 검어지므로 이 또한 여간 주의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대추를 불릴 때도 정종에 꿀을 조금 넣고 더운곳에 하룻밤 재워두면 부풀어 오르는데 대추 양끝에는 잣을 박아 홍실로 구슬을 꿰이듯 꿰어 목판에 밤을 가지런히 돌려가며 깔고 실로 꿴 대추를 돌려가며 괴이되 그 속안에는 연신 밤을 채우는 것이라. 일곱이나 아홉단을 쌓아 올려 돌린다음 다시 밤을 얹고 청실 홍실을 느슨하게 꼬아 보기좋게 얹히면 그것이 대추 괴임이라.
닭을 장식하는 것도 먼저 닭은 큰 것으로 머리와 다리가 달려 있도록 하고 양날개는 모아지도록 묶으니 머리를 세우면 영락없이 살아있는 닭이 다소곳 앉아 시부모를 바라보는 격이라.
닭의 머리를 세울때도 적당히 하여야지 그렇지 아니하면 고개를 쳐들어 감히
시부모님을 불경스럽게 쏘아보는 꼴이니 또한 닭의 주둥이를 그냥두면 기필코 무어라 꼭꼭 쪼아댈상 싶으니 반드시 대추를 물려 아무말 못하듯 만들어 석짝이나 목판에 앉히고 닭등에는 계란지단 두가지색으로 나누어 지져 색을 맞추고 석이버섯은 검은색을 대추채로 붉은색을 내니 이 또한 반달모양 직선으로 놓는 것보다 둥시럽게 원을 그리면 닭 장식이 되며 대추와 은행을 차례로 실에 꿰어 장식을 하는것도 거둔댁이 즐겨하는 방법이라.
다른 방법은 오징어를 통째로 오리는데 처음에는 반으로 접어 가양으로 한 번 썰어 가위집을 내되 두 번째는 처음 가위집 낸 곳에서 안으로 들어오게 또 그 다음도 그리하니 오징어는 한 마리가 일곱개의 날개로 만들어지는거라.
이 날개를 하나씩 잡아 다시 가위질을 일곱번씩하여 그 가위밥을 비틀어서 옆으로 세우면 일곱 개의 털이 되느니 이러듯 처음 긴 날개는 열 두 개 열 세 개씩의 속 깃털을 만들고 다시 두 번째 것은 아홉번의 깃털을 그 다음은 여섯이나 일곱 개의 깃털을 만들어 세우면 마치 닭이 털을 곤두세우고 금방이라도 푸드득 날아갈양 하는 것이라.
또는 이런 방법으로 봉황의 깃털마냥 가위집을 넣어 꼬아서 연신 이어붙여 세우는 것이라. 이렇듯 오징어를 오려서 닭 위에 씌우는 방법등 여러 가지로 장식을 하게 마련이라.
육포를 만들때도 홍두깨살을 골라 결대로 엷게 포를 떠서 핏물을 뺀 뒤에 반듯하게 펼쳐 양념장에 한나절 재워두었다가 바람 잘 들이고 햇살 바로 닿지 않은 양응달에 이 삼일 말리면 되는 것을 이 또한 중간에 여러번 만져 모양새가 뒤틀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요령이라.
목판에 담을 때는 솔잎을 깔고 육포를 높이 올리고 맨위에 올려지는 것에 대추를 접어 얇게 썰은 것을 나무의 기둥인양 가지를 만들고 가지 끝에 매화 피어난 모양 다섯 개의 잣을 꽃으로 만드는데 마른 육포에 잣이 붙어있지 못하니 잣은 면을 얇게 한번만 깍아내고 육포에 미리 조청을 찍어발라 잣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구절판을 담는 것도 그야말로 정성아니면 아니 되는 것 대추는 씨를 빼내고 쇠고기를 기름에 익혀 대추씨마냥 만들어 다시 집어넣고 손으로 꼭꼭 쥐어 대추 원래의 모양으로 만들어 봉대기에 잣을 박아 구절판에 일일이 세우되 잣은 솔잎을 따다가 일일이 솔잎에 잣을 끼워 잣솔을 만들어 보기좋게 청실홍실로 묵어 담는다.
은행도 익혀 대꼬챙이를 잘게 만들어 끼우고 곶감에 씨를 빼고 호도알을 박아
반으로 썰어 무늬를 만드니 구절판을 고급으로 할라치면 비싼 백문어 다리를 꽃으로 오려 한자리 담는 것이라. 참깨 강정 한쪽에 담아 채우느니 더러는 호박씨를 일일이 까서 담는 경우도 있고 호두를 기름에 튀겨서 담기도 한다 하였다. 술은 반드시 정종으로 술병에 담아 색고운 헝겁으로 술병집을 만들어 넣어야만 절도 있는 양반집의 예절이라 하였다.
하여 폐백 음식을 담은 그릇을 싸매는 보자기도 홍보와 청보 아니면 남빛 비단을 써야 한다고도 하였다. 그러니 없는 집에서 딸을 여우게 되면 친정어머니는 제일 먼저 이 폐백 음식 만드는 것이 걱정거리요. 그 준비도 만만치 않다 하였다. 박서방네도 보아온 눈은 있어 게다가 그네보다 훨씬 형편이 반반한 집안과의 혼사라 감지덕지 더구나 업시살아 배우지 못했다는 말을 들을까 염려되고 시집살이할까 근심이 되는 것은 어쩌면 촌에서 사는 사람들 모든 어미의 심사 일 것이다.
"참, 이걸 찬합에다 담을 것인가 아니면 목판을 쓸 것인가?"
거둔댁은 오징어를 만지다가 문득 생각난 듯 묻는다.
"글씨요 어찌야 허까요? 안적 못준비 �는디요."
"그려? 그럼 그건 내 알어서 만듬세 누구 임실장으나 전주장에 나가거든 목판 을 사다 돌라고 부탁을 히야겄고만. 자네는 염려 말어"
"아이고 아녀요. 이렇게 고상허심서 맨들어 주는 것도 어디야 헌디 지가 사와 야지요"
"아니 내가 준비 헐텅게 걱정말라도"
"아이고 목판은 솔찮히 비쌍게 글지요"
"내 아무리 비싸다고 목판 몇 개 샀대서 먼일 나겄능가"
"맨날 신세만져서 어쩐대라우"
"난중에 자네가 장에 가거든 잣만 조께 사와야 헐거여. 어짜피 잣은 식혜랑 수 정과랑 만들 때 써야 헐거고 약밥도 만들라먼 필요헝게 백문어 대신 오징어를 써도 될텅게 구절판감은 내 알어서 헐것이고"
"예에 쇠고기는 �근이나 사야 헐랑가요?"
"으 그거 서 너근정도 사먼 되겄지. 아니 내 다음장에 나가보아 알어서 헐텅게 그것도 걱정말어"
"아니요. 바쁘시고 이런 것 헐라먼 눈코뜰새 없으신디 언지 장에 가셔라우 지 가 가서 다 사오께요."
"글씨 우리가 안적 나락도 안 �어서 방애도 못 찧고 내가 우선 돈 맨들기가 조께 복잡허고만"
"갠찬히요. 이렇게 걱정히 주시는 것만도 지는 몸둘바를 모르겄어요"
"우선 오늘은 이 오징어나 오리고 차차 준비허지 우선 껍데기부터 벳기야여"
"예에 그건 지가 헐텅게 아지매는 꽃 부터 외리시기라우"
오징어 그것은 먼저 다리를 따로 떼어내고 귀도 따로 떼어낸 뒤 각각 껍질을 벗겨 베보자기에 싸서 마르지 않도록 담아놓고 한 마리씩 꽃을 오리는데 그 꽃 모양도 가지가지라.
오징어 한 마리를 길게 넷으로 잘라 겹으로 접어 가위집을 어슷내기로 썰어서 둥글게 말어들면 이것이 다알리아 꽃이라. 또한 깊게 가위밥을 넣고 너 댓잎 감아들면 수선화라.
이 오징어로 장미꽃도 만들고 국화도 만들며 학이 날아가는 것 모양 만들어 소나무가지 위에 얹으면 소나무위에 학들이 날고 있는 모양이 되는데 이 오리는 것도 거둔댁이 오리면 꽃이 정말 꽃같고 학을 오리면 학이 날아오를 듯 싶은 것이 늘마다 보아온 박서방네 그네는 도저히 흉내내지 못한다.
거둔댁은 어디서 그리 요모조모 잘 배웠느냐 물으면 그저 빙긋이 웃을뿐 좀처럼 대처에 나가지 않은 거둔댁인줄 잘 아는 박서방네라. 그저 신기할 뿐이다.
약과를 만드는 것도 같은 밀가루 같은 손으로 만드는데 거둔댁이 만들면 연한 것이 살살 녹아드는 고로 곧잘 사람들은 거둔댁네로 물어보러 오거나 하다가도 안되면 모시러 오기도 하는 것이다.
"아지매, 우리도 약과를 조께 맨들어 봤으먼 헌디요?"
"그려 맨들먼 되지머 그리 어려운가?"
"지가 배운대로 헐텅게요. 다시 잊어버리지 않게 일러주시기만 허먼 아덜 데리 고 맨들으께요."
"그려 우선 약과는 밀가루 반죽을 헐 때 자주 만져 빤들거리먼 딱딱혀 긍게 대 충 주무르는디 거기 들어가는 것도 한가지라도 빼고 잊어버리먼 맛이 덜허 는 법이여. 근으로 달아서 쓰먼 밀가루 다섯근에 생달갈 3개 생강을 곱게 갈 어서 얼개미에 내리는데 그것도 한 근 참기름은 애기들 밥그릇으로 반절정도 에 설탕도 참기름 넣듯이 넣고 소금도 조금넣고 소다는 쪼께만 거짓골로 넣야 허고 정종으로 반죽을 히야허네 이. 만약에 정종이 없으먼 요새 소주 많이 낭 게 소주를 넣도 무방허지 대충 반죽을 히서 홍두께로 밀어 너무 얇지않게 도 톰도톰 만들어서 병 뚜겅 같은걸로 찍어내는 거여. 오징어 매화꽃 만들 때 마 냥 둥근것을 처음에 칼집을 양쪽에서 내고 그 가운데로 다시 칼집을 두 번씩 내먼 여섯 번 칼집이 들어갈게 아닌가? 이걸 손으로 만져 둥근 꽃잎마냥 해놓 고 쇠 젓가락으로 꼭꼭 눌러찍어 꽃잎에는 두 번씩 긴 무늬를 만드는게야. 가 운데는 젓가락짝을 세워서 찍을 때 빙 둘러 찍고 그래 철냄비에 들기름 넉넉 히 부어놓고 끓거든 속이 다 익을 때까지 노랗게 될 때까지 튀여서 건져내는 디 건진 것은 기름기가 약간 식은뒤에 조청에 재워두고 쓰는게지. 맨날 아무 리 만들어 보았어도 언지나 새잽이가 되는법 항시 조합헐 때 한가지라도 잊어 버리지 말고 맨들때는 온갖 정성을 쏟아야 제맛이 나는 법이여. 무신 음식이 든 대충 맨들먼 맛도 덜 나고 볼품도 없어지느니"
"� �어서 양갱을 맨들때도 �을 �어 곱게 갈어서 설탕가리 넣고 매밀묵 같 이 끓이다가 어느정도 되먼 한천을 물이다 담궜다가 건져 넣고 다시 끓임서나 주벅으로 쭉 들어올려 매밀묵이 다 끓여진걸 확인 할 때처럼 꿀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시험헐때 처럼 쪼르륵 안 떨어지먼 다 되는거여 목판같은 것이다 가 아니먼 반드래기에다가 두껍지 않게 부어 식혀서 이쁘게 썰어 내먼 좋지"

지금이야 폐백에 약과며 곶감 양갱도 함께 올리지 옛날에는 닭 한마리 곱게 장식하고 대추괴임 육포가 전부로 그밖에 음식은 이바지라하여 홍어쪄서 지단 입히고 산적 큼직큼직 뀌어 철냄비에 지지고 인절미 한석짝 담아 입덧치기 시어머니 입마개떡 이라 하였으니 세월따라 더 사치스럽고 기기 묘묘한 음식 장식하는 법이 나오고 남의 폐백음식 만들적에 온동네 아낙들이 다 대사집에 모여들어 구경하고 뉘댁 새 며느리 집에 들이면 동네 굿이라.
모다 달려가서 들여다보고 훔쳐보고 하였으니 폐백음식이 허투루 시시해 보이면 동네 아낙네들 입방아를 견딜수 없는 탓이라. 음식을 만들어간 새 색시쪽은 물론이요. 시부모까지 욕 먹이게 되어있으니 필경 폐백이 부실하면 새 사돈네 쪽으로 흉이 돌아가는지라 잿말 처녀들 시집갈 적에는 모다 거둔댁의 손을 거쳤으니 소문이 나게 마련이라 잿말에서 며느리를 데려갈 적에는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는 한풀 이미 꺽인다 하였고 대신 잿말에서 며느리를 맞을 때에는 사돈댁에서 여간 조심한다 하였다.
특히 신랑쪽에서도 잿말 처녀를 맞을라치면 이바지도 지게지게 보내기 마련이라. 업시 사는 신부네면 이바지 보낸 것으로 잔치에 보태쓰라는 격이니 돼지도 잡아 한다리 통째로 넣고 홍어도 짝으로, 떡도 말로하여 보냈으니 받은 것이 부실하면 신부쪽에서는 업심 당한 기분에 대사가 끝날 때까지 속이 상하니 혼사라는 것이 본시 대사라 일컬음은 이 때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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