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14]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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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ylib.kll.co.kr/gen/main_0602.html?kkk=5&sss=1&sl=1&id=yehwa21&no=2355&sno=3921&n=14 

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14] - 김여화

 

 


 

제목  [14회] 물너울 피어날 때-4
등록일  2001-10-02
물너울 피어날때-4


거둔댁과 수천댁은 주거니 받거니 도고질을 하고 있다. 시월상달 국사봉아래 잿말은 저만끔 해가 강정날 넘어 망덕거리 그림자가 그네의 마당까지 길게 꼬리를 내리고 있었다. 동네에서 조금 높은 곳에 있는 거둔댁네 집에서는 저 아래 간좌촌 갱변에 불은 물이 붉덩물인 채로 멀겋게 내려다 보이는데 국사봉 꼭대기 바위들은 늦은 햇살을 받아 더욱더 곱게 단풍이 들고 있었다.
뵈디뵌 체에 곱게 내린 떡가루는 메가루 인지라 막 밭에서 뽑아온 무를 굵게 채 썰어 물을 주는 대신 무를 가루에 섞어 먼저 질시루를 솥에 걸어 장작불을 때고 김을 올린 뒤 통팥 삶아건진 것을 한켜 뿌리고 그 위에 무 채 섞인 떡가루를 서 너대접 깔고 다시 통팥 한 둘금 또 다시 무섞인 떡가루 순으로 켜켜이 솔솔 눌러지지 않게 조심스레 안치고 솥뚜껑을 덮은 뒤 시루뻔을 이게어 바르니 시루뻔은 조금전 찧다 남은 쌀가루 도고질 밑에 남은 것으로 만드는데 체에 내리고 남은 조금 굵은 싸래기와 어쩌다 조리 밑으로 남아있던 돌이 깨져 나중에 씹으면 지금지금 하게 마련이니 그래도 쌀 귀하고 양식 애껴 먹기를 소금먹듯 하는 시절, 시루뻔도 떼어 두었다가 말려 훗날 입이 궁금할적에 먹느니 거둔댁은 질시루에 떡을 안치고 시루뻔까지 붙이고 나서는 아궁이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성님 지가 불을 땔텅게 가시서 시숙님이랑 뫼시고 올러오세요"
"아니 내가 불은 때주고 가야지. 떡 찌는 시루는 불을 싸게 때야 허는겅게 야 물게 팍 단번에 김을 올리야 익지 설때먼 안되야"
"매 가룽게 갠찮히요. 글고 무시넣고 찌는디요 머. 잘 익을 거고만요."
허긴 그렇다 찰떡도 아니고 멥쌀 몇 납대기 것도 무 썰어 넣고 찌는 떡은 유난히 잘익고 쉬이 쪄지는 것은 매가루인지라 거기다 통팥을 둘금으로 넣었으니 적당히 무가 익으면서 수분이 공급되어 더 쉽게 익는 탓이라. 수천댁은 쏘시게를 자꾸만 아궁이에 집어넣고 연신 불을 땐다.
벌써 아래서 부터 익어 올라오는 수증기는 무우가 익어 나는 냄새와 통팥이 재차 익어 나는 냄새로 회 동할 정도로 떡 익어가는 냄새가 울을 넘고 고샅을 휩쓸며 잿말을 뒤 덮는다.
외양에 앉아 아구를 새기던 암소까지도 큰 코를 벌름벌름 거리고 싸립짝에 들
어서던 박서방네가 들어오던 걸음을 멈추고 들어올까 말까 망설이는 눈치이다.
"아니 왜에? 들어오지 그 모양인가?"
"아이고 수천아지매도 계싱고만요. "
"어여오게 왜 오다가 도로 갈라고 허능가 첨 오는 집이간디?"
"아이구 좀 도고질이라도 거들어 디리야 허는디 기양 말씀을 허싯으먼 지가 올 러 왔을 것을요. 미안히서요. 인자사 다 허싯능맹인디 올랑게 조께 염치가없어 서 "
"밸소리 다 허네이 아, 우리 거둔댁이 언지 그렁것 같고 눈치허던가 어여와 불 이나 쬐야"
아궁이 앞을 조금 비켜주면서 수천댁이 하는 말이다.
"거뜸이 아지매는 펜찮으시담서요?"
"갠찮히여. 아픈사람이 도고질 허겄능가? 잘왔네 그랴. 조께 지둘러서 떡 조께 가지고 가아"
"아녀요. 그보담 미안히서 기양글지요. 글도 말씀은 디리보기는 히야허고"
"먼 말이간디 그렇게 뜸을 딜여?"
시루뻔을 붙이고 남은 반죽을 납작하게 손바닥으로 눌러 숟가락 총으로 구멍 서너개 뚫어서 시루위에 얹어놓고 뚜껑을 닫던 거둔댁이 함께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으며 묻는다.
"예에 우리 둘째년 날이 나서요오"
"그려 ? 아이고 잘힛고만 이? 잘힛어야"
"아이고 막상 날이 나버링게 인자 더 걱정이고만요"
"머이 걱정여. 만가실이 농사 터지게 지어 딸 시집보내는디 안그러요 성님?"
"그러엄 잘되얏어. 사돈네가 부잣집이담서 이?"
"다 거뜸이 아지매 덕택이지라우. 기냥 데리간다고 헝게요. 근디 질로 걱정잉것 이 폐백이여라우"
"아 그것이사 우리 거뜸이 동서 있는디 머시 걱정잉가?"
"성님도 참 지가 멋 허간이간요?"
"아니, 거뜸이 아지매가 좀 히주시야 허겄어요. 몸살나서 누워 지신다고 히서 지금 올까말까 허다가 와 봉게 떡 찌는 냄새가 나서 망설이고 있었고만요."
"히야지 먼 걱정잉가? 그렁것 갖고"
"예 아이고 부잣집이로 시집보내는 것도 언감생심 생각이나 허겄어요? 맨날 지들은 신세만 지고상게요. 아지매가 욕봐 주시먼 지가 대신 다 허께요. 감히 말씸디릴라고 "
"그러엄 글먼되지. 폐백은 우리 동서 아니먼 누가 혀- 어 안그런가?"
"날이 언지간디 벌써 그려?"
수천댁은 그네 특유의 가는눈을 더 가늘게 뜨고 정지간을 휘이 두른다. 시루를 덮었던 솥뚜껑을 열고 질시루 밑 구멍을 싸릿대로 찾는다. 그네의 눈 짐작은 정확하게 맞아 한 번만 싸릿대를 꽃아도 이내 다섯구멍을 찾아낸다.
시루구멍이 뚫리고 잽싸게 빼내는 싸릿꼬쟁이 끝에서는 금새 김이 올라오고 그네는 싸리꼬쟁이를 눈으로 훑어 떡가루가 덜 익어 희게 묻었는지를 가늠하는 것이다. 떡이 익는 정도는 이 꼬쟁이로 하여금 하얗게 묻어있으면 떡이 덜익은 것이며 시루에 골고루 꽃아보아 흰가루가 없으면 불 때기를 마치고 뜸을 들이면 되는 것이라.
솥 밑 구멍에서는 달그락 달그락 사기접시가 끓는 물의 진동으로 움직이는 모양을 눈에 보이지 않으나 그 소리로하여 아직은 불을 더 때도 되는가 아니면 사기접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명쾌하지 않으면 물이 밭었다는 증거로 불때기를 조심하여야만 솥이 튀지 않음이라.
거둔댁이 싸릿대를 꽂아 보는동안 거의 떡이 익은 모양으로 또한 사기접시 달그락 거리는 소리도 아직은 따갈따갈 듣기 좋으니 물도 넉넉한 모양이다.
"다 익었고만요. 그만 뜸 들이도 되겄어요."
그네는 시루위에 얹었던 시루뻔 붙이고 남은 개떡을 주걱으로 퍼내어 부뚜막에 놓는다.
"동짓달 초 닷새라우"
"이? 먼 대사날이 그렇게 빨리 났당가?"
수천댁이 놀라 묻는 말이다.
이웃한 신덕의 수천리에서 시집온 그네도 사형제 자식들은 여우살이 시키고 두 내외만 잿말에 남아 농사를 짓고 있다. 그네의 아들들 역시 서울로 전주로 나가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언제나 두 내외간이다. 다른 일가들도 많거니와 제일 가까운 일가가 진필이니 서로 틈만나면 오가는데 거둔댁이 수천댁네 집에 가는 것보다는 수천댁이 거둔댁네 집으로 올라오는 일이 더 쉬운 일이다.
그것은 거둔댁이 일가 어른들 조심하여 마실을 다니지 않기때문이라.
"스무날 정도 남었고만. 대처 바쁘겄네 이 ?"
"예에 긍게 거뜸이 아지매네 안적 나락도 안 훑었는디 바쁘실턴디 미안히서 글 지라우"
"언지는 머 낮이 맨드는가? 밤이먼 조께씩 손대먼 되겄지 전에사 이바지 떡만 히 보내도 되얏는디 요새 어디 그런가 지금덜은 예식장으서 허고 거그서 시댁 어른들 쉰사를 디린디야 그리야 멀리서 온 친척들이 모다 같이 절을 받는다능구만 그리서 전주가먼 예식장에 페백실도 따로 딸려 있디야"
"그리여 아릭께 저건너 머시더냐 가가 와서 그런말 허덩만 이? 서울도 근다고 죄다 예식장서 헌디야 집이 분죽시렁게"
"집 좁은디 북새 안 떨고 좋지라우"
"예에. 근디 우리같은 사람덜은 기냥 집이서 히야지요. 그리서 지가 어뜨케 헐랑가 몰러서 준비헐 것 챙겨서 말씀을 히도라고요. 그리서 왔고만요."
"하먼 특히나 돈 있는집 아니먼 그럴수 있간이? 글먼 자네가 잘 일러주어. 보통 넘으것 허는 것 보았잖은가"
수천댁이 박서방네를 돌아보며 하는 말이다.
"아이고 아지매네 허실 때 보긴 혓지만요. 지같은 것이 여직 새겨 두고 있었간이요?"
"그러엄. 나도 늘 잊어버리는디 새로 일러주어야지."
"일러주어야 자꾸만 잊어뻔지는디 아지매가 알어서 챙겨 말씀을 허시기라오"
"음, 우선 알밤은 가실잉게 주서다 놨을거고 수리 안먹은걸로다 쓰고"
"아먼요. 내가 혹시 몰러서 잘 두었지요. 장에 내다 사 먹어 버릴라다가"
"대추 좀 사야 헐 것이고, 오징어도 좀 사야허고"
"오징어는 아메 축으로 사야 헐 것이네. 암 두어 축 사야히여 잔치때도 써야히여 게 안그런가 동서?"
"그리야지요. 글고 육포 좀 만들어야 헐테고, 약과도 집이서 맨들먼 �게 걱정없고"
"약과 맹글라먼 들지름도 짜야 허겄지요?"
"거야 글지 미리 서둘러서 찬지름 들지름 다 짜오고 그리야지 솔찮히 바쁘겄네 이 신랑네가 부자담서나 이쪽으 축 안지게 폐백만이라도 잘 히야네 이? 시집살이 허까 싶응게"
"성님도 참 이짝 형편 다 아는디 그러기야 허겄어요?"
"아이고 그건 몰라 이 사람아. 전에 구성물 누가 그릿대잖여 폐백 부실허다고 숭바쌌더만"
"아이고 글먼요. 돈은 없지만 있는것잉게 거뜸이 아지매가 허시먼 사돈네도 말 못헐거고만요."
"그려 그건 사돈댁에 대헌 예의잉게 정성 딜이먼 되는겨 우선 장으가먼 오징어 부터 사오라고 히여"
"예에 아이고 고맙고만요"
"별소릴 다허네. 성님 가셔서 시숙님 오시라고 히야지요."
"이이 근디 서방님은 안적 왜 안오시까이?"
"내비두고 댕기오세요. 자네도 여그 조께만 지달러 이?"
"아이고 나는 일감 �기고 떡 얻어먹고 미안히서 어찌야 쓴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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