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13]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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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13] - 김여화

 

 


 

제목  [13회] 물너울 피어날 때-3
등록일  2001-10-02
물 너울 피어날 때-3


"성님 낼 떡 조까 히 먹으까요?"
"이 떡? 그려 요새 햇쌀 찧어서 무시조까 채썰어 넣고 통�조까 �어서 얹히머는 그 이상 맛난거 없지 내가 낼 아적때 도고질허로 옴세"
"예 따땃헌 물에다 쌀 당그먼 금방 불겋지요. 방애실 가서 찧어오까요?
아니먼 정때쯤 찧어서 히도 되지요 머"
"근디 자네 몸살났다는 사람이 도고질 허먼 �치지 않으까? 그것 조까 갖고 방애실 가기도 멋허고 이?"
"성님도 안적 도고질 정도는 갠찬히요. 요새야 보리방에를 찧기를 히여. 머 밀방애를 찧어요. 참 펜헌 시상이지요."
"그건 그러네 낼은 나락 훑으는 사람도 없고 헝게 낼저녁으 자네 시숙보고 서방님 앉혀놓고 물어보라고 히야 쓰겄네"
쌀 한 됫박 가지고 방애실까지 가기는 사실 좀 그랬다.
내것 가지고 쉽게 해 먹을 수는 있어도 양식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태반인 것을 있대서 떡을 해먹고 해평대평하는 하는 것은 사실 넘 점직헌 일이 아닐수 없다. 있어도 궂이 내놓고 있는체를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요. 논마지기라도 있대서 없는사람 하대하거나 한다면은 그것은 자기 얼굴에 침뱉는 격이라.
그런점에 있어서 거둔댁은 참으로 조신한 행동거지를 보여왔기 때문에 모다들 그네를 우러르고 그네의 말이라면 거역하지 못하는 것이다. 거둔댁은 절대로 그러한 사람이 아니었다.
난리속에서도 빨치산이든 우리군대 사람이든 배고픈 사람은 가리지 않고 대하였는데 그네의 그런 행동은 내놓고 하지 않으므로 빨치산들도 내내야 우리계 사람인지라 은혜를 입었음에 그네를 해하지 아니하고 또한 우리짝 사람들에게도 그러러하니 그네의 가솔들은 무사히 난리를 견디어낸 것이다.
두 여인이 도란거리는 소리는 잠이 들 기색이 없다. 첫 닭이 홰 치는 소리에 괘종시계가 놀란 듯 종을 치는 것이 새벽 두 시 인가 보다. 비온 뒤 끝에 가을 바람소리는 밤이 이울도록 어둠이 사위도록 거둔댁네 마당에서 우우우 맴돌다가 몰아부치고 진필은 돌아오는 기척이 없는 것이 거둔댁은 자꾸만 불길한 생각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먹빛 천장을 바라본다.
수천댁이 일어나 늦었다고 군담을 하며 나가는 방문소리가 들리고도 얼마나 있었는지 여물솥 소두방깨 밀치는 드르륵 소리에 눈을 뜬다. 거둔댁은 밤내내 칼질을 했던터라 어께가 뻑적지근했고 허리도 끊어질 듯 아픈 것이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진필이 방문을 열어보고 웃목에 밀쳐둔 채반지를 마루로 내다놓고 방문을 여닫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네는 못 들은척 누워 움씬을 하지 않는다.
"참 아프단 사람이 무신놈의 무시를 썬다고 잠을 안자고 이려? 어여 일어나 이 사람아 "
"내가 썰었가디요. 작은집 성님이 써싯지요"
"옴서봉게 성수씨 나가시더만"
"집이서 안주무시고 그러고 댕깅게 이상헌 말이나 생기지라우"
거둔댁은 모른척 지나가는척 밤새워 궁리했던 말을 띄워본다.
"이상헌 말은, 작은집이서 기냥 앉었다봉게 잠이들었지 "
그래도 거둔댁은 성이 풀리지않고 한편은 이렇게 말꼬리를 잡히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볼멘소리가 막 튀어나오려는 것을 그네는 꿀꺽 삼킨다. 이불을 가슴께로 내리고 돌아눕는다.
"아, 어여 일어나아 배고프고만 이따 임실도 나가야허고 "
"거 임실은 안나가먼 안되야요?"
"임자 어저끄 부터 안허던 말을 자꾸허능고만 제몸 아프먼 만사가 다 귀찮은법
이여 매칠 나락 훑으로 댕기지 말고 조께 쉬여 누가 나락 훑으로 댕기랐까니 그릿싸. 어채피 훑은디 놉 얻으먼 될 걸갖고"
"남자덜이 히도 여자덜도 있어야잖이요 품 앗어 노먼 좋지라우 ?"
"삯꾼 사먼되지 얼매나 애낄라고 그릿싸"
"그리요. 당신은 애낄 것 없응게 근본도 몰르는 여자덜 끼고서나"
그러다가 다음 말은 꿀꺽 목울대를 넘어오다 말고 삼켜진다. 진필의 시선이 곱지 않았던 까닭이다.
"자고로 여자덜은 왜 쉬염이 안나는종 알어? 방정떵게 글여 좀 참는법이 없이, 말이라는건 뱉고 후회해서야 쓰나 생각히보고 뱉어야 허는법"
"여시허고는 살어도 소허고는 못산다고 안헙뎌. 말은 히야 알지 속내만 갖고 있으먼 그속을 어뜨케 알어요?"
"헐말 있으먼 히봐 무신 말인지 그 속내나 들어보게"
"그만 둡시다. 아적부텀, 나가신담서요."
거둔댁은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나 앉는다.
"임자도 어쩔수 없이 여자는 여자고만"
"내가 언지 남자다고 힛어라오?"
"임자는 질투같은 것은 몰르는종 알었더니 허참 그려 부처님도 씨앗을 보먼 돌 아본다 했거늘"
거둔댁은 앞치마를 끌어다가 앉은채로 뒤로 돌려매고 있다. 어느결에 진필이 두팔을 돌려 뒤에서 그네를 안는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거둔댁을 진필은 팔에 힘을주고 그네는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썼고.
"가만 있어바 임자 이렇게 보듬어 본지도 오래 되얏다."
"아이구 왜이래요? 망령시럽게스리 영감이 인자 "
거둔댁은 기어이 진필의 팔을 풀어내고 주춤거리며 일어서 버린다.
"허허 참 영감이라니 망령이라니 나 안적은 힘있네 이 사람아 자네 내가 갠헌 여자덜 건들고 댕긴종알고 그러는 모양인디 나 그런짓은 안헌다. 임자외에는"
"아니땐 굴뚝에 연기 나냐고 안헙뎌 조만끔 가요. 한량덜이 심이 남어 돌아서 일만 저질른다고 안헙뎌? "
아직도 속내는 분이 덜 풀리고 아니 더 무어라고 쏘아 붙여주고 싶건만 사실 남편 진필에게서 한 번도 그에 대한 명확한 말을 들은바 없으니 마구잡이로 성정을 돋구어 더 불난만 날까 염려되어 거둔댁은 가급적이면 감정을 억누르고 조용히 그러나 단호한 어조로 딱 잘라 말한다.
"허허, 왜 서방이 각시좀 보돔겄다는디 누가 머라는가"
"이 양반이 참 체면이 있지 누가 오먼 어쩔라고 주책을 떠요"
"기다리라고 히야지 머 나 볼일좀 본다고, 양반은 각시 보돔으먼 안되는법 있 간디 "
거둔댁은 암팡지게 진필을 다시 떠다 밀어 낸다. 아무래도 말하는 폼으로 보아 아닌 것은 분명한듯한데 밤새워 떠올리던 말들이 주섬주섬 섬겨지는 것은 역시 그네도 여자인 것을
"정신나간 여자 같으니라구. 내 고것이 이뻐서 조께 귀애힛더니 함부로 씨부 렁대여? 가만두먼 큰 일 낼 위인이구만"
"혹 순자 냄편이 진짜로 그리놓고 순자가 포악헝게 넘헌티 떠 넘깅거 아니요"
거둔댁은 그래도 진필의 말을 믿고 싶었다. 아니 믿고 있지만 넌즈시 당겨보고 있는 것이다.
"그럴랑가도 모르지. 고놈이 맨날 주막으서 살더니만 "
"참 썩어 쥐길 위인, 근다고 그렇게 얼토당토 않은말을 "
"내 나이가 지금 �인디 그러고 댕기겄는가 사우가 셋이여 셋"
진필은 그제야 앉아 담배를 쌈지에서 꺼내면서 독백처럼 내뱉고 있다.
"늙은말이 콩마다고 헌대라오"
여전히 그네는 엉킨 마음을 풀지않고 자신이 수놓아 만들어준 청공단 담배쌈지를 펼치고 있는 진필을 바라본다.
"인자 못허는 말이 없고만 어여 나가 밥이나 히여"
그네는 한숨을 내뿜으며 일어나 앞치마를 걸친다. 밤새 무우채 썰며 젖었던 앞치마는 얼룩이 져 있다.
그러거나 그네는 게으치 않고 나가 정지문 빗장을 열고 들어간다. 문이 열어지며 삐이걱 소리가 나고 엊저녁에 씻어두었던 쌀을 솥에 떨어붓고 불쏘시게를 챙긴다. 그네는 장작을 뫼야놓고 아랫채 광으로 쓰는 허드렛방에 가서 박 바가지 오랜세월 사용해온터라 질이나 발갛게 윤기나는 쌀겨묻어 딱그랭이진 됫박 바가지에 쌀을 푹푹퍼 세 번이나 담아 내온다.
뒤따라 정지간에 들어선 진필이 부엌아궁이 앞에 앉았다가 무슨일이냐는 듯 눈을 치켜뜨자 거둔댁은 앵도라진 입술로 한마디 쏘아댄다.
"왜요? 농사 터지게 지어서 쌀 두어납대기 퍼서 떡좀 히 먹을라고헌디 잘못되얏대라오?"
"차암내 내가 언지 떡을 못히먹게 힛는가? 요새 무시떡 히먹으먼 좀 좋아?"
"당신도 떡까지 먹을라고 그러시오? "
"먼소리여? 떡가지 먹을라냐고?"
"지집 낯짝 쳐다보먼 떡보다 더 졸것잉게요"
"이 사람이 시방 강짜 허능겨 임자 답지 않게 말뽄새가 거 머여?"
"나라고히서 생전 고상헌 말로 당신 받들으란 말이요? 인역은 나가서 어먼짓만 허고 댕긴디?"
"아니라고 허잖은가? 아니라고"
"길고 짧응거는 대봐야 안다고 힛어라우"
"글먼 대 보자능거여?"
"왜요? 걱정되시우?"
쌀을 옹백이에 담아 더운물을 갈아내며 거둔댁이 샐쭉하게 눈을 흘기며 바라본다. 진필은 눈빛은 노여움에 가득찬 금방이라도 병아리를 낚아챌 솔개마냥 노려보다가 아궁이에 장작을 집어넣는다.
"아프다는 사람이 어뜨케 도고질을 헐라고 그릿싸"
"수천형님이 이따가 도고질 히 준다고 안 허요?"
"가 방애실이 가서 찧여다 히여"
그녀는 쌀을 담궈 부뚜막에 올려놓고 밖으로 나간다. 채 썰은 무를 대나무에 걸을요량 허청앞으로 갖다놓고 온다. 햇살은 간좌촌 앞보루 위에 두어자나 올라있고 앞집 뒷뜰에 서 있는 해묵은 감나무에 까치가 앉아 반기는 것이 퍽이나 반가이 들린다.
지붕위에 하얗던 서리가 언제였던 듯 흔적없이 짚날개가 젖어있을뿐 이웃간에 굴뚝에서 내는 연기가 그림을 그리는 듯 춤을 추는 듯 저 아래뜸 엎어진 지붕위로 피어오르고 있다. 연기 오르는 걸로 보아 아마 날이좋을 듯 싶은싶은 마음인데
"내 가서 무시나 걸어야 쓰겄다."
진필이 나가고 나자 거둔댁은 혼자 웃는다. 아닌것 같아도 그네의 강짜가 맘에 걸린 듯 좀은 그네에게 설설 기는 듯 아닌 듯 전에 없이 살갑게 대하는 모양이 그러는 진필을 거둔댁은 더 골려주리라 마음 다잡으며 미소 짓는다.
두 사람이 먹는밥 게다가 진필이 임실에 나가고 나면 혼자서 때우는둥 마는둥해오던 거둔댁이라 전날 삶아 건져두었던 보리쌀에 쌀을 반식으로 섞어 파삭제지니 아침상은 금방 차려진다.
사실 그네의 형편에 굳이 보리쌀을 섞어먹지 않고도 충분하였지만 진필보다는
거둔댁쪽에서 우겨 쌀과 보리를 반식으로 해 먹는데 그것은 잿말에는 그네만 못한 이들이 많았고 내 것으로 해 먹어도 남 점직하여 그리할 수 없던 때문이라.
진필은 여느때 갖지않게 스스로 외출 차비를 갖추고 싸립을 나선다. 거둔 댁 생각에 웃옷 챙겨라 바지 챙겨라 하다보면 또 부딧쳐 뜬금없이 한마디씩 던지는 자신의 말이 꽤나 그의 맘을 편치 않게 하는가보다고 생각하며 방문을 열어둔채로 앉아 집을 나서는 남편을 바라본다. 그리고 점심때가 제워 수천댁이 오고
사촌 동서간에 도고질을 해댄다. 마치 진필의 하는양을 못마땅하여 그 분풀이라도 하는 것 마냥
"아이고 이놈의 도고질만 아니먼 먼들 못히 먹겄는가 이 ?"
"그렁게요. 성님은 조께 쉬어요. 내가 체질을 헐텅게요."
"아녀, 자네가 좀 쉬여. 아픈사람 붙잡고 도고질 시킨 내가 히야지"
"차암 성님도 시킨다고 허간이요. 나도 먹고잡풍게 허지요"
"이것 쬐께갖고 방애실로 가기도 좀 멋허기는 혀 넘이 욕허께미"
"글먼요. 이께이껏 한 납대기 갖고 금방 빠순디요머"
거둔댁은 독 도고통에서 반가루가 된 쌀을 복지게로 퍼담아 체로 치고 있다. 하얗고 보드라운 가루가 소로록 소로록 내려 쏟아진다. 떡쌀을 찧을때는 초벌부터 야물게 찧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두 벌 세 벌 찧어 팍 줄어들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마치 쌀가루가 건너뜸 술집, 아를 가졌다는 미옥인가 뭔가를 때려주듯이 야무락스럽게 몽근가루가 독 도고통 풀풀 날릴 때 까지 짓찧었다.
"아이고 성님 반절 남었네요."
"그려 참 단번에 잘 찧었네그랴. 아이고 참 곱다 "
"체가 제법 뵈야서 더 곱지요?"
"아이구 떡 익는 냄새가 나는 것 갔네 후딱 먹고잡퍼 죽겄네"
"성님도 아덜 맹이요 이?"
"아덜보고 맨날 머라고 힛는디 늙은먼 아 된다고 안 허던가"
"쌀이 잘 불고 야물게 찧어져서 수월허게 생겼네요. 저녁밥 허기전에 쪄야지요"
"암 그리야지 만나게 먹지"
이때에 잿말에는 발동기를 가진 방앗간이 있었고 간좌촌에서 사양리 가는 길목에 물레 방아가 있으며 망덕거리 넘어 구성물에도 디딜방아가 있다. 그렇지만 방애실로 가는 사람들은 인역의 집에 절구가 없는 집이나 갔고 돌을 깎은 독도고통을 장에서 쉽게 살 수 있으면서 부터는 떡가루 같은 것은 품앗이로 찧는 사람들
이 늘어나고 있었다.
또한 떡마져도 흔하게 해 먹을 수 있는 형편들이 아니니 너댓마지기 농사짓는 사람들은 양식 아껴먹기를 쥐 소금먹듯 하였으니 넉넉하다 하여 먹고싶다 하여 쉬이 떡을 해 먹기도 사실은 윳간에 조심스러웁기는 매한가지라. 그래도 도고통이 나무보다는 쑥돌 도고통이 밭침이 강하여 더 잘 찧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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