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10]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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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ylib.kll.co.kr/gen/main_0602.html?kkk=5&sss=1&sl=1&id=yehwa21&no=2355&sno=3917&n=10 

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10] - 김여화

 

 


 

제목  [10회] 전출
등록일  2001-10-02
전출


기수의 전출 소식이 전해진 사무실은 동요의 빛이 역역하다. 하필 한직으로 밀려나는듯한 인상은 직원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삼삼오오 쑤근대고 있었지만 그런 직원들과는 반대로 기수의 낯 빛은 즐거움이 베었다.
일주일째 일찌감치 퇴근을 해서 아버지와 함께 저녁상을 받는 아들의 안색을 살피면서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아범, 참말로 어디 아픈디 없냐 ? "
"예? 어머니, 저 아픈데 없어요. 그냥 술좀 덜 먹으려고 일찍 오는겁니다. "
"그리도 아범이 좀 이상히졌다고 생각안드요 ? 영감은 ? "
"한 두살 먹은 어린앤가? 냅싸나둬 ! 밥이나 먹어 ! "
머뭇거리던 기수는 어렵게 말문을 연다.
"아버지, 저 지난번 서울 사표 내러 갔었습니다."
진필은 대답대신 기수를 빤히 바라보고는 밥 숟가락을 푹 찔러 푸고 있다.
"아니, 왜 갑자기 사표를 내야? 머 잘못헌거 있냐 ?"
"아뇨, 잘못헌게 아니라 지금 허는 일이 영 편치가 않어서요. 현장이 아닌곳으 로 해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
"어디로 가간디 ? "
진필의 물음이다.
"거긴 주민들과의 마찰은 없는 곳입니다."
"참 잘되얏다. 인제사 조께 발 뻗고 자겄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그동안 편치않게 해드려서 "
"나는 도데처 먼 소린지 모르것네 "
"임자는 몰러도 되야 ! "
"아이구 넉아버지는 내 나이가 80이되야도 안적 여그가 잿말인종 아싱갑다."
"어머니,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
"그럴 것 없다. 먼 여자덜이 바깥이서 허는일 죄 알라고 히여? 밥 굶기께미 ?"
"아이고오- 그리요, 그 말씀도 30년전이나 지금이나 벤헌 것 없고만요 "
"하하, 어머니, 어머니 말씀도 잿말 살 때 허시던 말씀하고 똑같은데요 ?"
세 사람은 크게 웃는다.
"아버지 제가 이번에 올라가면 6월쯤이나 휴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 두분 모시고 며칠간 입석리 가서 지내다 오시면 어떨까요 ? "
"거 좋지, 아범도 올여름 휴가는 홀가분허게 보내게 생겼구나 !"
"네 아버지. 봐서 그때는 내려오면 잿말이랑 사양리, 월맹이 용운리까지 돌아볼 생각입니다. 식구들 모두 같이 가서 낚시도 하면 좋을 것 같애요."
"너도 참, 아들 학교 안 가간디? "
"아버지 어머니만 모시고 가먼 되지요 뭐. 애들이야 잿말을 알기나 하나요 ?"
"그려 것도 좋지. 내 모지굴 만수네 보고 미리 말 히야겄다. 방 비어 노라고 "
"벌써요 ? "
"느 아버지는 매사가 저러신다. 당신이 맘 내키먼 번갯불이 콩 구어먹듯 허신 당게 "
"안적도 넉달이나 남었는디 번갯불 타령이여 ?"
아버지 진필은 한심하다는 투로 숟가락을 놓으며 거둔댁을 바라본다."
"아범 너는 글지마라. 먼 남자가 조께 자상헌디가 있어야지 살지, 여자덜이 멋 땜시 살겄냐 ? 자식땜시 살지 느 아버지만 보고 살으라먼 나는 진작 안 살었다."
"안살먼 보따리라도 쌀 챔이여 ? 보따리 쌀 요량이먼 진작 쌀 일이지 내가 60 년이나 멕이고 입히중게 호강 다 받고 인자사 투정이여 ? 잿말살 때 나가지 그 머셔어 ? 그때는 나 좋다는 여자들이 쌔 버릿었는디, 넉어매가 그 여자덜 다 쫓아 버리고 인자 나까지 좇아 낼라고 허는 갑다."
"아시기는 헝만요. 넋아버지 뒤가 켕기기는 허싱갑다. "
"제가 보기에는 두분이 재미나게 사시는데요. 앞으로도 그렇게 정답게 오래사 세요 "
"야야 두 번만 정다웠으먼 애비 쫓겨나게 생겼다."
기수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자신의 어려운 결단이 아버지 진필의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이는 것 같아서 기뻤다. 진작부터 아버지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 몹시 아쉬웠다.
"아버지 어머니, 그 동안 마음 고생이 크셨는데 이제사 제가 철든 생각을 한 것 같지요 ? "
"안적 늦은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고맙기만 허다. 얼매나 고맙냐 그 양반덜이 사표를 반려허고 다른디로 보내준다고 헝게 말여, 높은분덜이 고맙다야. 더 각 별히 노력히야 쓴다. 사실 나는 첨에 너 거그 합격힛다고 혔을 때 부텀 맴이 안 편힛다. 글지만 어쩌겄냐 너도 니 처자식이 있는디, 여그 온다는거 미리 알 었으먼 내가 못오게 힛을거다. 암 못오게 허지. 적어도 내 자식이 그런일을 허는 것은 못봐주지. 옛날에 내가 그놈덜보고 욕 많이 안 힛냐? 그때는 어쩔수 없 는거여. 지금 너그 회사와는 성질이 달렸응게, 난중의 별도로 회사가 되�잖여?"
"죄송해요 아버지 "
"사람 사는게 그리서 애룹다고 허는거다. 내가 받은 상처도 잊지 못허는디 아 무리 지금은 그때보다 보상이 더 된다고 히도 고향을 베릴 생각을 히바라. 넘 헌티 내 아들이 상처를 준다는디 애비 맴이 좋았겄냐 ?"
"참 영감도 아범이사 월급받고 시키는디로 허는거지 자가 쫓아내간디라우? 그 것도 죄 도히야요? "
"월급쟁이라도 꼭 그럴 필요는 없잖이여. 하고 많은 직장덜이 있는디 해필이먼 내 자석이 지 애비가 겪었던 수몰민을 상대허는게 마땅치 않다는 말여 "
"그래요 아버지 다른 사람이먼 몰라도 제가 고향에 온건 잘못했어요. 인제라도 �찮지요 ?"
"그럼 그럼, 내 아범이 언진가는 내 속 알어줄종 믿었다."
"아이구, 그 속은 말 안허먼 누가 안대라우. 귀신도 말을 히야 안다고 안헙뎌"
"야는 귀신보담 더허네 ? 말도 안 힛는디 알어들었응게 허허허 "
아버지 진필의 너털웃음은 정말 허공에 날고 안개처럼 자욱이깔리고 있었다. 있었다. 어쩌면 기수의 결정을 반가워 하면서도 사실 한직으로 나가면서까지 자신의 마음을 편케 해 주려는 기수의 마음을 알기에 안스러웠는지도 모른다. 기수에 대한 진필의 속정은 참으로 잿말 구석물 마당벌 넘실대는 물너울 속 그보다 더 깊었을테니 말이다.
"아이고 시상에 날이먼 날마다 덜 �어진 씰가리 모냥 히갖고 푹푹 거리등만... 으으응 영감허고는"
어머니 거둔댁은 영감님을 돌아보며 눈을 허옇게 흘긴다. 아버지 진필은 기분이 무척 좋은 모양이었다. 안방을 들락 거리며 낚싯대를 챙기는 모습이 금방 휘파람이라도 날아올 듯 싶은 ... ...
"아이고, 참 어쩌먼 저렇게 변덕이 성헐꼬... ... 늙으먼 아 된다고 허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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