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덕을 베푸는 이유
소년은 어린시절 대부분의 사람들이 베푸는 척 하다가 막상 자기네들에게 손해가 되는 상황이 되면 태도가 싹 바뀌는 것을 많이 보고 자랐다. 그런데 그런 것과 상관없이 끝까지 소년에게 잘해주었던 어른들이 몇사람 있었다. 처음에 소년은 그들이 자신을 이뻐해서 그러는줄만 알았다. 그러나 소년이 어른이 되고 나서야 그들이 왜 그랬는지를 알게 되었다.
소년이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이미 가세가 기울어 입학금은 겨우 냈으나 교복은 어찌 구할지 걱정하고 있는데, 근처에 살고 있었던 큰엄마가 교복을 사주는 것이었다. 당시 큰엄마도 아들들이 과외해서 번돈으로 어렵게 살림을 하고 있던 터라 소년은 뜻밖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녀는 엄마 없이 자라는 막내 조카에게 교복을 사주려고 반찬 값을 아껴 모았었던 것이다. 그사실을 알고 소년은 오래동안 큰엄마를 고맙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다 세월이 흐르며 소년은 큰엄마가 원래 그리 정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소년의 엄마에게 생전에 미안했던 것을 그렇게 소년에게 베풀었다는 것을.
소년이 사관학교에 있을때에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잘곳이 마땅하지 않아 이곳 저곳에 들리며 지냈는데, 유독 갈때마다 반가워하며 떠날때는 꼭 용돈을 주었던 큰외숙모가 있었다. 당시 그녀는 시집을 와서 의복 제조업을 하여 큰 재산을 모아 서울에 큰집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소년을 볼때마다 소년의 엄마가 생각난다며 눈물을 글썽이고는 돌아갈 때 용돈을 쥐어 주었던 것이었다.
냉정했던 성격이어서 자식들조차 조심했던 그녀였지만, 죽은 손아래 신우의 막내아들인 소년이 엄마가 그랬듯이 자기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모습을 기특하게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것은 소년의 엄마가 손위 올캐와 사이가 좋지는 않았지만 조카들에게 만큼은 고모로서 최선을 다했었기 때문에, 그녀는 소년을 볼때마다 다 갚지 못한 정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네엄마가 살아있었다면 이렇게 잘 자란 너를 보고 너무나 좋아했을 텐데..”
그런 일들을 경험하며 소년은 엄마가 떠났어도 세상에 남겨 놓은 것이 무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소년이 성인이 되어 어릴적부터 같이 살았던 사촌형들의 얘기를 듣고서 그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소년과는 년령 차이가 많이 났고, 오히려 부모님과 10여년 차이 밖에 되지 않아 소년의 엄마에 대해 소년보다 더 잘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그들이 어느날 성인이 된 소년에게 “작은 어머니가 살아계셨더라면 너희 3남매가 더욱 잘됬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님중 한분이 돌아가셔야 됬다면 너희 엄마가 살아계셨어야 했는데” 하며 “작은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영향을 미칠 모든 사람들에게 잘하려 하셨다.”는 것이었다.
그말을 듣고 소년은 ‘남에게 음덕을 베풀어야 자식들에게 돌아간다’ 는 옛말씀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자신은 얼마 만큼의 음덕을 베풀었는지 되새기게 되었다. 아직도 소년에게는 엄마가 남긴 것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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