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푸른광장> 미래를 보는 힘의 원천 / 문화일보 [2011-04-28]

忍齋 黃薔 李相遠 2011. 4. 30.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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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광장> 미래를 보는 힘의 원천 / 문화일보 [2011-04-28]

 

 

 

은미희 / 소설가


내가 누군지 알면 길이 보인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며, 무엇을 잘하는지, 또 어떻게 지내왔는지 나를 점검하면 나아갈 길 또한 보이는 것이다. 자신이 누군지 모른 채 살아가는 일은 흡사 전장에 고장난 무기를 들고 나가는 것과 진배없다. 삶은 요행이나 운수에 기대어 살 수는 없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했다. ‘손자병법’의 모공편에 실려 있는 이야기로, 모공편은 불가피하게 적과 싸워야 할 때 이기는 방법에 대해서 기술해 놓은 것이다. 손무는 이 병법서에서 말하기를, 적과 아군의 실정을 알고 나아가 싸운다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또 적의 실정을 모른 채 아군의 전력만 믿고 싸운다면 승패의 확률은 반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적의 실정은 물론이요, 아군의 전력까지 모르고 싸운다면 반드시 패한다고 했다. 그러니 나를 알고 시작하는 것이 세상살이를 하는데 있어 벌써 승률의 절반은 안고 가는 셈이 되지 않는가.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우리네 삶이 투쟁적이고 경쟁적인데, 굳이 병법서까지 들먹이면서 삶을 전투적으로 이해하려 드니 이 또한 거북하고, 민망하며 불편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춘추전국시대의 이 고전은 여전히 유효하다. 투쟁적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지나온 자신의 삶의 궤적들을 돌아보며 나아갈 길을 살피는 일 역시 삶의 지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한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누구나 그러겠지만 나 역시 지나온 부끄러운 과거는 외면하고, 부정하고 싶다. 하지만 그게 외면하고 부정한다 해서 없어지는 것이던가. 싫든 좋든, 부끄럽든 자랑스럽든 그것은 자신의 역사이며 시간들이다. 용기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실수나 과오까지도 정직하게 바라보고 그 안에서 문제 해결책을 찾는 사람일 게다. 그 성찰의 시간을 통과해 온 사람은 다시는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것이다.


어쨌거나 국사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선택하는 것에 대해 수험생들의 부담이 만만치 않은가 보다. 살인적인 공부 시간에 하나를 더 추가했으니 두 손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다른 과목을 줄여서라도 국사는 공부해야 하지 않겠는가. 국사는 적어도 시험과목이기 이전에 우리가 당연하게 알고 있어야 할 우리의 삶의 궤적이자 우리의 모습인 것이다.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역사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하고, 빛나는 역사는 그 전통을 살려 잘 보존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얼마 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조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학생이 6·25가 언제 일어났는지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게다가 누가 일으켰는지조차도 모르는 학생도 상당수였다. 이 결과는 우리의 역사 교육이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 그 상황을 가늠케 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커다란 비극으로 꼽히는 사건도 이럴진대 하물며 다른 사건들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숱한 역사적 사건들을 박물관에 진열돼 있는 유물처럼 하나의 연대표로 외우고 있는 것도 곤란한 일이지만 우리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청소년들이 우리의 역사를 모르고 있어도 문제가 된다. 게다가 격동기의 우리나라 근현대를 몸으로 살아온 주인공들이 한분 한분 세상을 떠나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그분들이 관통해온 역사적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후세에 증언해 줄 의무와 과제가 있는 것이다. 그게 우리에게 부여된 숙제인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견과 선택이 거대 사회를 이끌고 흐름을 유도해 나간다. 그 사회를 구성하는 대중이 현명하지 않으면 그 사회는 후퇴하거나 몰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요즘처럼 소셜 네트워크가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에는 더더욱 대중의 올바른 판단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올바른 비판이나 인식의 힘은 과거를 아는 데서부터 나온다. 개인의 이익은 곧 국가의 이익이며 개인과 국가는 어떤 식으로든 얽혀 있다. 나라가 살아 있어야 우리 스스로도 존엄성을 지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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