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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이 많은 노인이 자손들 불편하지 말라고 곡기를 끊고 자진하여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오죽 삶이 구차했으면 나라 빼앗긴 애국지사들이나 하는 짓을 선진복지 대한민국에서 하고 있을까 안타깝습니다. 또 한심하게 그걸 자랑이라고 하는 후손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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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동부에서 서부로 전근 와서 살기 시작할 때부터 팔로알토에 자리 잡고 사는 걸 도와준 노인네 친구 부부가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을 하던 영감님은 90 가까이 까지 살았고 유치원을 하던 할머니는 99까지 사셨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영양실조로 돌아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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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에서 삐끗하여 넘어졌는데 돌보는 자식이며 방문간호사가 노인네는 소식해야 한다며 먹을걸 적게 주어 영양실조로 돌아가셨다고 저는 믿습니다. 왜냐하면, 가끔 병문안을 가면 내게 배고프다고 먹을 것을 달라고 애원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먹을 걸 찾아드리면 정말 허겁지겁 드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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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생업이 있으니 자주 찾아갈 수 없어 할머니 자식들과 방문간호사에게 먹을 것 좀 자주 드리라고 하면 노인네는 소식해야 오래 산다고 저를 무식한 사람 취급을 했습니다. 그 동네 집값이 수십억 원에 달하니 평소 잘 보이지도 않던 자식들이 언제 돌아가시나 기다린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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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래서 그 할머니는 99의 연세로 굶어 돌아가셨습니다. 노인네들은 낙상하여 거동하기 힘들게 되면 결국 자진하여 굶어 죽든 노인네는 소식해야 한다며 굶겨 죽든 죽는 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그래서 카톡으로 한국에 계시는 제 어머니께는 절대 넘어 지시 마시고 좀 과하듯 많이 드시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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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맛이 가신 90이 넘은 제 부친은 그동안 집에서 돌봄이도 오게 하고 제 모친께서 돌보셨는데 모친도 돌봄을 받아야 하는 처지라 결국 제 부친은 요양원으로 모셨다고 합니다. 친구분인 오승우 화백은 요양원에 있다가 자식들이 고액을 들여 돌봄이를 여럿들여 집으로 모셨다고 하니 부럽기가 그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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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하지 못하면 나라 빼앗긴 심정으로 곡기를 끊고 자진해야 할 판이니 자나 깨나 낙상하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할 판입니다. 아무튼, 노인네는 낙상하여 드러누우면 굶어 죽게 되니 넘어지지 않는 방책을 마련해야 할 판입니다. 국가에서 노인네 낙상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곳은 브리티시 컬럼비아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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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낙상방지용 지팡이 하나씩 마련해서 연세 많은 부모님에게 선물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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