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경주에서 1년>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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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에서 용의원을 하는 페친 SeungAh Jeon 선생이 손바닥 문학상을 받은 <경주에서 1년>을 읽은 소감을 담벼락에 올렸다. 최근 내 지인 중에도 암으로 먼저 간 분이 있어 냉큼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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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로 전공을 바꾸긴 했지만, 30여 년 전 난 농대 대학원으로 유학을 나왔다. 그때 월급을 받으며 실험했던 프로젝트 중에는 수이사이드 시드스(The Suicide Seeds)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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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를 항생제에 담갔다 뺐다를 반복하는 실험이었는데, 이 종자는 수확된 종자를 파종하면 싹이 트면서 자살해버린다. 재 수확을 못하게 만들어 농민들이 종자를 꼭 종자회사에서만 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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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난을 몬산토가 넘겨받기 전이었지만, 이어지는 프로젝트는 종자를 재파종하면 결실이 되지 않고 잡초만 무성하게 만드는 실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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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대학원으로 옮겨 지하수를 연구하고 불포화대를 연구하고 오염추적을 하고 모델링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먹거리 가지고 장난치는 일은 기억에서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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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를 마치고 직장을 잡고 열심히 미국사람들과 어울리며 살다 보니 그만 미국사람들과 함께 미국식으로 먹고 살다 보니 난 돼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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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cm의 키에 113kg의 몸무게, 허리둘레 42인치의 바지를 입었다. 2003년 처음 한국에 가서 백화점 양복매장을 가니 문간에서부터 '손님 치수는 없어요'로 면박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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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내 조카를 꼭 미군에 입대시킬 일이 생겼는데 비만으로 퇴짜를 맞았다. 그래서 내 각시가 산타로사에 있는 비만 클리닉에 조카를 입원시켜 체중을 빼서 4차례 만에 입대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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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조카는 주스 단식을 했지만, 그때 처음으로 물단식(Water Fasting)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내가 돼지인 걸 알았기에 물단식을 시작했다. 그래서 80 kg 때의 몸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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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원(MSG)과 라면(밀가루)을 끊었다. 파머스 마켙에 가서 유기농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피기 시작했던 담배가 언제 피웠었나 처럼 냄새조차 역겨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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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아주 높아 의사가 바로 응급실행이라며 혈압약 먹길 권했던 고혈압은 확 내려갔다. 물단식과 먹는걸 잘 먹어 몹쓸 병에 걸렸다 기적처럼 완치한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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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아끼는 암에 걸린 사람들을 설득시킬 재간이 없다. 그들 주변에는 내가 막아낼 수 없는 기도로 기적을 보여주겠다는 죽음가지고 장사하는 종교인(?)들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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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가 막아설 수 없는 이런저런 영험한 약재라고 죽음을 막아낼 비싼 음식인지 약재인지를 바리바리 준비하는 돌팔이(?)들이 너무너무 많았다. 그래서 먼저 보낼 수 밖에 없는 지인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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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먹어가니 많이 배운 것이나 많이 벌어놓은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이를 먹어 연로하여 가는 것이나 암에 걸려 살기를 급급해 하는 것이나 보이는 모습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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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 1천여 명을 둔 유명교회 목사, 40여 년간 배를 탔던 선장, 승진을 기대하던 은행원, 박사 논문을 준비하던 시간강사, 그 모든 부와 지위와 명예와 지식은 죽음 앞에선 무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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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수상 소감처럼, 나도 스물 세 살에 처음 만나, 스물일곱부터 오래도록 함께 있고 싶도록 절실해지는, 나의 소중한 각시와 우리의 외아들 만은 물단식과 먹거리 치유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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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경주에서 1년 (출처 : 한겨레21 | 네이버 뉴스) http://naver.me/Gu9U7i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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