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3_생각해볼글

[알아야 면장을 한다]

忍齋 黃薔 李相遠 2022. 1. 2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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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면장을 한다]에서 면장은 면소재지의 우두머리인 면장(面長)이 아닙니다. 여기서의 면장은 면할 면(免)자에 담벼락 장(牆)을 쓴 면장(免牆)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듯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사실 면장(面長)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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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17편 양화(良貨) 10장 면벽면장(面壁面牆) 편에서 공자(孔子)가 아들 백어(伯魚) 공리(孔鯉)에게 '詩經(시경)'의 중요성을 깨우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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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謂伯魚曰 자위백어왈
女爲周南召南矣乎 여위주남소남의호
人而不爲周南召南 인이불위주남소남
其猶正牆面而立也與 기유정장면이립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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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께서 백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詩經의) 周南(주남)과 召南(소남)을 익혔느냐?고 은근하게 물었습니다(矣乎).
사람으로서 周南(주남)과 召南(소남)을 익히지 않으면,
그것은 담벼락을 마주보고 서있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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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답답한 사람이 된다'고 논어 17편 양화(良貨) 10장 면벽면장(面壁面牆)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참고로 여기서 周南(주남), 召南(소남)은 시경(詩經)의 국풍(國風)중 정풍(鄭風) 맨 앞에 실린 시의 제목입니다. 정장면이립(正牆面而立)은 지극히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하여 어떤 사물도 볼 수 없고,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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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뭘 잘 모를 때 흔히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고 종종 쓰는데 이때의 면장은 面長(면장)이 아니고 원래 담장(牆)에서 얼굴(面)을 면(免)한다는 의미의 면면장(免面牆)에서 나온 말입니다. 담벼락을 대하고 있는 것과 같이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 상황을 면(免)한다는 뜻으로 견문이 좁음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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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식이 있어야 담벼락을 대하고 있는 것과 같은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듯이 사람이 어떤 일을 하려면 그와 관련된 지식이 적당히 있어야 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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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분들은 일제시대에 면(面)에서 돈 꽤나 있고 지역 유지쯤 되는 사람들이 마을의 최고 기관장인 면장(面長)자리가 선망의 자리가 되었는데 무식한 사람이 앉게 되면 그 면의 행정은 엉망이 될 수밖에 없어서 ‘알아야 면장(面長)을 해먹지’라는 용어가 생겨난 것이라 하는데 이는 웃자고 하는 아제 개그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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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느분은 '其猶正牆面而立也與 기유정장면이립야여'에 면(免)은 없고 면(面) 만 있으니 면장(面牆)으로 쓰는게 맞지 않느냐고 하는 분도 보았습니다. 조더 근접하여 면면장(免面牆)에서 면(免)자를 생락하여 면장(面牆)이 되었다고 하는 분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말의 뜻이 무식함을 면해야 하느로 면할 면(免)자가 빠질수는 없는 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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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을 마주보다’라는 뜻의 장면(牆面)이라는 글자 장면(牆面)을 문법적으로 보면 ‘담벼락(牆)을 보다(面)’로 동사와 목적어가 도치(倒置)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동사와 목적어 순으로 하면 ‘보다(面) 담벼락(牆)을’이 됩니다. 그래서 음이 같은 면장(面牆)에서 알아야 면장(面長)을 하지라는 말로 착각할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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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牆面)이나 면장(面牆)의 뜻은 모두 ‘담벼락을 마주본다’는 뜻으로서 식견(識見)이 없고 무식하여 마치 담벼락을 쳐다보고 서있는 것처럼 만사에 답답함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 무식함(面牆)을 면(免)하라는 뜻의 면면장(免面牆)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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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그 면면장(免面牆)에서 면(面)자를 생락하여 면장(免牆)이 된 것이지요. 무식함을 면(免)해야 담벼락을 마주 보고 서 있는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있고, 사실 면(面)유지들이 그토록 되길 원하는 면장(面長)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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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한국 대선판을 보고 있노라면 "알아야 면장(免牆)"을 하는데, 마치 무식한 사람들이 "알아야 면장(面長)"을 한다고 떠들고 있는 것 처럼 공허하게 느껴지는게 저만의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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