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1. Dr. Sam Lee/17_20세기100선

김은국의 순교자 - The Martyred by Richard E. Kim

忍齋 黃薔 李相遠 2023. 2. 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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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국의 소설 '순교자(The Martyred)'는 한인 작가 작품 중에 최초로 노벨 문학상 후보로 3번이나 추천되었던 작품입니다. 작가 김은국은 1932년 함흥에서 태어나 목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중에 6.25가 발발하여 입대하였습니다. 그는 6.25전쟁중에 정훈국 통역장교로 근무했습니다. 아서 트루도 미 육군 소장의 부관으로 근무했던 인연으로 트루도 소장의 추천과 도움을 받아 1955년 미국으로 이민하여 미들버리 대학교에서 학사를 하였고, 1960년 존스 홉킨스 대학교에서 문학으로 석사학위를, 1962년 아이오와 대학교의 작가 워크숍에서 인문과학 석사 학위를, 1963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극동 언어와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1960년 미국에서 덴마크계 미국 여성 페닐로프 앤 그롤과 결혼하였고, 이 무렵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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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미국에서 한국 전쟁 당시의 한 목사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순교자(The Martyred)'를 영문으로 조지 브래질러 (George Braziller)사에서 출판하였습니다. 6.25 참전의 체험이 작품의 스토리가 되었습니다. 김은국의 소설 '순교자(The Martyred)'는 당시 전쟁문학으로 상당한 인정을 받았습니다. 출판된지 1년 후인 1965년엔 미국에서 상당한 권위를 인정받던 ‘내셔널 북 어워드(National Book Award)’ 최종심사에 올랐습니다. 이후 20주 연속 미주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독일어 등 20개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으며 평단으로부터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1965년에 유현목 감독에 의해 한국에서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호평들로 인해 1967년과  1969년에는 스웨덴 한림원에 의해 정식으로 노벨 문학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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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순교자"는 6·25 한국전쟁 당시 실제 발생한 사건을 바탕으로 쓴 소설 즉 fiction입니다. 소설이니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됐습니다. 이야기는 국군의 평양탈환에서 시작됩니다. 대학의 역사학 강사였다가 입대한 육군본부 정보처 이 대위는 6.25직전 평양에서 일어난 목사 집단처형 사건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육군 본부 정보처 장대령은 12명의 목사들을 순교자로 선전하려고 큰 추도예배를 계획하며 순교자 12명의 자료를 더 수집할 것을 이 대위에게 명령했습니다. 정보처 장대령은 이들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선전하려했습니다. 12명의 순교자 이야기를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그는 12명의 순교자들을 미화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장대령은 그들에 관한 상세한 자료를 수집하라고 명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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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령의 지시로 자료를 조사하던 정보장교'이 대위'는 목사 처형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알아 갑니다. 12명의 목사 처형사건의 생존자 '신 목사'를 만납니다. 애초에 14명이 체포되어 12명의 목사는 처형되는데 신(申)목사와 한(韓)목사가 생존자로 살아남았습니다. 그런데 한목사는 심문과정에서 정신 이상자가 되어 살아남았고 신목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생존자가 됩니다. 이 대위가 신 목사에게 자세한 사항을 캐묻지만 신목사는 끝내 입을 다물어 버립니다. 한편 평양 교인들은 살아남은 신 목사가 빨갱이들의 스파이이고 다른 목사들을 팔아 넘겼다고 생각하며 처형된 12명의 목사들을 '순교자'라 추앙합니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습니다. 후에 14명의 목사들을 고문하고 취조했던 인민군 최(崔)소좌가 국군의 포로가 되어 밝힌 진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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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순교자라고 굳게 믿었던 총살당한 목사 12명은 순교자가 아니었습니다. 총살당한 12명은 끝까지 기도를 하며 성스럽게 죽었을 거라는 교인들의 생각과는 정반대였습니다. 그들은 비굴하게 살려달라고 애걸하다 '개'같이 죽었습니다. 반면 신 목사는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하느님을 모독하는 인민군 간부를 훈계하는 등 성직자로서의 기개와 체신을 지켰습니다. 그래서 그의 당당함과 성직자다운 기개를 높이 산 인민군 간부가 신목사를 살려 주었던 것입니다. 소설 '순교자'는 거듭되는 반전을 통해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전개합니다. 발표 당시 극찬을 받았던 것처럼 전쟁이라는 위기에 드러나는 이념, 진실, 신앙, 그리고 구원을 심도 있게 다룬 수준 높은 작품입니다. 극한 상황에서도 실천되는 신앙의 의미와 사람들의 반응 그리고 진실 왜곡의 가능성의 편만함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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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순교자의 핵심 메시지는 진실 왜곡 가능성입니다. 배신자로 낙인 찍혔던 신목사가 참된 순교자였고, 순교자로 추앙받던 12명의 목사들이 배신자들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도 이런 왜곡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세상이 인정하는 사역자와 하느님께서 인정하시는 사역자가 다를 수 있습니다. 섣부른 판단과 평가는 위험합니다. 어리석고 우둔한 판단과 평가를 멈추고 겸손한 마음으로 마음의 중심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김은국은 1968년에 5.16군사혁명을 소재로 한 "심판자(Innocent)"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1970년 창씨개명을 소재로 한 '잃어버린 이름(Lost Names)'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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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대한민국으로 건너와 지난날 자신이 중퇴를 한 서울대학교에서 특임교수로 출강했고, 1982년부터 1983년까지 1년간 강의를 하였고, 그 이후에는 KBS에서 다큐멘터리 원고를 집필하였습니다. 1989년부터 여러 차례 동서식품의 커피 광고에 출연하여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라는 광고 문구로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로 활동을 완전히 중단하고 미국에서 은둔 생활을 했습니다. 2005년 매사추세츠주에서 암 투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2009년에 사망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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