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콩트) 나는 목욕탕에서 네가 한 일을 다 알고 있다 - 은미희

忍齋 黃薔 李相遠 2006. 9. 1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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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콩트) 나는 목욕탕에서 네가 한 일을 다 알고 있다 - 은미희 323 - 조회 ▣

이름 : 작가회의 2005/05/16 - 등록

 

나는 목욕탕에서 네가 한 일을 다 알고 있다 은미희 나. 이름은 한가인. 나이는 서른 한 살. 결혼 2년 차 새내기 주부다. 2년 차에 무슨 새내기 주부냐고? 산전수전 다 겪은 이십 년 차에 비하면 새내기인 셈이니까. 아직 아이는 없고, 시내 유치원에 교사로 있다가 결혼과 함께 퇴직했으며 현재는 전업주부의 막중한 책임을 수행하고 있다. 몸매는 말 그대로 쭉쭉 빵빵. 아직 결혼하기 전 그대로의 몸이다.

 

남편 이름은 연정훈. 나이는 서른 한 살, 나와 동갑내기로 그 역시 결혼 2년 차 풋 신랑이고, 아이는 없으며 인근 소규모 주물공장에 나가고 있다. 직원은 다섯 명. 사장과 전무 그리고 과장이 한 명, 그러니까 연정훈, 내 신랑은 말단 직원인 셈이다. 몸매는 배가 나오고 피둥피둥 살이 오른, 영락없는 오십대의 몸매로 나와는 대조적이다. 굳이 밝힐 것까지 없는 남편을 이렇듯 세세하게 밝힌 데는 이유가 있다. 원래 여자와 남자는 한 몸이었다는 옛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상당부분 내 생활에 개입돼 있는 사람인 만큼 절반의 나인 셈이다.

 

무슨 전근대적인 사고냐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나는 내 결혼을 축하해 주러 온 사람들 앞에서 엄숙히 서약했으므로 내 절반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또 요즘처럼 이혼이 흔할 때 굳건히 지키고 있는 내 결혼생활을 자랑하고 싶기도 하다. 아무튼 내 취미는 목욕하는 거다. 옷을 홀랑 벗고 욕탕에 들어가 찰박찰박 물장구를 치다보면 아무리 찜찜하고 속상한 일이 있더라도 말끔히 가신다. 동네 앞 목욕탕에는 나 같은 아줌마들이 많이 온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그 아줌마들은 말이 너무 많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아무데서나 다리를 벌린 채 함부로 앉기 일쑤고, 오이며, 요구르트에다, 녹차, 인삼가루까지 피둥피둥 살이 오른 몸에 치덕치덕 바르고 기를 쓰고 젊어지려 한다. 어디 그 뿐일까. 그녀들은 간밤에 있었던 은밀한 부부행위까지 숨김없이 까발린다. “어제도 했다하지 않았수? 거, 참 언니는 좋겠네. 누구는 하고 싶어도 못 하는데.” “야, 그런 소리 마라. 징그럽다. 너도 당해봐라. 좋은가. 지겹지.” “남편이 가까이 오면 가만있지 말고, 아이고 허리 아파라, 하면서 팍 엎어져 버려.” 그녀들은 오이를 깨물며 서로 키들거렸다. 저런 경박함이라니. 나는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속으로 혀를 쯧쯧 찼다.

 

절대 그 아줌마들 속에 끼어 농담하거나 어울리지 않는다. 왜 저들이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그들 사이에서 일찍 출세한 교수님으로 통했고, 우리 풋내기 신랑은 한 대기업의 연구원으로 일하는 줄 안다. 때문에 저들은 서로 질펀하게 농담을 나누면서도 나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꼬박꼬박 말을 높인다.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 오십 줄의 여자도 절대 말을 놓는 법이 없다. 어쨌거나 나는 그들과 섞이지 않아 편하고 좋다. 말많은 동네에서 이름 트고 말 섞으며 살다보면 공연히 구설수에나 오를 뿐이지 좋을 일이 없다. 앞으로도 난 이런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도도하게 굴기. 오늘은 우리 풋내기 신랑 생일이다. 오늘밤을 위해 다른 날 보다 더 정성껏 몸을 씻는다. 막 몸을 닦고 탈의장 문을 여는데 핸드폰이 운다.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나 오늘 부장님 댁에 가야 돼. 부부동반이니까 그렇게 알라구.” 풋내기 신랑이었다. “자기 오늘 생일이잖아?” “빠지면 안 돼. 일곱시까지 회사 앞으로 오라구.” 나는 마지못해 외출준비를 하고 풋내기 신랑이 근무하는 회사 앞으로 갔다. 그리고 과일도 좀 사고, 술도 사서 부장님 집에 갔다.

 

딩동. 맙소사! 초인종 소리에 우리를 맞은 사람은 말많은 목욕탕 아줌마들 가운데 제일 나이 많은 여자였다. “호홍, 호홍. 사모님은 어쩌면 이렇게 젊으세요?” 부장 사모님을 향한 내 첫 인사였다. 도도함은 사라졌다. 얼굴이 뜨듯했다. 내일은 때밀이 수건을 들고 여자의 등을 밀어주거나 아니면 따라다니면서 물 끼얹어 주고, 차가운 물 대령하며 말상대가 돼줘야 하리라. “여기서 또 보네요. 정훈 씨가 그렇게 예쁘다고 와이프 자랑을 하더니만 정말이네.” 여자가 야릇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연신 허리 굽혀 절을 하며 간살을 떨었지만 내심 중얼거렸다. 흥, 나는 당신이 목욕탕에서 한 일을 다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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