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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시론] 우리가 살 길 / 전남일보

忍齋 黃薔 李相遠 2009. 8. 2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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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 길
입력시간 : 2009. 07.15. 00:00



근래 들어서 참 많이 답답하다. 무언가 앞을 가리고 목을 틀어막고, 귀를 어지럽힌다. 모두들 자신들의 이익을 좇아 사건마다 아전인수, 견강부회 식으로 각기 다른 해석과 논리를 들이 내밀면서 사람들의 올곧은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가만 듣고 있노라면 이 말도 맞는 것 같고, 저 말도 맞는 것 같다. 귀가 어지러워 마음만 시끄럽다.

꼭 어느 것 하나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다. 곳곳이 그렇고, 만사가 그렇다. 대규모 공사현장 주변을 가다보면 소음 때문에 못살고, 분진 때문에 괴롭고, 일조권을 침해받아 생활의 질이 떨어졌다고 난리다. 어느 곳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들의 피해를 보상해주라며 섬뜩한 문구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강퍅하게 만든다. 또 삶터를 빼앗길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거래를 감행하고, 자본가는 자본가대로 가지고 있는 자본을 이용해 더 막대한 부를 얻으려고 혈안이 돼있다.

어찌된 게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고, 성이 차지 않는다. 종교가 사람들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순화시키는 역할을 상실한지는 오래됐고, 이를 중재해줄 만한 지혜로운 사람도 없는 것 같다. 다들 자신들만이 옳다고 생각하는데 문제가 있다. 공자는 나라에 의가 없고 도가 없으면 정치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 오히려 의가 없고 도가 없을수록 난세를 구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사람답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성찰과 각오 없이, 어떻게 하면 잘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만 가득하다. 사람으로서 가져야할 도리나 인간에 대한 예의는 실종된 지 오래다.

누군가 아니라고 하면 그 사람은 공공의 적이 되거나 어딘가 시대에 뒤떨어진 반편이가 되고 만다. 자신의 이익에 반하면 나쁜 것이고 악한 것이며, 자신의 이익에 부합해야 선한 것이고 옳은 것이라 한다. 조금씩 양보하면 함께 갈 수 있을 것을 목청 높여 새된 소리로 자신들의 입장만 주장한다. 문제해결을 위해 서로가 힘을 합할 때는 자신들의 이익과 어느 정도 공통분모가 있을 때라야만 가능하다. 한시적 동맹이자, 이익적 결집이다. 그들 또한 언제 다시 적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신념과 철학은 경제적 잣대와 부피와 향방에 따라 발 빠르게 변화를 거듭한다.

배고프던 시절, 콩 한쪽이라도 나누어 먹고, 식사하셨냐는 인사로 한 끼 식사를 책임지려 하던 그 미덕과 인정은 어디로 다 사라져버렸는지. 그 시절은 그랬다. 어떤 집에서 잔치를 하면 온 마을 식구가 모처럼 기름기 풍기는 음식을 입에 대볼 수 있었다. 하여 어느 집이 잔칫날인지, 제삿날인지 환히 꿰고 있었고, 잔칫집에서는 아낌없이 내놓았다. 헌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나치게 남의 집 일에 관심이 많으면 사생활 침해고, 거북하고 기분 나쁘고, 부담스럽기만 하다. 하여 자신이 다 소화시키지 못하더라도 나누려하지 않는다. 그저 하나라도 더 쥐고, 품고 있는 사람이 똑독하고 엽렵하다는 칭찬을 얻는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도태될 뿐이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각박하게 되었을까. 우리의 삶은 오래전부터 공동체에 그 뿌리를 두고 있지 않던가. 대가족제도는 물론이요, 같은 성씨끼리 집성촌을 이루며 살았고, 향약으로 마을의 법과 안녕을 지켰으며, 농사 또한 두레를 통해 품앗이를 했었으며 계를 통해 공동의 어려움을 해결하곤 했다. 사람들은 청빈한 마음으로 땅을 갈면서 뿌린 만큼 거둔다는 그 소박한 도를 터득하고, 우주의 섭리와 운행을 깨달았으며 하늘을 두려워했고, 사람의 도리를 깨우쳤다. 헌데 지금은 아니다.

타인의 신뢰와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성의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신의칙은 사라지고 없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아량도 실종된 듯하다. 그저 이 모순과 배반의 세상에서 가슴앓이하며 난청을 겪으며, 더듬더듬 살 뿐이다. 나부터서라도 내 것을 양보하고 살 일이지만 나 역시 그게 쉽지 않다. 그러나 어쩌랴. 당장에 실천하지 않으면 내일도, 모레도 똑같은 것을. 조금씩, 조금씩만 나를 덜어내자. 그게 살 길이다.


은미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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