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llusion of transparency]
아래 김웅진(Ung-Jin Kim) 박사님이 올리신 게시글 'Tunnel Vision'을 읽다 보니 'Illusion of transparency'가 연상되었습니다. 바라보고 판단하는데 장애가 생긴 게 비슷하기도 하고요.
저는 아직 받아 본 적은 없지만, 미국에서는 스트레스가 좀 쌓여도 직장 심리상담사를 찾는 답니다. 개인적으로 이용하려면 시간당 5~6백 불씩 주어야 하니 주로 직장 혜택으로 심리상담을 받게 됩니다. 한국으로 치면 점쟁이를 찾아가 오만 푸념 다 털어내고 복채 2~3만 원 쥐여주고 오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속에 싸인 쓰레기 같고 오물 같은 기억들을 한두 시간 쏟아부으면 속이 다 시원해집니다.
그런데 미국 HBO 드라마 'In Treatment'처럼 또는 한국의 단골 점쟁이처럼 마치 그 심리상담사가 아니면 그 점쟁이가 나만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은 그 심리상담사는 전문적으로 남의 고충을 들어주고 현명한 대처를 조언하도록 훈련된 사람인데 말이지요. 한국의 점쟁이는 남의 고충을 푸닥거리하여 풀어주도록 훈련되었고요.
이처럼 일방적으로 한쪽이 고충을 이야기하고 한쪽은 들어주기만 하다보면 들어주는 쪽이 나를 100% 아니 200% 그 이상 이해하여 주는 것 같고 나를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다 해결해 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걸 'Illusion of transparency', '투명성에 대한 환상'이라고 심리학에서 이야기합니다.
남녀가 뜨겁게 사랑하여 결혼하고 난 뒤, '속았다'고 장탄식을 하는 것도 'Illusion of transparency'에서 깨어난 뒤 토로하는 고백일 겁니다. 'In Treatment"라는 연속극에서 보면 상담심리학자 Paul Weston으로 분한 Gabriel Byrne이 실감 나게 연기하는 중에도 상담하러 오는 고객들이 'Illusion of transparency'로 인해 이 상담심리학자를 짝사랑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대부분의 'Illusion of transparency'는 학창시절 이성의 젊은 선생님을 짝사랑했다던가 하는 상큼한 기억으로 남는 추억이 대부분이지만, 악한 의도를 가진 종교단체나 무당에 빠지거나 아니면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신념에 빠지면 한 인간 당사자만의 파멸이 아니라 주위의 많은 사람을 불행의 나락으로 빠지게 하기도 합니다.
인류 역사상 'Illusion of transparency'가 가장 심각했던 것들은 아마도 이제는 사라져버린 공산주의와 독재개발을 추종한 사람들이었을 겁니다. 아직도 그들이 만들어 놓은 환상에 빠져 총 맞아 죽은 독재자가 신이라고 착각하고 마치 자신을 젖과 꿀이 흐르는 천국으로 인도할 거라는 'Illusion of transparency'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사기꾼에게 사기를 당하는 것과 같은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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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터널비전: 한국병 - 김웅진 박사]
"나 자신, 그리고 '나의 것' (새끼, 배우자, 애완동물, 재산, 정원 등 '내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들)
그 외의 것에서는 아무런 가치도 의미도 애정도 공감도 느끼지 못하겠다."
이것은 결코 정상적인 사고가 아니다. 인류학, 생물학, 역사학, 사회학을 다 살펴봐도 이런 증상은 병적이다. 정신질환인 것이다. 인간은 유전적, 실존적으로 사회적 존재이며, 정상적 인간본성과 의식이 지향하는 바는 정상적 눈의 시계(visiojn field)와 같이, 전방위적이기 때문이다. (수렵채취인 사회를 보면 대번에 안다. 인류의 공동체에는 그런 인간은 거의 없었다.)
터널비전(tunnel vision)은 시각장애이며 세상의 지극히 작은 일부만 보게한다. 녹내장, 망막색소변성증(RP), 약물(환각제), 저산소증, 뇌의 시각처리이상 등 원인들로 나타난다. 가축이나 병사의 눈가리개처럼 인위적인 경우도 있다.
터널비전은 개인이기주의적 관점의 좋은 비유가 된다. 반사회적, 이기적 개체들의 왜곡되고 폭 좁은 자기합리화 논리 즉 개인이기적 냉소적 기회주의적 졸부적 천민자본주의 집단의 터널비전과 같은 사고가 미디어, 대중문화, 거짓상식, 풍조, 몰상식의 상식화를 통해 일반화 되어 마치 '상식' '당연한 진리'처럼 수용되었다. 돈 숭배 이기주의는 정의와 양심을 저버린 친일매족과 돈만 추구하는 장삿군의 배경을 가진 무리들에게 탈출구, 생존의 이유, 지상의 가치가 되었다.
원래의 인간에게는 자기의 울타리 밖의 것을 아예 못보는 터널비전적 사고는 드문 것이나, 이런 독소적 사고가 전이된 암(cancer)처럼 퍼지게 된 것은 한국의 상황 때문이다. 개독병의 폭발적 전염과 보조를 맞춘 리승만-박정희-이명박에 이르는 돈 지상주의 전도폭발의 시기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는 필연적이었다. 모든 도덕적 사회적 명분을 잃은 범죄자들이 내세울 수 있는 가치가 돈과 이기 밖에 더 있겠는가? 식민지 양공주 베트남 용병 조작과 비리 착취수탈 무식한 군바리문화는 인간의 의식을 찌그러뜨리고 황폐화했고, 양식과 교양과 진리와 정의와 선과 아름다움과 인간의 정신적 가치들을 모조리 말살했다. 대중은 먹이를 좆는 개들 처럼 돈만 흔들면 따라가게 되었다. (개인이기주의와 돈 숭배를 전반적 현대사회의 물질화니 비인격화 탓으로 돌릴 수 없다. 한국은 여러가지 부정적 저질적 부문들에서 단연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교양과 독서율은 꼴찌다. 유럽인들의 사고는 이렇게 천박하지 않다.)
"나 먹고 살기도 힘든데 사회문제라니.." 자, 그러면 돈이 많아지고 여유가 생기면 이웃과 사회에 신경을 쓰겠네? 아니다. 돈이 아무리 많고 넘쳐도, 자기 고양이를 호의호식 시키고 24시간 돌볼 정성은 있어도, 터널비전은 결코 자신의 울타리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게 하지 않는다. 남들이 다 죽어도, 공감도 가치도 관심도 느끼지 못하니까. 팔레스타인 사람들 만명이 사상당하는 일 보다 내 새끼발톱 메니큐어 칠이 무한히 더 중요하며, 내 고양이의 우울증이 세월호 참살보다 월등한 의미를 갖는다. 얼마나 왜곡된 시각인가!
그리고 그들은 터널비전에 걸맞게 선택적으로 소통한다. 공범자들이 지껄이는, 자신의 생각과 붕어빵처럼 닮은 개인이기주의, 기회주의적 말에 귀를 기울이며 위안과 확신을 느낀다. 암, 좋은 게 좋은 거야... 종교광신들 처럼 그들은 저희들 끼리만 소통하고 서로 확신을 받는다. "이것 외에 뭐가 있어?" 돈만 아는 이기적 인간에게는 조국도 없다는 루스벨트의 말이 맞다. 하나만 묻자.너희에게 관심이니 애정이니를 바라지는 않겠다만, 물리적으로 너희의 존재 기반이 뭔지는 알아라. 너희가 사는 집과 땅은 어디에 속하며, 먹는 밥과 옷과 물과 전기는 다 어디에서 나오니? 너희가 누리는 여유와 자유는 어디에서 왔니? 너희는 독립된 존재가 아니야. 시계를 조금만이라도 좀 넓혀 봐.
너희의 말로는 어떤 것일까? 옷도 사입고 여행도 다니고 사치도 하고 파티를 벌여봤자 결국 터널비전 속에서 살다가 터널비전 속에서 비참하게 죽을 뿐이다. 왜 비참하냐고? 인간의 뇌를 가지고 모기처럼 살다 가는 것이 비참하지 않으면 뭐가 비참하냐. 이기주의의 궁극적 숭배의 대상인 '나'라는 건 뭔가? 네가 숭배하는 '너 자신'이란 너의 DNA가 나타내는 홀러그램, 일루전일 뿐이다. DNA가 감독하는 '진화의 간계'라고 하는 드라마 속에 0.01초 동안 비치는 엑스트라일 뿐이다. 너는 속았다. 너와 너의 삶은 너의 것이 전혀 아니다.
인간의 의식은 공동체 - 이웃과 사회와 역사, 그리고 대자연을 볼줄 알아야 온전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터널비전을 치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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